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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초딩시절 썰모바일에서 작성

...(211.234) 2025.07.28 13:35:49
조회 7295 추천 12 댓글 3
														

어릴 적, 초등학교 2학년 즈음? 

안녕 
프랜차이즈? 뭐라고 해야하지?
하여튼 대형 영어 학원에 다녔었는데...
당시 중등 1~2학년생들 수업 과정을 같이 들었다.

어머니 왈, 조기 교육이 중요하시다나 뭐라나.

그렇지먼 중학생 아이들 처지에서, 본인들 사이에 웬 어린애가 끼어있는 게 퍽 보기 좋은 모양새는 아니었을 것이다.
본인들 챙기기에도 벅찬 나이인데 활발한 초등생을 케어할 수 있을 리가...

안녕 안녕
심지어 그냥 활발한 것도 아니고,
말도 잘 안 통하고, 숙제도 엉망으로 해 와서 혼나니까, 반 분위기만 흐려놔서, 조금 꾸중했더니, 그걸 일러바쳐서 단체로 선생한테 욕이나 얻어먹게 하는 애를!
선생님이 계속 이해 좀 해달라는데 얼마나 심통이 났을지. 

또한, 나도 마찬가지로 중학생들 사이에 섞여있는 일이 석연치 않았다.
그들이 뭔가 심한 짓을 하진 않았지만... 으레 그렇듯이 윗사람은 무서운 법이니까.

그렇게 다른 교실로 격리되어 혼자 수업을 듣는 처지가 되었다. 

3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남자 선생님께서 1대1 과외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셨는데, 나름 내 비위를 살펴주시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수업 시간 도중 조금 딴청을 피우는 것 정도는 가볍게 넘어가 주셨었다.

이제와 생각해보니 나는 아마 그 학원의 골칫덩이었겠지.

니야 



사실 어릴 적의 기억은 안개가 낀 듯 어떤 장면들만이 드문드문 보일 뿐이지만, 어떤 일들은 내게 오래 남아있다. 

나는 일부러 수업이 시작되기 전, 빈 강의실에 일찍 도착해 있는 것을 좋아했다.
강의실 책상 한 귀퉁이에는 항상 낙서가 있었는데, 매일매일 그림이 바뀌어 있었다. 그림의 개체는 주로 동물이었으며 굉장히 귀여운 화풍이었던 것 같다.
그걸 보는 게 그 학원에서의 유일한 낙이 되어 일찍 등원했던 것이다. 

그렇게 낙서를 보던 어느 날, 

' 혹시 토끼도 그려주시면 안 될까요? '
응 응
하는 답글을 끼적이고 하원 했다. 

들어주지 않아도 좋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적은 글이었다. 

히히 

다음 날에는 귀여운 토끼들이 풀을 뜯고 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어찌나 기쁜 마음이 들던지... 그곳에서 처음 겪는 따뜻함이었다.
항상 그림 잘 보고 있다, 너무 잘 그리신다, 감사하다 같은 말들을 끼적여놓고 나도 작은 토끼를 그려놓았다. 

그 일을 계기로 우리는 낙서를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 나는 그 사람이 중학생인지, 고등학생인지, 나와 같은 또래인지, 어떤 얼굴인지도 전혀 몰랐지만, 그가 다정한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보통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그려놓는 것 같았다. 
종종 알아볼 수 없는... 캐릭터 같은 것을 그려놓기도 했다. 아마 당시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 나오던 것이겠지.


'오늘 그림도 대단해요!'
응 고맙습니다
'얘는 누구예요?"
너어예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몰라 몰라 

나는 그가 그려놓은 것에 답글을 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그려놓거나 했다.
그는 답글에 대한 대답은 적어주지 않았으나, 종종 내가 그림을 부탁해놓고 가면 곧장 그려주었다. 

자알아 
  반가워 반갑습니다  안세요 고맙습니다  좋아요 아닙다  슳어요 아파요  따뜻 해요  차가워요  너  너 너 너  너 나 우리  그  그녀 그의 그녀의 그녀처럼  그것 이것 저것
아마도 어쩌면...
나의 첫사랑일 수도 있겠다.

사랑사

그것 저
 찌꺼기 
녕하세요   안돼요
  무섭다 까다 

좋다 따뜻하다?


하지만 그 따뜻한 이야기가 오래가진 않았다. 

고십!

학원의 수업 과정이 바뀌며 나는 다시 중학생들과 수업을 듣게 되었고, 그 강의실은 아마 창고로 쓰이게 된 듯했다.

우리가 낙서를 나누던 책상이 어느 곳에 있는지 모르게 되었다.

청천벽력같은 일이었지만... 내가 뭘 어쩔 수 있겠는가. 그 사람을 찾아달라고 선생님에게 부탁할 수도 없고, 울고 불고 구를 수도 없고, 다시 혼자 수업을 듣게 해달라고 할 수도 없는 일. 
그냥 조금 속상해하고 말았다. 

보고십었어 

그렇게 그렇게 어떤 시간이 흐르고...

우리 학원의 엘리베이터는 앞에 사람이 한 명 정도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남겨두고 손잡이가 달린 문이 있는 구조였다.

벽을 옴폭 패어낸 자리에 엘리베이터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겠다.

보통 그 문은 열린 채로 고정되어 있지만, 내가 탈 때는 아니었던 것 같다.

여느 때와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강의실이 있는 층에 내렸더니 쾅하는 소리와 함께 내게는 어둡고 좁은 직사각형 모양의 공간만이 남았다. 


바람인가, 뭐지, 어떻게 된 일이지, 무섭다, 무섭다, 무섭다... 


그러던 찰나
밖에서는 나를 자주 괴롭히던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많이 울고 많이 소리 질렀지만, 문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어두운 곳이 두렵다. 

히히 

거의 탈진할 때 즈음, 그들이 문을 열어주었다. 내가 거의 빈사 상태로 헐떡이고 있으니 그들도 깨나 당황한 건지, 자리를 피했다.
나는 조금 더 울다가 수업을 들으러 강의실로 향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난 후 또 조금 울었다.
집에 가서 밥을 먹고 잠이 들었다. 

나는 다음 날에도, 그 이후 몇 달 간 또 학원에 갔다.
왜냐면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아서.
가족에게 말하기 꺼려졌기에, 그리고 내가 나보다 나이 많은 이들 사이에서도 잘 적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에...
그리고 그 낙서를 찾고 싶었다.
그 다정함을 한 번이라도 다시 마주한다면 다 괜찮아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아무 책상 귀퉁이에 낙서하거나, 화장실 벽면에 혹시나 낙서를 주고받았던 분이 있으신가요, 하는 글을 적어놓거나 했다. 

녕 안녕 안

허무하게도 낙서는 찾지 못했고, 몇 달 후 집에서 더 가까운 학원에 다니자는 어머니의 권유로 학원을 옮기게 되었다. 

옮긴 학원에는 내 또래 아이들만 있었으며, 작고 단란한 분위기였다.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았다.

좋았어구나




그래.

단지 이 이야기가 전부인데... 

나는 학원의 구조도, 선생님들의 얼굴도, 낙서의 형태도, 그 모든 생경했던 일들을 기억하는데.
나를 괴롭히던 아이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들의 얼굴, 나이, 이름, 학교가 기억나지 않는다.
전혀 무엇도 기억나지 않는다. 

히히 

나와 같은 학교였던가? 
아니었던가? 
나보다 나이가 많았나? 
적었나? 어른이었나? 갓난이였나? 
사는 곳이 멀었나? 
나랑 같은 버스를 타고 등원하던가? 
하원 할 때였나? 
그 때?

꿈이었을까?

기억이 잘못되었던 걸까...


나 나


 나 
 

나!

얘!



............................................................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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