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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그래도 우리는 대항한다 - 88

우라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2 01:46:37
조회 1098 추천 15 댓글 6
														

보통 암살시도가 일어나거나 하면 회담이고 뭐고 쫑나고 다들 돌아가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에는 그러지 않았다.



먼저 난 질러놓은 게 있어서 돌아가기가 좀 그랬다.



'내가 안 뒤진다고 했는데 돌아가면 내 체면이 뭐가 되냐? 저 새끼 쫄았네 소리 무조건 나오지?'


이렇게 되니 왜인지 나름의 배틀이 붙은 모양이었다.



내가 안 돌아가고 회담을 마무리하고 가겠다고 하니 드골도 프랑스인은 비열한 암살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를 외치면서 남았다.


이러니 애틀리에게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고.



역시 가랑이에 뭐 하나 달린새끼들을 미치게 하는 건 '쫄?'이구만.



아니, 이쯤 되자 각국 정부와 국민들의 자존심 배틀이다.


솔직히 '느그 총리 쫄아서 튀었지만 우리 대통령은 마지막까지 일정 수행하고 돌아갔지? 자 이제 누가 진짜 사나이지? 가랭이에 달린 거 떼라!' 이런 티배깅 어케 참냐고.


여기서 드골이 물러나면 프랑스인들은 한 50년간은 영국에게 놀림당할 거고 영국 왕실과 애틀리가 튀었다가는 정확히 반대 상황이 일어날 터.



그렇기에, 모든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



폴란드에서 일어난 전직 총통 암살미수 사건.



현재 레드팀의 가장 대표적인 국가 2개국, 한국과 소련.


그런데 소련은 스탈린이 골로 가버리고 베리야도 그 뒤를 따라서 가버린 뒤 누가 실세다 라고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고만고만한 놈들이 멱살 잡고 싸우고 있고, 한국도 총통 퇴임 이후에도 그의 거대한 그림자가 정계 전체를 뒤덮은 판.


물론 신분을 숨기고 학교 수위 노릇이나 하면서 말년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그의 본의는 아닐 것이나, 그는 모든 사회주의자의 교황이었으며 서울은 누가 뭐라고 해도 레드팀의 예루살렘이었으니.



즉 그의 정치적 입지는 영국 총리, 프랑스 대통령, 미국 대통령을 다 합쳐놓은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블루팀은 애초에 아직 완벽하게 미국 아래에서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셋으로 쪼개진 상태지만, 한국이야 말할 것도 없고, 소련도 비슷하다.


애초에 아무리 베드로가 세운 교회라고 해도 베드로가 죽고 없는데 사도 요한이 사도 중 유일한 생존자로써 무게잡고 있으면 눈치가 보이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소련 정치국이라고 해도 러시아 혁명 시절 1세대 볼셰비키 가운데 최후의 생존자(늙어죽지 않았으면 전부 숙청당했으니)의 의중을 완벽하게 무시할 수는 없다.


아무리 소비에트가 혁명의 적자라고 해도 장손이랍시고 작은할아버지에게 함부로 대하면 호로자식 소리 면하기 어려운 건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러니 소비에트의 마지막 큰어른이며 한국의 국부 되는 이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그가 암살당했을 시의 결과는 미국 대통령과 영국 총리와 프랑스 대통령이 한날한시에 암살당하는 것과 같았으리라.



그렇기에 이들은 암살 미수 사건의 전파와 동시에 전 총통께서 자기를 쏘려 하던 암살자를 친히 조져버렸다는 뉴스에 안도했다.


암살자를 친히 족칠 정도면 애초에 부상을 안 입었든가 입었어도 죽을 지경은 아니란 소리 아니겠는가.



그러나 사태는 그렇게 만만하게 돌아가지 않았다.




우선 미군이 알렉산드리아에 강습했다.


이 메시지는 명확했다. 더 이상 영국과 프랑스가 이집트를 압박한다면 무력행사를 강행하겠다는 것.



거기에 인도양의 미군 병력 일부는 쿠웨이트로 향했고, 쿠웨이트에 상륙해 있던 영국군의 상륙지에 병력을 투입하는 역상륙을 감행했다.


정상적인 전쟁에서는 자살행위지만 미군이 영국군에게 발포해서는 안 되고, 반대로 영국군도 미군에게 발포했다가는 사타구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강행할 수 있었던 강습.



미국의 중동 문제에 대한 개입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낸 것이었으며, 동시에 영국과 프랑스에 대한 경고였다.



'총통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소련과 한국을 어마어마하게 자극할 터, 저 망할 것들의 식민지 몇 개 때문에 핵전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이렇게 되자 애틀리는 절대 미군에게 발포하지 말 것을 명령하고 빠르게 한국 측과의 협의를 마무리짓고 프랑스를 배제한 채 협상 종결 발표를 위해 동분서주했다.


당연하지만 모든 라인을 통해 협상이 빠르게 급진전되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영국-한국, 위대한 타협에 도달하는가?>


<애틀리 총리, '한국 정부와 많은 부분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였으며 적절한 타협점을 도출해내었다. 나는 우리들이 휘말린 문제가 올해 내에 완벽하게 해결될 것이라 확신하는 바이다' 발언.>


<영연방 체제 출범 눈앞에, 영국 정부 고위 관계자 '거의 모든 해외 영토에 대한 민주적 절차를 거친 독립 논의 중' 발언, 치욕스러운 후퇴인가 위대한 도약인가?>


<한국 측 '핵무기 선제 사용 불허' 원칙 재확인, '한국 영토 내에 대량살상무기 공격이 가해지지 않을 경우 어떤 일이 있어도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 발언에 깔린 자신감의 원천은?> 



애틀리는 그야말로 숨돌릴 틈도 없었다.


일단 세계 긴장도가 죽죽 올라가고 있으니 '우리는 평화를 사랑해요!' '식민지는 평화적으로 단계를 거쳐 독립할 겁니다!' '군대 철수시킬게요!' 하면서 열심히 메시지를 보내야 하고, 그러면서도 한국 측과 협상을 이어가야 했다.



물론 한국만 온 건 아니었다.



에티오피아 대표단과 이집트 대표단이 도착해 논의를 이어나갔다.



"수에즈 운하 국유화 문제에 대한 보상금만 내주면 영국은 더 이상 수에즈 문제에 대해 논하지 않겠습니다."


돈이라도 받아야 체면이 선다며 애틀리는 나세르에게 항의했다.


"이집트 정부가 자신의 권리를 행사했다지만, 적어도 수에즈 운하의 갑작스러운 국유화와 이로 인해 파생된 각종 재산상의 손실에 대해서는 이집트 정부가 적절한 보상책을 제시해주기를 바랍니다."



영국군과 싸우기만 하면 깨지는 이집트의 상황을 고려할 때 나세르도 돈 좀 주고 이 침략자들을 쫓아낼 수 있으면 좋긴 했다만.



"프랑스도 영국이 데리고 나간다는 조건이라면, 앞으로 99년간 영국 국적 선박에게는 수에즈 통행세를 받지 않는 걸로 갈음하면 어떻겠소?"


나세르도 진짜 돈이 없어서 이런 애매한 합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애틀리는 이에 동의했고, 공식적으로 수에즈 위기는 종결된 셈이 되었다.



에티오피아 문제는 좀 더 복잡했다.



"현재까지 에티오피아가 넓힌 영토를 인정하고, 예멘의 영토 대부분이 에티오피아에 귀속된다는 걸 인정하며, 이곳의 석유 채굴권은 한국이 가져간다."


"이득은 반분이오."



"거기서 끝나면 안 되지 않습니까?"


"무슨 말씀입니까?"


"유대인 문제."


"아, 그건.........."


"우리 공화국의 위대한.... 달이신 총통 각하의 신변에 위험이 닥칠 뻔 했습니다. 두 번이나!"



왜인지 총통은 자기를 '공화국의 위대한 태양'같은 걸로 지칭하면 아주 발작을 했기에 말을 좀 바꿔서 달이라고 불렀다.


몇몇 호사가들은 총통이 자기를 달이라고 자칭하는 이유를 몇 가지 추측했다.



우선 총통은 2차대전 당시 자신을 태양을 삼키는 달이라고 말한 적 있다. 실제로 총통의 상징이자 한국의 국장은 검은 태양, 즉 개기일식의 순간 태양을 가린 달이었다.


그리고 그 태양은 일본의 상징이며, 중국의 상징이기도 하다. 



중국 황제와 일본 천황을 태양에 비유한 건 하루이틀 일이 아니니.



즉 총통은 '그 태양들을 묻어버리겠다'고 나선 것이지 그 태양이 되기를 원치 않았기에 태양이라는 칭호를 거부한 게 아닌가 하는 말이 있었다.



두 번째는 총통의 퇴임 이후에 나온 이야기인데, 총통이 민주주의에 진심이라는 걸 깨달은 이들 중에는 해가 떴을 때는 별이 안 보이지만 달은 별과 함께한다는 것에서 자신이 태양이 되면 너무 밝아서 민주정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면서 스스로를 달이라 부른 것이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뭐 공화국의 태양 같은 소리에 발작한 진짜 이유는 총통만 알겠지만.



"따라서 유대인들을 어떻게든 해야 합니다."


"프랑스 정부로써도 유대인 문제는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폴란드도 동의합니다."



유대인 문제는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문제가 전혀 아니었다.



당장 2차대전 직후부터 유대인들의 거취는 골칫덩어리였으니.



모든 걸 뺏기고 몸만 살아나온 유대인들이 많았지만, 그 유대인들의 재산을 돌려줄 수 있는가?


당장 예전에 그들이 살던 집에는 다른 이들이 가서 살고 있는데 이들에게 나가라고 하면 순순히 나가겠는가?



그럼 뭐 돈으로 보상해준다? 누가? 승전국이?


승전국은 '돈 없어' '우리가 왜?'라는 반응을 보이고, 독일은 그냥 망했고.



심지어 재울 데가 없다고 연합국은 강제수용소에 유대인을 도로 몰아넣고 몇 달에서 몇 년까지 쳐박아둔 경우까지 있었다.



그리고 그 여파가 지금까지도 심각한데.



"총통 각하께 의향을 여쭈어보았지만,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행위를 반성하기 전까지는 자신들의 국가를 세울 권리가 없을 뿐, 그들이 모두 죽어야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다르게 말하자면 지난 2천 년간 살아온 대로 살라는 것.



하지만 이미 그 폐해가 명확한데.


"모든 유럽의 유대인들을 각국이 협력해서 에티오피아로 추방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셀레시에 폐하께서는 유대인의 왕이기도 하시지 않습니까?"



에티오피아도 대환영이었다.



애초에 에티오피아는 한국보다 원래 인구가 적었던 데다 이탈리아와의 기나긴 전쟁으로 인해 노동가능인구가 대폭 죽어나가서 한국이랑 쇼부를 봐서 일본에서 대대적인 젊은 남성들의 이민을 받던 차.


이번 전쟁에서도 일본과 중국 용병과 노동자들을 대거 고용한 것도 한국 정부는 괜히 있어봐야 문제만 일으킬 인구들을 쫓아버리고, 에티오피아는 팔팔한 노동력을 대거 얻으니 윈윈인 관계였다. 그런 면에서는 3천만씩 죽어나간 인구를 복구하겠다면서 만주의 원래 주민들 씨를 말려버린 소련과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다.



물론 소련은 그 짓을 하면서도 나치에 부역한 우크라이나와 발트 지역을 족치겠다면서 나치에 죽지 않은 이들을 노인부터 어린아이까지 죄다 굴라그에 쳐박으려다가 한국과의 협상으로 이들을 만주에 집어던져 한국에 넘겨줄 만큼의 여유가 있었지만, 에티오피아는 그럴 인구도 없었다.


에티오피아, 그 넓은 땅에 전국민이 다해야 수백만에 불과했으니.



물론 출산율이 너무 높아서 기본적인 위생시설만 갖추고 해도 인구가 팍팍 불겠지만.



- 수도시설 있죠?


- ...........


- 있죠?



문제는 에티오피아 자체가 근대화가 전혀 안 된 동네라는 것.


아니, 황제가 뭔가 일괄적인 정책을 지시하기도 힘든 판이었다. 지역 귀족들의 힘이 너무 세서.



유대인과 동양인들 인구를 받아들이는 것도 지방호족 힘 빼서 중앙집권 성공하기의 일환일 지경이니 봉건제는 고려시절에 졸업한 한국에게는 '이게 나라냐' 싶은 수준이기는 했다만.


다들 잊어먹고 있었지만 이번 전쟁의 시발점이 된 에리트레아 종교반란도 그 원인 중 하나였다.



덕분에 황제는 깔끔하게 에리트레아 무슬림들과 반란에 가담한 여타 무슬림들, 예멘인들의 거주지에 이민자들을 쑤셔넣어서 머릿수로 찍어눌러버리겠다는 구상을 하는 바.


전 유럽에서 유대인을 추방해 주겠다면 인구에 굶주려 있던 에티오피아는 땡큐를 외칠 일이었다.



그리고 유럽은 자신들이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이라는 사실을 훌륭하게 입증해준 유대인들을 치울 수 있다.


겸사겸사 그들의 재산도 몰수하고. 아무리 히틀러가 알뜰하게 털어갔다지만 유대인들이 바보도 아니고 그걸 죄다 털렸을 리가 없지 않은가.



여기에 대해 반발하려는 이들이 잠깐 있었지만, 눈앞에서 왔다갔다거리는 핵전쟁 위기 앞에서는 아무 의미도 없었다.


전 세계가 버섯구름에 뒤덮일 것 같으니 동맹국도 잘라내는데 유대인쯤 내던지는 걸 주저할 위정자가 어디 있는가?


심지어 명분까지 차고 넘치도록 줘놓고서.



1차 세계대전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일어났는지가 각국의 정치인들 머릿속에서 잊혀지기에는 아직 너무 이른 시대였다.


총통 암살 미수에 대한 소식이 들려왔을 때 그들의 눈앞에 보인 데자뷰는 가브릴로 프란치프였으니.



다행히 이번 가브릴로 프란치프는 암살에 실패한 뒤 폴란드 정부의 재판을 받고 신속하게 교수대로 배송될 예정이었지만 운이 두 번 좋으리란 법 있는가.



"이 걸어다니는 폭탄들을 영원히 아프리카에 쳐박을 수 있다면 남는 장사지."


"저놈들 재산을 참 잘도 숨겨놨었군, 저걸 싹 압류하면 국가 예산에 얼마나 보탬이 될까."



전쟁이 끝나자마자 스위스로 몰려갔던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돈을 되찾았다. 가끔은 자기 돈이 아닌 것도.


스위스가 함락당하면서 나치에게 현물을 싹 털리긴 했지만 스위스 은행들은 물리적인 실체만 있는 게 아니었다. 특히 이런 쪽은 유대인들이 더 즐겨 썼으니 당연히 그쪽 바닥의 생리를 꿰고 있는 것도 당연지사.


스위스의 한 줌 남은 국부마저 해외로 유출되는 걸 본 스위스에서 반유대주의가 고개를 드는 부작용이 있었지만 일단 유대인들도 돈은 있어야 할 거 아닌가.



그러나 유럽 각국의 최고위층이 그들의 한 줌 남은 재산까지 알뜰하게 뺏고 이들을 알몸으로 아프리카로 내던질 궁리를 하는 중일 거라고는 유대인들도 생각하지 못했다.



꼬우면 명분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


핵전쟁을 꿈꾸는 위험한 민족이라는 딱지는 어지간해서는 떨어질 일이 없었으니.



결국 영국-프랑스와 에티오피아는 합의에 도달했고, 영국은 미국에 딜을 걸어서 중동에서 군대 전부 뺄 테니 석유제재 풀어달라고 요구했으며, 워싱턴은 이를 금방 받아들였다.


그뿐 아니라 인도, 동남아시아, 동아프리카, 남아프리카, 북아프리카 전역에서 영국군의 철수가 결정되었다.



프랑스도 인도차이나는 버려야 한다는 데에 동의했고, 아프리카 지역 대부분에서도 명예로운 퇴각을 선택했다.



딱 하나만 빼고.



"다른 곳은 다 독립시키더라도 알제리는 그럴 수 없습니다."


"드골 대통령님, 루르와 자르를 요즘 탐내신다고 들었습니다만, 루르 국제 보호령과 자르 국제 보호령을 해체하고 프랑스에 이 지역들을 귀속시키는 것을 지지해드린다고 하면 알제리에서 빠지시겠습니까?"


"그런 협상의 대상이 아닙니다. 미합중국은 저희가 얼마를 주면 알래스카를 파실 겁니까."



미국조차 프랑스의 똥고집에는 GG를 쳤다.


영국도 차라리 영향력 남기는 선에서 물러나는 게 좋지 않겠냐고 정중하게 '제의'했지만 일언지하에 거부.



결국 현재 회담이 늘어지는 건 전적으로 프랑스 문제였다.


프랑스는 알제리에서 정말 개처럼 쳐맞지 않는 이상 물러날 의사가 없다는 것도 명확했기에.



그리고 그러던 와중, 나는 영국 측의 손님들을 맞았다.



#



내가 머무는 곳은 빌라누프 궁전이었다.


폴란드-리투아니아의 국왕 얀 3세 소비에스키가 왕비를 위해 지어준 궁전이며, 폴란드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 중 하나로 여겨진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굉장히 운이 좋았던 것이다.



바르샤바의 시가지 90% 이상이 초토화되는 와중에도 독일 야전병원으로 쓰이느라 안전했고, 시가전 와중에도 일부 손상을 제외하고는 거의 피해가 없어 바르샤바 최고의 보물이라 불린다. 바르샤바 궁전이랑 라지비우 궁전, 브륄 궁전, 사스키 궁전은 다 파괴되었으니.


그리고 폴란드는 우리가 오자마자 시가지에서는 좀 떨어져 있지만 빌라누프 궁전을 숙소로 제공했다. 회담장은 바르샤바 시내에 있긴 했지만, 폴란드 측이 우리에게 보이는 성의를 알 만 했다.


거기에 암살미수 사건이 터지고 나자 당장 폴란드 측에서 우리에게 제공해주는 식탁부터가 최소 두 배로 호화로워졌다. 니들 예산 괜찮냐? 뭔 끼니마다 최고급 캐비어랑 명주가 나와?


뭐 준다니 감사히 받겠다만.



뭐 이유는 안다. 현재 폴란드의 안전은 다른 나라가 아니라 내가 보장해주는 거나 다름없거든.


지금 소련이 폴란드로 밀고들어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도 소련 내의 미묘한 국내정치적 상황 때문에 그렇지 내가 모스크바에 가서 당회의에 초청받아 연설 한 번 해주면 소련군이 전차를 몰고 바르샤바로 돌격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공식 직함 하나 없는 양반이 세계를 이렇게 주물럭거리는 것도 참 대단해.



아무튼 폴란드에게는 나한테 잘 보여야 하는 이유가 있다. 내가 후계구도 문제 때문에 결혼도 안 했다는 건 폴란드에도 잘 안 알려진 일이기에 그런 시도는 없었지만, 만약 내가 원한다는 기미만 내비쳐도 폴란드의 미녀란 미녀를 죄다 불러와서 밤시중까지 들게 만들었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다.



"근데 니들은 술은 안 먹지?"


나야 어른이지만 니들은 학생이잖아.



"안 먹습니다."


"그래그래, 많이들 먹어라, 즐길 수 있을 때 즐겨, 돌도 씹어먹을 나이 아니냐. 나도 니들 나이 때는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더라."


나는 피식 웃으면서 대홍포를 우려냈다.



"기름진 음식을 먹은 뒤에는 이게 최고다, 기관지를 보호하고 해독과 거담 작용도 하지."



대홍포는 우롱차의 일종이다.


절벽 위에 사는 딱 6그루의 나무에서만 나는데, 6그루 모두 300년이 넘는 수령을 가지고 있으며 청대부터 황제에게 진상되고, 중화민국 시기에는 국빈에게 제공되었다. 1년에 250g만 생산되거든. 나무가 300년 묵은 것 치고는 크지도 않아서.



2차대전 끝난 뒤로는 나한테도 진상됐다.



"이거 한 봉지가 10g이니까 8년치 생산량이 이 상자 안에 담겨 있는 거지."


"그런 걸 그냥 막 타주시는 검까......."


"시중에서도 대홍포라고 파는 거 있잖아. 그거랑 맛 비교해 봤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시중에서 파는 게 더 맛나더라. 주는데 안 받을 순 없잖아?"



문자 그대로 대통령이나 군주쯤 되지 않으면 맛도 못 보는 차지만 나는 그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



"애초에 나무가 진짜 그 딱 6그루만 있는 것도 아니고, 꺾꽃이시켜서 만든 나무들이 더 있거든. 이론상 맛이 다를 이유가 없어."


그리고 그건 시중에 제법 돌아다닌다.



그때, 한 사람이 급히 테라스로 다가왔다.



"각하."


"뭐지?"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영국 왕실의 친전입니다."


"총리는?"


"대동하시지 않으셨습니다."


"그 인간들이 날 뭐하러 찾는지, 흐으으."


나는 진저리를 치면서 몸을 일으켰다.



"어딘데?"


"아, 전 이만 일어나 보겠슴......"


"이미 왔습니다. 총통."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손을 내미는 여성을 바라보았다.



"예고도 없이 미안하게 되었군요. 이야기를 좀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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