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줄 요약

- 여친이랑 집에서 멀티뛰는데 재밌어한다.

- 스토리 전개가 자유롭고 자유도 높은걸 좋아하는 듯 하다.

- 여친있는 발붕이는 시도해봐도 좋을 듯?

반갑다. 결혼해서도 게임하고 싶어 트라이 중인 발붕이다.

그동안 여친이랑 '같이' 게임하고 싶어서 많은 노력을 했다. 스위치도 츄라이해보고 PC게임도 츄라이해봤다. 다 잘 안됐지만.

마리오 같은 플랫포머는 조작이 단순해도 수십시간 때려 박는 연습이 필요한데 금방 지루해 하더라.

철권은 접대해가며 해도 리리로 발발발발 누르는게 끝이라 안 좋아하고.

스토리게임 좋아하나 싶어서 최신 명작들 위주로 몇 번 해봤는데 몰입을 못하고 어려워해서 포기함. 차라리 구경이 낫대.

동숲은 재밌게 하는데 같이하는 게임이 아니라 내가 별로고. 그렇다고 잇테잌스 2는 또 정신없어 했음.

잘 먹힌게 디비휴나 로드 96 같은 분기 선택 게임임. 그냥 엔딩까지 스토리 보며 '아 영화 한 편 잘봤다' 정도? 그래도 좋은 게임 나오면 간간히 같이 한다.

모바일 가챠게임도 있기는 한데 그건 초큼 뭔가가 뭔가라....

그러다가 발더스 게이트 3로 신세계를 보는 중.

처음에는 그냥 내가 하는거 옆에서 잠깐 구경하다가 사람이 표정 연기까지 하니까 신기해 하더라고.

대화 같이 읽으면서 선택지 고르게 해보니까 재밌어 함.

기회인가? 싶어서 내 컴 주고 옆에서 노트북으로 2인 멀티 시작함.

이렇게 여친랑 재밌게 놀면서 게임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일단 캐릭터 생성부터 재밌어 함. K-커마마냥 천편일률적인건 아닌데 그렇게 또 못봐줄 외모는 아니니까 같이 고르는 맛이 있더라. 꿈의 조언자도 시간들여 하나하나 깎는거 보면서 혼자 낄낄댐. 

여친 바드 추천해주고 대화 설득 스토리 진행 다 맡김. 나는 팔라딘하고. 차마 남캐를 넣고 싶지 않아 레이젤 칼라크 데리고 다니자 했더니 그러면 통일할 겸 나도 여캐하래. 든든-하게 하프오크 골랐더니 실물 반영이래. ㅅㅂ.

이래저래 소소하게 1막 돌아다니는 중. 티플링들 모가지가 떨어질랑 말랑 함. 난 여친이 그렇게 칼같은 사람인 줄 몰랐다 ㄷㄷㄷㄷ 맹세파기할 뻔.

게임을 주제로 수다 떨어본건 처음인 듯 싶다.

퀘 하나하나 깨가면서 그동안 무작정 츄라이한 나를 반성함.

여친이 게임 재미없어 한건 게임 문제가 아니라 튜토 역할을 해야 할 내 잘못이더라.

나만 게임의 문법 가나다 ABC에 익숙했던 거임.

좌클릭이 이동이나 상호작용이고, 우클릭은 추가 메뉴이고, 내 턴 한 번 상대 턴 한 번 돌아오고, 숏소드는 민첩하지만 데미지 약하고 대검은 데미지 좋지만 양손무기에 잘 빗나가고, 전사는 힘캐이고 법사는 지능캐라는거 등등.

천천히 보고 생각해서 게임이라는 놀잇감 자체에 익숙해질 기회를 줬어야 하는데 멍청한 나는 그것도 몰랐음.

어차피 나도 디앤디 룰 잘 모르니까 같이 툴팁 읽어가면서 배우니까 금방 적응하더라,

아 물론 아직 왜 내가 신성한 강타 쓸 때 신나하는지는 잘 이해 못함.

한 번 시스템을 이해하니까 상호작용하는 재미를 느끼는 것 같음.

맨날 렙업하느라 몹잡고 있으면 그 뭐 숫자놀음하는데 뭔 재미냐고 했었거든.

발게이는 그런게 아니라 스토리 전투 상황 다 맞물려 돌아가니까 지루해하지 않음.

웹소설 좋아하는데 잘 쓴 웹소설 같다는 이야기도 하더라고. 대화 다 읽어보고 책 있으면 챙겨보고 그렇게 하고 있음.

왜 안 돼? 가 없는 자유도도 좋았음. 기름병 던져서 기름까는거 보더니 물병던져서 물장판 만들고 얼음마법 날리더라. 크으 영재.

굳이 훈수하고 싶은 생각도 안들고 어차피 응애 난이도인데 하고 싶은대로 다 하게 하는 중.

뭐 이래저래 두서없이 길게 써봤다. 

혹시나 나처럼 혼수로 고사양 컴 PS5 사고 싶은 사람있으면 여친하고 같이 해보자.

난 이번에 조금 게임 취미를 이해받은 것 같다.

알찬 주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