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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중갤 문학) 중붕이와 밤바다

ㅇㅇ(1.250) 2020.05.14 19:44:37
조회 73 추천 0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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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불쾌함과 함께 눈을 뜬다. 상쾌한 아침에 새소리와 함께 눈을 뜨는 건 책 속에서나 봤던 일이 된지 오래다. 부모 집에 얹혀사는 주제에, 부모 눈치는 보기 싫어서 저녁이 되어서야 일어나는 난 백수이다.


씻지 않아 끈적거리는 피부를 느끼며, 무거운 눈꺼풀을 들고일어났다. 작년까지만 해도 간소하게나마 차려져있던 밥상도 이제는 질렸는지 볼 수가 없다. 그렇게 작은 배려 하나하나가 사라짐과 함께 나에 대한 기대도 사라져가는 걸 무감각하게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그저 살아만 가고 있는 것이다.


어찌 됐든 상냥한 부모이기에, 아직 대놓고 욕을 하지는 않았지만 그 때문인지 나는 더욱더 갱생에서 멀어져만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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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루 일과는 크게 두 가지다. 눈치 보던가, 안 보던가. 훌륭한 사회인들은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훌륭하지 못한 백수들은 평일보다 주말이 더 무서운 법이다. 가족들이 출근하지 않고, 친구들은 삼삼오오 모여 연락을 주고받으며 생기를 뿜어낸다. 


나로서는 생기를 받아야 더욱 자괴감에 괴로워질 뿐이다. 평일에는 잊고 있던 자괴감은 주말만 되면 마치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내 상처를 물어뜯는다. 난 그저 상처를 감싸고 악몽 같은 주말이 끝나기를 간절하게 기다린다.


하지만 다행히 오늘은 평일이다. 병신같은 내 모습을 볼 사람은 모두 출근했으며, 인터넷 속에서 서로를 보며 위안을 얻는 비슷한 처지의 쓰레기들과 함께 빈둥거리면 되는 것이다. 인터넷에선 자조적이고 냉소적인 말투를 쓰고 있지만 실상 하는 짓은 변하지 않는다. 이러니 백수인 것이다.


밖은 아직 춥다. 겨울은 떠났지만 잔향이 짙게 남아있고, 잔향조차 견디지 못하고 엄살 피우는 나같은 사람들은 이불 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 물론 반은 핑계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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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날처럼 컴퓨터를 켜고 무작정 시간을 죽이려고 인터넷을 띄운다. 그러자 자극적인 광고가 나를 반긴다.


"KTX 내일로 이벤트! 여수 밤바다를 2만원에 만날 수 있는 기회!"


겨울 밤바다라는 로망을 2만원에 팔아먹는 광고지만, 광고 모델인 모 가수 덕분에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는 내가 있다. 문득 밤바다를 보고 있으면 인생을 제대로 살아볼 생각이 나지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문득 나도 슬슬 정신 차리고 백수짓을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려면 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섬세한 문과 감성을 지닌 나에게 겨울 바다가 좋은 영향을 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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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의욕도 낼 겸 해서 옷을 챙기고 얼굴도 씻는다. 간단하게 짐도 챙기고, 역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싣는다. 물론 여수까지 시외버스를 타면 힘드니까 기차역 까지만 가고 기차를 탈 생각이다. 기차역까지 가면서 점점 들뜨는 나를 보면서 역시 잘 생각했다고 느낀다.


오늘 밤에 밤바다를 보며 사색에 잠기고, 내일부터는 어엿한 사회인이 되는 나를 상상한다. 훌륭하다. 마음만큼은 이미 취직에 합격한 취준생이 된 것만 같다.


어느덧 기차에 몸을 싣고 여수까지 가는 KTX 안에서도 즐거운 망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여수는 가까웠고 자그마한 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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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에 잠길만한 멋들어진 공간이 친절하게 마련되어 있을 것이고 생각한 건 아니였지만, 막상 와보니 감성 풍부한 바닷가 마을이 아니라 그냥 깡촌일 뿐이었다. 점점 실망하는 내 가슴과 굶주려가는 배를 잡고 사색의 공간을 찾아본다.


그러나 비릿한 수산 시장의 냄새와 살을 에는 바닷바람 때문에 도저히 기분이 나지를 않는다. 이미 날은 어둑해져가고 나는 아직 사색을 시작하지도 못했다. 멋들러진 바닷가 바를 찾는 건 포기하고 그냥 바다가 보이기만 해도 좋으니 모텔이나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폰으로 황급히 모텔을 찾아봤지만 바다가 보이는 모텔은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굳이 이 가격을 주고 바다를 봐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저 바다일 뿐인데...



3만원 언저리의 모텔을 다시 찾아본다. 바다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지만 가격은 착하다. 전화로 예약하면서 걸어가니 30분 정도 걸리는 구석에 모텔이 위치하였다. 쌀쌀한 날씨임에도 땀에 젖은 옷을 벗어던지고 침대에서 한숨 돌린다. 


안락한 모텔 침대에 누우니 잠시 편안해지는 기분이었지만, 병신같은 몸뚱아리는 내게 배고픔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모텔도 싼 곳을 찾아온 나에게 비싼 배달음식은 사치인게 당연하다. 근처 편의점에 다시 나아가야하지만 방금 젖은 옷을 벗어던졌기에 다시 주워 입으려니 자괴감이 상당하다. 꾸역꾸역 주린 배를 붙잡고 밖으로 나와 가까운 편의점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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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어둑하고 비린내 나는 거리를 걸으며 빠른 걸음으로 먹을 것을 사러 편의점으로 거닐었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편의점이 있어 바로 찾아 들어갔다. 김밥 한 줄과 콜라 한 캔을 2800원을 주고 사서 우적우적 먹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나는 여수에 왜 왔더라.



김밥 씹는 소리만 들릴뿐이었다. 밤바다를 보며 사색에 잠기고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낮에 기분 좋게 버스에 몸을 실어 나왔었다.



지금은 낯선 편의점에서 1800원짜리 김밥과 1000원짜리 펩시를 먹고 있었다.



바다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라곤 검게 어둠이 내려앉은 골목길과 편의점 유리창에 비치고 있는 백수 새끼의 얼굴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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