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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좀."

ㅇㅇ(121.175) 2021.11.04 19:57:18
조회 10900 추천 165 댓글 51
														

"나보고 히어로가 되라고? 나만 보면 눈에 불을 켜고 잡으러 오는 히어로들만 한 트럭인데?"



남자는 그 큰 눈망울에 고인 눈물을 보며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요 근래 제일 고생하고 있는 건 자신인데, 왜 호들갑은 주변에서 다 떨어대는지.



빌런이든 히어로든 다 자신을 잡아 족치려는 지금의 상황이 만족스러우면서도 불만이었다.


다 자업자득이긴 하지만.



"게다가, 애초에 지금 나한테 수배령 떨어져 있지 않냐? 안 잡아가고 뭐해? 이번엔 농담이 아니라, 나 지금 진짜 손가락 하나 까딱 할 힘도 없는데."



여자는 그 말에 눈을 비벼 뿌연 시야를 억지로 맑게 한 다음, 남자의 상태를 천천히 살펴보았다.



...다시 봐도 지독했다. 


지금 당장 숨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지독한 상처들의 남자의 몸에 새겨져 있었다.



"절 구하겠다고 다친 사람인데, 어떻게 그래요."


"네 히어로 친구 중에 아무나 데리고 와봐. 그럼 걔가 어떻게 그러는지 보여줄 걸."



여자는 쿨럭 거리면서도 계속해서 이죽대는 남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냥 아프면 아프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될 것을, 왜 저렇게 허세를 부리면서까지 나를 안심시키려고 하는지.



"...저도 나름 히어로예요. 당신에게 매일 괴롭혀지는 처지라 랭크가 그렇게 높진 않아도, 생사를 넘는 싸움쯤은 몇 번이고 해 봤어요."



그러니까, 지금 당신이 장난칠 상황이 아니란 건 알고 있다고.



여자는 남자의 다리에 살짝 손을 얹었다.


남자의 웃고 있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지고, 이빨을 꽉 깨무는 것과 동시에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



"대체 어떻게 웃을 수 있는 거예요? 뼈가 다 아작 나고, 장기들은 죄다 뒤틀려서 언제 죽어도 모를 처진데, 왜 웃고 있는 거예요? 변태예요?"


"후, 우... 거, 말이 심하네. 어차피 루트 몇 개 거쳐서 병원 찾아가면 치유계 능력자가 다 고쳐주는데, 뭐."



정상적인 병원이 아니긴 하지만 돈만 있다면 꽤 높은 수준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저번에도 이와 비슷한 정도의 상처를 입었지만, 어떻게든 꾸역꾸역 살아남아서 여자를 지킬 수 있지 않았는가.



남자는 그럴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곤, 고통에 일그러지려는 표정을 다시 쓴웃음으로 무마했다.



"저는... 저는, 당신을 모르겠어요. 모르게 됐어요. 그렇게 강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하는 짓이라곤 매번 장난의 수준을 넘지 않던 당신이, 자신의 안위가 제일 중요하다며 저를 소소하게 괴롭히는 일에 만족하던 당신이, 언제부턴가 갑자기 목숨이 두 개라도 되는 것처럼 위험한 일에만 머리를 들이밀고, 모습은 보여주지도 않고... 뭔데요, 진짜로 뭐냐구요. 저한테 왜 이러는데요."



여자는 그런 남자의 웃음에, 애써 닦아냈던 눈물이 다시금 흘러내리는 걸 느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남자에 대한 미안함, 고마움, 그리고 살짝의 원망이 뒤섞여 한없이 투명해진 색의 눈물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정말로 갑자기 나타나서는 절 대신해서 이런 꼴을 당하면, 제가... 제가 무슨 기분이겠어요..."



여자는, 남자의 뺨에 손을 올리곤 한참을 울었다.


그토록 찾아다녀도 안 보이던 남자와 이런 꼴로 재회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가 알게 뭐냐, 난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멋대로 한 것뿐이야."



그러니까 네가 죄책감을 느낄 필요도, 나에게 고마움을 느낄 필요도 없다고.


남자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언젠가 여자에게 필연적으로 닥칠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아직 한참 더 굴러야 했고, 더 구를 자신이 있었다.


그때마다 이렇게 펑펑 울어대면 곤란하지 않겠는가.



"...그래요, 당신은 매번 자기 멋대로였죠."



여자는 시간이 조금 흘러 멈춘 눈물을 닦아내곤, 코맹맹이 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그럼 이번엔 저도 제멋대로 할래요.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당신이니까, 이해할 수 있죠?"



여자는 남자의 손을 붙잡았다.


아무리 뻗어도 닿지 않던 손이 너무 쉽게 잡혔다는 사실에 어색해하면서도 묘하게 간질거려, 그 감각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나 잡아가게?"


"데려가는 거예요. 데려가서, 엄청 아프게 치료할 거니까 각오하세요."



실제로 남자는, 여자가 혹여나 자신이 아플까 봐 극히 적은 힘으로 자신의 손을 잡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 진짜."



자연스레 웃음이 났다.


이 멍청한 히어로가 빌런에게 동정을 베푸는 것도, 자신이 그런 히어로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는 것도, 죄다 남이 멋대로 정해놓은 이야기라고 생각하니 하찮기 그지없었다.



"멍청아, 너는 그렇게 당해놓고도 또 속냐."



그렇기에, 남자는 여자의 손을 꽉 붙잡았다. 


몸이 비명을 지르지만, 겉으로는 아무런 티도 내지 않고 여자가 얼굴을 찌푸릴 만큼의 힘을 준다.



"당신, 몸이...?"


"당연히 구라지, 내가 이만큼 다치면서 널 왜 구해줘."



아직은, 저 온기에 취할 때가 아니었으니까.


이런 일은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너의 죽음을 걷어내고, 그러니까, '정해진 이야기'를 벗어나고 나서야 하고 싶은 일이었다.


그때도 내가 너에게 이러한 감정을 느끼는지, 그걸 알아낸 다음에나 할 일이었다.



"오랜만에 속이니까 재밌네. 다음에도 또 이렇게 찾아올게."



만신창이인 몸을 움직여, 손에 쥐고 있던 연막탄을 바닥에 던진다.


몸이 비명을 지르지만, 어쨌든 죽지만 않으면 까짓 거 한 번쯤 아플만했다.



"콜록, 콜록! 이게, 무슨 짓...!"


"협회에 연락해놓을 테니까, 곧 누가 데리러 올 거야. 좀 자고 있어라."



수면제가 섞인 연막이 호흡을 통해 침투해 여자를 어지럽혔고, 그에 비틀거리면서도 저항하던 여자는 결국 바닥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그것을 조심스레 받아내곤, 외투를 벗어 그녀의 목에 끼워 넣었다.



"...나중에 또 보자."



그렇게 연막이 모두 가라앉았을 때는, 분한 표정으로 깊은 꿈에 빠져든 여자만이 자리에 남아있었다.




념글 정주행 하다가 빌런 소재 꼴려서 써봄.


아, 빌런이랑 히어로가 순애하는 소설 마렵다 시이바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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