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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팁/가이드] [정보/장문] 역대 체스챔피언들의 기풍을 바둑기사와 비교해서 알아보자

ㅇㅇ(60.253) 2024.01.02 20:00:32
조회 2103 추천 63 댓글 19
														


체스와 바둑은 각각 서양과 동양에서 대표적인 보드게임으로, 턴제의 완전정보 게임이라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룰과 방식이 전혀 다르고 각자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바둑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바둑은 특정한 좌표의 빈 점의 사방을 자신의 돌로 둘러싸면 그것을 집이라고 하고, 상대보다 많은 집을 확보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간단히 생각해서 1개의 빈 점을 자신의 돌로 둘러싸려면 4개의 돌이 필요한데, 바둑판을 정사각형으로 봤을 때 한개의 변에 붙어서 1집을 확보하려면 3개의 돌, 한 개의 꼭지점에 붙어서 1집을 확보하려면 2개의 돌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귀퉁이에 우선적으로 집을 확보하고, 변으로, 나중에는 중앙으로 집을 넓혀가는 것이 일반적인 바둑의 양상인데, 361개나 되는 바둑의 빈 점을 상대보다 더 많이, 효율적으로 확보하려면 게임을 길게 보고 큰 그림을 그려야만 한다.


그런 과정에서 바둑 기사들 중 일부는 실질적으로 확실한 집을 확보한 후 그것을 지키는 방식을 선호하고, 일부는 확실하지 않아도 넓은 집을 확보할 수 있거나, 상대와 싸워서 이기기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후 상대를 공격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데 전자를 실리형(수비적), 후자를 세력형(공격적) 기풍이라고 한다.

또한 상대방의 세력권 안에서 공격적으로 확보한 불안정한 집을 전투를 통해 지키는 방식을 타개형(공격적 수비)이라고 하는데, 타개형은 실리형의 갈래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여기까지 보면, 체스와는 전혀 다른 것 같아 보이지만 생각 외로 바둑기사들의 플레이 스타일이 역대 체스 챔피언들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데, 지금부터 체스의 역사를 따라가며 비교하여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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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대 체스챔피언 : 빌헬름 슈타이니츠

슈타이니츠는, 사실상 0대 챔피언이라고 할 수 있는 체스의 아버지 폴 모피가 사망한 이후, 이제 체스의 1인자가 누구냐는 사람들의 논쟁이 지대해졌고, 그 과정에서 열린 월드 챔피언십에서 최초의 세계챔피언에 오른 인물이다. 그 당시 체스는 아직 오프닝 이론과 포지셔닝의 개념이 없던, 말하자면 전략이 없이 전술만이 난무하던 낭만의 시대였는데, 그는 젊은 시절 이런 전술의 대가였다. 당대에는 기물 희생이 가장 주요한 전술이며 전략이었고, 오프닝 3원칙조차 없었다.

나이가 들며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감각적으로 익힌 체스에 대한 가치관을 통해 이론을 정립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중앙 확보, 비숍쌍 이점, 나이트 전초기지, 폰 스톰 등이다.


한편, 1980년대 바둑의 종주국이었던 일본에서도 당시의 슈타이니츠 시대의 낭만주의 체스와 비슷하게 서서히 현대 바둑의 이론이 정립되고 있었는데 그 당시 마지막 낭만주의 바둑 기사가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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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류' 다케미야 마사키

선술했던 대로, 바둑에서는 4개의 귀퉁이에서 먼저 집을 확보하고 그걸 변으로, 중앙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제로 대다수의 바둑 경기는 대부분의 집이 귀에서 확보되고 중앙은 서로의 세력이 부딪혀 회색지대가 형성된 채 끝난다.

하지만 다케미야는 이 개념을 완전히 뒤집어, 귀와 변에서 상대방이 집을 야금야금 넓혀나가는 것을 내버려둔 채, 중앙에 두터운 세력을 확보하는 식의 바둑을 즐겨했는데, 중앙에서 거대한 집을 내는 것이 마치 드넓은 우주를 연상시킨다고 해서 그의 기묘한 포석을 사람들은 우주류라고 불렀다.

바둑에서 귀와 변의 끄트머리를 기준으로 3칸 위(3선)를 확실한 집을 확보한다는 의미에서 실리선, 4선을 세력선이라고 부르는데 그의 돌은 무려 5선에서 둥둥 떠다닌다.


물론, ai까지 도입되며 고도의 연구가 이루어진 지금 시대에 프로 경기에서는 먹히지 않겠지만, 당시 그는 세계 대회에서 맹활약을 거두었고 인공지능 등장 전까지 세력형 바둑기사들의 스타일은 모두 다케미야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낭만주의 시대의 마지막 기사라는 점과 현대 이론 정립에 큰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슈타이니츠와 다케미야는 상당히 흡사하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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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세계챔피언 : 호세 라울 카파블랑카

카파블랑카를 상징하는 단어는 2개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전략과 엔드게임.

그는 낭만주의와 모더니즘 체스 사이의 과도기에 있던 선수였고, 여전히 현대의 체스 이론은 정립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시대를 그는 혼자서 앞서 나가고 있었는데, 기이하게도 마치 현대의 체스 이론을 자기 혼자 알고 있는 것처럼 전략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높았다. 탁월한 전술적 이득이 없어도, 서서히 포지션적인 이득을 취해가면 결국에는 이기게 된다는,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이기는 방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의 엔드게임은 지금의 인공지능으로 분석해도 정확성이 매우 높을 정도로 탁월한데, 이 모든 것이 전략에 대한 이해도 덕분이었다. 그에게는 엔드게임이란 것이 결국 하나의 거대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는 포지션이 엔드게임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내리면 기물을 몽땅 교환해버리는 것을 특히 선호했는데, 이런 식으로 게임을 단순화 시켜버리면 상대에게는 이길 기회가 없어졌다. 이런 기풍은 특이하게도 바둑의 알파고와 비슷한데, 알파고는 매커니즘 상 수계산의 갈래를 줄이기 위해 게임을 단순하게 만드는 걸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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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부처' 이창호

이런 카파블랑카의 기풍은 이창호와 매우 유사하다. 이창호는 미세하더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이 되었을 경우, 상대에게 집을 일부 내주고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전투를 피했다. 어짜피 본인이 이기게 될 형국이라면 굳이 전투를 해서 변수를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체스로 치자면 폰 2개 정도 앞서고 있을 때, 게임을 단순화 할 수 있다면 폰 1개 정도는 갬빗해도 상관없다는 그런 마인드였다.


그래서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어? 생각보다 해볼만 한데?' 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그리고 경기에서 지면 간발의 차로 졌다고 아쉬워한다. 그 모든 것이 이창호가 설계한 판에서 놀아난 것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이런 기풍은 상대에게 마치 벽을 보고 혼자 싸우는 듯한 느낌을 주게 된다. 특히 이창호의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타고난 포커페이스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두터운 세력을 바탕으로 끝내기(바둑의 엔드게임)에서의 미세하지만 확실한 승리,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가 카파블랑카와 마찬가지로 끝내기의 수계산에 매우 강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창호의 별명 중에는 계산의 신이라는 '신산'이라는 별명도 있다.

이창호 이전의 바둑은 대부분 중반에서 승패가 결정되고 끝내기의 계가싸움이 크게 중요하지 않았는데, 이창호 이후부터는 끝내기가 바둑의 중요한 이론의 일부가 되었다. 놀라운 것은, 이창호는 이렇게 세상을 통달한 신선같은 바둑을 이미 15살 때부터 두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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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대 세계챔피언 : 미하일 탈

미하일 탈은 굳이 길게 말 안해도 알 거라고 생각한다.

그는 역대 모든 체스챔피언을 통틀어 가장 공격적인 기풍을 구사했는데, 그 중 일부는 블런더였지만 기세로 상대방을 압박하고 국면을 복잡하게 끌고가서 상대를 흔들어놓아 블런더를 탁월한 수로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의 희생 전술이 멋진 이유는, 희생을 전략으로도 사용했기 때문인데 전술적으로 즉각적인 이득이 없어도 상대의 포지션을 무너뜨릴 수 있다면 희생을 감행했다. 체스는 바둑에 비해 단기적인 이득이 중요시되는 경우가 많은데도, 그는 마치 체스를 바둑 두듯이 포지셔닝적인 세력을 중시한 플레이를 구사했다.

마치 낮은 레이팅에서나 가능할 법한 플레이로도 그가 세계 챔피언일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엔드게임에서 매우 강했기 때문인데, 희생 전술이 막혀 조금 불리해지더라도 엔딩에서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던 것이다.

사실 엔드게임에 강한 것은 모든 챔피언의 공통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결국 수읽기가 깊고 정확한 마스터 레벨에서는 체크메이트보다 엔드게임이 승패를 결정하는 판도가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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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매' 유창혁

그의 이명으로는 '세계 최강의 공격수'라는 말이 있는데, 말 그대로다.

체스는 공격하는 쪽이 유리한 경우가 많은데, 바둑은 어지간하면 공격보다는 수비하는 쪽이 유리한 경우가 많다. 체스는 턴이 진행될 수록 체스판 위에 남아있는 기물의 개수가 줄어들지만 바둑은 턴이 진행될 수록 확정가(확실한 집)가 많아지고, 공격에 막혀서 확정가의 차이가 벌어지면 뒤집을 방법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상급 프로기사들은 절대다수가 수비형 기풍이고, 이세돌처럼 선실리 후타개의 전투를 선호하는 기사들 또한 자신을 집을 수비하며 상대가 걸어오는 전투에서 이득을 취하는 기풍을 선호하지, 세력을 바탕으로 먼저 공격을 하는 기풍은 아마추어나 여성 기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술이다.


하지만 유창혁의 공격은, 단순히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공격이 아니라 깊이가 있는데, 그는 바둑에서의 급소, 체스로 치자면 상대방의 포지션적인 약점을 읽는 능력이 매우 뛰어났다. 바둑은 기물을 가지고 두는 게 아니기 때문에 체스처럼 기물을 희생하는 전술은 없지만,(사석작전이라는 게 있긴 하지만 체스의 희생과는 결이 다르다) 공격하는 측에서 공격을 실패했을 때는 체스에서의 희생 실패처럼 큰 손해를 보게 되는데, 공격을 하면서 소모한 돌들이 결국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공격에서 성공하면 대마를 잡거나 상대방의 집이나 세력을 크게 지우는 등 큰 이득을 보게 된다.


말하자면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교묘한 줄타기가 공격적 바둑의 묘리인데, 이 분야에서의 최강자인 유창혁이 체스의 미하일 탈과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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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대 세계챔피언 : 티그란 페트로시안

미하일 탈이 세계 최강의 창이라면, 페트로시안은 세계 최강의 방패. 체스에서는 특이하게도 굉장히 수비적인 기풍을 선호한다. 그는 상대보다 자신이 실력이 앞선다는 전제하에 게임을 진행했는데, 변수를 만들어 게임을 복잡하게 만드는, 미하일 탈과 같은 플레이를 운에 맡기는 도박이라 치부할 정도로 변수가 적은 두터운 기풍을 선호했다.


수비형 답게 클로즈드 게임을 매우 선호했는데, 중앙을 내주며 불균형을 유도하는 하이퍼 모더니즘 체스 이론의 대표적인 오프닝인 킹즈 인디언 디펜스에서 d5로 폰구조를 닫아버리는 페트로시안 바리에이션이 대표적이다.


그는 수비적이면서도, 상대의 급소를 찌르는 의외의 공격성도 겸비했는데, 동시대의 미하일 탈이 희생 전술이 들어오면 '올 것이 왔구나'지만, 페트로시안의 희생은 변수를 싫어하는 그의 성향답게 확실한 계산하에서만 들어왔기 때문에 'ㅈ됐다'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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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의 수문장' 녜웨이핑

페트로시안의 별명이 '강철의 티그란'인데 이 사람도 별명이 비슷하다. 그는 두터운 세력을 바탕으로 집을 굳혀나가며 상대의 공격을 받아치는 기풍에 능했는데, 말 그대로 만리장성 같은 벽을 쌓는 대륙형 기풍이다.

그는 80년대 문화대혁명기의 고난을 겪고 일어선 중국의 바둑 영웅인데, 사실상 바둑의 월드 챔피언십인 응씨배에서 당시 한중일에서 가장 바둑 약소국이던 한국의 조훈현에게 결승에서 패배한 후, 왕좌를 넘겨주게 되었다. 조훈현이 응씨배에서 승리하게 되며, 그를 보고 성장한 후배 바둑기사들이 향후 수십년간 바둑을 평정하게 된 것이다. 그만큼 그는 중국 바둑계에서 상징적인 존재였다.

날카롭고 경쾌한 행마를 통해 상대를 찌르는 스타일의 조훈현이 당대의 미하일 탈이라면, 두터운 세력으로 그것을 막아내는 녜웨이핑은 당대의 페트로시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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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대 세계챔피언 : 바비 피셔

천재의 대명사. 그는 굉장히 창의적인 전술을 기반으로 한 공격적인 플레이에 능하면서도, 기물의 연계를 통한 포지셔닝에도 강했다. 그것을 기반으로 한 미들게임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의 유명한 특이점으로는 많은 오프닝 중에서도 오직 e4만 두었다는 것인데, 흑으로 둘 때도 카로칸 디펜스 같은 닫힌 게임을 굉장히 불호하며 거의 시실리안 디펜스만 두었다. 레파토리가 적지만, 그 안에서는 굉장히 강했다. 하지만 병적으로 무승부를 극혐했기 때문에, 무승부 라인에서 무리하게 공격을 하다가 블런더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실제로 무승부 라인은 그에 대한 주요한 상대법이었다.


e4만 두지만 다른 레파토리에 대한 이해도도 낮다고 할 수 없는게, 영화에서도 나온 장면으로 챔피언십에서 스파스키의 주력인 퀸즈 겜빗 거절로 그를 압살해버린 장면은 그의 천재성과 체스의 이해도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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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돌' 이세돌

'선실리 후타개', 상대방이 공격할 수 밖에 없도록 불리한 포지션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전투에서의 타고난 창의성과 천재성으로 판세를 뒤집는 그의 기풍에 모든 바둑팬들을 열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바비 피셔와 마찬가지로 타고난 천재형 기사로, 중반 전투에서 신의 경지 수준으로 매우 강했다. 반면 바둑의 오프닝이라고 할 수 있는 포석에서는 실력에 비해 약세를 보이는데, 이 또한 e4만 두던 바비 피셔와 비슷한 느낌이 있다. 이런 약점은 오히려 상대를 유혹해서 그의 주특기인 흔들기와 전술이 발생할 수 있는 불균형을 유도해서 게임을 그의 주무대로 만드는 역할을 했다. 즉, 약점을 상대보다 한 수 위의 실력으로 커버하는 것이 그의 매력이다.


하지만 이런 약점은 2010년 이후부터 두드러지게 되는데, 중국 기사들이 오직 이세돌을 잡기 위해 그의 모든 기보를 달달 외우는 것이 유행이 되었기 때문이다. 바비 피셔가 소련의 체스 카르텔에 혼자서 대적했던 것과 겹쳐보인다.


행보 또한, 피셔 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파급을 몰고 다녔는데, 그의 유명한 여러 어록들이나 승단전에서 불참해서 고작 3단으로 세계대회를 제패하고 다녀서 승단전을 폐지시킨 것, 뜬금없는 장기 휴직, 중요한 대국 전날 행방불명, 한국 기원과의 오랜 마찰, 그로 인한 은퇴까지... 피셔와 굉장히 흡사하다. 한 분야의 정점을 찍은 천재들끼리는 뭔가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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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대 세계챔피언 : 가리 카스파로프

칼센 이전의 체스의 간판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 칼센이 적은 갈래의 경우의 수를 깊이 수읽기하는 스타일이라면, 카스파로프는 여러 갈래의 변화수들을 캐치해서 역동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기풍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론에서 벗어난 오프닝으로 진행되는 경기에서 강점이 있었다.


그는 동적인 체스에 매우 능하면서도 d4 오프닝인 퀸즈 갬빗 거절에서는 거의 무적일 정도로 강했는데, 그가 워낙 QGD에서 강한 탓에 상대방은 어거지로 퀸즈 갬빗 수락을 하거나 인디언 디펜스로 전환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디언 디펜스 또한 역동적인 불균형 상황에서 강한 카스파로프를 상대로는 부담이었고, 상대방에게 중앙을 내줘야 하는 카로칸이나, 퀸즈 갬빗 수락은 흑 입장에서 기분 나쁜 진행이기 때문에(실제 최근 마스터 레벨에서도 잘 쓰지 않음) 상대방 입장에서는 이도 저도 아니게 짜증이 나게 된다. 단순히 d4, c4 2수로만 상대를 숨이 막히게 하는 것이 그의 위상이었다.


흑을 잡았을 때도 주무기인 시실리안 나이도프가 매우 강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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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조훈현

굉장히 발빠르고 경쾌한 행마로 제비라는 별명이 붙은 조훈현이 카스파로프와 유사한데, 그도 이세돌 못지 않은 천재형 기사였다. 아직 바둑의 이론이 정립되지 않은 시절, 그는 타고난 감각만으로 포석에서 앞서 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카스파로프의 퀸즈 갬빗과 마찬가지로 오프닝에서 이미 유리하게 가져가는 것이 그의 승률의 비결이었다.


그는 답답한 세력 바둑으로 흘러가는 것을 지양하고 발빠른 행마를 바탕으로 바둑판 이곳저곳에 실리를 가져간 다음 복잡한 난전을 감각으로 승리하는 것을 선호했는데, 이세돌 기풍의 원형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바둑은 하필 직계제자였던 이창호에게 하드 카운터를 맞는 스타일이었다. 별명인 돌부처답게, 조훈현의 행마에 맞춰 두터운 세력을 쌓아놓고 이게 답답해진 조훈현이 무리수를 두게 만드는 것이 조훈현이 어린 시절부터 집에서 키워가며 가르친 이창호가 15살 때 스승인 조훈현의 타이틀을 죄다 빼앗아버린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


후대 최강자의 스승이라는 점에서도 칼센의 스승인 카스파로프와 유사한 부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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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대 세계챔피언 : 망누스 칼센

역대 세계챔피언들이 쌓아놓은 모든 이론과, 그들의 플레이 스타일의 장점을 쏙쏙 골라먹은 괴물이 바로 칼센이다. 카스파로프의 오프닝, 바비 피셔의 미들 게임, 카파블랑카의 엔드게임이 그의 플레이에서 모두 보인다. 기풍이라고 말할 것도 없이 완벽한 육각형 스타일의 플레이를 구사하며, 이전에는 없었던 래피드와 블리츠에서도 정점이다. 특히, 그는 주특기라고 할 수 있는 오프닝이 없을 정도로 매우 다양한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C4에서 매우 강한 것 같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역대 챔피언 중에 인공지능 추천 수와의 정확도가 가장 높아 인공지능과 가장 비슷하게 두는 선수, 다시 말해 세계에서 체스를 가장 잘 두는 선수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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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결점' 신진서

신진서 또한 칼센과 마찬가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역대 바둑기사들의 장점과 이론을 모두 흡수한 완벽한 육각형 스타일의 기사라고 할 수 있다. 기풍은 이세돌과 비슷한 전투를 선호하는 실리형인데, 인공지능 등장 이후 모든 인공지능이 실리형의 기풍을 선호한다는 것이 확인 되었고 인공지능을 통해 바둑을 연구한 젊은 기사들은 대체로 이와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히카루가 스탠다드는 이미 더 이상 연구할 것이 없을 정도로 정점을 찍었다는 말을 했는데, 신진서가 아마도 인간 수준에서는 바둑의 정점에 도달한 기사가 아닐까 싶다.


다만, 전성기의 이창호가 끝내기의 승리가 확정적이라고 판단될 때 완벽한 계산을 통해 상대방에게 어느 정도 양보를 하며 굳히기를 들어갔었고, 알파고는 이창호보다 한술 더 떠서 상대가 무리수를 두어가며 집을 넓히려 해도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후반 굳히기의 유연성을 보여주었던 것과 달리, 신진서는 불리해진 상대가 무리한 전투를 걸어올 때 이것을 완파해서 완승을 거두려는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실 이건 경기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약점이라고 보기도 애매하다.


칼센과 마찬가지로 현존하는 모든 바둑 기사 중에 인공지능 일치율이 가장 높은 기사이며, 현재 바둑 세계 레이팅 1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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