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이 이름만 까먹은거지
자기 삶을 까먹은건 아니란말이야
결국에 인간시절때 섹스도 하고 자위도 했을텐데
정신적인 성적욕구는 분명히 남아 있을거임

욕조차 못하고 심지어 배설조차 필요없는
완벽한 금욕과 무감각에 가까운 삶을 살다가
갑자기 불쑥 튀어나오는 성적쾌락에 대한 갈망의 순간이 분명 오겠지

근데 통증이 둔화 되어있을 정도로 무감각하고 무신경한 신체때문에
쾌락을 얻을 수가 없으니깐 성욕은 커져가는데 점점 미치겠는거지

손으로 이곳저곳 만져보려고 해도 그냥 팔꿈치 꼬집는것 같은
애매한 촉각만 느껴질 뿐이고 뭔가 삽입하려도 해도
성기도 없어서 답답하던 찰나에 하나 깨닫는 것이 생김

본인이 성기는 없어도 날카로운 물체의 경우에는
몸을 통과할 수 있고, 그 감각이 제법 강하다는 느낌이 기억나서
뾰족한 원뿔이나 칼같은걸로 엉덩이쪽을 쑤시기 시작함
어짜피 상처 생겨도 금방 복구되니 상해에 대한 본능적 저항이 사라짐

이게 쾌락은 없고 적당한 통증만 있어서 처음엔 불쾌했지만
통증에 익숙해질수록 점점 리드미컬하게 생성되는 강한 감각에
점차 자신이 박히던 때랑 겹쳐지면서 쾌락을 느끼기 시작하는거임

시간이 지나다 보니 어느 순간 모험을 떠날 때도
날붙이 같은거나 충돌 같은걸로 다치는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가볍게 절정해서 부르르 떠는 정도의 몸이 되어버리는 거임
그래서 점점 몸을 험하게 쓰게되고, 옷의 기워진 자국은 늘어가기만 함

하지만 인간의 뇌는 무엇이든 빠르게 적응하고
쾌락의 역치는 점점 올라가버리기 때문에 결국
뭐든간에 찌르는 정도의 통증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게 되는 몸이 됨

그러다가 결국 1화에서 추상화된 존재에게 얻어맞고
텍스쳐에 글리치가 발생 했을 때, 거의 쇼크가 오기직전의 격통이
전신을 휘감았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되는 거임

어느날 폼니의 방문 앞에 놓여있는 편지,
"미안해, 하지만 난 고통을 너무... 너무나도 고통을 사랑해.."
그러고는 추상화된 인간들이 갇혀있는 구덩이로 스스로 몸을 던지고

결국 추상화된 존재에 닿아서 글리치가 발생하기 직전,
본인도 추상화되는 바람에 자기가 원하던 가장 큰 고통이자 절정을
느껴보지도 못하고 끝내 허무하게 래거사라는 인격이 사라지는거임

그걸 본 폼니가 멘붕하고, 어떻게든 디지털 세상에서 탈출하려는
의지나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되어 버리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