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잔혹 동화 느낌
짝사랑 해본 사람이면 과몰입 왕창 될 듯

인어공주... 너무 비참하고 가련하고 애잔해ㅠㅠ
미련해서 답답한데 심정적으로는 이해되고
조롱 당하는 장면마다 대리수치심이랑 자괴감 들어서 괴로웠어
2막에서 하얀 상자모양 무대장치 안에서 절규하는 모습 숨막힘ㅠㅠ

최유정 리나 주역으로 처음 보는 건데
전작의 이미지가 나한테 남아있는 게 없어서 더 그렇겠지만
순수하고 말간 인어공주 그 자체로 보였음
팔 움직임 실제 바닷속을 유영하는 지느러미처럼 생동감 있었어

그리고 변성완 리노도 무척 인상적이었음.
시인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시선을 사로잡는 인물이더라고.
무대 위에서 거의 퇴장을 안 하고 계속 존재하는데..
이야기에 누구보다 과몰입해있지만 이야기에 개입해서 스토리를 바꿀 수는 없는 인물이라는 게 짠함 포인트.

무모한 사랑에 빠지려는 인어공주를 말려 보기고 하고
인어공주랑 왕자랑 춤 출 때는 같이 황홀하게 기쁨에 취해있다가
외면 당하는 장면에선 발발 떨면서 괴로워하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흘러가면 안 된다는 듯
자꾸 책 뒤적여보고...
모든 드영연뮤 덕후의 초상같은 캐릭터였음ㅋㅋㅋㅋ
성완리노 감성오타쿠 서정찌질이 같은 연기(칭찬임) 진짜 섬세해서
과몰입 씨게 됐다.. 커튼콜 때 박수 왕크게 침

서명리노 왕자 춤도 연기도 좋았어
허서명씨 선량한 얼굴로 스렉이 인물도 잘하시네요 ㅂㄷㅂㄷ
가볍디 가벼운 양아치에 어장남 저딴 한량이 뭐가 좋다고 엉엉

은영리나는 도시적이고 도도한 느낌이라 말갛고 투명한 인어공주랑 더 대비돼서 좋았음.


그렇지만 서명 은영 케미는 그닥이라고 느낌.
리노 중에 신장 작은 편인 서명과 리나 중에 독보적으로 큰 은영을 왜 페어로 했는지 모르겠네
파드되에서 손목 잡거나 할 때 은영리나가 팔이 더 기니까 손목이 안 잡히고 팔 중간을 잡거나 하는 그림들이 나와서 좀 어색했음..

에필로그 때 깜깜하고 텅빈 무대에서 인어공주랑 시인이 파드되 추는데
눈물 핑 돌더라 (이미 그 전 여러 장면들에서 오열하긴 했음)
플라톤이 말한 비극의 카타르시스가 이런 건가 싶었음.
참혹하고 힘겨운 삶을 묘사하는 작품을 통해 타인의 고통에 동참함으로써 자신의 고통을 초월하고 극복하는 치유의 과정.
인어공주-시인-안데르센으로 이어지는 구원의 확장에 여운이 진했다..

  

연휴 첫날이고 해서 관크 걱정도 됐는데
객석 분위기도 몰입하는 분위기라 좋았다.
어린이날 주간이라 언더더씨~ 인 줄 알고 오는 어린이+부모님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거의 없었어ㅋㅋㅋ
어린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무겁고 심적으로 괴로움을 주는 작품인 것 같은데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