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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스노우 특전 소설 번역입니다.
오역이나 직역, 의역한 부분이 많습니다. 대강 흐름이 이렇구나하고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맞춤법이나 틀린 부분이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2020.02.12 오타 및 약간의 대사 수정
4화 『Another Memorry Snow / 프리실라 진영』
1
───문득, 창문 밖의 광경을 눈 여겨보는 소녀의 옆얼굴, 거기서 눈을 뗄 수가 없다.
"───"
진홍의 눈동자가 희미한 놀라움을 안고, 분홍색 입술이 무언가 소리를 내려고 하는 것을 알았다.
그대로 소녀는 천천히 세련된 행동으로 일어서고, 아름다운 얼굴을 눈여겨 바라봤던 창문 쪽으로 다가섰다.
등이며 가슴까지 담대하게 아낌없이 드러낸 드레스다. 어울리기 위해서는 남들 이상은커녕, 남들의 2배, 3배 그 이상을 뛰어넘는 미모가 필요하다.
그 선택받은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조건을 쉽사리 5배는 뛰어넘기고 소녀는 어렵지 않게 소화해낸 드레스 차림 그대로 하얗고 가느다란 손을 뻗어서 방의 창문을 활짝 열었다.
그 순간 시원한 바람이 방 안에 불어 들어와 책상 위에 있었던 종이 뭉치가 바람을 타고 실내에 흩날렸다. 하얀 종이 자락이 춤추듯이 흩날리는 광경 안에 소녀는 약간의 움직임도 없이 밖을 바라본 채.
"───"
지금 한 번 더 소녀의 입술이 움직이고 어떠한 소리를 내었다. 아마도 아까와 같은 소리일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소녀의 옆얼굴에 의식을 빼앗겼었던 자에게는 판단이 서지 않아서───,
"오벨리스크!"
"──이 범우. 몇 번이고 소녀에게 같은 말을 하게 하면 만족하는 것이냐."
다음 순간 충격이 이마의 중심을 직격해서,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며 남자가 뒤로 넘어졌다. 그것을 내려다보는 것은 팔짱을 끼고 풍만한 자신의 가슴을 과시하는 듯한 진홍의 소녀───,
남자를 일격한 것은 그녀가 뒤돌아보듯이 던진 쥘부채다. 상당히 웃어넘길 수 없는 속도와 위력으로 던져진 한 방은 사람의 이마를 깨부술 수도 있는 관통력이 담겨 있었다. 실제로 맞은 상대에 따라서 의식이 하나야 둘은 날아갔을지도 모른다.
"아야야......갑자기 무슨 짓이야, 공주. 내가 때마침 평상시부터 투구를 쓰고 있는 캐릭터가 아니었다면, 지금 걸로 유혈사태가 될뻔 했다고"
"천지 같은 녀석. 소녀도 상대를 고른다. 네 녀석이 아니었으면 머리 따위 노릴까 보느냐. 슐트였다면 귀에 바람이라도 불어서 정신을 되돌렸을거다."
"이봐 이봐 이봐, 그거 편애 아니야, 가끔은 나한테도 상냥하고 요염한 상이 있어야 한다고. 나만 맨날 지독한 꼴을....."
"네놈이 소녀의 광대이니까, 이 정도의 벌로 끝낸 준 것이니라. 그냥 무뢰한 놈이었다면 바로 목을 쳤을거다. ───아니면, 지금 입장에 납득 가지 않느냐?"
"헷, 뭘 말하는 거야, 공주. 앞으로도 언제나 쥘부채 던지기 과녁으로 써도 된다고"
공격을 받은 머리를 흔들고 그 뒤에 엄지를 세우며 즉각 손바닥 뒤집는 대답. 그런 태세 전환이 빠른 남자의 태도에 진홍의 소녀는 "흥"하고 코를 울렸다. 그 모습을 보고 침묵은 불리하다고 생각한 남자가 "그런데"하고 거수하고.
"이야기 되돌리겠는데, 왜 또 느닷없이 내 이마를 쾅 한 거야? 방도 종이 자락으로 널브러져 방치하고 있고 전부 너무 갑작스럽지 않아?"
"뭐냐, 역시 멍하게 있었나. 아무것도 갑작스럽지 않다. 소녀는 네놈을 두 번 불렸다. 그것을 모조리 무시한 것은 네놈이지 않느냐"
"......아─, 아까 그거 날 부른 거였나"
참으로 난처한 사실에 목을 꼬며, 간살부리는 웃음으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고 시도해본다. 진홍의 눈동자는 색에 반해서 검처럼 차갑다. 누그러뜨리기 작전은 실패였다.
"애초에 내 외관으로 누그러뜨리기 작전은 선택지가 틀렸다는 감은 부정할 수 없지만."
"무엇을 중얼중얼이. 듣고 있느냐, 알"
"네이네이, 듣고 있습니다요. 공주우으찻"
발아래에 떨어져 있는 쥘부채를 주워 남자─── 알은 소녀의 곁으로 다가가 쥘부채를 건네줬다. 그런 알의 머리 부분, 쥘부채에 직격을 맞은 부위는 검은 철제 투구로 덮어져 있다. 이 방어력 덕분에 이마가 깨지지 않고 끝났다. 투구를 선물해준 지인에게 감사, 감사이다. 그건 둘째치고───,
"내가 무시해버린 건 미안하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라는 이야기지."
"어디까지고 둔감한 남자구나. 소녀가 수고스럽게 발을 옮겨 몸소 창문을 열어젖혔다. .....그것이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거라."
".....환기거나 하늘이라도 바라보고 싶어졌어?"
어느 쪽이든 그녀답지 않다. 다만 전자에 비하면 후자 쪽이 훨씬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실제로 그녀는 알의 말에 "그러하다"하고 끄덕이고는,
"하늘을 내다보러 왔다. ───네놈도 봐라. 알"
턱을 치켜들어 창문 밖을 가리킨 소녀에게 알은 순순히 따랐다. 옆에 나란히 살짝 밖을 쳐다본다. 투구의 시계는 이래 봬도 의외로 나쁘지 않다. 시선을 돌려 엷게 구름이 걸린 하늘에 의식을 집중하면───.
"──헤에, 이거 놀랐다고"
"그렇지"
감탄한 알의 옆에서 소녀도 또한 만족하였단듯이 끄덕였다. 직후, 다시 창문을 활짝 열었을 때와 같은 바람이 분다. 재차 방 안을 바람이 휩쓸고 뿔뿔이 흩어진 종이들이 또다시 하늘을 날았다. 다만 흩날리는 종이 자락에 섞여서 춤추는 것은 그것과 다른 하얗고 어슴푸레한 얼음결정으로───.
"───계절을 착각한 눈이라니 어딘가에 사는 누군가의 소행이로구나?"
그 가랑눈을 진홍의 눈동자에 비추면서 소녀── 프리실라 바리에르가 즐거운 듯이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가 알에게는 희미한 고양을 띠고 있는 것처럼 들린 느낌이 들었다.
2
"그건 그렇고 왕국 이 주변에 눈이 내리다니 드문 일 아니야?"
"그렇지 말입니다! 거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입니다. 적어도 저는 눈을 처음 봤다지 말입니다!"
"처음 봤다는 레벨이냐고. 그거 슐트의 텐션도 오를 만하네."
그렇게 말하면서 알은 흐뭇한 것을 보는 시선을 분홍 머리의 소년에게 향했다. 소년의 이름은 슐트, 프리실라의 저택에서 일하는 시종견습───이라기보다는 프리실라의 애완동물 같은 입장의 시중을 드는 소년(小姓)이다. 본인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지만 원래 아사 직전이었던 것을 프리실라에게 발견되어 우연히 그녀의 눈 색과 똑같았던 것이 원인으로 주워진 경위가 있다.
아마도 그게 아니었다면 버리고 갔을 것이라고 프리실라가 말했다. 그것은 쑥스러움을 감추려 한 것도 아닌 단순히 사실이라고 알은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저런 상당히 하드한 환경을 헤어 나와 이곳에 도달한 슐트지만 이상하게 삐뚤어지는 일 없이 솔직하고 씩씩하게 자라고 있어서 흐뭇하다. 알도 응원한다(推せる).
"──? 알님, 왜 그러시는지 말입니다? 저 뭔가 이상한 말이라도 했는지 말입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알의 시선에 바닥에 어질러진 종이들을 모으는 슐트가 고개를 갸웃했다. 문답 무용의 잡무에 종사하는 소년에게 알은 한쪽 팔의 어깨를 으쓱했다.
"아니, 슐트는 씩씩하고 귀엽구나라고. 공주도 그렇게 생각하지?"
"바보 같은 소리 집어치워라, 알. 설령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소녀를 위해서 전력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거다. 따라서 슐트의 평가에 그 현명(懸命)함 따위 관계없어. 소녀가 슐트를 옆에 두고 있는 것은 슐트의 외견과 태도의 사랑스러움 이외에는 없다."
"엄청 멀리 돌아갔지만 외견이 취향이라는 거지 그거?"
거만하게 응하는 프리실라가 알의 알기 쉽게 한 해석에 콧방귀를 뀌었다. 다만 그 해석을 일부러 정정하지 않은 점에서 대강 그걸로 정답이라고 생각해도 좋을 듯하다.
그런 프리실라지만 바람에 휩쓸린 내실의 정리를 슐트에게 맡기고 자신은 방의 창틀에 앉아, 하늘하늘 눈이 내리는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
문득 그런 모습의 프리실라의 옆얼굴에 넋을 잃고 호흡을 잊은 자신을 알은 깨달았다.
드문 눈 풍경이라는 것도 있지만 애초에 프리실라 자신의 미모가 상외의 영역에 있는 것이다. 그림으로는 재현할 수 없는 미가 세계에는 존재하지만 그 하나가 프리실라라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엄연한 사실이다.
"라고 그게 내 나름대로의 이론 무장이라 건데, 용서해줬으면 싶네."
"소녀의 옆얼굴을 훔쳐보고는 지적하기 전에 변명이라니 정말이지 맥 빠지는 남자로구나. 그렇다고 하여 오해하지 마라. 그러한 일로 화를 낼 정도로 소녀의 도량은 좁지 않다."
"에, 의외. 시선이 성가시다고 썩둑──하는 느낌은 아니구나?"
"소녀의 미모에 남자가 저열한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세상의 필정(必定)이야. 그것을 일부러 심히 책망하면 결국에는 모든 남자의 목을 베어내지 않으면 안 되겠지. 그거야말로 무의미의 극치 아니겠느냐."
"응─, 엄청난 자신감. 그래도 공주 변덕이라면 업신여겨서도 안되겠지."
관대와 거만이 합쳐진 기술을 받고, 쓴웃음 짓는 알이 투구의 이음매를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찰칵찰칵 소리 나는 금속음, 그것을 배경 삼아 프리실라의 시선은 계속해서 밖을 향하고 있다.
애초에 흥미 관심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기 어려운 소녀다. 확실히 신기한 날씨지만 길게 보고 즐길 정도는 아니라고 그런 식으로 알은 생각한다.
"공주 상당히 열심히 보고 있네. 눈에 애착이라도 있어?"
"애착 따위 없다. 오히려 그 이전에 문제겠지. ───슐트뿐만이 아니다. 소녀도 이런 식으로 눈을 보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니 말이다."
"에? 진짜?"
생각지도 못한 한마디에 알은 투구 안에 눈을 부릅떴다. 알의 바로 옆에서는 슐트도 얼굴을 들고 귀여운 놀란 얼굴을 프리실라에게 향하고 있다.
"프리실라님도 눈을 보는 것은 처음이시지 말입니까! 놀랐습니다! 하지만 어쩐지 똑같은 느낌이라 기쁘지 말입니다!"
"귀여운 것을 말해주는구나, 슐트. 머리를 쓰다듬어주겠다."
"와─아지 말입니다."
천진난만하게 활짝 웃는 슐트를 손짓으로 불려서 프리실라가 그 푹신푹신한 분홍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 손놀림을 보면서 알은 "하아"하고 길게 숨을 내뱉었다. 그 반응이 마음에 거슬렸지는 프리실라는 진홍빛 눈동자를 가늘게 뜨고.
"무어냐,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느냐?"
"말하고 싶은 정도는 아니야. 그냥 의외성 발군이구먼 하고 생각한 것뿐이야. 뭐랄까─, 이렇게 말하면 뭣하지만 공주 말이야 전지전능 같은 캐릭터하고 있지 않았어?"
"──흠. 확실히 소녀가 그것에 가까운 존재인 것에 의심의 여지도 없겠군"
"스스로 말하고 뭣하긴 한데, 전지전능이라고 듣고 부정하지 않는 녀석, 처음 봤어."
어찌 되었든 자신만만한 그녀에게 알은 그런 인상을 품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전지전능은 역시 지나치게 말했다는 감이 있지만 박식하고 분석력에도 뛰어난 프리실라에게는 혹시나 모르는 배경 따위 이 세계에는 없는 게 아닐까 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녀의 흥미 관심을 끌어내는 것이 자신에게는 가능하다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게 눈 정도로 가능하다니, 신선하다면 상당한 놀람이야. 공주는 말이야 의외로 이따금 평범한 경험치가 빠져있는 경우가 있단 말이지."
"무엇으로 네놈이 『평범』을 정의하는가에 대해서 흥미가 깊다만 별생각이 있어서 말한 것은 아니겠지. 그 대신 네놈의 소녀에 대한 인상은 의외로 흥이 올랐다."
슐트의 머리에 손을 둔 채로 프리실라가 알의 말에 완연히 웃음을 지었다. 오싹하고, 등줄기를 손가락으로 덧쓰는 듯한 한기를 느껴, 알은 작게 어깨를 떨었다. 그것을 곁눈질로 바라보고는 프리실라는 시선을 다시 하늘로 향했다.
"책으로는 얼마든지 보았다만, 지금까지의 소녀의 생활은 눈과는 무연해서 말이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흰 눈이란 어디까지 상상의 산물에 지나지 않았다."
내민 손바닥이 떨어지는 눈을 받아 냈다. 모래알같이 덧없는 눈은 프리실라의 손바닥에서 바로 녹아 평범한 물방울로 변화해버린다. 그것을 확인하고 프리실라는 "흥"하고 코를 울리고는.
"기대한 정도로 환상적인 것도 아니구나"
"환상적인 기대라니 귀여운 말을 꺼내는구먼"
"천지 같은 녀석. 소녀를 가리키고 귀엽다라니 불경하도다. 소녀의 미모를 찬양하는데 훨씬 어울리는 말이 있다. 슐트 들려주거라."
"네? 알, 알겠지 말입니다! 어─음, ......프리실라님은 매우 『엘레강스』하고 『뷰티─』하십니다!"
"어쩜 이런 학습능력이냐. 잘 사용하는데"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고 막 배운 지식을 피로하는 슐트에게 알은 감탄한다. 프리실라 또한 슐트의 분투에 만족한 듯이 끄덕였다.
"봐라, 이게 소녀의 종자로서 어울림을 다한 자다. 알 네놈도 정진을 빼먹는 게 아니다."
"올─라잇, 알겠어. 마음이라는 녀석에게 확실히 새겨둘게."
오른팔로 경례하고 알은 프리실라의 말을 반 정도 흘려듣고는 끄덕이는 걸로 했다. 프리실라도 그런 알의 태도가 훤히 다 보였을 터인데 그것에는 언급하지 않고,
".....원리는 빗방울과 똑같구나. 증발한 물이 구름 위에서 굳어져, 빗방울이 되는가, 눈 알갱이가 되는가의 차이야. 눈 알갱이가 되면 다른 것과 맞붙어 구름이 되어 땅으로 내리지. 남은 일은 녹아서 그 반복이야."
"헤에, 몰랐어. 그것도 책에 씌어 있는 거야?"
"실물을 알면 정체를 알 수 있다. 상세한 것까지 모른다만 대체로는 그런 정도겠지."
지루한 듯이 말하고는 프리실라가 가슴골에서 쥘부채를 꺼냈다. 펼친 쥘부채로 자신의 입가를 가리고 그녀는 시선을 하늘에서 돌리고 알에게 얼굴을 향했다.
"아까, 소녀는 네놈에게 말했지. 소녀가 전지전능에 가까운 존재임에 의심은 없다고."
"오, 오오, 그 화제 다시 파헤치는 거냐고. 아니 실제로 그럴듯한 부분 있구나 하는 이야기이기는 한데....."
"그렇다면, 어째서 소녀가 그러한 인상을 네놈에게 품게 하지? 소녀의 타고난 기품과 미모, 그 외에도 셀 수 없을 정도의 미점이 있지만, 궁극, 그건 무엇이냐?"
"그것은....."
"느리다. 가르쳐 주도록 하지. ───지성이다."
우물거리는 알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프리실라가 강한 말로 그렇게 단언했다. 희미한 열 조차 느껴지는 위압에 알은 무언으로 입술을 깨물었다. 투구 안의 행동, 그것이 프리실라에게 보였을 리가 없지만 그녀는 엷게 기학적으로 미소 지으며.
"지성이란 인간과 짐승을 나누는 유일한 도리(理)......라고 퍼트리는 패거리들도 있지만, 소녀는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들에 사는 짐승에게조차 의사가 있고 학습하는 본능이 있으며 학습을 살리는 생명이 있다."
"───"
"지성이란, 감정이나 유대라 하는 굴레보다 상위에 있다, 생사를 정하는 지침이라 말할 수 있겠지. 그렇다면 지성이란 짐승에게조차 깃든다. 인간과 짐승의 사이에 격차는 없어, 무조건으로 짐승을 인간의 아래로 두는 일 따위, 오만은커녕 우스꽝스러운 착각에 지나지 않는다."
"와─오, 그건 또 폭론이네."
"익살스러운 거동으로 얼버무리지 마라, 알. 소녀는 지금, 네놈에게 도리를 묻고 있다."
프리실라의 미소에 어깨를 으쓱하려 했던 알, 그 움직임이 딱하고 멈췄다. 똑바로, 프리실라는 진홍의 눈동자로 투구 안에 있는 알의 눈동자를 응시하고 있다.
"정신 차려서 대답해라. 지성의 유무가 인간과 짐승을 나누는 결정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한다면, 인간과 짐승과의 경계는 어디에 있지? 무엇이 결정적으로 나누지?"
시선이, 알의 목덜미를 태우는 감각이 있었다. 알은 숨을 죽이고, 뒤늦게 깨달았다. ───자신이 지금, 상상이상의 분수령에 서게 됐다고.
"───"
한번 말을 중단하고, 프리실라는 변함없는 시선을 알에게 찌르고 있다. 지론을 말하고, 반론을 요구하는 그녀의 모습은 평소처럼 태연한 것이었지만 그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평소 이상의 처절하고 장엄한 패기가 보일 듯 말 듯 했다.
크게, 알기 쉬운 희로애락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확실한 격정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의 거센 파도가 알의 목구멍 안쪽에 프레셔가 되어 들이 내밀어져, 그 행동거지(進退)를 묻고 있다. 한 마디, 선택을 그르치면 물리적으로, 프레셔는 이 목을 꿰뚫는다.
그저, 눈이 내린 것과 그것에 대해서 잡담한 것으로 이 꼴이다. 원래부터 알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 있는 것에 대한 리스크, 그게 여기서 분출하고 있었다.
"인간과 짐승과의 경계는 어디에 있지? 무엇이 소녀와 네놈의 사이를 결정적으로 나누지?"
같은 문언이 중간에 약간 변화했다. 그것이 프리실라 자신과 알 사이를 서로 다른 생물이라고 그렇게 단언하고, 바르게 본연의 모습을 나누기 위한 의식으로 느껴져, 알은 숨죽였다. 그리고 무거워진 혀를 움직이고 마른침을 삼키면서.
"조건은 갈고닦을 기회의 유무, 다"
"───"
"생사가 걸려있으면 짐승도 배워. 하지만 실수하면 끝나는 야생과 그렇지 않은 환경이 허락된 우리들과의 차이는 기회의 유무로 행동할 수 있는가 없는가야. 공주가 야하고 귀여운 미인인 것은 타고난 천성이어도, 전지전능으로 보인 것은......"
"─── 좋다. 특별히 허락하겠다."
간신히 말을 고른 알을, 갑작스럽게도 날카로운 부채를 닫는 소리가 가로막았다.
거기에 프리실라의 한 마디가 있어, 그 순간 몸을 압박하고 있었던 프레셔가 풀어졌다. 그 순간 알은 자신이 호흡을 잊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채고 어깨에 힘을 뺐다.
그런 알의 과장스러운 반응에 프리실라는 낄낄하고 목을 울리고는.
"봐라 어떠냐. 필사적이게 되면 지성을 움직이지? 자신의 경험과, 소녀라는 인간에 대한 관계에서 앞날을 추측하고 최악의 사태를 회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다만 그것은 짐승에게도 갖춰진 방식이야. 인간과 짐승과의 차이는 아니다."
"농담이 너무 심하잖아, 공주......라고, 말하면 화내는 부분이지?"
"물론"
농담 따위가 아니었다고, 프리실라의 단언은 강건하다. 그것을 받아 알은 본격적으로 긴 숨을 내뱉고, 흥건하게 진땀으로 젖은 자신의 목덜미를 손으로 닦았다.
"인간에게는 짐승과 다르게, 능동적으로 지성을 키울 기회가 있다. 방법이 있어. 예사로 말한다면, 책을 읽어라. 정진을 빼먹지 말라고 그렇게 말한 것은 농담도 뭐도 아니야."
"그러면, 공주의 전지전능은 독서가 인 걸로 정리하도록 할까."
"소녀도 태어나면서부터 만능은 아니다. 종이와 잉크에서 배운 것은 의외로 많아. 철을 단련하기 위해서는 불과 망치가, 영혼을 갈고닦기 위해서는 책이, 각각 필요한 것이야. 그 어느 쪽도 빠진다 하면 인간으로서 거령맞은 영혼이 완성되지."
"───"
"소녀는 각별히, 아름다운 것에만 둘려싸이고 싶다고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 원해서 추악하게 전락해버린 것을 옆에 둘 정도로 별종은 아니야."
"......즉, 똑같은 재주는 질리니까, 항상 신선한 예풍을 갈고닦아라, 라는 소리?"
"───"
그, 호쾌하게도 알기 쉽게 말한 알의 해석에 프리실라가 희미하게 숨을 죽였다. 그러고 나서 그녀는 작게 숨을 내뱉고는.
"하하, 하하하하하! 뭐냐. 네놈, 소녀의 말을 진부하게 바꿔버리다니. 하필이면 재주! 재주라니! ......쿡쿡, 광대의 본분은 양보할 생각이 없구나."
"아─, 웃어줘서 다행이야. 그렇지만 말이야, 공주, 나한테도 할 말은 있어. 그야 공주의 말은 훌륭해서, 엉겁결에 납득해 버릴 거 같지만 말이야."
크게 웃는 프리실라에게 알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말을 잇는다. 신중하게, 하지만 하라는 대로는 되지 않겠단 듯이, 자기 자신의 마음을 의식한 채로───.
"나는 공주의 기사도 뭐도 아니야. 종자로서는 충의를 맹세하고 있지만 그 이상의 역할을 요구받아도 못해. 그거, 대폭포 귀로(帰り)의 아저씨에겐 짐이 무거워."
"호오? 즉, 소녀의 말에는 따르지 못하겠다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더냐?"
"이렇게 말하면 목이 썩둑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어. 그러니까, 나 나름대로의 절충안이 아까 전에 예풍이라는 이야기인데─"
단언하고 알은 성큼성큼 하고 프리실라 곁으로 다가섰다. 창틀에 앉아, 여기를 보는 붉은 여자, 그녀의 손에 닿는 위치에 서서, 가슴을 폈다.
"나는 어디까지나, 공주의 광대라는 포지션으로 만족하고 있어. 그러니까, 앞으로도 공주에게는 질리지 않는 광대역이라는 것은 해내 주겠어."
"───"
"그 대신에, 양보할 수 없는 거는 양보할 수 없어. 그것이 나라는 광대역과 공주가 좋아하는 철의 독서가라는 녀석과의 타협이겠지."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다, 라고 알은 자신의 의견을 똑바로 부딪혔다. 여기서 프리실라가 욱하거나 또는 조용한 살의를 발동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어쩔 수 없다. ───이 장소에서, 영역을 전개할 뿐이다.
하지만 그런 알의 불안은 바로 기우였다고 증명되었다.
"그렇다면, 좋다. ──네놈에게 소녀의 광대로서의 자각과 앞날의 『비전』이 있다면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정원의 손질은 정원사에게 맡기는 것이 도리야."
".....괜찮아?"
"끈질기다. .....설마, 소녀에게 손수 목을 떨어트려주었으면 하는 것이냐?"
"아니 아니 아니, 그런 그런 그런, 설마 설마 설마"
손과 목과 발을 파닥거리면서 알은 프리실라의 수상쩍은 눈에 불만 없다고 호소했다. 뭐가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는 다른 얘기겠지만 아무래도 알의 태도는 오늘을 살아넘긴 것에 성공한듯하다. 그런 식의 형태로 알과 프리실라의 대화는 수습되면.
"....푸핫─! 더, 더, 더, 더 이상은 한계이지 말입니다! 무서웠다지 말입니다!"
"우와 왓, 슐트?"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슡트가 겨우 드디어라는 듯이 호들갑스럽게 숨을 내뱉었다. 입에 손을 대고 두 사람의 대화를 결코 방해하지 않겠다고 있었던 슐트는 "저기!"하고 큰 목소리 내고.
"정말, 프리실라님과 알님은 화해하신 게 맞으신 거죠? 괜찮으신 거죠?"
"오오, 걱정 끼쳐서 미안했다. 괜찮아, 파파와 마마는 완전히 화해...... 담비!"
"천지 같은 녀석. 누가 네놈과 파파와 마마냐."
못된 장난을 말한 순간, 머리 위를 베어넘기는 부채의 일격을 알은 허리를 굽혀서 회피했다. 투구의 정수리 부분이 탄듯한 감각, 그것에 떠는 알을 무시하고 프리실라는 슐트의 턱을 살짝 부채로 들어 올렸다.
"거북한 경험을 하게 했다만, 용케도 참았다. 소녀가 친히 상을 주마. 뭐가 좋지?"
"어, 어어엇, 그, 어떠한 것을 말해도 괜찮으시지 말입니까?"
"소녀가 허락한다. 신중히 말하는 것이 좋아."
"...... 그렇다면, 모처럼 눈이 오고 있으니, 프리실라님과 밖에 나가고 싶지 말입니다."
파앗하고 얼굴을 밝게 한 슐트가 프리실라의 관대한 말에 그런 소원을 고했다. 그 내용에 바닥에 엉덩방아를 찐 알은 쭈뼛쭈뼛하게 프리실라를 봤다.
처음으로 본 눈에 대해서, 그만큼 실망을 드러낸 프리실라다. 그 눈 풍경 속을 종자와 함께 돌아다닌다는 부탁을───.
"좋다. 소녀도 눈놀이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텐션』이 오르는 느낌이야."
"엑, 진짜냐!? 그러면 아까까지의 언짢음은 뭐였어!?"
"도리의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서이지 않느냐. 자, 가자 알. 광대로서 눈 풍경 속에도 열심히 소녀를 즐겁게 해보아라."
말하면서 프리실라는 창틀에서 훌쩍하고 바닥으로 내려서고, 드레스의 옷자락을 나부꼈다. 그런 그녀의 옆에서 슐트가 싱글벙글 웃으며 알을 보고 있다.
"알님, 기대된다지 말입니다! 알님은 눈놀이를 하신 적이 있으신지 말입니까?"
"눈놀이, 말이지."
슐트의 질문에 고개를 모로 꼬며 알은 창문 밖의 엷게 눈이 쌓이는 광경을 바라본다. 하얀 눈으로 덮여 물들어가는 배경은 먼, 옛날 기억을 자극해서───.
"아니, 그러고 보니 나도 논 기억 없어. 뭔가 즐거워지기 시작했다."
"그건 기적이지 말입니다! 눈이 처음인 세 사람이 모였다니, 기적이지 말입니다!"
"정말이지 싸 보이는 기적이구나. 하지만 진부한 눈에는 그 정도가 딱 어울리나."
신명 난 슐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러고 나서 프리실라가 당당히 걷기 시작했다. 그런 프리실라에게 슐트가 당황하며 이어 따라가고 알도 투구의 이음매를 만지작거리며 쫓아간다.
그 도중, 알은 한 번, 발을 멈췄다. 그리고 창문 밖, 눈이 내리는 하늘에 눈길을 주고.
"──눈으로 놀아본 기억 따위 없지."
하고, 누구에도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중얼거리고, 다시 앞서가는 주종의 뒤를 이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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