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2장 1화 『미와 산으로』

타케미카즈치 : 살계로를 부순다 하는 지침은 정해졌지만, 우선은 어디로 가야 하지?

카군 : 그것 말입니다만... 저는 『미와 산(三輪山)』이 수상하다고 점치고 있습니다.

카군 : 요즘 그 부근에서는 왠지 묘한 힘이 모이고 있는 기색이 보이는고로.

게다가 불온한 사건이 빈발한다고들 하는 정보도 포착되고 있습니다.

야마토타케루 : 어디서 나온 정보지?

카군 : 새들 사이에서 얻었습니다. 제가 이래봬도 발이 좀 넓거든요.

아마테라스 : 인맥이 있구나.

모모타로 : 사람은 아니니까... 조맥?

슈텐도지 : 근데 불온한 사건이란 건 뭔데?

카군 : 제가 들은 것으로는 『알 수 없는 큰 그림자를 봤다』느니, 『밤중에 지면이 흔들릴 만큼 크게 울리는 소리가 났다』느니, 『미와 산에 가까이 다가갔더니 머리털이 빠졌다』느니...

모모타로 : 마지막 건 그냥 책임전가 아니야?

카군 : 뭐가 어찌됐든 신경 쓰이는 장소라는 건 틀림없습니다.

카군 : 가짜 살계로를 모두 부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습니다만, 안타깝게도 그런 시간은 없습니다.

카군 : 장래 다가올 시간에 대비하여 헛수고는 최소한으로 줄여두고 싶군요.

어느 정도라도 목표 범위를 좁혀 접근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지라이야 : 그러니 우선은 수상한 소문이 많은 미와 산에 가자는 건가?

츠쿠요미 : 뭐 괜찮지 않아? 나도 헛수고하긴 싫다 뭐.

타케미카즈치 : 알았다.

그럼 어서 가지, 미와 산으로!

*

카군 : ......실패했습니다.

타케미카즈치 : 왜 그러지, 카라스 님?

카군 : 데려올 분을 고르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 이 말입니다.

스사노오 : 뭐야, 누구 보고 하는 소린데?

카군 : 당신 말입니다, 당신!

카군 : 미와 산은 『신령한 산』

그리 불리는 만큼, 오오모노누시 님과 오오쿠니누시 님이 뫼셔져 있습니다.

그렇다면 뭇 신들과 연이 깊은 분들을 모셔오자 싶어 데리고 온 것인데...

(*실제로 지금도 미와 산은 입산허가 없이는 못 들어가며 그나마도 참배 목적으로밖에 허가가 안남)

(*오오모노누시와 오오쿠니누시는 고사기에서는 다른 신이고 일본서기에서는 같은 신으로 취급함)

아마테라스 : 스 군까지 따라올 줄은 예상 못했군요.

카군 : 이를 말씀입니까.

스사노오 : 뭐 씨발?

아마테라스 : 그렇잖아, 스 군이랑 오오쿠니 씨랑 서로 사이 안 좋지 않아?

...나도 그렇지만.

(*오오쿠니누시는 스사노오의 딸 스세리비메의 남편. 즉 스사노오의 사위로 스사노오가 첨에 얘를 존나 못마땅해해서 신랑3종경기 오지게 시켰음. 이후 지상을 통치하던 오오쿠니누시에게 아마테라스를 비롯한 하늘나라 출신 신들, 즉 아마츠카미들이 와서 야 집내놔 하고 지상의 지배권을 요구하는 바람에 결국 지상을 아마테라스의 자손 니니기에게 넘겨주게 되는데 이것이 쿠니유즈리(국토이양)이다. 심지어 그때 아마츠카미들이 땅 뜯어오라고 보낸 게 타케미카즈치...)

스사노오 : 뭐...좋지야 않지.

타케미카즈치 : 그렇다고는 하나 기왕 와 버린 거 나아갈 수밖에 없지 않나.

카군 : 그렇지요...

스사노오 님, 아―무―쪼―록! 실례 범하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스사노오 : 아 거 시끄럽게. 내가 알았다고―응?

스사노오 : 뭐야? 여기서부터 결계가 펴져 있다?

카군 : ...아.

스사노오 : 야, 흰둥이. 방금 왜 불길하게 『아』라고 했냐?

카군 : 저 정도 되는 자가... 깜박 잊어버렸습니다.

미와 산은 금족(禁足)의 땅입니다.

신들의 허락 없이 발을 디딜 수는 없습니다.

스사노오 : 뭐어!?

그 중요한 게 이제 와서야 기억나면 뭐하냐, 이 빠가사리야!

카군 : 빠가사리!? 빠가사리가 누군데 남보고 빠가사리 소리 하실 처집니까!?

스사노오 : 뭐이 썅!?

빠가사리 소리 하는 니가 더 빠가사리다, 이 빠가사리야~~~!!

아마테라스 : 증말! 애 같은 싸움 그만 좀 해요, 스 군!

타케미카즈치 : 카라스 님도 진정해!

카군 : 핫!

카군 : 크흠... 실례했습니다.

무슨 이야기 중이었지요?

타케미카즈치 : 그, 그러니까... 마, 맞아.

신들의 허락 없이 못 들어간다는 말은 악령들도 산 속으로는 들어갈 수 없다는 것 아닌가?

카군 : 아니오, 그건 좀 다릅니다.

악령들에겐 신들의 도리 따위는 관계없습니다.

이런 도리가 통하는 것은 야오요로즈 계에 사는 인간, 신, 요괴들 세 종족뿐이니까요.

아마테라스 : 그렇게 생각하니 점점 이 산이 수상쩍네요.

타케미카즈치 : 지금 이 산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이곳의 신들과 악령들뿐이란 얘기가 되니 말이야.

그렇다 해도... 입산이 불가능하면 확인할 수도 없다.

어떻게 한다지?

스사노오 : 거 귀찮게 구네~!

결계고 뭐고 이딴 거 그냥 부숴버리면 되지!

카군 : !?

카군 : 안됩니다! 안돼요 안돼, 안된다구요!!

이 미와 산에는 오오모노누시 님과 오오쿠니누시 님이 모셔져 있다고 했잖습니까!?

스사노오 : 허, 나보고 어쩌라고!

나님의 앞길을 막는 놈은 누가 됐든 방해물이야!

스사노오 : 나님을 막을 놈이 누가 있어!

햣하――――――――!!

(퍽 치는 소리)

타케미카즈치 : 때렸어!?

카군 : 아 저도 몰라요 이제, 어떻게 되든 저 알 바랩니까...!

스사노오 : 으으음? 이상한데. 손에 닿는 느낌이 전혀 없었어.

타케미카즈치 : 뭐지...? 갑자기 검은 구름이...

카군 : 오오모노누시 님께서 노여워하시는 겁니다!

이렇게 된 이상 이제 아무도 그분을 못 막습니다...!

(땅울림 소리)

카군 : 신이시여, 부디 자비를 베푸시길...!

*

아마테라스 : 얘, 스 군. 궁시렁거리지 말고 빨리 좀 걸어요!

스사노오 : 자, 잠깐만 좀――푸에취!!

카군 : 이쪽 보고 재채기 좀 하지 말아주십시오, 더럽습니다.

스사노오 : 야 니네, 지금 아픈 사람 보고 태도가 뭐가 이래... 헤에엣취!!

스사노오 : 옘병... 오오모노누시 이 새끼...

저주를 내려서 병을 걸리게 만들질 않나, 존나 조용하게 좆같은 짓 하네...

(*오오모노누시는 벼농사 풍작, 술 주조, 역병의 신임)

카군 : 신한테 무례한 짓거리를 해놓고 병만 걸리고 끝난 거 아닙니까?

오히려 감사해야지요.

스사노오 : 내가 씨발 알 게 뭐――후에에엑 엣취!!

타케미카즈치 : 허나 우리는 신의 노여움을 사 버렸다.

이래서는 미와 산에 들여보내 주지 않을 거 아닌가...?

카군 : 그러게요. 누구 씨 덕에.

스사노오 : ...아 글쎄 미안하다고. 이제 안 한다고.

아마테라스 : 타케 군, 카 군.

우선 오오미와 신사에 들러보지 않을래요?

거기서 한번 부탁해 보자구요.

(*오오미와 신사는 미와 산 바로 밑에 있음. 오오모노누시를 모시고 있다)

타케미카즈치 : 뭔가 믿을 구석이 잇나?

아마테라스 : 확증은 없지만요, 한번 가볼 가치는 있을 거 같아요.

아마테라스 : 거기 가면요, 오오모노 씨나 오오쿠니 씨는 힘들어도 스쿠나히코 군은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입산하는 것도 스쿠나히코 군한테 부탁하면 허락해 줄 수도 있죠.

타케미카즈치 : 과연 그렇군. 허면 여긴 네게 맡기지.

아마테라스 : 네! 자, 스 군. 가요.

스사노오 : 으으... 후엣취! 엣취, 좆같은 새끼~!

카군 : 부모가 따로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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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사노오 : 헉... 헉...

타케미카즈치 : 괜찮나? 아까부터 안색이 자꾸 나빠지는 듯한데...

스사노오 : 괜찮...진 않을, 수도 있겠다...

타케미카즈치 : 스사노오 님!?

스사노오 : ......

카군 : 내버려두세요.

쓰러지든지 말든지 자업자득이잖습니까.

타케미카즈치 : 그렇다 해도 이렇게 내버려 두고 갈 수도 없잖나?

카군 : 그럼 어부바라도 해주시지 그러십니까?

타케미카즈치 : ...그래야 하려나?

스사노오 님, 실례하겠다. 읏차.

카군 : 진짜 업어주시는 겁니까? 성격도 참 좋으셔...

타케미카즈치 : 같은 편끼리 서로 돕는 것이 미덕이지.

이 정도는 힘든 축에도 못 낀다.

아마테라스 : ......좋겠다, 스 군.

나도 담에 한번 쓰러져볼까...

타케미카즈치 : 아마테라스 님? 무슨 말 했나?

아마테라스 : ! 아, 아뇨. 아무 것도 아니예요.

아마테라스 : 자, 자. 오오미와 신사로 어서 가요!

타케미카즈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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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테라스 : 여기가 오오미와 신사예요.

스쿠나히코 군, 나와주면 좋겠는데...

스쿠나히코 : 뭐야? 누가 왔나 했더니 면식이 있는 사람들이구만?

...딱히 보고 싶은 얼굴들은 아니긴 한데.

(*스쿠나히코는 오오쿠니누시와 함께 쿠니츠카미(국토를 조성한 신들)로 오오쿠니누시와 함께 나라 조성 작업에 참여했음. 물론 이 나라는 나중에 아마츠카미들에게 삥뜯긴다)

아마테라스 : 스쿠나히코 군!

스쿠나히코 : 이거... 그 독신 일파잖아.

대체 뭐하러 왔냐?

카군 : 최근 들어 미와 산에 관련된 불온한 소문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저희 일동은 그 진상 규명을 위해 찾아온 바입니다.

카군 : 그런고로 미와 산을 수호하시는 뭇 신들의 허가를 얻고자 하여 이리로 방문드린 것입니다.

스쿠나히코 : 흠―. 불온한 소문, 이라 이거지.

스쿠나히코 : 너네 사정은 알겠다.

근데 그런 건 내가 단독으로 정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

산에 들어가고 싶으면 내 짝보고 허락해달라고 하라고.

타케미카즈치 : 짝?

스쿠나히코 : 내 짝, 오오쿠니누시 말이다.

스쿠나히코 : 알아들었으면 빨리 그놈한테 갔다와.

여기 계속 있는다고 안 들여보내준다.

타케미카즈치 : 오오쿠니누시 님이 있는 곳은...이즈모(出雲)인가?

(*이즈모는 일본신화 잘알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곳이고 시마네현 동부에 있음ㅇㅇ일본 고대문화 발상지 중 하나임. 음력 10월이면 모든 신들이 자기 신사나 자기네 동네를 떠나서 이즈모에 모인다고 해서 이 달을 칸나즈키(神無月, 즉 신이 없는 달)라고 부른다. 반대로 이즈모에서는 이 달을 카미아리즈키(神有月)라고 부름 왜냐면 신들이 다 즈그동네에 집합하니까... 이즈모는 오오쿠니누시가 스사노오의 무기를 사용해 따먹은 동네로 이후 아마츠카미들한테 국토를 내주고 들어간 곳도 이즈모 대사이다)

스쿠나히코 : 그래. 아마 지금 이즈모 대사에서 귀신 같은 표정이 돼가지고 있을걸?

타케미카즈치 : 이즈모라...

카군 : 아무래도 저 말씀대로 할 수밖에 없겠군요.

...하여튼 쓰잘데없는 짓은 왜 하셔가지고.

스사노오 : 윽...으으...

아마테라스 : 진~짜진짜 허구헌날 민폐나 끼치는 동생을 둬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