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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마갤문학] [우갤문학] 수난어대.txt앱에서 작성

ㅇㄷ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23 23:46:16
조회 1762 추천 58 댓글 13
														

북적거리는 기차역의 한 구석, 윤수는 계속 서성이며 선로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기를 몇 분 째, 옆에 앉아 있는 남자에게 말을 건넸다.


"이보게, 지금이 몇 시요?"


남자는 손목시계를 한 번 보고서 대답했다.


"두 시 십칠 분이올시다."


"아, 고맙소."


두 시 십칠 분, 두 시 십칠 분. 그러면 오 분이 남았군, 하고 윤수는 중얼거렸다.


다리가 아파온 윤수는 손에 꽃다발을 꼭 췬 채로 대합실 의자에 앉았다.


'이번에 그 애 눈빛은 남달랐지. 이번에야말로 꼭 우승했을거야. 암, 힘든거야 나 혼자면 족하지.'


윤수의 얼굴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윤수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따갑게 내리쬐던 햇살이 구름에 가려진 모양이었다. 윤수는 그렇게 선선한 바람을 쐬며 기차를 기다렸다.


꽤애애애애액


저만치 기적 소리가 들려왔다. 기차가 다가오자 창 밖으로 얼굴을 내 민 사람들의 모습도 가까워져 왔다.


"여보! 나 왔소!"


"미숙아! 여기다 여기!"


윤수는 고개를 바삐 돌리며 아들의 얼굴을 찾아보았지만 기차가 멈출 때 까지도 찾을 수 없었다.


곧 완전히 멈춘 기차 안에서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혼자 걷는 사람들도 있었고 가족과 만나 얼싸안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그 사이 어디서도 아들 성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윤수는 인파 사이로 소리를 질러댔다.


"성호야! 여기다! 보이면 대답하거라! 성호야!"


꾸역꾸역 내리던 사람들의 수가 서서히 줄어들었다. 세 사람이 낑겨 내리던 문에 두 사람씩 내리고, 곧 한 사람씩만 내리며 점점 여유로워졌다. 그럼에도 윤수는 여전히 성호를 찾지 못하고 역 사방팔방을 뛰어다녔다.


"분명히 이 기차가 맞을 텐데..."


지친 윤수는 다시 의자로 가 털썩 주저앉았다. 팔로 땀을 훔치던 윤수의 눈에 기차에서 마지막으로 내리는 성호가 들어왔다. 윤수는 벌떡 일어나 두 팔을 벌리고 달려갔다.


"성호야, 수고했다."


하지만 성호의 눈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반가움의 눈물이라기엔 너무나 뜨겁고 슬픈 눈물이었다.


"...죄송합니다, 아부지."


윤수의 눈이 성호의 손으로 내려갔다. 성호의 손에는 그것이 들려 있었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던, 이제 연이 끝났다 생각하던


판넬.


혹시나 하여 반대 손을 보아도 트로피는 온데간데 없었다. 윤수는 다시 고개를 들어 아들의 얼굴을 보았다. 다시는 보고 싶지 않던, 모든 것을 놓친 저 표정.


윤수는 화가 치밀어 소리쳤다.


"너 꼴이 이게 무어냐. 이번엔 반드시 우승한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들고 온 건 트로피 반 쪽만도 못한 판넬뿐이지 않아! 이런 미련한 놈."


윤수는 꽃다발을 주지도 않고 씩씩대며 뒤돌아섰다. 그리고는 그대로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아부지, 아부지!"


성호는 눈물을 닦지도 못 한 채 무거운 판넬을 들고 비틀대며 아버지의 뒤를 따라갔다.


성호에게 왈칵 화를 쏟아냈지만 윤수의 마음은 여전히 답답했다. 성호에게 화가 났다. 성호에게서 보인 어릴 적 자신에게 화가 났다.


자기와 다른 길을 가기를 바랬던 아들이기에 실망도 컸다. 자신과 닮아가는 모습이 두려웠기에 다그친 것이었다.


그러나 아들이기에 자신을 닮은 것이렸다. 성호의 잘못이 아닐 테다. 내가 우승을 했더라면. 따지고 보면 아비인 자신의 탓이 더 큰 것이 아닌가.


거기까지 생각한 윤수는 뒤를 돌아보았다. 성호는 저만치서 여전히 비틀대며 따라오고 있었다. 저 판넬은 성호가 혼자 들기에는 너무 무거울 것이었다.


발 밑만 보며 걸어가던 성호는 눈 앞에 드리워진 그림자에 고개를 들었다. 윤수는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누그러진 말투로 꽃다발을 품에 안겼다.


"이거 받아라."


"이건..."


그리고 윤수는 손을 내밀어 판넬을 같이 들었다. 오랜만에 느껴 보는 판넬이었지만 여전히 익숙했다.


무겁던 판넬도 둘이 맞드니 가벼워졌다. 윤수는 성호에게 트로피를 가져다 줄 수는 없지만 이처럼 판넬의 무게는 덜어 줄 수 있었다. 성호의 표정은 한결 편해졌다. 그걸 본 윤수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졌다.


툭 투둑 투두둑


부자는 빗방울 소리에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부지, 비가 와요. 우산 없는데..."


"판넬 이리 줘 봐라."


"...?"


성호는 아버지께 판넬을 건넸다. 윤수는 판넬을 아들과 자신의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자. 이러면 적어두 머리는 안 젖구 갈 수 있지 않겠니."


그 모습을 본 성호는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만 울어라. 비가 와서 망정이지 사내자식이 참."


다행히 빗줄기는 그렇게 세지 않았다. 여유가 생긴 윤수는 성호에게 농담을 건넸다.


"만약 네가 판넬 대신 트로피를 가져왔다면 둘은 고사하고 너 하나도 비를 못 피했을 거다. 잘 했다. 정말 잘 했어. 껄껄껄."


아버지의 농담에 성호의 얼굴도 서서히 풀렸다. 빗물을 손에 받아 눈물을 닦아 낸 성호의 표정엔 옅은 미소가 어렸다.


"근데 아부지, 이렇게 가면 집에는 언제 갑니까?


"글쌔다. 저녁이 되건 새벽이 되건, 둘이서 걷다 보면 언젠간 가지 않겠나."


제 입으로 말하고도 참 답도 없다 싶었는지 윤수는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걸 본 성호도 픽픽 웃음이 새어나오다 같이 웃었다.


그렇게 둘은 외로운 빗길 속을 한 걸음, 한 걸음, 함께 걸어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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