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산티아고 순례길 여행기 0 - 출국 ~ 파리

yk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4.13 03:15:23
조회 978 추천 21 댓글 13
														


7cf3da36e2f206a26d81f6e741887364a4


작년 10월 경, 나는 약간의 시간적, 금전적 여유가 있었고 그 여유를 어떻게 활용할 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국토 대장정을 해볼까, 그냥 아낄까 싶기도 하고,

운 좋게도 그 당시에는 전 세계적으로 위드코로나로 넘어가는 추세였기에 해외로 가는 길도 하나 둘씩 열리고 있었고, 산티아고 순례길도 선택지중 하나였다.

무언가에 도전하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그렇게 큰 여유는 아니었기에, 순례길에 가는 것은 사실 크게 고려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부산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중 하나인 헤르만 헤세, 그의 불면의 밤의 사색들을 담은 책인

[밤의 사색]을 읽고 있었다. 책에 그 스스로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는 구절이 있다.


멀찌감치 떨어져 내 인생을 돌아보면 특별히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착각인지 모르나 그다지 불행했던 것 같지도 않다.

사실 행복과 불행을 세세히 따지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 어차피 나는 인생에서 행복했던 날보다 불행했던 날에 큰 무게를 두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것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이고, 좋은 일과 나쁜 일을 무수히 겪고, 외적인 것 외에 내적이고 더 실질적이고 필연적인 운명을 정복하는 것이

인생이라면 내 인생은 그다지 불쌍하지도 나쁘지도 않았다. 나를 덮친 외적인 운명이, 모두에게 그렇듯

피할 수 없고 신에게 달린 일이라면 나의 내적인 운명은 나만의 고유한 작품이었다. 그것의 달콤함도 씁쓸함도 오로지 내 책임이다.


내 삶은 가난하고 힘겨웠지만, 달리 보일 때도 있고, 어떨 때는 풍족하고 즐거웠던 것처럼 느껴진다.

인간의 삶은 찰나의 섬광이 어둠의 세월을 지우고 정당화할 수 있게 가끔 번개라도 쳐야 겨우 견딜 수 있는

어둡고 슬픈 밤과 같다. 어둠, 절망적인 암흑, 그것이 일상의 끔찍한 순환이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아침에 일어나고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다시 잠자리에 드는걸까? 아이, 개구쟁이,

건강한 청년, 동물은 이런 무미건조한 일상의 순환을 괴로워하지 않는다.

고민하지 않는 사람은 아침에 즐겁게 일어나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그것에 만족한다.

그러나 이런 당연함을 잃은 사람은 눈에 불을 켜고 필사적으로 진정한 삶의 순간을 찾는다.

반짝 빛나는 짧은 섬광에 행복해 하는 순간. 시간 감각을 잃을 뿐 아니라 모든 목표와 의미에 관한

사고가 삭제되는 그런 순간, 이런 순간을 창조적인 순간이라 불러도 좋으리라.

창조주와 하나가 된 기분이 들고, 모든 일 심지어 우연히 일어난 일조차

깊은 뜻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신비주의자가 신과 일치된 순간이라 부르는 그것과 똑같다.

어쩌면 이런 순간의 강렬한 빛이 나머지 모든 빛을 가려버리기 때문에,

어쩌면 이런 순간에는 모든 것이 마법처럼 자유롭게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나머지 보통의 삶이 너무 힘들고 구차하고 실패한 듯 보일 수도 있다.


나는 모른다. 그동안의 사색과 철학적 사고가 내게 많은 걸 가르쳐주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실히 안다. 축복과 천국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런 순간이 방해받지 않고 오래 지속되는 것이리라. 그리고 고통을 지나

이런 축복에 도달하고 아픔 속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면 어떤 고통과 아픔도 도망쳐야 할 만큼 크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나는 삶을 행복으로 보지 않고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삶은 오로지 깨어 있는 의식을 통해서만 높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상태이자

사실이다. 그러므로 나는 최대한 많은 행복을 얻으려 애쓰는 것이 아니라 삶이 행복이든 고통이든

최대한 깨어있는 의식으로 살고자 한다. '권태로운 삶'도 하얗게 불태우듯 살아내고, 다른 것으로

관심을 돌려 애써 외면하지 않는다. 또한 이미 결정된 것의 확고부동함을 잘 알기에 변하지 않는 선과 악에 저항하려 애쓰지 않는다.


행위와 고통은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두 기둥이자 삶 전체이며 하나이다. 그러므로 고통을 잘 살아내는 것이 인생의 절반이다.

고통을 잘 살아내는 것이 인생 전체이다!

고통에서 힘이 생기고, 통증에서 건강이 생긴다. 갑자기 쓰러져 허망하게 죽는 사람들은

언제나 '건강한' 사람들이다. 고통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다. 고통이 사람을 끈질기게 하고, 고통이 사람을 강철로 단련한다.


왜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이 구절을 읽고 있으니 산티아고에 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이 들었다.

평소에 운동도 별로 하지 않고 도전 정신이라곤 없는, 귀찮음으로 가득찬 삶을 살아온 나로서는 정말 예외적인 선택이다.

정말 가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아무래도 고통받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가기로 정했다


7ff3da36e2f206a26d81f6e44f89736b04e1


텅 빈 인천공항


7ef3da36e2f206a26d81f6e743837765a1a7


06bcdb27eae639aa658084e544837469e930e18891dd6be6a01705b87584c19cb07c0381bb03c2f49fad3c7eb2


06bcdb27eae639aa658084e544837469e930e18891dd6be6a01705b804de80d5048175700b114ef0d2bb034cb33dfa0d


터키항공타고 이스탄불 경유로 약 20시간 타고 파리에 도착했다

탑승일 아침에 부스터샷 맞고 타서 비행기에서 죽는줄 알았음

파리 관광도 하기는 했지만 여행의 주 목적은 아니었기에

대충 사진 올리고 넘어가겠다


79f3da36e2f206a26d81f6e647827265a729


사랑의 벽


06bcdb27eae639aa658084e544837469e930e18892d96de7a61009be04de82d5fff00ed124272de29a8c00fc2903368b


퐁피두센터에서 본 파리


06bcdb27eae639aa658084e544837469e930e18892d96de7a61009be04de84d5b25f3ef6555c4d6060026a0134448721


파리에선 아무 빵이나 먹어도 차원이 다르게 맛있더라


06bcdb27eae639aa658084e544837469e930e18892d96de7a61009be04de86d50369927b07a7f6435a0f9f3f54a36460


몽마르트르 언덕


06bcdb27eae639aa658084e544837469e930e18892d96de7a61009be04df80d51a29680aff93d25cc51a0294a5b56a4a


06bcdb27eae639aa658084e544837469e930e18892d96de7a61009be04de89d5fe7839828b1f09a6d86d18275d9cd05b


06bcdb27eae639aa658084e544837469e930e18892d96de7a61009be04de88d564f63f579909dfecfffbafeaadd264b6



06bcdb27eae639aa658084e544837469e930e18892d96de7a61009be04df81d58204b56fca493c3b8aec334c371421d6


오르세나 루브르중에 하나만 가려고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로댕이 보고싶어서 오르세로 갔다


06bcdb27eae639aa658084e544837469e930e18892d96de7a61009be04df83d545a3c4c68bab37157181dafd195a8fa0


비오는 센 강

뭔가 비 맞고 싶은 기분이라 맞고 다녔음


06bcdb27eae639aa658084e544837469e930e18892d96de7a61009be04df82d58be12a9360b7bd9b4cfb4b3e0dbf89


에펠탑도 갔음


앞에 글 타이핑했더니 손목 아파서 더 못쓰겠다

시간날 때 하나씩 써봐야겠음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21

고정닉 12

5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3 설문 시세차익 부러워 부동산 보는 눈 배우고 싶은 스타는? 운영자 24/05/27 - -
152765 공지 겨울캠핑 춥다고 텐트에 난로 피우면 뒤집니다 [17] 네소베리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21 3901 25
147759 공지 유루캠 3기 4월 첫방 [7] 동전두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0.23 2691 21
36531 공지 유루캠갤 3대 바보 [43] 네소베리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2.22 22934 305
178136 일반 달서별빛캠프장 다녀옴! [24] 메-쨩스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29 299 13
178118 일반 빌리지 13 유저중 혹시나 싶어서 올려봄. [25] 나데린라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234 8
178083 일반 오피넬 10 샀읍니다. 'ㅅ` [22] 和泉つば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357 16
178002 일반 여친이랑 3차중 [40] 메-쨩스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710 16
177994 일반 오늘의 피크닉2 체어와 테이블 비교 [20] 댕댕이애호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315 7
177982 일반 주말 간단 캠핑 후기. [79] 나데린라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539 16
177976 오캠 본의 아니게 우중캠에 먹부림했던 금대 야영장 이야기 [41] 프리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343 7
177960 일반 NH VS Bisinna 경량체어 비교 [14] Wa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202 6
177954 일반 훈제박스 후기 [9] 페.라.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235 6
177941 일반 걷자 [20] 철혈기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270 8
177938 일반 시부랄 일단 공동구매로 추진해보긴할건데 [24] 코리안나데시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543 10
177926 일반 나눔후기) 코베아 커피포트 뻐너 [15] 유기농텐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286 10
177913 일반 이벤트 준비중 [42] 코리안나데시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431 9
177878 일반 할인. 테렉스 프리하이커 60퍼 [19] 맥시멀캠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556 9
177843 일반 평화누리자치도 후기 [21] 붕가붕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467 7
177819 일반 자캠으로 후지산 올라가기 [23] ㅂㄹ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1464 25
177813 오캠 씹뜨억 같은 캠핑 사진도 받아주시나여? ?ㅅ? [29] 和泉つば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519 22
177805 일반 김녕의 춤추는 텐트 [27] 자세바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406 8
177767 일반 다운침낭과 합성침낭에 부피는 큰차이가 없다 [16] 침낭아조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459 13
177766 일반 친구의 디자인을 현실화 해준다. [22] 철혈기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522 9
177762 일반 여친보다 남자랑 캠핑가는 게 나은 이유 [29] Wa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701 11
177737 일반 나도 자캠 낭만 [20] 이베르카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6 427 8
177709 일반 춘천/화천 용화산 자연휴양림 2박 후기 (씹스압) [32] 댕댕이애호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6 397 15
177707 일반 영월캠핑후기 [2] dd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6 306 7
177699 일반 첫캠 후기 [11] 썸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6 416 11
177698 일반 평화누리옴 [12] 붕가붕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6 329 8
177697 일반 어캠 [14] 더블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6 333 8
177678 일반 모캠 퇴근한다 [5] 제발살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6 216 7
177480 일반 버너 나눔 발표! [27] 더블치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4 327 12
177648 모캠/ 교토 키즈가와시 자캠 [25] 이베르카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5 1599 12
177603 일반 용화산... 어지러운데? [10] 댕댕이애호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5 436 14
177592 일반 캠장 도착 [6] 후묘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5 270 6
177582 일반 암벽캠 무사히 다녀옴 [13] 김꼬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5 385 8
177556 일반 뉴비 캠핑왔다 [27] 헬리오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4 603 8
177555 성지순 8화 마지막 부분 로케지 [4] しま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4 212 7
177545 일반 일단 혼자 캠핑 시작~♡ [63] 나데린라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4 606 17
177502 일반 거진 10년만의 자캠 왔드아 [20] 이베르카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4 379 8
177497 오캠 홍천강 캠핑다녀왔어요 [22] 노원맛대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4 428 13
177486 일반 오택 [22] 코리안나데시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4 349 7
177471 일반 제이알기어 프리마로프트 무상대여 받았다. [34] 침낭아조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4 367 7
177435 모캠/ 훈훈한 모토캠핑 [25] 시마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4 498 8
177406 일반 단돈 1만원 -짱- 텐트 입갤 ㅋㅋㅋㅋ [23] Peni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762 10
177355 일반 100일 흒가 나온 윾붕이 선자령 후기 [76] Tainaka_Rits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3 569 26
177310 일반 일본 여행갔다왔습니다 [11] 키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490 12
177298 일반 금요일 캠핑 준비. [73] 나데린라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552 6
171329 일반 애니플러스 무료로 보는법 [12] 골절의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3 1485 12
177292 일반 스틱 2개 리뷰 [10] 키보드마스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2 339 6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