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xxv

잔혹한 운명

로툰다 전당의 조명이 꺼진다. 거대한 폭발음이 저 멀리서 들려오고, 고압의 지진이 황궁 전체를 뒤흔드는 것 같다. 오존의 악취가 갑작스레 밀려온다. 콘솔은 고장 나고, 홀로리스 판 여럿이 압력 속에서 깨지고 부서진다. 잠시 후 비상 전원이 공급되기 시작한다. 주 전원이 복구되기 전까지의 몇 초 동안, 방 안은 붉게 빛난다.

산드린 이카로는 자신의 데이터슬레이트를 살피고 확인을 마친 뒤 중앙 연단에 올라선다.

“주목!”

이카로가 소리친다.

“전원 주목!”

주위를 감싼 목소리가 침묵에 잠긴다. 모두의 얼굴이 이카로를 바라본다.

“공지합니다.”

그녀가 선언한다.

“텔레포트가 최적의 상태에서 완료되었습니다. 아나바시스 강습은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박수가 터져 나온다. 일부는 무의식적으로 위를 쳐다본다.

“다시, 일하러 갑시다!”

이카로는 연단을 내려가며 소리를 친다. 그리고 19번 자리에 있던 전술가 조나스 가스톤(Jonas Gaston)이 이카로의 주목을 끌려 하지만, 이카로는 전쟁 의회의 선임자들에게 둘러싸인 채다. 도금의 길이 갓 무너진 상황인지라, 즉각적인 대응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말카도르의 선택받은 자 중 하나인 시도지는 가스톤의 얼굴에 맺힌 동요를 보고 그에게 다가간다.

“상황은?”

시도지가 묻는다. 이 젊은이는 경험이 부족한 하급자지만, 밥 요새 탈출 이래 생긴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급히 선발된 이다. 그리고 패닉에 가까운 상태로 보인다.

“신호가 잡혔습니다.”

시도지는 화면을 확인한다. 가스톤은 감시와 도청을 담당하고 있다. 혹시 가능할지 모를 지휘명령 탈취를 위해 반역자 함대를 살피고 있는 것이다.

“신호?”

“아주 약하고… 아주 흐릿한데…”

가스톤이 말한다. 시도지는 증강물을 좌석에 꽂아 넣고 직접 귀를 기울인다. 나뭇가지나 갈대가 긁히는 것 같은 새된 속삭임이 들려온다. 시도지는 개스톤을 옆으로 치우고, 전문가의 솜씨로 정밀하게 필터를 조정한다. 그는 다시 귀를 기울인다.

가스톤은 그의 얼굴을 바라본다.

시도지는 오디오 역류 때문에 거의 귀가 들리지 않을 지경까지 진폭 이득을 높인다. 그가 귀를 기울인다.

- …반복한다, 우리의 도착까지 아홉 시간 남았다. 아홉 시간 남았다. 현재 공격 위치에서 광폭 대형으로 배치 및 접근 중. 테라 사령부, 확인되었나? 테라 사령부, 응답 가능한가? 반복한다, 우리의 도착까지 아홉 시간 남았다. 당장 추적 안내가 필요하다. 신호소 점화를 요청한다. 현재 광폭 공격 대형으로 접근 중이다. 테라, 위치를 사수하라. 방어 대열을 유지하라. 그렇게만 하고 있으면 된다. 버텨내라. 반복한다. 우리의 도착까지 아홉 시간 남았다. 테라 사령부, 응답하라. 확인 바란다. 위치를 사수하고 안내 표지를 켜 달라. 테라 사령부, 여기는 길리먼이다…

“오, 제기랄.”

시도지가 말을 더듬는다.

“빌어먹을.”

그가 몸을 돌린다. 그는 이카로의 이름을 외치기 시작한다.

아나바시스 강습. 그리고 그리스 신화적 비극의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