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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제목 없음.1모바일에서 작성

ㅇㅇ(223.62) 2019.01.29 18:49:18
조회 134 추천 10 댓글 4
														

밤이 깊었지만 강녕전의 불은 꺼질 줄 몰랐다. 무슨 고민이 있어 한 나라의 임금인 자가 잠을 못자는지, 건강을 걱정하는 환관들의 두런거림이 밤바람을 타고 어둠이 내려앉은 대궐에 울려퍼졌다. 그러나 쉽게 꺼질 불이었다면 애초에 켜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사람들의 걱정과는 무관하게 창호 너머엔 여전히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하아...."

선조는 감았던 눈을 뜨며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일본을 정탐하러 갔던 사신단들이 돌아온 이후로 거의 매일 같이 이루어지는 한탄이었다. 한쪽에서 전쟁이라 하면, 한쪽에선 전쟁이 아니라 그러고 어찌 어찌 타협이 이루어져 성의 보수를 하기로 결정하였는데 이번엔 백성들이 그럼 농사를 누가 짓느냐 하며 하소연이엇다. 신하와 백성이란 자들이 바로 앞을 못보고 이러니 답답할 따름이었다.   답답한 마음 때문인지 머리 위에 있는 천장이 협소하게만 느껴져 선조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뒤로 아직 깨어있는 환관들이 문이 열리는 소리에 놀라 분분히 선조를 따랐다.
목적없이 무작정 걷다 보니 발길이 경희루에 닿았다. 선조는 누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수면은 그의 심란한 마음관 무관하게  환관들이 들고 있는 등불빛을 잔잔히 반사하고 있었다. 그 모습마저 부아가 치밀어 선조가 말했다.

"누가 되었든 저 연못에 돌을 좀 던저 보거라."

"예, 전하."

그 말에 다른 누구도 아닌 상선이 허리를 굽히고 나와 연못 위로 돌을 던졌다. 통. 물방울이 튕기며 수면에 물결이 일었다. 선조는 그걸 만족스래 처다보다 돌을 던진게 상선이란 사실을 깨닫곤  짐짓 놀라 말햇다.

"이제 그대도 지위와 나이가 있는데 상선은 이제 그리하지 않아도 된다."

"전하를 보필하는데 지위가 무슨 상관이겠사옵니까"

그러나 상선의 표정은 말과는 달랐다.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게 있어 일부러 나선 눈치였다. 정치에서 구르고 구른 선조가 그걸 몰라볼리 없었다. 그러나 신기한 일이었다. 이제껏 외적으로 사사로이 의견을 꺼낸 적이 없던 상선인데 말이다.

"할 말이 있거든 해보거라."

상선이 주위에 들리지 않게 조곤거렸다. 남이 말을 듣는게 두려운 것 같았다.

"요 근래 왜의 방비때문에 걱정이 많으신줄 아옵니다. 허면 용을 길들이면 되지 않겠사옵니까?"

"용?"

예상치 못한 단어에 선조가 눈을 껌뻑였다. 입에 담는 것도 낯설었다. 그게 다 옛 나라의 왕족 왕씨가 스스로를 용의 자식이라 칭하며 모반을 일으킨 탓이었다 난은 한달이 안되서 진압됐지만 왕씨를 따르는 용들 때문에 피해가 너무 컷다. 때문에 그 사태 이후론 나라가 아니라면 사사로히 용을 키울 수 없고 야생의 용들은 척룡갑사란 조직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잡아들였다. 그 일은 세종 대에 이르러선 끝이 났지만 후대 왕들이  큰 전쟁이 일어나지 않아 많은 돈을 들이는 용 사육을 꺼려한 탓에 선조가 알기론 지금 화령에 남아 있는 용이라고는 태조를 따르던 3마리의 노룡과 오위의 6마리 함경 전라 경상 각지에 분포된 8마리, 모두  17마리에 불과했다.
선조는 고개를 저었다.

"되었다. 용을 구하기 쉬웠다면 우리가 지난 겨울에 명에 사신을 보내 노룡의 짝짓기를 해주라 간청하였겠는가."

"방도도 없이 말을 꺼냈겠사옵니까. 전하. 제가 소싯적 용에 관해 관심이 많아 그 쪽 분야의 뭇 사람들과 교류를 많이 했던 적이 있사온데 대부분은 책만 보고 배운 자들이었으나 단 한명만은 진짜 조선 여진의 국경을 넘나들며 명나라 사람들과 같이 용을 잡던 자였사온데 그 당시에도 이미 그 분야에 명성이 자자했사옵니다. 그 자도 같은 조선 사람이라 왜적이 처들올테니  용을 잡아오라 시킨다면 감히 전하의 말에 거부나 할 수 있겠습니까."

"허어, 조선에 아직 그런 사람이 남아있었는가."

선조는 수염을 쓰다듬었다. 정말 가능한 일이라면 마음이 동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막상 잡지 못 할 가능성도 존재했으니 이번 전쟁에선 용을 볼 수 없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왜놈들 문제를 떠나 이번 기회에 용을 늘릴 수 만 있다면....
그러다 문득 하나의 이름이 떠올랐다.

".. 착룡갑사, 착룡갑사에 지금 사람이 몇이나 있느냐."

조선에 잡을 용이 없어진 이후로는 거의 유명무실해져 명예직같이 되버린 조직의 이름을 불렀다.

"잠시만 기다리옵소서. 전하."

승상의 눈치에 환관들 중 한명이 종종 걸음으로 뛰어갔다  온 뒤 말했다.

"모두 10 이옵니다. 전하."

"알겠다."

선조는 대답과 함께 다시 강녕전으로 걸어갔다. 오늘은 푹 잠을 잘 수 있을 거 같은 기분이었다.


압록이란 이름처럼 아침 햇살에 푸른 옥빛으로 반짝이는 강물이 동에서 서로  흘러내려가다  발해만의 바닷물에 섞여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게 요동과 가까운 조선의 풍경이었다.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그 모습을 바라볼때면 호는 묘한 거북함을 느꼈다. 마치 이 나라 자체가 그를 거부하고 있단 기분이었다. 압록을 볼때마다 이 나라 화령에 제대로 속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가 생각나기 때문인건지도 몰랐다. 할아버지가 생전에 말했던 내용이 떠올랐다.

\'용의 자식으로서 선조들의 선혈이 어린 땅에 살고 있다는 것에 자심감을 가지거라.\'

그 나라에 제가 설 자리가 있는겁니까. 할아버지.
그러나 이미 죽어 묫자리에 들어간 양반이 답을 할 수 있을리가 없다. 강변을 따라 부는 새찬 바람소리만이 귓가를 스칠 뿐이었다.
강안에 서 있는 호의 모습을 본 뱃사공이 자연스래 배를 앞에 가져다 댔다. 수영 할 생각이거나 걸어서 지나갈 수 있는 곳까지 동진할 생각이  아니라면 어쩔 수 없이 자기를 타야한다는 걸 잘 알았던 것이다. 호랑은 이미 몇번이고 마주한 탓에 서로 얼굴도 알고 있을 정도였다.

"탈거요?"

뱃사공이 노에 턱을 괴며 물었다.  고개를 끄덕인 호가 돈을 꺼내준 후 배에 옮겨 탔다. 곧 노가 다시 강물을 갈랐다. 수면 위로 비치던 사공과 호의 모습이 물결에 일그러져 금방 알아 볼 수 없게 변해버렸다.
호는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요새 화령엔 별 일 없엇습니까."

"별 일이 없긴. 삼남도에서 올라온 사람이 말해줫는데 요새 그 동네는 왜놈들이 처들어온다고 성을 쌓느라 아주 죽겠자는 구만."

"진짜 처들어 온답니까?"

"낸들 아나. 나야 여진 놈들 신경쓰기도 바쁜데."

호의 물음에 어깨를 으썩이던  뱃사공이 흉흉한 눈길로 북쪽을 처다보았다. 하긴 니탕개란 자가 북방을 흔들어 놓은지 10년도 지나지 않아 있었다. 거기다 요근래 다른 여진들의 동태도 심상치 않으니 압록으로 먹고 사는 그의 맘이 지금 말이 아닐 것이었다. 지금 같은 시절엔 목숨을 내놓고 하는 일이었다. 이름모를 새가 수면에 바짝 붙어 배 옆을 가로질렀다. 이곳에서 저 새만이 아무 걱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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