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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왕선전일담 진영결성비화 :「피에 물든 신부와 유쾌한 하인들」 1-7

o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6.11 02:4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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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응접실을 내달리는 팽팽한 공기에 슐트는 당장에라도 호흡곤란에 빠질 것 같았다.

 

바리에르 저택에 손님이 찾아오는 일은 그리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찾아온다고 해도 그곳에 슐트가 동석하는 일은 일단 없다. 왜냐하면 슐트를 고용한 것은 프리실라고 저택에 오는 내객대부분은 라이프와 이야기 하기 위해 찾아온 것이기 때문이다.

 

외부와의 절충은 라이프에게 맡기고 평소의 프리실라는 영내 시찰을 나가는 일이 많다. 그 프리실라가 저택에서 손님을 맞이할 기회는 실로 처음이나 다름없는 사태였다.

 

뭣보다 그 놀람은 프리실라가 손님을 맞이한 것에서 그치지 않았다.

 

나쁘지 않구마, 이렇게 자그마한데도 제대로 해내고 있는기라. 안심했다카이

 

가, 감사하지 말입니다……」

 

우려낸 차의 감상에 슐트는 뺨을 딱딱하게 굳히고 더듬더듬 대답한다. 그런 소년에게 미소를 짓는 것은 연보라색의 머리카락을 가진 가련한 여성이다.

 

바리에르 저택을 찾아온 여성은 그 슐트의 굳은 뺨을 손가락으로 쿡 찌르고 그 간지러운 느낌에 슐트가 작게 목을 떤다.

 

아이코, 그래 긴장 안해도 된다카이. 내가 그래 무서워 보이나?

 

아, 아뇨, 그렇지는……」

 

「――관둬라, 암여우. 소녀의 시종을 희롱하지 마라

 

몸을 움츠리는 슐트를 보다 못한 프리실라가 끼어들었다. 주인의 목소리에 슐트가 노골적으로 안도하자 손님은 프리실라를 곁눈질하먀 입술을 삐죽인다.

 

그래 불리면 내라도 상처받는다 안카나. 슬마, 이 목도리 때문에 그래 부르는기가?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손님이 슐트를 만지던 손가락으로 자신의 목덜미――그곳에 감겨있는 하얀 여우가죽 목도리를 만지작거린다. 추운 날씨도 아니라 슐트의 눈에는 여성의 복장이 유난히 두꺼워보였다. 흰 색으로 통일한 그 모습은 가련한 이미지에는 어울리지만 역시 덥지 않을까.

 

하고, 슐트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여성의 말에 프리실라가 따분하다는 듯 코웃음 치고 말했다.

 

그거야말로 설마, 겠지. 네 년의 본성을 단적으로 표현했을 뿐이니라. 자각이 있으니 스스로 여우털을 목에 걸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 기특한지고

 

말로는 절대 안지는 사람이구마. 본성이 뒤틀린 걸로 말하자믄 댁도 내랑 같지 똑같지 않나?

 

프리실라의 날카로운 지적에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여자는 생소한 억양으로 반박한다. 그 여자의 태도야말로 슐트에게 있어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프리실라가 내객을 맞이했을 뿐 아니라 그런 프리실라를 상대로 대등하게 말을 나누는 여성이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두 사람의 대화는 날카롭고 독마저 섞여있어 결코 온건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데도 프리실라의 기분이 상하지 않는 것은 상대에게서 그에 합당한 가치를 찾아냈기 때문이리라.

 

그런 프리실라의 태도는 슐트도 전에 한번 왕도에서 본 기억이 있었다.

 

으음. 이래뵈도 내캉 자그마한 아들한테는 호감을 사는 편인디, 속상하구마

 

눈썹을 내린 채 손님이 그렇게 중얼거리는데 슐트는 깜짝 놀랐다. 정신차리고 보니 슐트는 그녀 곁을 떠나 프리실라의 바로 옆으로 돌아와 있었다.

 

해사한 미소가 깊어지고 그녀는 연두색의 눈동자에 프리실라와 슐트를 비추며 말했다.

 

주인님이 너무 좋은거구마. 잘 길들였다 안카나

 

길들였다니 웃기는군. 그대로 네 년에게 돌려주도록 하마. 취미로 개와 고양이 무리를 사역하는 네 년의 짐승 취미야말로 그 말에 딱 어울리지

 

 짐승 취미인 내 손을 빌리는 쪽이 그래 말하믄 허세로 밖에는 안들리는디, 안 그나?

 

「―――」

 

불쾌하다는 듯 프리실라가 눈을 가늘게 뜨고 손님은 웃는 얼굴로 그를 상대한다.

 

그 둘을 번갈아 쳐다보며 슐트는 도움을 청하듯 문 쪽으로 눈을 돌린다. 거기에는 프리실라의 종자인 알이 가만히 서서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벽에 기대어 지루해 보이는 알이 우왕좌왕하는 슐트의 시선을 알아채고 말을 건다.

 

왜 그래, 슐트짱

 

아, 알 님, 엄청 엄청 숨 쉬기가 힘들지 말입니다……」

 

 슐트짱의 기분은 알겠지만 나도 기분이 언짢은 공주님에게 섣불리 다가가고 싶지는 않구만. 지금은 그저 머리 숙이고 폭풍을 견뎌내는게 상책이라고 생각해

 

폭풍……」

 

의지해본 알에게서 원했던 답이 돌아오지 않아 슐트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것이 그저 바람이었다면 아직 덧문을 닫거나 방에 틀어 박혀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 이 상황의 본질은 바람이 아니라 두 여성의 눈총이다. 더해서――

 

 바람 대단해!  완전 장난 아니야! 그러니까, 미미도 아저씨 말에 찬성!

 

라며 이 방 안에 동석하고 있는 마지막 한 명이 알의 말에 신나서 찬동한다. 그건 알이 잃은 왼팔, 그 부분의 어깨에 들러붙어 떠들고 있는 몸집이 작은 소녀였다.

 

주황색 털에 햐얀 로브, 슐트보다 키가 작고 어주 생기발랄한 소녀다. 머리에는 고양이 귀, 엉덩이에는 꼬리가 나 있어 아인족의 자묘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객인 여성의 일행, 즉 이 묘인 또한 손님이다. 이렇게 큰 목소리로 떠드는 소녀의 모습에 여성이 얘, 미미하고 말을 건다.

 

미미, 남한테 너무 폐를 끼치면 안된다고 했제? 제대로 해야지 안카나

 

그치만 미미 심심해! 아가씨가 단장이랑 같이 못가게 하니까!

 

푱 하고 알에게서 떨어져나와 미미라고 불린 소녀는 자기 옷을 잡아당겼다. 여성은 그 몸짓에 쓴웃음 짓고 손짓으로 불렀다.

 

하모, 미미까지 보낸 내는 혼자가 되어버린다 안카나. 티비는 이사 준비, 헤타로는 리카드의 보좌로 보내버려서 위험하긋제?

 

우, 없어 단장이 없어분명, 이만크음 죽이고 있을텐데!

 

귀여운 얼굴로 무서운 소리를 다 하는구마 이 아는

 

우헤헤헤, 귀엽다니 쑥스럽구만요. ……얼레레?

 

여성에게 손짓당해 그녀의 무릎 위에 앉은 미미가 부끄러워한다. 말이 팍팍 나가는 경향은 있지만 그 모습만 보면 흐뭇한 광경이다. 순간, 그런 미미의 표정이 일변했다.

 

미미는 멍한 얼굴로 자신의 오른손에 시선을 주고 머리에 달린 고양이 귀를 크게 떨었다.

 

 

아가씨, 아가씨. 헤타로가 새끼손가락을 물었어! 새끼 손가락! 뭐더라?

 

상황종료, 피해도 없다는 보고긋제. 제대로 기억해두그라?

 

네잇 네잇, 그거야 그거! 내년에는 힘낼게! 엄청 힘낼게!

 

알긋다. 힘내그라? 그캉, 대답을 안하면 쓰나. 새끼손가락 물어서 대답

 

아이아이, 덥썩. 아파!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물고 뭐가 즐거운건지 미미가 바보같이 웃는다. 그런 대화에 슐트는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자신 이외에는 아무도 얼굴표정을 바꾸지 않았다. 애초에 알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그건 프리실라에게만 해당되는 말이었다.

 

암여우

 

네에 네에. 이제와서 새삼스럽긋지만, 와 그라노?

 

왜, 라니 이상한 대답이구나. 일이 끝났다면 고용주에게 보고할 의무가 있지 않느냐?

 

의자에 깊이 앉아 고개를 모로꼬는 프리실라에게 손님이 한 쪽 눈을 감는다. 그 입가에서 처음으로 늘상 떠올라있던 미소가 지워졌다. 그녀는 자신의 뺨에 손을 대고 말했다.

 

즈기 말이다, 착각하지 말그래이? 이 아들의 고용주는 어디까지나 내. 이번 일은 내캉 그쪽의 거래인기다. 고용이랑는 또 다른 이야기제. 멋대로 입장을 바꾸지 말그라?

 

하, 가슴 뿐만 아니라 도량까지 작다면 그 필사적인 태도에도 수긍이 가는구나. 어차피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소녀의 손바닥 안이다. 쓸데없는 발버둥을 향유하는 것에도 나름의 멋이 있는 법이다만 네 년에게 그 정도의 가치가 있을까?

 

그건 내한테 칵 물릴까 지레 겁먹고 미리 내빼긋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믄 되나?

 

독과 독, 치사량 이상의 대화에 슐트는 눈이 따가웠다. 알이나 미미가 태연한 것이 슐트에게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만, 먼저 슐트의 어지러운 시선을 알아챈 것은 여성 쪽이었다.

 

오래 있어봤자 서로 기분만 상할 것 같구마. 빨리 끝내는게 좋겠제. 짐작한 그대로 이번 일은 완료……그짝이 염려할 건 암것두 없는기라

 

염려할 정도의 일도 아니다. 날벌레의 존재가 거슬리긴해도 장애물이 되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니라

 

글쿠마, 그렇담 그런 걸로 해두긋다. 부부간의 문제에 참견하는 기도 촌스러운 짓이고 내캉 앞으로 좋은 관계……라는 말은 서로 탐탁찮긋제?

 

유익한 관계의 지속, 그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것이라고 확인하는 여성에게 프리실라는 침묵을 고수한 채 시선을 돌렸다. 그 시선의 가혹함이 그녀의 제의에 대한 대답이다.

 

그 답을 받고 여성은 탄식과 함께 일어서서 가볍게 손뼉을 쳤다.

 

내로서는 지불에만 차질이 읎다믄 그걸로 상관없다 안카나. 이 뿐인 교제, 그걸로 끝나주면 만족이다

 

「――이 뿐, 인가. 그리되지는 않을거라고 이미 알고 있지 않느냐?

 

「―――」

 

일어선 소녀를 올려다본 프리실라가 어느샌가 손에 부채를 들어 입가를 가린다. 그 몸짓을 내려다본 여성은 꽤나 마음에 든 듯한 목도리에 손을 댔다.

 

시선이 교차하고 적홍과 연보라가 서로 얽힌다. 그리고 프리실라는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

 

카라라기의 유력한 상회주가 사업의 확대를 위해 이웃나라에. 거기서 출점의 발판으로 적당한 영지의 영주를 노려 교섭하던 도중 자격을 얻었다. ……좋을 대로 해라. 소녀는 상관치않으니

 

뭔가 맘에 안드는 부분이라도 있는 기가? 괜스레 가시 돋친 말투다 안카나

 

두 번까지는 다시 말해주지. 좋을 대로 하라고, 그리 말했다. 하지만 세 번은 없다.

 

그 선고에는 프리실라의 잔혹한 열기가 숨겨져 있었다.

 

이 말에 거역하면 소녀는 용서하지 않는다. 그 섡전포고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여성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이내――

 

하아, 됐다 됐어. 이번 건은 수업료라는 걸로 달아두긋다

 

흐응. 모처럼의 보수를 포기하는 건가?

 

돈봉투에 덤벼들다가 괜히 책 잡히면 본전말도다 안카나. 게다가, 빈손으로 돌아갈 일은 읎다. 그건 피차 마찬가지 긋제?

 

어쩔 수 없다며 어깨를 으쓱한 여성은 프리실라에게 혀를 내밀었다.

 

슐트에게 그 두 사람이 나눈 대화의 의미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프리실라가 무슨 말로 여자를 몰아세웠고 여자 또한 프리실라의 속셈에 걸려들지 않고 능숙하게 벗어났다는 것만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라고 그 사실에 프리실라가 은근히 기뻐한 것도.

 

미미, 슬슬 돌아갈끼다 너무 느긋하게 있음 리카드 쪽이 기다리다 지쳐서 뭔 짓을 저지를지 모르니 말이제

 

, 알겠어. 그럼 아저씨랑 꼬마소년이랑 그리고 가슴이 커어다란 언니랑두 작별이네! 자! 작별인사!

 

붕붕 팔을 흔들고 미미가 씩씩하게 작별인사를 입에 담았다. 그 반대쪽 손에는 여성의 손을 쥐고 두 사람은 응접실의 문으로 향했다. 그렇게 떠나기 직전,

 

아 잊을 뻔 했다카이. 이건 괜한 참견일지도 모르긋지만, 남편 분의 목에는 제대로 목걸이 채워두는 편이 좋을끼라. 긁어부스럼이라도 만들면 큰일이다 안카나?

 

돌아가라, 암여우

 

네에 네에, 공주님은 정이 없구마

 

그 말을 마지막으로 여성은 미미를 데리고 응접실에서 나갔다.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용인이 그녀를 안내해 저택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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