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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괴담] 수고하셨습니다.

디시하는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8.12 00:40:18
조회 15126 추천 48 댓글 3
														

…….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왔다.


눈을 뜨자, 낯선 천장이 흐릿하게 보였다. 희미한 형광등 불빛이 깜빡거렸다.


속이 울렁거리고, 몸은 물먹은 솜마냥 무거웠다. 힘이 하나도 없었다. 어젯밤 술을 얼마나 마신 걸까.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여긴 어디지?


고개를 돌려 보니, 좁고 칙칙한 방이었다. 한쪽 벽면에는 네모난 패널이 걸려있었고, 그 반대편에는 중국집에서나 볼만한 철가방이 놓여있었다.


우으읍-


목구멍 사이로 구토기가 올라왔다. 참을 수 없었다. 나는 급하게 화장실을 찾았다. 내가 눈을 뜬 곳 바로 뒤, 그곳에 화장실이 있었다.


“구웨에에에엑! 우읍- 우웨엑-”


속에 있는ㅊ것을 잔뜩 게워냈다. 그리고 옆 세면대에서 입을 씻어내고 찬물로 세수를 했다. 그제야 정신을 조금 차릴 수 있었다.


“-저기, 괜찮으세요?”


옆쪽에서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깜짝 놀라 몸을 움찔했다.


“누, 누구죠?”

“음….”


잠시동안의 정적이 이어졌다. 그녀도 자기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고민하는 눈치였다.


“글쎄요, 그쪽 룸메이트? 저도 여기 어떻게 왔는지는 몰라요. 눈떠보니 여기더라구요. 근데, 그쪽에서 토하는 소리가 들려서요.”

“아, 그게… 제가 술을 좀….”


멋쩍은 웃음이 새어나왔다.


“여기는 우리 둘만 있는 것 같아요. 혹시 거기에도 뭔가 적혀있는 종이가 벽에 붙어있을까요?”


그녀의 말에 나는 다시 한번 방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그런 종이는 없었다.


“아뇨.”

“그럼 제가 읽어드릴게요. 잘 들으세요.”


그녀의 말이 이어졌다.


1. 이곳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둘 모두의 협동이 필요합니다.

2. 이곳은 총 7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7개의 방을 모두 클리어하면 출구가 열립니다.

3. 벽 쪽의 철가방에 물건을 넣고 철가방을 닫으면 상대방의 철가방 속으로 이동됩니다.

4. 음식은 24시간마다 철가방 안에 제공됩니다.

5. 추가로 방을 클리어할 때마다 음식이 추가 제공됩니다.


“…이게 기본 수칙이구요, 그리고 밑에 종이에는 이렇게 쓰여있어요.”


< 이곳은 첫 번째 방입니다. 패널을 순서대로 누르면 문이 열립니다. >


나는 그 말을 듣고 패널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패널은 총 5개로, 각각 3, 1, 7, 8, 10이 적혀있었다.


“이 숫자가 적혀있는 패널 말하는 거죠?”

“네, 거기 1이 적혀있는 게 있나요?”


나는 그녀의 말에 1이 적혀있는 패널을 눌렀다. 패널을 누르자 흰색이었던 패널의 배경색이 녹색으로 바뀌었다.


“눌렀어요, 1.”

“네, 저도 방금 2 눌렀어요!”


그녀와 벽을 두고 대화하며 1부터 10까지, 패널을 순서대로 눌렀다. 숫자 10의 패널이 녹색으로 바뀌는 것을 마지막으로, 끼이익- 하고 문이 열렸다.


“오, 문이 열렸어요!”

“제 쪽도요!”


내가 걸음을 떼자 철가방 쪽에서 퉁, 하는 소리가 났다.


“…방금 들었어요?”

“아, 네. 아마 규칙에서 말했던 그 음식이 아닐까요?”


나는 조심스럽게 철가방을 열어보았다.


철가방 안에는 네모난 락앤락 통이 들어있었는데, 그 안에는 개 사료가 들어있었다.


“…사료, 네요.”


제공되는 음식의 정체가 사료였다니. 하하, 웃음이 나왔다. 이런 걸 먹으라고?


“사료라니…. 말도 안 돼요.”


그녀의 목소리가 어두웠다.


“빨리 다음 방으로 가요. 사료 같은 거 먹을 일도 없이 나가버리게.”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락앤락 통은 대충 바닥에 놓은 채 다음 방으로 향했다.


다음 방에는 철봉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옆에서 그녀가 말했다.


“혹시 거기에 규칙이 적혀있는 종이가 있나요? 여긴 아무것도 없네요.”


종이라….


있다. 아까 그녀의 말처럼 벽에.


“네, 여기 있어요. 읽어드릴게요.”


< 이곳은 두 번째 방입니다. 둘이 동시에 철봉에 10초 이상 매달려 있으면 문이 열립니다. >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철봉 매달리기 10초… 가능하신지…?”

“…….”


그녀는 말이 없었다.


“저기…요?”

“…저 사실 말할 게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 교통사고로 왼팔을 잃었어요.”


나는 잠시 멈칫했다.


낭패다. 한 팔만 써서 철봉에 매달리는 건 남자인 나도 힘든데, 그녀가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어떡하지.


한동안 그녀와 나 사이에는 침묵만이 감돌았다.


그 침묵을 깬 것은 그녀의 목소리였다.


“…잠시만요.”


그녀가 뭔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났다.


무슨 꾀가 있는 걸까.



“……후, 됐어요. 혹시 먼저 한번 매달려 보실래요?”


도대체 어떤 방법을 쓰는 걸까. 궁금했지만 일단 그녀의 말을 먼저 따르기로 했다.


“매달렸어요.”


그러자 옆에서 흐읏, 하고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반신반의하면서 조용히 속으로 숫자를 셌다.


십,


구,


팔,


칠,


육,


오,


사,


삼,


이,


…일.



끼이익-


문이, 열렸다.


믿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거에요-?”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제가 스타킹을 입고 있었거든요. 이걸 철봉에 묶어서 발판을 만들어서 매달렸어요. 한쪽 팔 뿐이라 묶는 게 상당히 힘들었지만요.”


목소리 너머로 부드러운 웃음이 들렸다.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런 기발한 방법이 있을 줄은 몰랐어요.”

“아니에요. 그냥 잔머리일 뿐인 걸요.”


그녀가 부끄러운 듯 말을 이었다.


이런 작은 칭찬에도 부끄러워하다니. 그녀가 조금은 귀여웠다.


“어서 다음 방으로 가요.”


세 번째 방.


첫 번째 방에는 규칙이 그녀의 방에 있었고, 두 번째 방에는 내 방에 있었으니 이번에는 규칙이 그녀의 방에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규칙은 내 방에 적혀있었다.


번갈아 적혀있는 게 아니라 그냥 랜덤인건가?


< 이곳은 세 번째 방입니다. 양 발판을 24시간 동안 누르고 있으면 문이 열립니다. >


방 한가운데에는 A4 용지 두 장을 합쳐놓은 크기의 붉은 발판이 놓여있었다.


양 발판이라고는 했으나 하나밖에 없는 것을 보니 이번에도 둘이 같이 눌러야 하는 듯했다.


“그쪽에도 발판이 있나요?”

“아, 네! 여기 하나 있어요.”


역시나.


“이걸 둘이 같이 눌러야 하는 것 같아요. 한번 밟아보실래요?”


그녀가 발판을 누르자 문 위쪽에 걸려있는 전광판 속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 23 : 59 : 59 ]


[ 23 : 59 : 58 ]


시간이 흘러가는 걸 확인한 후, 곧바로 발을 뗐다.


만반의 준비를 해야했다.


우선, 아까 두고 온 사료와 새로 지급된 사료. 도합 2개의 락앤락 통을 챙겨서 가지고 왔다.


그후 한쪽에 락앤락 통의 사료는 뚜껑 위와 또 다른 통에 넘치지 않을 정도로 꽉꽉 쌓아놓았다.


그렇게 비어진 락앤락 통 안에 수돗물을 받아 식수를 마련했다. 이건 그녀의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화장실도 미리 다녀왔다. 물론 중간에 가고 싶어지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기로 하고.


발판에 물건을 올려두는 걸로는 시간이 흐르지 않았다.


그렇게 허술하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는 발판 위에 앉았다. 서 있는 건 너무 힘들고, 누워있다가 잠들면 잠결에 버튼을 벗어날 수 있어서였다.


우리는 시간을 죽이기 위해 서로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녀의 이름은 이예은.


23살에, 대학생이라고 했다.


취미는 그림 그리기랑 게임. 오버워치를 주로 한다고 했다. 주픽은 정크랫. 예상 외였다.


그렇게 우리는 긴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사람이 하루 내내 떠들기란 힘든 일이다. 그것도 오늘 처음 보는 사이라면 더욱더.


타이머가 20시간 무렵을 가르킬 즈음 우리의 대화는 끝을 맺었다.


나도 긴 시간 떠들다 보니 조금은 피곤했다.


20시간.

시간이 더럽게 안 가긴 했지만 괜찮았다.


18시간.

오줌이 마려웠다. 사료를 최대한 먹고 그래도 안 되는 건 그냥 바닥에 떨어뜨려서 빈 통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 안에 오줌을 쌌다. 아무리 그래도 바닥에 싸는 건 인간의 존엄성이 허락하지 않았다.


15시간.

그제 저녁 봤던 웹소설을 떠올렸다. 내가 그  속에 들어간다면? 부터 시작해서 망상을 거듭했다. 시간 죽이기엔 이만한 게 없었다.


10시간.

두세 번 정도를 졸았다. 지루했다. 그건 예은 씨도 마찬가지였는지 끝말잇기를 하자고 했다.


5시간.

끝말잇기부터 시작해서 삼육구, 시장에 가면, 훈민정음 게임, 초성 퀴즈 등등 말로 할 수 있는 게임은 안해본 게 없었다. 너무 졸렸다.


4시간.

1시간 가까이를 졸았다. 다행히 앉아서 조니 자리를 이탈하는 일은 없었다. 예은 씨가 “저…진우 씨 안 주무시죠?”하는 소리에 깼다.


3시간.


2시간.



[ 00 : 01 : 23 ]



[ 00: 00: 10 ]



[ 00 : 00 : 01]


[ 00 : 00 : 00 ]


끼이익-


문이 열렸다.


나는 피곤해서 잔뜩 무거워진 몸으로 간신히 일어섰다.


어기적어기적 걸어서 1번째 방에 있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대충 바닥에 쓰러져 잤다. 머리가 바닥에 닿는 순간 의식을 잃었다. 거의 기절 수준이었다.




네 번째 방은 개를 길들이면 되는 방이었다.


음식으로 지급되는 것이 사료이지라 이것으로 개를 꾀어냈다. 개가 경계심이 강해서 이 방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예은 씨가 개를 키워서 그녀의 조언을 받아 간신이 길들였다. 그동안 몇번을 물렸는지 모른다.


길들인 개는 문이 열어 그곳을 잠깐 돌아보는 사이에 사라졌다. 그리고 이번에는 음식으로 사료가 아닌 고기가 나왔다.



다섯 번째 방.

이번 방은 본격적으로 철가방을 활용해야 하는 방이었다. 이건 진짜 방탈출 게임을 하는 것 같았다.


마지막에 상자 속에서 열쇠를 얻어 탈출했다.


솔직히 재미있었다.



여섯 번째 방.

이 방은 그전 방과 다르게 방이 무척 넓었다. 미로였다.

미로에서 비밀번호를 찾아 출구의 키패드를 입력해 나가는 거였다.


원래는 헨젤과 그레텔 마냥 사료 부스러기를 흘리면서 다녔는데, 미로 안에서 괴물을 만난 후로는 그 짓을 그만두었다.


그나마 괴물의 속도가 느려서 도망치는 데 문제가 없었지만, 흔적을 질질 흘리는 게 좋을 리가 없으니.


이 미로에서 얼마나 헤멨는 지를 모른다. 비밀번호를 10자리로 설정해두는 건 미친 거 아닌가? 그것도 5개, 5개로 나뉘어서 한쪽이 다 찾아도 반대쪽에서 못 찾으면 말짱 꽝인데?


당연히 4자리라고 생각했었는데, 처음 찾은 쪽지가


『  XXX3XXXXXX  』


이라니.


이때 얼마나 짜증이 솟구쳤는지, 범인은 상상도 못할 거다.


사료의 개수로 미루어보건대, 이 방 안에서만 한 달 반 가까이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불행하게도 한번에 3마리의 괴물을 동시에 만나는 바람에 오른팔의 절반이 뜯겨나갔다.


미로 안에서 응급처치 키트를 찾지 못했다면 죽었을지도.


예은 씨와 나는 결국 9개의 쪽지밖에 찾지 못했다. 하지만 나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키패드의 입력 제한이 100번으로 걸려있긴 했지만, 9개를 찾으면 경우의 수는 10개뿐이니까.


그 방을 탈출했을 때는 그녀와 나 둘 다 큰 소리로 쾌재를 불렀다.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방.


< 이곳은 일곱 번째 방입니다. >

< 방장께서는 앞의 열쇠로 문을 열고 나가시면 됩니다. >

< 수고하셨습니다. >


아무런 설명도 없었다. 적혀있는 건 단지 이곳이 일곱 번째 방이라는 것뿐.


“예은 씨. 이건 어떻게 깨야 할까요?”

“…….”


그녀는 말이 없었다.


“예은 씨?”


뚜벅뚜벅,


“…진우씨.”

“예.”

“수고하셨습니다.”

“…예?”


철컥.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옆에서.


“…저기? 예은 씨?”

“…….”

“야!”


그 뒤로 짧게 이어지던 발소리는 곧 그쳤다.


이내, 옆에선 정적만이 들려왔다.


“야! 이…!”


쾅!


그녀, 아니 그년이 있던 벽 쪽을 세게 내리쳤다.


어찌나 세게 내리쳤던지 내리친 손이 새빨갰다.


“야!”


쿵쿵!


“이 씨발년아!”


쿵쿵쿵!


“시발! 문 열어!”


콰앙-!


“이게 지금 씨발 뭐하는 상황인 건데!”


이런 내 말에 답이라도 하듯, 공중에서 종이 한 장이 나풀나풀 내려왔다.




이곳에서 탈출할 수 있는 건 오직 ‘방장’뿐 입니다.



한쪽 팔을 대가로 방장이 되어 새로운 방을 생성하시겠습니까? Y / 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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