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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이쯤에서 다시 읽는 <근육조선>이야말로 최고의 성취를 이룬 대역물인 이유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225) 2020.07.06 14:26:43
조회 4174 추천 43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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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웹소설계의 당당한 메인스트림 중 하나로 자리잡은 대체역사물을 읽는데 있어서, 독자들이 바라는 그림과 재미는 단적으로 말해 한가지 요소로 귀결될 것이다. 대리 만족이 그것이다. 굴곡진 근현대사를 거쳐 좁디 좁은 반도에서 살아가는 현대 한국인들이기에 이러한 역사적 대리 만족의 요소가 주는 장르적 쾌감은 거부하기 어려운 것이 분명하다. 때문에 웹소설이라는 플랫폼이 정착된 후 창작자들은 이러한 독자들의 욕구에 충실히 보답하기 위해 수많은 변주를 이루어냈다. 때로는 본능에 충실한 정복 욕구를 채워주기도 하고, 때로는 아주 사소한 이물이 역사의 변곡점에 던져졌을 때 어떠한 나비효과가 일어나는지를 깊게 탐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우리 민족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그동안 쌓아온 장르적 문법을 적극적으로 다른 세계에 이식하는 시도가 이루어져 많은 성과를 이루어냈다고 볼 수 있다.


나님은 여기서 <근육조선>을 가장 뛰어난 성취를 이룬 대체역사물이라고 주장하려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한가지, "사회학적으로"라는 전제가 붙는다. 다시 말해 <근육조선>은 "사회학적으로 가장 뛰어난 성취를 이룬 대체역사물"이다.


우선 <근육조선>을 여태까지의 수많은 대역물과 비교하여보자. <근육조선>은 흔히들 헬창 개그가 이식된 빙의물로 받아들여지고 이는 물론 사실이다. 소재가 좀 웃기고 특이할 뿐이지 이 글이 취하고 있는 장르적 문법은 여타 대역물, 그중에서도 빙의물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때문에 <근육조선>에 대한 평가는 조선 사회에 떨어진 헬창 수양대군이 조선을 어떻게 바꾸어나가는지, 거기에서 어떤 쾌감을 발견할 것인지에 대한 것이 중점이 된다.


이런 면에서 보면 <근육조선>은 딱 구매수 4000으로 시작해서 1500대로 끝난, 그 정도의 대역물로 마무리 된다. 톡톡 터지는 헬창 개그는 신선하고 재미 있지만, 그것이 조선을, 나아가 세계로 퍼져 나가는 과정은 구매수 5000이나 10000짜리 대역물이 주는 재미와는 비교하기 어렵다는 것이 냉정한 시장의 평가이다. 나님 또한 이를 부정하고자 하는 마음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육조선>은 진정 특별하고 그 누구도 나아가보지 못한 길을 걸어나간 대역물이다.


나님은 위에서 대역물이 주는 재미는 한마디로 대리만족이라 요약한 바 있다. 장르적 문법이나 글의 전개, 연출적 기교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그 본질은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여기서 대리만족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쉽고 강력한 트리거를 발견하게 된다. <근대화>라는 장치가 그것이다.근세에서 근대,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시기야 말로 격변하는 세계, 확장되는 세계관, 놀랍고 새로운 신기술, 끝없는 충돌, 나타나고 사라지는 이데올로기와 이데올로기의 투쟁이 가장 극명하고 원초적으로 드러나는 시기이다. 때문에 대역물을 다루는 창작자는 이 들끓는 시대를 어떻게 해야 (작중에서) 빨리 따라잡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연구해왔다. 정복하고, 설득하고, 기술 개발에 힘쓰며, 국민들을 계몽한다. 대역물의 주인공들은 때로는 영웅처럼, 때로는 마법사처럼 시간과 공간을 다루며 이 근대라는 시기를 관통해간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은 결코 다다를 수 없는 비범한 성취를 이루며, 육체의 수명이 다할 즈음 그가 이뤄낸 무언가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다. 그리고 이러한 궤적이야 말로, 여태껏 대역물에 등장했던 수많은 영웅들과 마법사들이 단지 근대라는 가장 폭력적인 형태로 실체화한 사회의 노예에 불과하였다는  증명에 다름 아닌 것이다.


썩어 문드러지기 직전의 조선을 범아시아주의라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통합해낸 폭군 이형도, 신적인 AI가 준 치트를 통해 세계를 몽골의 말발굽 아래에 둔 대칸 왕현도, 위대한 서기장 동지이든 수령 동지이든 그들은 노예에 불과하다.


원 역사에서는 한반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찬탈자였던, <근육조선>의 세계에서는 단지 입신체비의 창시자로 남은 수양대군을 제외한다면 말이다.


<근육조선>의 수양대군은 위대한 정복 군주도, 근대화를 앞당긴 시대의 천재도 아니다. 단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남기려고 애썼던 역사학도 출신 헬스트레이너였을 뿐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수양대군은 수많은 영웅들이 노예로 전락하는 동안 사회구성체의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라는 이분법 그 자체를 해체할 수 있는 진정한 찬탈자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님이 <근육조선>이야말로 "사회학적으로 가장 뛰어난 성취를 이룬 대체역사물"이라 주장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 때문이다.


<근육조선>의 수양대군이 남긴 입신체비는, 단순히 육체를 건강하게 하는 지식이 아니다. 오히려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행위자인 인간이, 상부구조와 하부구조라는 추상적이고 거대하며 결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에 맞서 실존하기 위한 유일한 무기인 것이다. 이에 비하면 화포와 총을 만드는 지식, 머나면 바다 저편에 존재하는 무언가에 대한 지식, 여태껏 일어났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지식 따위는 말 그대로 "지옥으로 가는 선의로 포장된 길"이라 할 수 있다.


삼대운동 1천근을 들어올리는 수양대군 앞에서 그 누가 감히 사회라는 것은 사회라는 것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의 집합보다 더 큰 무언가라 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나님은 그동안 수많은 대역물을 읽어오며 느껴왔던 대리만족과 장르적 쾌감을 떠올리면 떠올릴 수록 그 모든 것들이 해체되었을 때 남는 것은 무엇일지 두려워하곤 했다. 활자속의 세계에서 펼쳐진 웅대한 세계를 덮고 나면, 남는 것은 그저 삼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반도에 사는 평범한 개인 뿐인 것이다. 하지만 <근육조선>을 읽고 난 뒤의 나님은 이러한 두려움과 미혹에서 해방되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수양대군이 흘린 땀, 찢어지는 근육, 양생과 절육을 반복하느라 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 순간 순간. 이것이야말로 나라는 개인이 이 세계에 살아있고 앞으로도 살아갈 것이라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다.


비록 근대는 실존하며, 사회라는 괴물은 나님을 울고싶을 정도로 비참하게 괴롭혀대지만, 오늘의 공좌-의압-시거 만큼은 날 배신하지 않는다. 그런 진리를 일깨워준 수양대군과 차돌박E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이 리뷰를 바친다.

https://m.dcinside.com/board/alternative_history/244789?headid=&recommend=1&s_pos=-241303&s_type=all&serval=%EC%84%B1%EC%B7%A8




다시 읽어봐도 미친 작가놈에 미친 작품에 미친 팬리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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