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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탄] 검은 문

나폴리탄국수주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4.08 22:22:03
조회 9462 추천 139 댓글 42
														

0.
사람들에겐 일평생에 걸쳐 간직하는 비밀이 있다고 한다.
"선우야, 내 얘기야?"
자신의 치부, 자아의 근원을 이루는 모순과 엮인 그 비밀은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드러나기를 극렬히 거부한다.
"선우야, 내 얘기야?"
그것이 드러난다면 자기 자신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선우야, 내 얘기야?"
그렇기에 사람은 일평생에 걸쳐 진정으로 솔직해지지 못한다.

아무리 진실되고 솔직하게 모든 걸 사실대로 내뱉는다고 할지라도,

그 자신의 가장 은밀하고도 내밀한 비밀만큼은 입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것이다.
"선우야, 내 얘기야?"
여기까지 말한 교수님은 우리들을 훑어보시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셨다.

자기 말을 듣고 자아를 돌아보게 된 학생들의 눈빛이야말로 교수님께서 원하시던 것이 아니었을까.

거기에 나는 당돌하게 손을 들었다.

"교수님, 뇌의 기능 이상, 혹은 자백제 같은 약물에 의해 진실 밖에 말하지 못하는 인간은 그러면 존재할 수 없는 겁니까?"

교수님은 잠시 놀란 듯 나를 쳐다보시다가, 이내 흥미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비밀이 없는 인간만큼 취약한 인간은 없겠죠. 혹시 학생은 그런 취약한 인간이십니까?"
"선우야, 내 얘기야?"
거기에 나는 진지하게 답했다.

"아뇨, 그렇게 따지면 저는 세계 최강입니다."
"선우야, 내 얘기야?"
내 대답에 교수님도, 같이 수업을 듣던 학생들도 크게 웃었다.

강의실에서 웃지 않는 건 나뿐이었다.

어떤 비밀은 때때론 터무니없어서 말해도 믿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선우야, 내 얘기야?"
FBI가 헤밍웨이를 감시했던 건 유명하고,

NSA가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감청을 했다던가,

CIA가 약물을 이용해 정신통제 실험을 했다던가......

젠장, 말하고보니 죄다 미국이군.

하여튼 그러한 비밀이 고작 개인인 내게 있다는 말이었다.
"선우야, 내 얘기야?"
그러니 나는 비밀에 있어선 세계 최강인 셈이다.
"선우야, 내 얘기야?"
그런데 어떤 비밀이냐고?
"선우야, 내 얘기야?"
지금도 시끄럽게 나한테 말 거는 저 검은 문이 내 비밀이다.
"선우야."
나에겐 남들에게 보이지 않고, 남들은 만질 수 없는 검은 문이 보인다.
"선우야."

1.
내가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싶진 않다.

그렇다고 내가 귀신을 본다는 것도 좀 이상했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건, 시시때때로 나타나는 저 검은 문은 열면 안 된다는 것이다.
"선우야, 열어줘."
남들은 듣지 못하겠지만, 저 문 너머에선 계속 날 부른다.
"선우야."
듣고 있으면 진짜로 미칠 것 같아서 대꾸도 하지 않는다.

실수로 열까 무서워서 술도 안 마시고 있다.
"선우야, 열어줘."
사실 조금 연다고 문제는 없다. 이미 몇 번 열어봤었다.
"선우야, 열어줘."
대부분은 아주 살짝, 사소한 쓰레기나 들켜선 안 될 물건을 버리기 위해 열었다가 닫은 정도였다.
"선우야, 열어줘."
사람이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연 건 몇 번 안 된다.
"선우야, 열어줘."
뭘 위해 열었는지는 비밀이다.
"선우야, 열어줘."
그건 교수님이 말씀하신 대로, 나의 가장 은밀하고도 내밀한 비밀이다.
"선우야, 내 얘기야?"
여기까지 말한 적은 수도 없이 많지만, 대개는 재밌는 소설을 듣는 반응이었다.

정신과 의사 정도만 "그래요, 나는 다 이해해요."라는 표정으로 대꾸했지만.

뭐, 결국 내가 지금도 쓰레기를 당신 앞에서 치울 수 있다고 검은 문을 열려고 했었다.
"선우야, 열어줘."
그런데 막상 그렇게 열려고 하니 굳게 닫혀 있어서 열 수 없었다.
"선우야, 열어줘."
그때 의사가 날 보던 표정은 내가 다시는 그곳에 가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유 중 하나였다.

가끔 실수로 문을 착각하는 일이 있긴 해도, 일상생활에 지장은 없다.
"선우야, 내 얘기야?"
정신과 처방으로 받은 약은 나른해지기만 할 뿐, 딱히 듣지도 않았다.

결국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세계 최강의 비밀을 안고서.
"선우야, 내 얘기야?"

2.
"요, 김선우."


"인물이 훤칠해졌네."

"어서 와."

"이쪽에 앉아."

동창회를 나갔다.

반가운 얼굴들도 많았고, 몰라보게 달라진 애들도 있었다.

"자, 그럼 대림고 19회 졸업생 동창회를 시작하겠습니다!"

"건배!"

솔직히 이런 자리에 나오고 싶진 않았다.

우리 세대가 술을 강제로 권하는 세대는 아니지만, 다들 취하는 와중에 혼자 깨어있다는 건 다른 의미로 괴로웠다.

"선우야, 아직 졸업 안 했지?"

내 옆자리의 희우가 술잔을 들며 말했다.

나는 물잔을 들어 가볍게 건배하고 답했다.

"맞아. 남자애들은 다 졸업반 아닌가?"

"아, 그래?"

"남자애들은 군대 다녀오니까."

"그렇구나."

희우는 머쓱하다는 듯 어색하게 웃으며 술잔에 술을 따랐다.

나는 안주로 나온 치킨을 뜯어먹다가 희우 눈치를 살폈다.

아무래도 나한테 말 건 게 괜한 건 아닌 듯한지, 계속해서 내 눈치를 살피며 무언가 말할 기회를 엿보는 듯했다.

"왜, 여기선 말하기 좀 곤란해?"

"아니, 꼭 그런 건 아니고...... 네가 불편해하진 않을까 싶어서."

아.
"선우야, 내 얘기야?"
젠장.

"너 전에 학교에서......."
"선우야, 내 얘기야?"
"잠깐 화장실 좀."

나는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희우에게 밖으로 나오라고 조용히 턱짓했다.

희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얘기지만, 가게 출입문 바로 옆에 검은 문이 있었다.
"선우야."
밖으로 나온 희우는 잠시 찬바람을 맞았다.

이럴 때 담배라도 있었으면 피는 건데.

"찬바람 맞으니 정신이 좀 깨?"

"아, 응. 고마워."

"뭐, 그래서 정확히 뭐가 묻고 싶은 거야?"

나는 짜증을 숨기지 않고 톡 쏘아붙이듯이 물었다.

희우는 우물쭈물하다가 조심스레 내 눈을 마주했다.

"아니, 네 어머니 실종된 거 어떻게...... 찾으셨는지......."
"선우야, 내 얘기야?"
"......."
"선우야, 내 얘기야?"
"미, 미안. 이런 얘기 많이 불편하지."
"선우야, 내 얘기야?"
"아니, 됐어. 괜히 신경질내서 미안. 들어가자. 바람이 차다."

다시 가게 안으로 돌아가려고 했는데, 희우가 내 소매를 붙잡았다.

"괜찮으면 우리끼리 2차 가지 않을래?"

이런 전개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싫어?"

"아니, 가자. 이 근처에 아는 맛집 있어."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와 희우는 동창회에서 떨어져 2차를 가졌다.

당연한 얘기지만, 출입문을 열자마자 내가 앉을 자리 바로 옆에 검은 문이 있었다.
"선우야."
나는 애써 무시하고 문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희우와 자리를 잡았다.
"선우야."
닭갈비 2인분과 희우가 마실 맥주를 시키고, 희우와 나는 시시콜콜한 얘기를 떠들었다.

그러다가 자기만 술을 마시는 게 불만이었는지, 희우가 나한테 따졌다.

"선우야, 넌 왜 술 안 마셔? 너 알쓰야?"

"아예 마셔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는데."

"그니까 왜 안 마시는데?"

무언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 불만인 표정이었다.

뭐, 술에 취한 나한테 무슨 얘길 듣고 싶기라도 한 건가?

"그냥. 별로 마셔봤자 좋은 꼴을 못 본 것 같아서."

"그게 끝?"

여기서 문을 언급할 순 없다.
"선우야."
지금도 한 테이블 넘어 검은 문이 있다고.
"선우야."
그 문이 지금도 날 부르고 있다고.
"선우야."
술에 취하면 그 문을 열지도 모른다고.
"선우야, 열어줘."
감히 어떻게 말하겠는가?

"그게 끝."

"엄청 식상하네......."

"실망했어?"

"아니. 되게 성실한 남자인 거 아니야? 그럼 집에도 일찍 들어가겠네?"

희우는 슬슬 취기가 많이 올라왔는지, 얼굴도 벌겋고 헤실헤실 웃기 시작했다.

술버릇이 그리 좋은 편은 아닌 듯했다.

"너 술 많이 들어갔어. 이것만 먹고 내가 계산할 테니까 집에 들어가."

"넌 한 모금도 안 댔잖아."

"안 마신다고 했잖아."

"그 문 때문이야?"
"선우야, 내 얘기야?"
"......."

아, 잊고 있었다.

희우는 그때 나와 같은 반이었다는 걸 깜빡했다.

엄마가 실종되고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고, 참고 조사인으로 내가 교실에서 불려나갔을 때......
"선우야, 내 얘기야?"
좆같은 얘기가 뒤에서 떠도는 게 싫어서 초강수를 뒀었다.

"그 문, 아직도 보여?"
"선우야, 내 얘기야?"
그때 나는 검은 문이 보인다고, 엄마가 그 문 너머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선우야, 내 얘기야?"
그 한 마디로 나는 미친놈이 되었고,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정신과 추천도 받았다.

하지만 더 캐묻는 애들은 없었다.

미친놈이 되는 게 이상한 헛소문이 도는 것보다 나았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기도 하고.

"선우야?"

"그건 왜?"

"아니, 난 그냥 네가 걱정돼서......."

희우는 말끝을 흐렸다.

희우에게도 비밀이 있겠지.
"선우야, 내 얘기야?"
그래봤자 내 앞에선 드러내지 못할 수준의 비밀이겠고.
"선우야, 내 얘기야?"
난 그 비밀에 관심이 없다.
"선우야, 내 얘기야?"
"다 먹었으면 일어서자."

"......응."

우리는 어색하게 일어났고, 밥값은 내가 계산했다.

자기도 계산하겠다고 했지만, 그 돈으로 택시비나 내라며 나는 희우를 말렸다.

"종종 연락하자."

택시에 어렵게 타면서 희우가 말했다.

글쎄, 난 어떨지 모르겠네.

"조심히 들어가."

"응, 너도."

희우는 그렇게 떠났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자, 가로등 아래 담벼락에 검은 문이 보였다.
"선우야."

3.
엄마는 실종됐다.
"선우야, 내 얘기야?"
사실 아빠도 마찬가지로 실종됐다.
"선우야, 내 얘기야?"
단지 아빠는 내가 신고했기에 참고 조사인으로 불려나가지 않았을 뿐.
"선우야, 내 얘기야?"
고모부가 나를 대학 갈 때까지만 돌봐주시기로 했고, 나는 대입과 동시에 자취를 시작했다.
"선우야, 내 얘기야?"
고모는 나를 꺼려했다.
"선우야, 내 얘기야?"
고모는 내가 검은 문을 본다는 사실을 모른다.
"선우야."
하지만 내가 종종 검은 문에 시선을 던진다는 사실은 아는 듯했다.
"선우야."
고모는 종종 나한테 "선우야, 어딜 보는 거니?"라고 말씀하셨으니까.
"선우야, 내 얘기야?"
평범한 사람의 생각으로는 내가 귀신을 본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선우야, 내 얘기야?"
어쩌면 나를 들인 것 때문에 우진이가 미쳤다고 생각하는 걸지 모른다.
"선우야, 내 얘기야?"
지금도 우진이는 정신병원에 입원해 종종 난동을 부린다고 한다.
"선우야, 내 얘기야?"
고모부와는 지금도 종종 연락하는데, 그럴 때마다 우진이의 근황을 얘기해줬다.
"선우야, 내 얘기야?"
"우진이가 널 참 믿고 따랐는데 말이지."
"선우야, 내 얘기야?"
고모부가 내게 자주 하시는 말씀이다.
"선우야, 내 얘기야?"
"그러게요. 얼른 우진이가 회복됐으면 좋겠네요."
"선우야, 내 얘기야?"
내가 고모부에게 자주 건네는 말이었다.
"선우야, 내 얘기야?"
딱 한 번, 우진이가 실종되기 전에 고모부에게 검은 문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다.
"선우야."
뭐, 고모부라고 특별한 반응이 있던 건 아니었다.
"선우야, 내 얘기야?"
우진이에겐 그런 얘기 하지 말라고만 당부받았을 뿐이었다.
"선우야, 내 얘기야?"
우진이는 외동이었다.
"선우야, 내 얘기야?"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다.
"선우야, 내 얘기야?"


4.
"여보세요."
"선우야, 내 얘기야?"
"야, 김선우. 너 동창회 때 정희우랑 같이 나갔지."
"선우야, 내 얘기야?"
"어어."
"선우야, 내 얘기야?"
"그때 정희우가 무슨 얘기 했어?"
"선우야, 내 얘기야?"
"아니? 근데 왜?"
"선우야, 내 얘기야?"
"아니, 정희우랑 연락이 다들 안 된다고 하네?"
"선우야, 내 얘기야?"
"아, 그러냐. 근데 진짜 몰라."
"선우야, 내 얘기야?"
"그 뒤로 정희우랑 만났어?"
"선우야, 내 얘기야?"
"데이트 몇 번 했지."
"선우야, 내 얘기야?"
"......너희 썸이었어?"
"선우야, 내 얘기야?"
"그게 지금 중요해? 잠깐, 나도 정희우에게 보낸 톡이 있었는데, 안읽씹인 줄 알고 있었거든."
"선우야, 내 얘기야?"
"너도? 그게 언젠데?"
"선우야, 내 얘기야?"
"어제. 11월 3일."
"선우야, 내 얘기야?"
"마지막으로 만난 때는?"
"선우야, 내 얘기야?"
"10월 31일."
"선우야, 내 얘기야?"
"진짜로?"
"선우야, 내 얘기야?"
"진짜로."
"선우야, 내 얘기야?"
"너 장담할 수 있어?"
"선우야, 내 얘기야?"
"......슬슬 말뽄새가 좆같아진다?"
"선우야, 내 얘기야?"
"하, 씨발. 선우야. 진짜 남자끼리니까 존나 솔직하게 말해보자."
"선우야, 내 얘기야?"
"좆까."
"선우야, 내 얘기야?"
"정희우 어디 갔어, 씨발놈아!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말해, 씨발!"
"선우야, 내 얘기야?"
"등신 새끼."
"선우야, 내 얘기야?"
나는 전화를 끊었다.
"선우야, 내 얘기야?"
다시 전화가 시끄럽게 울렸지만, 나는 전화를 끊고 번호를 차단했다.
"선우야, 내 얘기야?"
"좀 닥쳐!"
"선우야."
나는 괜한 분풀이로 외쳤다.
"선우야."
하지만 그런다고 돌아오는 건 없다.
"선우야, 내 얘기야?"
아무것도.
"선우야, 내 얘기야?"
아무것도 돌아오지 않는다.
"선우야, 내 얘기야?"


5.

누군가에게 맞아본 기억은 군대 이후로 처음이었다.

쓰레기를 버리려고 나왔다가 골목에서 잠복하던 이민기가 내 멱살을 잡고 나동그랐다.

아스팔트에서 몸을 구르는 게 썩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이 씨발 새끼가!"

이민기는 날 깔고 앉은 뒤 멱살을 잡았다.

"아, 진짜, 좀!"

"정희우 어디 있어!"
"선우야, 내 얘기야?"
"모른다고! 경찰한테 백날 물어봐라! 모른다고!"

운동한 놈이라 그런가, 쉽사리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운동한 놈이라 그런지 대가리가 이딴 식으로밖에 굴러가지 않는 듯했다.

"왜, 또 그때처럼 검은 문이 보인다고 지랄해봐!"
"선우야."
"......너 자신 있냐?"
"선우야, 내 얘기야?"
이민기는 내 의외의 대답에 잠깐 놀란 듯 멱살을 풀었다.

그러나 다시 더 억세게 붙잡고 침을 튀기며 외쳤다.

"이 씨발, 역시 알고 있구나! 정희우 어디 있어!"
"선우야, 내 얘기야?"
이민기, 이 새끼는 학창 시절에도 정희우 짝사랑으로 소문이 다 났었는데, 설마 이렇게 무대포로 움직일 정도로 중증일지는 전혀 몰랐다.
"선우야, 내 얘기야?"
"그러니까 자신 있냐고 물었어.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지 마, 씨발."

제대로 힘이 실린 주먹은 정말 아팠다.

좆같음이 확 밀려왔지만, 나는 끝까지 참고 이민기를 쳐다봤다.

이민기는 한 대 더 때리려는 듯 주먹을 들다가, 내 눈과 마주하고 무언갈 느꼈는지 멱살을 풀었다.
"선우야, 내 얘기야?"
"안내해."
"선우야, 내 얘기야?"
"그럼 비켜, 등신아."

이민기는 엉거주춤 일어나더니 자리에서 비켰다.

나는 입에 고인 침을 뱉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다.

빌어먹을 검은 문은 어렵지 않게 찾았다.
"선우야."
주차된 차에 달린 검은 문이었다.
"선우야."
"뭐야, 거기 있다고? 정희우가?"
"선우야, 내 얘기야?"
"못 믿겠으면 직접 들어가서 봐봐."
"선우야, 내 얘기야?"
나는 검은 문을 활짝 열었다.
"선우야?"

6.
동창회가 뒤집어졌다.
"선우야, 내 얘기야?"
당연한 얘기다.
"선우야, 내 얘기야?"
사람이 둘이나 연속으로 실종됐는데, 두 사람 모두 동창회에 꽤 인지도가 있던 사람들이었으니까.
"선우야, 내 얘기야?"
그리고 둘 모두 나와 엮인 게 소문으로 다 퍼졌으니까.
"선우야, 내 얘기야?"
젠장, 이민기가 날 팬 건 쥐뿔도 언급이 없었다.
"선우야, 내 얘기야?"
그러나 희우처럼 용기내서 물어보는 놈은 없었다.
"선우야, 내 얘기야?"
이민기처럼 무대포로 몰아붙이는 놈도 없었다.
"선우야, 내 얘기야?"
동창회 톡방은 완전히 죽었다.
"선우야, 내 얘기야?"
아마 나 빼고 새로 판 거겠지.
"선우야, 내 얘기야?"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선우야, 내 얘기야?"
내가 가진 비밀은 그런 종류니까.
"선우야, 내 얘기야?"
나와 관계한 모든 사람의 결말은 이렇다는 얘기다.
"선우야, 내 얘기야?"
나로선 어쩔 수가 없다.
"선우야, 내 얘기야?"
아니, 그런 건 변명일지 모르지.
"선우야, 내 얘기야?"
중요한 건 바뀌지 않는다.
"선우야, 내 얘기야?"
내겐 검은 문이 보인다.
"선우야."
그리고 그 문은 지금도 내 앞에 뻔뻔하게 존재한다.
"선우야."
이 문은 몇 번이고 열었다.
"선우야, 열어줘."
쓰레기 처리한다고 몇 번.
"선우야, 열어줘."
홧김에 연 게 두 번.
"선우야, 열어줘."
그리고 말할 수 없는 비밀로 세 번 열었다.
"선우야, 열어줘."
저 너머엔 뭐가 있냐고?
"선우야."
......
"선우야."
뭐겠어?
"선우야."
내 가장 은밀하고 내밀한, 발설하는 것만으로도 나를 무너뜨릴 수 있는 나의 가장 깊은 비밀이지.
"선우야, 내 얘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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