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어가 덜지가 가지고온 녹색의 실크 가운을 입은 아나이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또 새로운 옷이었다. 슬라이어는 벌써 와인을 반병정도 비운상태였다.

“날 잊지 말라고.” 슬라이어는 나가는 아나이그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평소처럼, 아나이그는 토엘의 발코니에서 그와 만났다. 그들은 붉은 슬러리를 마셨는데 아주 차가움에도 불구하고 부드럽게 내려가면서 아나이그의 목을 뜨겁게 했다.

“이렐 군주께서 칭찬을 보내셨다.” 토엘이 말했다.

“당신의 식사가 만족스러웠나 보네요.”

토엘이 끄덕였다. “그 식사는 영감을 받은거야.” 그가 말했다. “난 예술가야. 하지만 나의 팔레트에 네가 아주 많은 색을 집어넣어줬어, 그리고 특별한 솜씨로 만들어낸것도- 이렐 군주께서는 보통 내가 만든것만으로도 만족하시지만, 최근에는 그 칭찬이 더 잦고 진정스러워 졌지.”

“당신을 도울수 있어서 다행이네요.”

아나이그는 약간의 어지러움을 느꼈다. 마신 술에 뭐가 들어있던 간에 효과가 나타나는듯했다.

“나와 함께라면 넌 더 위대해질수 있을거야.” 그가 말했다. “하지만 위대해진다는건 예술가가 되는것보다도 많은걸 필요로하지. 반드시 비전을 가져야만 해, 또 해야할 일을 해내는 힘이 필요하지. 무슨 말인지 알겠나?”

“그런것같아요, 주방장님.”

“그리고 어떤 정열에도 물들지 않고 선택을 내리는 법도 알아야하지.”

아나이그는 다시 한모금 들이켰다. 이 대화가 나아가는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내가 키즈네에게서 널 데려 왔을때, 슬라이어 목숨도 살려주었지. 하지만 그녀가 여기에 온 뒤부터, 난 꼭 그래야 했는지 알수가 없었어. 그냥 보내주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지.”

“슬라이어가 없었으면 전 당신의 주목을 받지 못했을거에요.” 아나이그가 말했다. “슬라이어가 없었으면 전 그 짧은 시간동안 이렇게 많은걸 배우지 못했을거라고요.”

“그럼에도 네가 얼마나 슬라이어를 앞질렀는지 봐. 그리고 슬라이어가 내 주방에 방식을 얼마나 느리게 배우는지도 보라고. 넌 정말로 슬라이어가 여기 있어야만 한다고 믿는거야?”

“슬라이어가 제 목숨을 구해줬어요.” 아나이그가 말했다. “키즈네가 절 죽였을거라고요.”

“그래, 그건 나도 알아.” 그가 대답했다. “그 순간에는 슬라이어가 내게 아주 큰 도움이 되주었지. 너한테도 말이야. 하지만 그 순간은 지나갔어.”

“제가 이렇게 빌게요.” 아나이그가 말했다.

“나한테 빌지마.” 그가 말했다. “난 너에게 결정권을 줬어. 넌 사라나 로이를 보조로 쓸수도 있었겠지- 그들과 함께라면 넌 더 빨리 배우고 더 빨리 성장했을거야. 내 밑에서 직속으로 일했을수도 있어, 내 대행으로 말이야. 다만 슬라이어 여기 있는 한 그녀가 너의 유일한 보조로 남겠지. 하지만 만약 네가 슬라이어를 치워달라고 부탁하면, 난 눈 깜짝할새 그렇게 만들수 있어.”

“남게 해주세요, 제발.”

“내가 말했듯이,” 그의 목소리에서 실망감이 섞여나왔다. “그건 너의 선택이야, 그리고 너의 선택으로 남겠지. 난 네가 그 결정을 정열이나 동정에 휩싸여서 내리지 않았으면 해. 난 네가 위대해졌으면 하거든.”

“위대해지도록 노력할거에요.” 아나이그가 말했다. “하지만 전 친구를 배신하면서 까지 위대해지지는 않을거에요.”

“그 방법이 통하나? 네가 온 곳에서는?”

“전… 저도 모르겠어요. 그랬으면해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고 곧 그의 시선은 다시 아나이그를 향했다. 그의 눈에서 아나이그는 두려우면서 강렬한 끌림을 보았다. 그녀는 뒷목을 타고 오르는 손길을 느꼈고, 배가 간지러워지는듯 했다.

“너한테 주고 싶은 선택이 하나 더 있어.” 그가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 “첫번째 선택처럼 오늘밤 넌 어떤 결정이든 자유롭게 내려도 돼.”

아나이그는 어떤 말도 할수 없었다. 아니 제대로 생각조차 할수가 없었다. 물론 예전에 다른 애들과 치근덕 거린적이 있었고, 입도 맞추어 본적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서투르고 우습게만 느껴졌었다. 아나이그는 책속에서도 그런 정열에 휩싸여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토엘은 애가 아니었다. 그는 남자였다. 토엘은 자신을 정말로 원하는 남자였고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지 가질수 있는 남자였다.

아나이그는 자신의 숨이 가빠졌다는걸 깨달았다.

“전- 아…” 아나이그가 입을 열었다. “전 제가 물이나 한잔 할수 있을까 하는데요.”

그가 미소를 짓고는 다시 물러섰다. 그리고 손짓을 해서 물을 가지고 오게 했다. 그리고 아나이그는 그 밤 내내 그곳에 앉아서 자신을 취한 바보처럼 느꼈다. 아주 작은 소녀처럼 말이다. 토엘은 아나이그가 꾸며낸 태도를 모두 꿰뚫어 볼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아래에 깔린 기저에는 다른, 아주 작은 목소리가 있었다. 언제나 자신의 선택이라는 목소리가, 그 누구도 그녀에게 굽히게 만들수 없다는 목소리가. 그리고 그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저녁이 끝나고 아나이그가 다시 방에 돌아왔을때는 슬라이어가 술에 취한채 잠들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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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 재미없어서 기다리지 말라고 그냥 한번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