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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ONCE UPON A TIME IN LUGUNICA 전편-3

케드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8.06 19: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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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래서, 변경백이 찾으시는 물건이란 건……."
"날 부를 땐, 로즈월이라고 해줄 수 있을까? 지금부터 함께 거리를 걸을 거라면, 눈에 띄고 싶지 않아."
"알겠습니다. 그럼, 로즈월이라 부르도록 하지요."
경칭까지 빼주는 걸 보아하니, 이쪽의 의도를 완벽하게 파악한 모양이다.
협력을 자청한 러셀을 데리고, 로즈월은 골목을 나와서 큰길로. 대거리에 면한 길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당연하지만 아까 전의 두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쫓아가기에도, 흔적을 찾을 만한 상황이 아니다.
"난 어느 정도 쓰러져있었지?"
"제가 찾은 지 10분쯤입니다. 소리를 듣고 바로 달려갔으니, 상대분이 떠난 것도 비슷한 즈음이라 생각합니다마는."
"그렇군. ──내가 찾는 건 우리 집 가보야. 어떻게든 되찾아야 해."
"자세하게 들어봐도 될까요?"
"손바닥만 한 크기의, 금으로 된 새털 장식이야. 당가 가문을 새긴 것이지."
그렇게 중요시하지는 않지만, 당주의 증표나 다름없는 물건이다.
그걸 빼앗겼다가는, 주위 귀족은 물론이거니와 분가 측에서도 무슨 말을 해댈지 모르는 노릇이다. 거기다가 나름의 애착도 있었다.
"다만, 금품 목적의 범행 치고는, 다른 물건이 그대로 남아있단 게 신경 쓰여."
"목적은 다른 무엇도 아닌 새털 장식 하나였다?"
"글쎄. ……자세한 건, 본인들 입에서 들어볼 수밖에."
누군가 달려오기 전까지, 로즈월의 주머니를 뒤질 만한 시간은 있었을 터이다. 그러지 않았단 건, 그 단장이라 불리던 남자의 의도가 얽혀있는 걸까.
"그나저나, 단장인가요……."
"──? 어디 짚이는 데라도 있나?"
관여한 두 사람의 특징을 설명하자, 러셀이 잠시 고민하듯 중얼거린다. 짐작 가는 데가 있냐고 묻자, 그는 "실은 말이죠." 하고 말을 잇더니,
"로즈월, 당신은 요즘 왕도를 떠들썩하게 만드는 『동포단』을 아십니까?"
"동포단? 아니, 처음 들어보는군."
명실공히, 들어본 적 없는 단어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전술한 대로, 로즈월은 한동안 왕도에 발걸음을 옮기지 않고 있었다. 최근의 소문에 관해서는 대부분 모른다는 게 실상이다.
"왕도가 몇몇 계급층…… 귀족, 평민, 그리고 빈민의 셋으로 크게 나뉜다는 건 아실 테고요. 동포단은, 그러한 계급의 차별의식에 반발하는 빈민층의 젊은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집단입니다."
"시대에 불만을 품은 청년 집단이라. 그럴듯한 이야기인거얼─​.​"
"그들은 집단으로 귀족을 공격해, 금품을 갈취하거나 주벌이란 명목으로 폭행 사건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걸 이끄는 단장이라는 인물이 당신을 때려눕힌 남자와 특징이 일치한다는 말씀."
"동포단의 단장, 그게 그 사내란 말이구나."
러셀에게 설명을 듣고, 로즈월은 자신이 표적이 된 이유에도 납득한다.
다시 말해, 동반인도 없이 홀로 걸어다니는 꼬맹이는 절호의 먹잇감이었던 셈이다. 메이더스 가문에서 직접 원한을 산 것이 아님을 알았으니, 그 점은 안도한다.
"하지만, 그런 녀석들이 날뛰게 내버려 두다니, 왕도의 수비대는 뭘 하고 있지? 근위기사단이 움직일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위병쯤이라면……."
"그 해답은, 당신이 가장 잘 아실 텐데요?"
"──. 과연, 그 단장이 압도적이다 이 말이군."
동포단의 단장, 일격으로 로즈월마저 이긴 그 남자라면, 정병인 왕도의 수비대는 어림도 없을 것이다. 그건 정말로 어마무시한 호완이었다.
"그렇지만, 고작 그까짓 이유로 내우를 방치할 정도로 기사단은 무르지 않아. 그 외에도 모종의 사정이 있다고 보는데…… 아닌가?"
"아주 혜안이십니다. 그렇고말고요, 수비대가 동포단에 애를 먹고 있는 건, 문제가 그뿐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왕도가 끌어안은 문제는, 동포단 외에 한 가지 더 있습니다."
"그건──."
그렇게 뒷내용을 재촉하려 하자, 그 화제가 중단된다.
"러셀 씨, 댁이 찾던 상대 말인데……."
라고 말을 걸어온 건, 거리에 노점을 내고 있는 중년 남자다.
현재, 로즈월네는 교제가 넓은 러셀을 따라, 평민가의 사람들에게 목격 증언을 들으며 동포단의 발자취를 쫓는 중이다.
그런 정보원 중 한 명인 노점상 주인이 자그맣게 속삭이며 이야기를 진행한다.
"아무래도, 서쪽 영지를 지나서 빈민가에 들어간 모양입니다. 그 주변은 치안이 상당히 안 좋았지만, 지금은 동포단 녀석들이 활개 치고 있나 봐요."
"서쪽이군요. 감사합니다. 혹시 나중에 또 곤란한 일이 생기면, 그때도 잘 부탁드립니다."
정중하게 응수해, 러셀이 보수가 들어간 주머니를 주인에게 건네줬다. 주인은 감촉을 확인하고 "다음에도 이용해 주시길." 하고 싱글벙글 배웅해 준다.
그런 식으로 교섭을 마쳐, 주인의 모습이 안 보이게 되고 나서,
"아주 길이 다 들었군. 이전부터 이런 짓을 하고 다녔니?"
"이런 짓이라 하심은?"
"소중한 가보를 도둑맞은, 얼간이 귀족을 도와줬나 싶어서."
"에이 설마요. 이런 대모험은 생애 첫 경험입니다. 그저, 이 부근 상인들하고는 면식입니다. 만약을 대비해서, 인맥을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는 게 전부지 말입니다."
겸손하는 듯하면서도, 러셀의 말투에는 확실한 신념이 느껴졌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망상증과도 같은 그런 대비는 로즈월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인생에서 직면하는 온갖 곤란한 일은, 장애물에 부딪힐 때까지 얼마나 대비했는지 여부로 승패가 갈린다.
남에게 보면 불필요한 대비가, 어떨 땐 목숨을 구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러셀이 여태 쌓아온 것들은, 분명히 로즈월의 곤란에 기여하고 있다.
"좋았어. 오늘 어떤 결과를 맞이한다 해도, 최소한 널 만난 것만큼은 난득한 행운이었다고 기억해두지."
"그렇담, 그 행운이 결실을 맺게 하는 게 제 역할이겠네요. ……아까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그들이 지나간 건 이쪽 골목입니다. 발밑을 조심하세요."
선도하는 러셀 뒤를 따라가면서, 로즈월은 자신의 복부를 가볍게 어루만진다.
얻어맞은 한방의 후유증은 막대하며, 여전히 통증이 단속적으로 찾아온다. 메이더스 가문은 마법의 대가로, 치유마법을 쓴다면 이 정도 상처 따위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로즈월에게는 치유마법의 적성만 털끝도 없었다.
그것은, 시대를 몇 번 걸치고 육체를 바꿔와도 얻을 수 없었던 적성이다. 딱 한 번 뛰어난 물의 마나의 적성을 가진 피를 일족에 넣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성과가 없었을 정도였다.
"이것만큼은, 일종의 저주가 아니이─일까.​"
사람을 치유하는 힘은, 이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말인즉슨, 로즈월이 물마법의 적성을 갖지 못하는 건, 다정함이라는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수많은 원망과 한탄, 그리고 희생 위에 성립되어온 메이더스 가문의 피의 증표였다.
"그나저나, 조금 전 이야기 말인데…… 동포단 말고도, 수비대가 애를 먹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했지? 그게 뭐야?"
앞서가는 등을 향해 물어보자, 러셀이 "아아." 하고 한숨을 쉰다.
이미 빈민가의 한구역에 발을 들여놓았기에 주위를 경계하고 있는 러셀은, 일단 인기척이 없음을 확인하고,
"계급 문제와 뿌리 깊은 것입니다. 유혈이 분쟁의 원인이 된 『아인전쟁』에도, 비슷한 배경이 있었습니다만……."
"듣자 하니, 동포단과는 별개로 계급을 안타까이 여기는 집단인가 보다?"
"예, 그렇습니다. ──『금익당』을 자칭하는 그들은, 빈민층의 모임인 동포단과 대조적으로, 귀족계급의 사람이 참가하는 집단입니다."
"금익당…… 흠."
새로운 집단의 이름을 듣고, 로즈월은 생각에 잠겼다.
계급 문제를 안 좋게 여기는 귀족, 그것이 중심이 되어 만들어진 집단. 다시 말해, 거기에 참가하는 귀족이란──,
"약소 귀족이나, 각 집안의 차남과 삼남쯤이려나. 짐작건대, 가독을 잇는다는 대역을 받지 못해, 귀족의식만 비대화된 자들의 모임이 아니이─일까.​"
"인정사정없는 말씀이지만, 바로 그렇습니다."
귀족 중에도 착각하는 자가 생각보다 많지만, 귀족이란 혼자서 설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영민이나 그 비호하에 있는 자들이 존재해야 비로소 성립되는 게 귀족이다. 그러나, 역할이 주어지지 않아서는 책임감을 키울 도리도 없으며, 그런 집안에서 태어났을 뿐 허울만 귀족의 이름을 달고 있는 존재가 수없이 많다. 그들이 자의식을 가지려면, 자신이 귀족임을 증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걸 선정이나 선행만으로 이루어낸다면 미담이 되기도 하겠지만.
"문제 있는 노동자의 배제나, 왕도의 경관 유지를 명목으로 내세운 빈민에 대한 벌칙. ……요컨대 도가 지나친 자경단 활동이군.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인데, 동포단이 발족된 원인이 그거 아니야?"
"거의 동시기에 생겨났습니다마는, 어느 쪽이 먼저일지는 무모한 의론이에요. 귀족의 압력을 참지 못해 동포단이 태어났는지, 동포단의 폭거를 보다 못해 금익당이 조직된 건지. 좌우지간, 그 두 조직이 왕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는 건 사실이니까요."
왕도에 사는 한 시민으로서 러셀도 난처해하는 모습으로, 두 문제 조직을 이야기하는 그의 말씨에는 노고의 기색이 엿보인다.
그렇다고는 하나, 왕도의 수비대가 애를 먹는 이유도 이제 명백하다.
한쪽은, 폭력성과 행동력을 무기 삼아 계속적으로 확대하는 동포단.
한쪽은, 이름만 잘난 귀족의 입장과 권력으로 명목상은 왕국을 근심하는 금익당.
어느 쪽도 루그니카 왕국뿐 아니라 웬만한 국가가 내포한 난제를 상징하는 조직이다. 이들을 손쉽게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은 발달하지 않았다.
"슬슬 목격 증언이 있었던 구획에 들어갑니다. 상대가 동포단 단장이라면, 아마 주위에 많은 동료들을 거느리고 있겠죠. 충분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그래, 알았어. 동료의 존재는 살짝 곤란하지만…… 내 생각에, 그는 숫자로 밀어붙이는 싸움을 선호하지 않는 인물로 보였거드으─은.​"
빼어난 실력의 주인은, 도리어 동료의 존재로 행동이 제한될 때도 많다.
특히 그 단장은 도둑질을 한 소년을 감싸고자 해 로즈월과 대치했다. 로즈월이 정정당당한 보복을 요구한다면, 그에 응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라고, 거기까지 생각한 참이었다.
"────."
갑작스러운 시선을 뒤통수에 느껴, 로즈월은 천천히 뒤돌아본다.
적의나 악의와는 무관한, 그냥 시선이다. 하지만, 러셀이 주의했듯이 이때 로즈월은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선은 태연하게 경계심을 뛰어넘어서 로즈월에게로 닿은 것이다.
그리고, 그 시선의 주인은──,
"……어린아이?​"
빈민가의 모퉁이에 홀로 서있는 건 한 유아였다.
나이는 4, 5살로 보이며, 잘 맞춘 흰색 티셔츠와 짧은 바지를 입고 있다. 깔끔한 차림새는 빈민가에 어울리지 않고, 인상을 보아하니 귀족 집 아이일 것이다.
불타오르듯이 새빨간 머리와, 하늘을 가둬놓은 푸른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
어리지만 반듯한 얼굴 속에서, 그 푸른 쌍모가 천연한 태도로 로즈월네를 보고 있다. ──그저 그뿐인 시선에, 로즈월은 숨을 죽였다.
그렇게 한 이유를 스스로도 알 수가 없어, 혼란한다.
"……너, 는."
"──로즈월?"
갈라진 로즈월의 목소리를 듣고, 러셀 또한 뒤를 돌아보며 유아를 알아차린다. 순간, 그도 마찬가지로 지금껏 알지 못하던 존재에 경악해, 눈을 부릅떴다.
그런 두 연상의 반응을 보면서, 유아는 "저기." 하고 입을 열고,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지금 아버님께서 일을 하고 계시는 중이라서요."
"……네 아버님이, 일을 하신다고?"
"예. 친구분을 설득하러요. 그러니……."
힐끗힐끗 유아가 눈치를 보고 있는 건, 로즈월네가 나아가려고 한 골목 쪽이다. 방금 들은 말을 믿자면, 그쪽에서 유아의 부친이 일을 하고 있다.
유아는 그 방해가 되지 않고자 해서 두 사람을 불러 세운 것이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러셀이 로즈월에게로 돌아보며 조용히 묻는다.
문제의 당사자는 로즈월이기에, 그 협력자에 불과한 러셀은 결정권을 갖지 않는다. 물론, 유아의 부탁을 뿌리치고 전진할 수는 있지만──,
"──그래. 네 아버님의 일이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그러면 괜찮을까?"
"──! 예, 감사합니다!"
그 대답을 듣자, 유아가 활짝 해맑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직후에, 희미하게 건조한 듯 느껴지던 공기가 부드러워지고, 로즈월과 러셀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본다. 그러고 나서, 러셀은 "하나 물어봐도 되니?" 하고 유아와 시선을 맞추며,
"우리는 저쪽에 용건이 있거든. 먼저 일을 하고 계신다는, 네 아버님의 성함을 가르쳐주지 않을래?"
"아버님 말입니까? 아버님은……."
러셀의 질문에, 유아는 낯가림 없이 대답한다.
그는 눈을 반짝이며, 세계에서 제일 자랑스럽고 의지할 수 있는 상대의 이름을 입에 담는다.

"──하인켈 아스트레아. 그것이, 제 아버님 이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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