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새벽감성 충실한 얘기니 ㅎㅎ...
책 대사를 재호가 해줫으면 어땟을까 싶어서
난 현수가 재호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늦게 깨달았다 믿는 쪽이야 ㅎㅎ


그날 현수 폐건물 떠난 후에 영근이가 와서 미약하게 숨 붙은 재호 데리고 갔던 거야 재호는 살았고 현수는 조직을 떠나서 다시 자연스레 제가 있던 경찰로 스며들고 재호가 살았다는 소식 자체도 들을 수 없게 되는 거야
그렇게 각자 삶을 사는거지 물론 현수는 텅 빈 가슴으로 꾸역꾸역 하루하루를 버티다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헛헛함에 못 견뎌 자기도 모르게 어느 겨울날 폐건물로 발걸음 하게 돼

주변은 하얀 정적이고 아무도 오가지 않은 그날의 흔적만 희미하게 남은 폐건물 근처를 현수는 한참 서성이다가 결국 안으로 들어가 근데 거기, 언젠가 둘이 나란히 걸터앉았던 곳에 재호가 있는거지
사실 재호는 다시 살아난 이후부터 매일 여길 찾아왔던 거고

멍하니 들어선 현수를 보고 재호는 잠깐 침묵을 지키다가 그냥 가만히 웃어주는데 현수는 차마 돌아나가겠다는 생각도 가서 다시 숨통을 끊겠다는 생각도 못하고 재호가 죽은 뒤로 텅 비어있기만 했던 가슴에 자기도 모를 것들이 꽉꽉 들어차면서 숨이 가빠오는 걸 느껴

결국 그것들은 소리없는 눈물로 터져 제자리에서 꺽꺽대는 현수한테 재호는 다가갈 생각조차 안하고 그저 바라보기만해 그러다 떠오른 그날의 진실때문에 현수가 다시 재호 목을 조르려고 달려들었는데 아무래도 손에 힘같은 건 들어가지도 않고 재호는 또 자기 손에 순순히 죽어주겠다는 듯 가만히 있는 상황이 너무 혐오스러운 거야

근데 차가운 손끝에 재호의 따뜻한 체온이 느껴지니까 현수 눈앞은 자꾸 흐려지고... 귓가엔 자꾸 잔잔히 재호 웃음소리가 들리기까지 해 난 언제든 너에게 죽어줄 수 있다는 것처럼


그때문인지 눈앞에 다시 살아난 재호를 쉽게 죽일 수 없기 때문인지 현수는 화가 나서 재호한테 주먹을 휘둘러 재호는 입이 터질때까지 순순히 맞아주면서도 웃지

결국 제 풀에 지친 현수가 나가떨어지고 재호가 입가 피를 닦으면서 바닥에 널브러져서 숨을 몰아쉬는 현수를 가만히 지켜보는거야
결국 현수는 재호를 다시 죽이지 못하고 밖으로 나왔지만 쉽게 자리를 못 뜨고 자기 자신도 진정시키지 못하지
그런 현수를 따라나온 재호가 한참 뒷모습만 바라보다 하얀 김과 함께 꺼낸 말은

한번 안아보자

그거였어 재호가 직접적으로 입밖에 낸 최초의 고백 같은 거.
미동도 대답도 없는 현수한테 재호가 먼저 다가가서 다시 묻는거야

한번만 안아보자 현수야

현수 눈앞에는 자기 때문에 입가가 터진 채로 그저 가만히 웃고 있는 재호가 보여

결국 한 번이나마 현수를 품에 안아본 재호의 심정은 어땠을지 가늠이 잘 안 된다
벅찼을까 아팠을까 난 후자쪽 같긴 하지만...

책은 성석제 작가님 단편집 속에 있는 첫사랑이다 ㅎㅎ
노래는 무뢰한 ost 홀로 기다리다 들으면서 막 갈겨봣는데...
겨울 버전 불한당 보고 싶어졌어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