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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빙결의 인연 Before Memories 4화

ㅇㅇ(222.116) 2020.03.10 14:28:30
조회 848 추천 2 댓글 1
														

4화 빙결의 인연 / Seven years ago / 크루쉬 진영


 


 


 


 


1


 


 


 


"큰큰큰큰, 큰일 났다, 페리스! 크루쉬와 형님이 결혼해버릴지도 모른다! 어어어어 어떡하지!?"


매번 있는 일이지만, 이 분은 어째서 이렇게 침착함이 없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페리스는 방에 뛰쳐들어온 금발의 소년의 얼굴을 바라봤다. 


숨을 몰아쉬며, 매우 허둥지둥한 모습을 보인 사람은 금발에 붉은 눈동자, 입가에 덧니가 특징적인 잘생긴 얼굴을 가진 소년이었다. 연령은 아직 열세 살로, 남성적인 늠름함이나 용맹스러움보다, 티없는 귀여운 어린아이 같은 모습 쪽이 넘쳐나서, 자연히 사람의 마음을 온화하게 해주는 분위기를 두르고 있다. 


그것은 페리스에게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아니, 페리스에게는 보다 한층 더 강하게 느껴진다. 무엇하랴, 페리스는 이 인물, 푸리에 루그니카가 무척 좋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상대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애끊는 심정으로 크루쉬를 선택해, 선택지에서 떨어뜨릴 정도로 좋아하고 있다. ───다른 상대라면 망설임이 없으니까, 각별한 취급이다. 


그렇다 해도, 그런 생각은 불경하므로 결코 말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푸리에는, 친룡국가 루그니카의 왕족, 현 국왕인 란드할 루그니카의 친자이며, 제4왕자라는 직함을 갖고 계신 분이니까. 


다만───.


".....전하, 이번에는 무슨 일이예용? 진정해 주세요."


"이 이야기를 듣고 진정하고 있을 수 있을까 보냐! 본인의 이야기, 제대로 들었느냐!? 크루쉬와 형님의 결혼이다!? 본인은, 어떡하면 좋아!?"


페리스의 가느다란 몸에 매달려서,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얼굴로 바라보는 푸리에. 그런 상대와 절도를 변별해서 어울리라고 들어도 어렵다. 여하튼, 페리스 쪽이 제대로 거리를 두어도, 둔 거리를 단숨에 좁혀오는 게 푸리에이다. 


왕족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소탈한 느낌에 대하는 방식이지만, 페리스는 이 친구 취급이 싫지는 않다. 그렇기는커녕, 솔직히, 마음속으로 기쁘다고 생각해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지금도, 매달려 있는 푸리에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착하다 착해" 달래듯이 말을 걸었다. 


"자비엘 형님이다! 제1왕자니까, 장래에는 왕이 될 게 아니더냐! 즉, 이대로라면 크루쉬가 왕비가 돼버려!"


"우와, 자비엘 전하랑......"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튀어나와서, 페리스는 황갈색의 고양이 귀를 팔랑이며, 생각에 잠겼다. 


자비엘 루그니카 제1왕자와는 그토록 푸리에와 친한 페리스도 면식이 없다. 일단, 푸리에보다 여덟 살 정도 연상으로 스무 살을 넘겼다는 정도는 알고 있지만. 


"상류층급의 혼인이면, 나이 차가 나는 건 드문 일도 아니니까요. 크루쉬님은 공작가의 영애이시니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이야기....."


"그러면, 본인이어도 좋지 않으냐!?! 본인도 같은 입장이다만!?"


"그야, 페리도 전하 쪽을 응원하고 싶은데요~"


흔들흔들 어깨를 흔드는 푸리에에게, 페리스는 노란색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시선에 기가 죽고, 푸리에는 "왜,왜그러느냐?" 하고 물어봤다. 


"왜, 본인을 그런 눈으로 보느냐? 말하고 싶은 게 있다면 말해 보거라!"


"그러면, 외람되지만......전하,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빨리 크루쉬님에게 직구로 구혼해 주세요. 페리, 그 편이 더 기뻐요."


"쿠으헉!"


말해 보라고 해서 말한 시점에서, 푸리에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는 홱 하고 물러섰다. 그대로, 그는 김이 날 것 같은 정도로 얼굴에 피가 모여서, 몇 번이고 심호흡을 반복하고는.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 있을 거 같으냐! 무엇보다, 본인은 아직 맹세를 다하지 못했다! 맹세가 완수되기 전까지는 구,구,구 구혼따위는....."


"───전하, 와계셨던가요?"


"히아아아악───!?"


배후에서 들린 목소리에 놀라, 푸리에가 바로 정면에 있던 페리스에게 뛰어들었다. 하지만, 페리스의 가느다란 팔로는 그 돌연스러운 푸리에의 체중을 버티지 못한다. 


"꺄악──"


"음, 페리스!"


비명을 지르며, 푸리에에게 밀려 넘어진 형태가 된 페리스. 그 팔이 갑작스럽게 잡혀서 꾹 하고 몸이 끌어당겨졌다. 그리고, 바닥에 쓰러졌을 터인 몸이 지탱되어, 조심스레 페리스가 눈 떠보자. 


"무사한가, 페리스. 위험할 뻔했다."


"크,크루쉬님.....?"


안도의 미소를 띠는 주인───크루쉬 칼스텐의 얼굴이 눈앞에 있다. 그리고, 페리스는 자신이 주인의 팔에 안겨, 공주님 안기를 받고 있다고 깨달았다.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해도, 주인에게 폐를 끼쳤다는 사실에 페리스는 눈을 부릅 떴다. 


"죄, 죄송해요, 크루쉬님! 페리를 위해서 이런......" 


"사과할 필요는 없다. 네가 무사하다면 그게 제일이야. 게다가, 가벼우니 말이다."


"크루쉬님.....사랑해요."


"나도다."


안겨있는 채로, 주인에게 받은 상냥한 말에 페리스는 감극하였다. 기세로 사랑을 고백하는 페리스에게, 크루쉬는 일절 망설임도 없이 수긍도 해주었다.


그런, 크루쉬의 늠름한 사나이다운 모습에 페리스의 가슴이 높게 뛰고───.


"잠깐, 잠깐, 잠깐, 잠깐, 이상하지 않느냐!? 본인이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고 있는데, 둘이서 마주 보고서는 농탕치는 게 아니다! 본인은 외로워!"


"죄송합니다, 전하. ......전하도 안아드리는 편이?"


"음, 그대는 몹시 듬직한 여자로구나! 하지만, 본인도 남자아이이니 상처 입을 긍지가 있다! 반대면 모르겠지만, 안기는 것은 역시 무리다!"


기세 좋게 말하면서, 푸리에가 할 수 없이 혼자서 일어섰다. 그 모습에 손뼉를 치면서, 페리스는 천천히 크루쉬의 팔에서 내려왔다. 


그러고 나서 새로이, 크루쉬가 "그러면" 하고 푸리에에게 시선을 향하고.


"오늘은 제가 아니고, 페리스를 먼저 찾아오신 거군요. 아래에서 전하의 목소리가 들려서 놀랐습니다. 인사가 늦어져, 정말로 죄송합니다."


"아, 아니, 사과할 필요는 없다? 본인 쪽이 성급하게 빠른 걸음으로 페리스가 있는 곳으로 온 것뿐이니까 말이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서......"


"그렇게 화급한 용건이 페리스에게?"


"음. 실은 형님과 크루쉬가 결──."


"결?"


무심코, 본 화제를 흘릴 뻔했던 푸리에가 말을 끊었다. 하지만 이미 말의 반 정도가 튀어나왔기 때문에 크루쉬에게 미심쩍어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식은땀을 흘리는 푸리에의 얼굴. 푸리에의 붉은 눈동자가 흔들리며, 크루쉬의 옆에 서 있는 페리스에게 도움을 요청해온다. 하지만, 페리스는 고개를 가로젓는 수밖에 없었다.


대안 따위를 이야기 나누기 전에, 푸리에의 목소리가 너무 컸던 것이 원인으로 크루쉬가 찾아오고 만 것이다. 솔직히, 이제 페리스는 고백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 기세로 구혼해서, 풀어지면 페리스가 연모하는 두 사람이 이어진다. 일단은, 그런 흐름이면 어떨까 하고, 페리스는 기도를 담은 시선으로 푸리에를 바라봤다. 


그 시선을 받고, 푸리에는 숨을 삼켰다. 그리고───.


"실은, 형님이 크루쉬와 결투를 하고 싶다고 우겨 대서 말이다!"


 


 


 


 


2


 


 


 


"전하, 어째서 그런 말을 해버린 거예요?"


"그런 눈으로 보는 게 아니다! 본인도 크게 반성하고 있어! 봐라! 계속해서, 등 뒤의 식은땀이 멈추지 않는다! 목도 바싹바싹 말라 오기 시작했다......!"


물병과 컵을 건네주자, 푸리에가 수일 만에 물을 만난듯한 여행자 같은 기세로 물을 쭉 들이켰다. 그 모습을 곁눈질하며, 페리스는 한숨을 쉬었다. 


결혼 이야기를 얼버무리기 위해서, 결투 이야기로 이야기를 몰래 바꿔버린 건 과연 좋은 생각이었을까. 


"적어도, 크루쉬님은 기뻐하시는 거 같아 보였는데요....."


"크루쉬는 늠름하고, 성실하니까 말이다. 그런 점도 대단히 매력적이다만, 이대로면 형님에게 갑자기 결투 신청할 것 같은 일이 될 거 같지 않아?"


"그런 일이 되어버리면 곤란하니, 전하가 제대로 해주세요!"


"당, 당연하다! 이 일로 크루쉬에게 무슨 일이 있어서야, 본인의 미래 예상도에 크게 혼란이 와버려서 말이다!"


지금으로서는, 그 미래 예상도의 혼란 상태가 사태를 계속해서 휘젓고 있지만, 페리스는 그 점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애초에, 사건의 발단은 푸리에가 들고 왔다, 제1왕자와 크루쉬의 결혼 이야기이다. 솔직히, 이 이야기는 페리스도 처음 들어서, 상응 이상으로 놀라고 있다. 다만, 페리스의 백 배정도 푸리에가 허둥지둥했기 때문에, 조금은 냉정하게 됐을 뿐이다.


자신보다 동요하는 인간이 있으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진정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의 크루쉬님과 제1왕자와의 혼담 말인데요..... 그 이야기는 어디서?"


"으, 음. 실은 말이다, 성에서 아버님과 형님이 어떠한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을 들어버렸다. 형님도 스무 살을 넘기셨고, 슬슬 혼담도 필요하다고."


"뭐어, 혼약자라던가 있으셔도 당연한 연령이시니까요. 하지만, 그 혼약자가 크루쉬님이라는건....."


아무리 그래도,라고 페리스는 의심스럽게 느낀다. 


그것은 결코, 크루쉬가 왕비에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의미가 아니다. 애초에, 푸리에의 마음은 정작 크루쉬이외에는 모두에게 빤히 보이기에, 국왕이나 제1왕자, 게다가 크루쉬의 아버지인 메카트가, 그런 말도 안 되는 혼담을 성사시킬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푸리에에게 그러한 일을 그르치는 기질은 없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두 사람이 국외로 무심코 사랑의 도피를 해버려도 이상하지 않다. 그 경우, 페리스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함께 도망치게 해주신다면, 페리 매우 기뻐요. 아, 그래도 그래도, 크루쉬님이 왕비가 되신다면, 그건 그거대로 엄청 멋있으시지 않을지.....?"


"잠깐, 잠깐, 잠깐, 잠깐, 페리스! 본인의 적이냐? 그대, 본인의 적으로 돌아서는 게냐?"


"크흠, 아뇨, 그럴 리 없어요. 그저, 왕비로서 왕좌의 옆에 앉아계시는 크루쉬님을 생각했더니, 이미 그걸로 가슴이 벅차버려서....."


"부탁한다!? 본인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건, 정말로 그대밖에 없으니까!"


왕국의 제4왕자가, 의지할 수 있는 상대가 한 사람밖에 없는 것도 어지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의지해 주는 게 자신이라는 점은 나쁜 기분은 들지 않는다. 


페리스는 짧게 한숨을 쉬고.


"알겠습니다. 이 일, 페리에게 맡겨주세요. 신명을 걸고, 어떻게든 해 보이겠습니다!"


 


 


 


3


 


 


 


"크루쉬님도, 혼약자분이라던가 있으신가요?"


"상당히 갑작스럽구나. 왜 그러느냐?"


정원에서 목검을 휘두르고 있는 크루쉬가, 페리스의 질문에 호박색 눈동자를 동그랗게 떴다. 


뒤돌아보고, 목덜미의 땀을 닦는 모습은 늠름해서, 페리스는 무심코 넋을 잃었다. 하지만, 눈꺼풀 뒤로 푸리에의 우는 얼굴이 떠올라서, 페리스는 마음을 다잡았다. 


크루쉬에게 넋을 잃는 것은 뒤로하고, "중요한 일이에요." 하고 역설했다. 


"엄청 이제 와서이지만, 페리는 크루쉬님의 곁을 평생 섬길 생각이니까요. 그러면, 크루쉬님이 결혼하신다면, 그분도 섬기게 되겠죠? 그렇게 생각했더니, 이제 밤에도 좀처럼 잠들지 못해서......"


"과연, 이해되는 얘기다. 하지만, 그렇다면 기우였구나."


"라고, 말씀하시면?" 


황갈색 고양이 귀를 팔랑이면서, 페리스는 크루쉬의 말이 이어지기를 기다린다. 그러자, 크루쉬는 어떠한 기를 쓰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모양새로.


"나에게 혼약자는 없다. 엄밀하게는, 확실히 그렇지는 않다만......"


"해냈다─라고, 기뻐하려는 찰나에 말이 모호한 말씀을. 크루쉬님답지 않으시지만, 그 말씀은?"


"그렇구나. 너에게라면 이야기해버려도 상관없나. ───실은, 이전에는 있었다."


"있었다니, 혼약 말인가요!? 그건, 어떤 분이셨나요?"


가능한 정보를 모으고자, 페리스는 크루쉬의 숨겨진 혼약의 진상을 파헤치려고 한다. 그 종자의 고꾸러질 듯한 자세에, 크루쉬는 드물게 머뭇거리며. 


"......전하다."


"──네?"


"거듭 말하게 하지 마라. 푸리에 전하가, 나의 혼약자였었다."


"───"


자신의 녹색 머리를 어루만지면서, 시선을 피하는 크루쉬가 중얼거린다. 그것을 들은 페리스는, 크루쉬의 여성스러운 행동에 눈길을 빼앗기면서, 가슴속에 의문의 폭풍에 삼겨졌다. 


──크루쉬와 푸리에가 원래 혼약했었다, 라니.


"어, 음, 그, 그러면, 어째서 파혼이.....?"


"그건, 푸리에 전하의 분부에 따랐을 뿐이다. 나와 전하가, 이전부터 검의 약속을 나눈 것은 알고 있겠지."


"에에음, 그건, 네."


크루쉬와 푸리에의 검의 약속이라고 들어서, 페리스는 마지못해 수긍했다. 


두 사람 사이에 나눈 약속이란, 원래, 검술이나 기룡 등의 일에 흥미를 강하게 느끼는 크루쉬가 여성스러움을 강요당하지 않게 하기위해, 푸리에가 맹세하게 한 서약이다. 


푸리에가 크루쉬에게 검으로 이기지 않는 한, 크루쉬는 뜻하지 않는 여성스러움을 강요받을 일은 없다.라고. 즉───.


"전하는 나의 마음을 참작하여, 비방 받는 역을 자처해 주셨다. 그 전하의 마음에 응하기 위해서는, 나도 재차 진지하게 제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전하의 혼약자의 역할을 거절하셨다고?"


"전하가 나에게 약속해 주셨다. 그에 응하지 않으면 안 되겠지.:


수줍은 듯이 미소 짓고, 그렇게 말한 크루쉬에게 페리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됐다.


요컨대, 푸리에의 자폭인 것이다. 자업자득이었다. 더 말하자면, 혼약 관계의 파기도 푸리에 탓이라, 자승자박이라고도 해도 좋을 정도다.


"크루쉬님......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해도, 페리를 계속 옆에 두어주시겠어요?"


"당연하다. 이제 와서, 너를 내버려 두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너야말로, 나에게서 떨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말거라."


"크루쉬님, 정말 페리 해롱해롱~"


솔직히, 그 말을 꺼내게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 페리스로서는 만족이구나, 라는 이야기였다. 


 


 


 


4


 


 


"그래서, 그런 이유로, 자비엘 전하와 크루쉬님의 결투 날짜를 정하죠."


"어째서 그렇게 된 것이냐? 그 마음 든든했던 선언은 어디 갔어!?"


"죄송해요. 뭔가, 전하의 헛도는 모습을 볼 수가 없어서....."


크루쉬에게서 청취 조사를 끝내고, 페리스는 푸리에에게 진척 사항을 보고했다. 


가장, 크루쉬와 푸리에 사이에 있었던 혼약 관계의 파기───그 사실은 푸리에에게 덮어둔다. 들은 바로는, 그 이야기는 푸리에에게는 전하지 않았다는 듯하다. 


실제로, 푸리에가 그렇게 알고 있었다면, 좀 더 여러 가지로 이야기가 바뀌었을 것이다. 어쩌면, 아마도, 아무리 푸리에도, 라고 페리스는 믿고 싶다. 


여하튼, 그 자신이 모르고 있다면 크루쉬와의 혼약 관계가 있고, 그것이 자신의 언동이 이유로 파혼되었다고 듣는다면, 페리스가 아는 푸리에는 틀림없이 졸도할 것이다. 


과연 페리스도, 혼약 관계가 조용히 파기된 일에는 동정했다.


"뭐, 계속 겁쟁이인 부분에서는, 페리는 전하에게 화나 있지만요."


"본인도, 본인 나름 노력하고 있다? 다만, 크루쉬의 앞에 서서, 사랑의 전부를 전하려고 하면, 얼굴이 화끈해지지, 땀이 나오지, 말도 버벅대지, 크루쉬가 가련해서 직시하지 못하게 되지, 정말 엉망진창이 된다." 


"그건...... 그렇게 들으니, 전하가 귀여워서 어쩔 수 없지만요."


평상시 근거 없는 자신에 가득 차있는 푸리에여도, 역시 연심이라는 병에는 이길 수 없다. 그것은 페리스가 응석을 받아주고 싶게 만들지만, 말 그대로, 그에 응석 부리기만 하면 곤란하다. 


"어쨌든! 전하 입으로 생각 없이 말씀하셨으니까, 제대로 책임져주셔야 한다고요. 크루쉬님도, 겨루어본 적 없는 제1왕자와 검을 주고받을 수 있다고, 엄청 들뜬 기분으로 준비하고 계시고요."


"우, 그 모습의 크루쉬는 엄청 보고 싶어. 보고 싶지만, 실은 낭보가 있다. 그대가 힘내고 있는 동안에, 본인도 손놓고 보고만 있지는 않았다?"


"와아, 정말인가요? 그러면, 그 낭보라는건......"


"음, 실은 말이다, 형님의 혼담 상대가 크루쉬가 아니었다. 현인회의, 아즈하 페브리의 손녀와 혼약한다는 듯하다. 본인은 한시름 놨어."


다행이다─,라고만 환한 얼굴을 하는 푸리에. 하지만, 페리스는 그 푸리에의 설명을 듣고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 반응에, 푸리에는 "어라?"하고 갸웃하며. 


"틀림없이, 그대도 본인과 함께 기뻐해 줄 거라고 생각했다만....."


"아뇨, 어, 기뻐요? 매우 기쁜데요, 그러면, 전하가 들으신 이야기는 뭐였나요?"


크루쉬에게 이야기를 들은 시점이라면, 크루쉬 측에서 푸리에와의 혼약 관계의 파기를 신청했기 때문에, 제1왕자와의 혼담은 오히려 현실미를 띠고 있었다. 그게 갑자기 뒤집어졌기 때문에, 그 나름에 이유가 있을 것이다.


라고, 그런 페리스의 의문에, 푸리에가 "그건 말이다." 뺨을 긁으며.


"아버님과 형님이 대화하는 것을 듣고, 틀림없이 크루쉬라고 생각해서 말이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


"......국왕 폐하와, 자비엘 전하는 그때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음. 형님의 결혼 상대로는, 왕국 제일의 여성을 선택하지 않으면라고 했다. 즉 크루쉬라고 본인이 확신해버리고만 것이다!"


"전하는 빨리, 크루쉬님에게 구혼해 주세요──!!"


대극노한 페리스의 노성이, 푸리에를 때려눕힌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잘 됐구나 잘 됐어. 해피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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