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별, 가을엔 보름달, 겨울에는 눈.」

「이것만으로도 술은 맛있는 법이야.」

「하지만 역시 봄에 밤벚꽃을 보면서 마시는 술이 제일 맛있네~」

당신이 건넨 술을 받아 마시며 유유코가 웃으며 말했다.

「서방님이랑 함께 마셔서 그런걸까?」

유유코의 말에 크게 당황하며 헛기침을 하던 당신은 고개를 돌려 창 밖에 있는 벚꽃으로 시야를 돌렸다.

아직 두 사람이 결혼한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당신은 아직 유유코의 저 '서방님' 이라는 단어가 매우 낯설게만 느껴졌다.

유유코는 취기와 부끄러움에 발갛게 달아오른 당신의 옆모습을 보며 소매로 입을 가린채 쿡쿡 웃었다.

이대로 당할 수 만은 없다고 생각한 당신은 '벚꽃도 벚꽃이지만 바로 옆에 더 아름다운 꽃이 있어서...' 라며 자신이 생각해 봐도 낯간지러운 소리를 했지만 유유코는

「어머, 그런 꽃을 옆에 두고도 계속 벚꽃만 보고 있는건 실례가 아닐까요 서방님?」

라며 능숙하게 당신의 말을 받아넘기곤 다시 한번 술을 홀짝였다.

안그래도 취기가 돌아 머리가 어지러웠던 당신은 거기에 부끄러움까지 더해지자 의식이 점점 혼미해 지는것을 느꼈다.

당신은 안되겠다 싶어 잠시 창 밖을 보던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면서 취기와 부끄러움을 뱉어냈다.

유유코와 결혼 한 것은 정말로 행복한 일이지만 가끔 이렇게 놀려오는 모습을 보면 너무 짓궂게 느껴진다.

그런 모습도 사랑스럽지만.. 이라고 생각하던 당신은 얼굴에 닿은 유유코의 손길에 눈을 떳다.

유유코는 그대로 당신의 얼굴을 자신쪽으로 돌리더니 얼굴을 가까이 가져와 그대로 키스를 해왔다.

부드러운 유유코의 입술이 닿는 감촉을 즐기던 당신은 곧 자신의 입 안에 들어온 술에 당황하며 눈을 크게 떳다.

방금 전 한숨으로 뱉어냈던 취기가 다시 돌아온다.

당신은 저항하는 의미로 입 안에 들어온 술을 그대로 유유코의 입으로 돌려 보내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유유코의 혀가 들어오며 술을 목구멍으로 밀어냈다.

입 안의 술을 다 넘기자마자 입술을 뗀 유유코는 당신을 바라보며 소매로 입을 가린채로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목을 넘기며 올라오는 술기운과 부끄러움, 민망함 여러가지 요소가 겹쳐진 나머지 당신의 얼굴은 폭발할 것 같이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유유코도 방금의 행위는 조금 부끄러웠는지 분홍색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귀가 조금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렇게 잠시 서로 마주보던 두 사람은 이내 둘 다 헛기침을 하더니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바.. 밤벚꽃은 역시 아름답네~」

손으로 부채질 하며 얼굴을 식히던 유유코가 말을 걸어왔지만

지금 '내 옆에 있는 꽃이 더 아름다워' 라고 말했다간 두 사람 다 부끄러움에 몸을 떨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당신은 속으로 말을 삼키며 묵묵히 고개를 끄덕거리곤 술을 홀짝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