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버러지들은 내가 가두겠네+

말카디엘이 말했다. 그가 손을 들어 마치 허공에 생긴 문을 미는 것처럼 앞으로 쭉 뻗었다. 우리는 그에 맞춰 스톰 볼터를 발사했고, 너무 가까이에 있어 미처 도망가지 못했거나 감히 무기를 들어 반항하려는 벌레들은 베어 넘겼다. 발악하듯 발사된 라스건 불빛이 내 갑옷을 비껴나갔다. 저런 건 신경쓰기에도 귀찮아. 제대로 조준되지 않은 라스건이 내 아머를 뚫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다중 표적 조준 장치가 사방에 퍼진 벌레들을 감지하며 그들의 생체 데이터를 표시했다. 관심도 없고 중요하지도 않은 정보였다. 곧 죽일 벌레들에 대해 알 필요가 있던가?

나는 생각만으로 내 헬멧 렌즈의 디스플레이를 종료한 뒤 자율 사격 모드로 전환했다. 맨 먼저 달려나간 Cheth 행성의 귀족들이 섭정의 접견실 문을 두드렸다. 너도 나도 먼저 방을 빠져나가고자 아우성이었다. 주먹들이 청동으로 만들어진 두터운 문을 두드렸고, 공포에 질린 그들의 비명 소리와 맞물려 끔찍한 불협화음을 만들었다. 볼터 탄이 그들의 몸에 박힐 때마다 귀족들은 마치 풍선처럼 터져 나갔고 희뿌연 피안개로 화했다.

나는 슬쩍 내 형제인 말카디엘을 바라보았다. 그는 옥좌 옆에 꼿꼿이 서서 자신의 싸이킥으로 문을 고정하고 있었다. 활짝 펴진 두 손에 싸이킥으로 만들어진 서리가 맺혔고, 곧 그것들이 깨져나가며 하얀 얼음 먼지가 되어 주변으로 흩어졌다. 그의 싸이킥 덕분에 저 벌레들을 굳이 추격하지 않고 모두 죽일 수 있게 된 것 같았다. 나는 여전히 문을 고정하고 있는 말카디엘을 보며 그가 미소를 짓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총소리가 멈추고 검이 도로 집어 넣어졌다. 말카디엘이 그제서야 손을 내렸다. 자연의 힘이 아닌 내 형제의 힘에 구속되어 있던 청동문이 싸이킥에서 풀려나며 삐걱거렸다. 남아 있는 것 뿐이라고는 찢겨지고 터져나간 고기 조각들 뿐이었다. 여기 저기에 고인 피 웅덩이에서 악취가 났다. 저것들이 이 행성에서 가장 고귀한 자들이 남긴 마지막 발자취였다.

아니카는 자신의 발등까지 고인 피 웅덩이 위에 서서 볼터를 꽉 쥐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에 튀긴 핏자국이 마치 야만 부족들의 문신을 떠올리게 했다. 그녀가 말했다.

"다 좋은데 냄새만은 싫군요."

역시, 펜리스 출신들은 하나같이 차갑다니까.

달포드의 옷은 아예 색깔이 바뀌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피에 절여져 있었다. 그의 멋드러진 콧수염은 짜증으로 인해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가 아니카에게 말했다.

"저들을 부르면 언제나 이런 결말이지요. 언제나 그랬단 말입니다."

바실라는 쭈그리고 앉아 피 묻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싸며 황제에 대한 소리 없는 기도를 올렸다. 그녀만의 의식 같은 것이었다. 메릭은 무감정한 표정으로 샷건을 재장전했다. 그의 사이버네틱 마스티프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시체들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이리로 와."

장전을 다 끝낸 메릭이 그것을 부르자 마스티프는 붉은 눈을 번뜩이며 지체 없이 그에게로 뛰어갔다. 카탄은 시체 사이를 돌아다니며 창으로 푹푹 쑤시고 다녔다. 마침내 무언가를 발견한 그녀가 눈을 빛냈다. 살집이 두툼한 시체의 목에 걸려 있던 금 목걸이었다. 그녀는 창을 이용해 금 목걸이를 시체에서 빼내며 씨익 웃었다. 그녀는 이 순간을 가장 좋아했다. 정의의 심판이 내려진 다음엔 전리품을 챙겨야 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만 궤도로 올라가겠습니다+

갈레오가 이단심문관에게 말했다. 아니카는 감사의 의미로 고개를 살짝 숙였다.

"도와줘서 고마워요. 나머지 뒷수습은 우리가 하도록 할게요."

그러나 나는 몸을 돌렸다. 심장 박동 소리였다. 아니카가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히페리온?"

텔레포팅을 준비하던 갈레오 역시 나를 불렀다.

+히페리온?+

하지만 나는 모두 무시했다. 나는 정신을 집중해 시체들을 스캔했다. 내 눈이 귀를 따라가도록 내비두었다. 심장 박동은 너무도 미약했다. 일반인이었다면 부정맥을 의심했을 정도로 약했다. 아, 찾았다.

나는 궁전 근위병 중 한 명을 바라보았다. 스톰 볼터 탄환에 맞은 그는 허리 아래 쪽으로는 파편조차 남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는 살아있었다. 이제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됐는데도, 그는 떨리는 손으로 끝까지 무기를 손에 놓지 않고 있었다. 근위대라는 이름에 걸맞는 멋진 충성심이었다. 그는 라스건을 들어 이 모든 파괴의 주범을 겨누었다.

가장 처음으로 이를 눈치챈 것은 달포드였다. 그가 아니카의 이름을 반쯤 불렀을 때 라스건이 발사되었다. 출력이 떨어진 라스건이 철컥하는 소리를 냈다. 나는 아니카를 향해 왼손을 들어올렸다. 아니카를 향해 레이저 빔이 사이킥 방어막에 반사되어 벽과 충돌했고, 이단심문관은 그제야 몸을 반쯤 돌리고 있었다. 나는 빔을 튕겨낸 직후 나의 분노를 불꽃으로 바꾸어 투사했다. 보라빛 화염이 근위대의 남은 몸뚱아리와 영혼마저 불태워버렸고, 그는 고통에 몸부림치다 한 줌의 뼛가루로 사그라들어 자신이 흘린 핏물 속으로 잠겼다.

소사체의 냄새는 일반 사람이 버티기 힘든 악취를 풍긴다. 특히 피비린내와 섞였다면 더더욱. 하지만 나의 헬멧에 부착된 필터는 그 악취의 상당수를 걸러주었기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아니카가 검게 불타버린 뼈조각들을 보며 헛기침을 했다. 그녀의 눈은 하얀 벽에 길게 난 검은 라스빔 자국을 바라보고 있었다. 원래는 자신에게 향했어야 할 빔의 흔적이었다.

"당신들 중 누구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 하지요?"

그녀가 물었다. 나는 손을 내리고 그녀를 감싸고 있던 사이킥 보호막을 해제했다.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이단심문관+

이 작품은 꽤 마음에 드는 게 그나의 마검사 컨셉을 꽤 잘 살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