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ix

천사가 본 것

이제 그들이 다가온다. 내 주인이 대성전 이래 한 번도 입지 않은 갑주와 한 번도 뽑지 않은 검이 무장관의 벨벳이 둘러진 관가에 들린 채다. 로갈과 생귀니우스가 엄숙하고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대열의 뒤를 따른다.

나는 뿌리내린 지팡이에 기댄 채 작은 나무 옥좌에서 육신을 끌어올린다. 로갈의 조바심, 어쩌면 약간은 열망에 가까운 감정이 느껴진다. 이 전쟁이 시작된 이래 지휘권을 쥐고 있던 그는 이제 지휘의 대상이 되기를 바란다. 군대나 사단을 다뤄 원격으로 싸우는 것이 아닌, 직접 싸워 자신의 분노를 적에게 전달하기 바란다.

그 소원은 이뤄지리라. 이 전장에서 도망칠 생각은 모두에게 없으니. 우리 모두가 만족할 만치 싸우게 되리라.

생귀니우스에게 내가 맛보는 것은 오직 고통과 공포뿐이다. 애써 감추고는 있지만, 그의 상처는 그가 드러낸 것보다 깊다. 너무도 많이, 너무도 무모하게 싸운 끝에 마지막 싸움에 들어맞지 않게 될 것을 두려워한다.

그가 옳을지도 모름이 두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 상처 이상의 무언가를 더 숨기고 있다. 그리고 결코 최근에 숨긴 것 또한 아니다. 그는 내가 모른다 여기리라. 하지만 내 정신은 모든 곳에 바삐, 바쁘게 임하게 있느니. 나는 그를 괴롭히는 환영이 더욱 커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

생귀니우스는 저주받은 마그누스처럼 그의 아버지로부터 심원한 것을 물려받은 채다. 더 높은 은총의 영역 속에서 미래를 예견하는 환영의 능력을 배웠으리라. 하지만 나는 그가 어떤 영역에서는 제 아비를 뛰어넘는 환시를 보기 시작했으리라 믿는다. 환상은 천사를 점점 더 빈번하게 찾아오고 있으리라. 그것을 덮으려 노력하지만, 그가 아무리 생각의 비단으로 환영을 눌러도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새어 나오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가 다른 것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순간, 나는 그의 심중을 살폈다. 그가 보는 환영의 가치와 그 기원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그 환상들은 모두 미래를 엿보는 것이었고, 일부는 그의 형제들의 눈을 통해 비쳐진 환상들이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그가 가까이 두고 절대 드러내지 않을 것이 있다. 그의 의지가 내 심안조차도 가로막은 채다. 나는 부드러이 그에게서 그 환상을 빼내고자 해 보았지만, 그리로 이어지는 길은 단 하나의 불타는 질문으로 쌓아 올린 거대한 요새가 틀어막은 채다.

왜 우리는 고통받아야만 하는가?

서서히 다가오는 이들을 보며, 나는 내 고민을 내가 섬기는 분과 나누고자 한다.

그는 이미 알고 있다.

“당연히 이미 아시리라 믿었나이다.”

나는 중얼거린다.

“그럼 아들의 질문은 어찌 하시리이까?”

+그에게 내가 대답하리라. 그들이 묻는 모든 질문에 내가 대답하리라. 내가 진 빚이 그러한즉.+

“가하나이다.”

나는 속삭인다.

“실로 가하나이다. 하지만… 그 질문은 어째서이나이까? 어떤 재앙을 예견했기에, 그렇게 뚫을 수 없는 절대적 질문으로 두른 것인지 아시나이까?”

+짐작이 가지 않더냐, 말카도르? 그는 나의 쓰러짐을 본 것인즉.+

나는 심호흡을 하며 신경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다면, 그에게 어찌 말씀하실 것이나이까?”

내가 묻는다.

+그에게 내가 결코 쓰러지지 않으리라 답하리라. 나는 넷에 맞서 그것들을 부정하고, 그들의 미혹에 빠진 꼭두각시, 내 처음 찾은 이에 달린 타래를 끊으리라. 그리고 나는 승리하여 옥좌로 돌아가 다음 만 년을 버티리라. 그리고 그 만 년의 열 배라 해도 옥좌를 지킬 것이라 답하리라.+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해 주소서, 오랜 벗이시여.”

내가 중얼댄다.

“신은 그 약조를 위해 제 옥좌에 거하지 않는 것이나이다.”

Ave Imperator. Ave Sigil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