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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롬연시 팬픽 : 그 후 - 2

TheTempe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1.28 12:20:11
조회 610 추천 28 댓글 15
														

"으음........."


드라가시스 황제는 눈을 떴다.


저쪽에 누군가가 등을 돌리고 서 있었다. 조그만한 두루마리를 펴서 읽어보는 중이었다.


그가 누군지를 깨달은 황제는 신음하듯 말했다.


"프란시스코."


"사촌? 엇!"


반쯤 몸을 일으켜 앉은 황제를 본 프란시스코의 얼굴이 크게 밝아졌다.


"깬 거야? 아차, 이럴 때가 아니지!"


잠시 뒤, 여러 사람이 방 안으로 밀어닥쳤다.




드라가시스는 일단 제일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여긴 어딘가?"


"세르비아의 왕궁입니다."


할리드가 보고했다.


"현재 폐하의 수중에 있는 병력은 모레아 군 일천기입니다. 나머지는 토마스 친왕께서 데리고 본국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아무래도 연합군이니만큼 시일이 촉박했기에......."


"무슨 말인지 안다."


한숨을 쉰 황제는 순간 눈썹을 치켜올렸다.


"세르비아의 수도에, 외국 군대가 주둔하게 해주던가?"


"이 도시 내에 저희 군대 외에 다른 무장 세력은 전혀 없습니다."


순간, 한 가지를 깨달은 황제는 몸을 일으키려 했다.


"무력점령한 건가?"

"아닙니다. 시민들이 성문을 열어 환영했습니다."


"주라지는? 저지하려 하지 않던가?"


"지하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폐하."


"그게 무슨............"


스칸데르베그가 이번엔 대답했다.


"시민들의 절반은 폐하를 칭송하고 있으며, 나머지 절반은 두려워서 반항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미 세르비아 의용군이 폐하에 충성을 맹세하기 위해 조직되고 있습니다. 관료 조직과 지방 귀족들도 장악했습니다. 지방 귀족들 중 대다수는 폐하께 충성했으며, 나머지는 사태를 관망하고 있습니다. 폐하의 재가를 얻으면 세르비아 의용군과 폐하께 충성을 맹세한 귀족들이 그들을 징치할 것입니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냐!"


"폐하, 이 마당이 된 이상, 이미 늦었습니다. 폐하께서 세르비아의 군주가 되셔야 합니다."


어지러웠다. 그들은 이걸 바라고 있었나.


"누가 시켰나."


"........."


"그대들이 이걸 혼자서 처리할 리 없지. 적어도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갖춘 존재가 지시를 내렸다고 받아들이겠다. 말하라, 누구냐, 형님이시냐?"


"아닙니다."


할리드가 대답했다.


"그럼 누구냐!"


"형수님."


"뭐.........뭐?"


프란시스코는 씁쓸하게 대답했다.


"사촌이 쓰러진 소식을 전하고 얼마 되지 않아 모레아에서 전령이 왔어, 직접 올 테니까 그때까지 이런저런 일들을 처리해놓으라고......."


"직접?"


순간, 현기증이 나서 도로 쓰러질 뻔한 황제는 입을 딱 벌렸다.


"주라지를 감옥에 쳐넣고, 귀족들에게 충성 맹세를 시키고, 세르비아 내의 관료조직과 군을 장악하고, 또 뭐랬지?"


"가능하면 귀족들이 말을 듣게 인질을 잡아놓으라고 했다. 그리고........"


소피야가 철두철미하게 행동했음을 깨달은 황제는 이마를 짚었다.


"세르비아의 왕관을 내게 주겠단 건...... 그녀의 생각인가?"


"편지 말미에 이 말이 있었어, 사촌에겐 두 개의 관, 그 중 하나가 제관이라고 할지라도 둘로는 너무 모자라다고."


"모레아와 제국의 관으론 부족하단 건가. 그래서 세르비아를......."


"맞아. 그리고 편지가 도착한 시일을 감안했을 때, 길어야 일주일 내에 도착할 거야. 그러면 사촌의 즉위는 기정사실이 돼, 2천의 군대가 수도를 완전히 장악한 상태에서 왕위 계승권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나는 거니까."


"2천? 천이라고 하지 않았나?"


"형수님이 천 명을 더 데려오고 있으니까."


"그 외에 특기사항은?"


"프랑스군의 그 여자....... 그 성녀...... 이름 또 까먹었네, 할리드, 기억하냐?"


"잔..... 오를레앙의 잔 다르크다."


"아, 맞아, 그 여자가 남았어.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사촌은 혹시 알아?"

"토사구팽,"


"응?"


"프랑스 왕에게는 상당한 골칫거리니까. 영국과의 전쟁 당시에는 영웅이었고, 자신을 즉위하게 해 줬지만 그녀의 위명을 업은 힘은 한계가 있는 법. 아마 아나톨리아에서 죽어버리기를 바랐겠지. 그 자 입장에선 안타깝게도 그녀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죽었지만."


그 다른 사람은 다름아닌 질 드 레였다. 프랑스군 별동대를 이끌고 술탄의 자식들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막다가 첨탑 위에서 발사된 복합궁을 이용한 저격에 낙마해 목이 부러져서 즉사한 것이었다.


그의 죽음으로 전열이 무너진 프랑스군은 다급히 달려온 잔 다르크와 모레아군으로 인해 전면적으로 패주하는 것은 면했지만 그 대가로 메흐메트의 도주를 허용하고 말았다. 물론 술탄의 다른 자식들은 전부 잡아 죽였다지만.


아무튼, 황제의 짐작은 정확했다. 샤를 5세는 말 그대로 잔에게 불가능한 명령을 내렸던 것이다.


<성지 예루살렘을 되찾고 이슬람교도를 완전히 붕괴시켜 교황에게서 인정을 받기 전에는 돌아오지 말 것>


게다가 프랑스군은 전부 돌려보내면서, 결국 혼자 하란 소리였다. 가능할 리가 없다.


결국 잔 다르크는 자신이 버림받았단 걸 깨닫고 좌절해야만 했다.



사흘 뒤, 걸어다닐 수 있을 만큼 회복한 황제는 검 한 자루만 차고 수행원 없이 궁전 뒤뜰로 나갔다.


'아드리아노스를 떠나보내던 밤, 그날도 이러했었나........'


그곳은 그리스, 이곳은 세르비아다. 하지만 느낌만은 비슷했다.


'그걸 알면서! 어찌 이리 늦고서야 나타나셨습니까!'


귓가에 생생한 예니체리의 목소리였다.


'의미없는 싸움 같은 건 없다......!'


'어째서입니까! 왜 하필 지금입니까! 제 부모의 눈물은 왜 보답받지 못한 것입니까! 저는 왜 전하의 신민이 될 수 없는 것입니까!'


'제국이 그리도 중요한 것인가?'


'모든 걸 움켜쥐기엔 사람의 손이 너무나도 작았다. 그래서 지켜야할 것을 하나씩 줄였다. 흘러내리더라도 그것을 줍고자 손을 놓지 않게. 오래전 잃은 옛 영광 따위 손을 떠난 지 오래다,'


'나를 따르는 자들의 주권과 자유를 위해서.'


'지금까지 희생만 강요해왔다. 저번에도, 이번에도, 그리고 다음에도 그러겠지. 언제쯤 그만둘 수 있을까, 나 자신마저 회의를 품는 차에 그대마저 떠나는구나.'


'전하를 진심으로 모실 때부터 각오한 당연한 희생입니다.'


'그렇다 해도, 나는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어리석은 자가 되진 않겠다.'


그때, 어디선가 슬픈 곡조가 들려왔다.


"뭐지?"


바람 소리와 그것에 섞여서 들려오는 희미한 피리소리, 슬프고, 애절한 곡조였다.


그 소리를 쫓아 황제는 자신도 모르게 걸어갔다.


금발의 흰 피부를 가진 여성이 뒤로 돌아앉아 바위 위에 걸터앉아서 풀피리를 불고 있었다.


그리움, 슬픔, 안타까움, 애절함, 그런 감정들이 녹아든 곡조였다.


나무와 풀들, 하늘의 달과 별들을 관중 삼고, 하늘과 대지를 무대로 삼은 연주회,


그곳의 유일한 방청객과, 그의 존재조차 인지하지 못한 연주자의 사이를 바람이 스쳐지나갔다.


마침내 연주가 끝나자, 황제는 입을 열었다.


"연주, 잘 들었습니다."


화들짝 놀란 여자는 후닥닥 등을 돌렸다.


"황제 폐하?"


조용히, 드라가시스 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붉게 상기된 볼에는 눈물 자국이 선명했다. 다시는 고향에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바친 조국에 버림받은 운명에 분개한 것일까, 아니면.........


"계신 줄 몰랐습니다."


"나도...... 이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괜찮네."


조금 망설이다 한 마디를 덧붙였다.


"고맙네, 걱정해 줘서."


"폐하, 한 가지만 여쭙는 걸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황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주위를 차가운 바람이 감싸고 돌았다.


황제의 귓가에, 그 바람 소리는 누군가의 목소리로 들렸다.


'그렇다면 전하, 청하옵건데 제 마지막 청을 들어주소서.'


'폐하라 불러도 되겠나이까.'




왜일까, 그때의 기억이 다시 찾아드는 것은,


이곳은 아테네도 아니고 세르비아의 왕궁이다. 그때 잔혹한 선택을 강요하던 오스만은 멸망해 그 영토와 백성들은 제국으로 편입되었다.


자신의 앞에 선 사람은 자신의 신하도 아니다. 아드리아노스는 더더욱 아니다. 프랑스의 성녀, 오를레앙의 성녀 잔 다르크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이렇게 말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는 결국 입을 열었다.



"얼마든지."







어으으........ 왜지, 왜 내가 써놓고 내 손발이 오그라드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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