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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메카니쿰: 1.05 (1) - [패브리케이터 로쿰]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6.21 12: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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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제조장관 대리-Fabricator Locum. 그것은 엄청난 영예가 담긴 직함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누군가의 대신임을 의미하는, 보다 적합한 인물이 부재 중일 때에만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딱 그 정도의 능력만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직함이기도 했다. 케인은 이러한 감정들에 고뇌했다. 자신이 누구 못지 않게 충실하고 근면한 기계교의 일원임을 알고 있음에도, 어째서인지 권력의 폐회로 바깥쪽을 맴돌고 있다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과거에는 제조장관을 도와 화성을 운영하는 의무도, 할당된 생산량을 맞추고, 기계신께서 항상 올바른 헌신을 받으시도록 감독하는 것도, 모두 보람차고 충만한 삶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주군과 함께 하는 시간은 갈 수록 줄어 갔고, 그 대신에 계속해서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여러 군단 원정대들의 대표자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더 많은 총을 내놔라. 더 많은 탄약을 내놔라. 더 많은 로봇을 내놔라. 뭐든지 더 많이 내놔라.


 그 중에서도 압권은 스트라켄-Straken과의 회담이었다.


 스트라켄은 아스타르테스로서, 자신의 군단의 이익을 대표해 화성으로 보내진 샐러맨더 군단의 전사였다. 기계교에서는 불칸의 군단을 제국의 양팔 사이에 어떤 관계가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모범적 예시로 칭송하며, 고급 기술에 대한 샐러맨더 군단의 경외심을 보고 그들을 화성의 귀한 빈객으로서 환영하곤 했다.


 하지만 스트라켄이 기계교 아뎁트들에 대한 프라이마크의 불만을 전하면서, 그 좋았던 관계도 최근에는 긴장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저희 프라이마크의 군단에 보내지는 무장과 물자의 부족 현상이 날로 심각해져 가고 있습니다." 스트라켄은 말했다. 케인이 둥근 세라니우스 언덕 아래 깊이 묻힌 자신의 거대한 주조 공장에서 그에게 알현 시간을 내어 주었을 때의 일이었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용납될 수 없습니다." 스트라켄이 케인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말했다. "이제는 저희 원정함대에 배속된 기계교 분견대의 공장함들에서 생산되는 물자들 외에는 비축된 탄환이 없을 지경입니다. 1개 군단이 전시 편제에서 소비하는 탄약의 양이 대체 얼마인지나 아십니까?"


 아스타르테스들이 탄약을 얼마나 충격적일 정도로 많이 소비하는지에 대해서는 케인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샐러맨더 군단이 몇 안 되는 공장선들에서 생산되는 예비 물자를 집어 삼키고 있다는 것은 공급량에 대한 강력한 고발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수요 현상이 발생하리라는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던 일이었지만, 최근 케인은 이러한 수요의 본질과 그 패턴에서 나타나는 어떤 뚜렷한 패턴에 대해 눈치를 채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케인은 이러한 패턴을 제조장관에게 보고해야 하겠다고 느끼고 있었다.


 케인은 올림푸스산 공장 단지의 빛나는 홀들을 지나며, 모든 지식의 사원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불빛을 받아 금빛 광택을 내는 금속 벽들을 지나쳤다. 조잘대는 서비터들과 하인들의 무리를 거느리고, 케인은 번쩍이는 공장 대로를 통과했다. 그 위엄 넘치는 건축물이야말로, 기계교와 제조장관의 권력에 바쳐진 기념비였다. 오직 테라의 황궁만이 그보다 더 웅장할 수 있으리라.


 켈보르-할의 내성소는 그 거대한 공장 최북단에서 튀어 나온 높은 첨탑, 그 높이가 거의 모든 지식의 사원에 비견되는 탑 꼭대기에 있었다.


 첨탑 아래에서는 스키타리 군대가 차려 자세로 경비를 서고 있었는데, 이 거구의 야수들은 번쩍이는 흉갑을 두르고 코케이드가 달린 청동 헬멧을 쓴 채, 가장자리에 모피를 댄 망토를 걸치고 있었다. 케인보다도 더 크고 널찍한 체구의 이 전사들은 상대를 위협하기 위해 설계된 이들로서, 그 행동거지는 사람을 죽이고도 전투 욕구 외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도록 길러진 이들 특유의 것이었다. 스키타리 전사들의 몸 속에는 근력 증강 장치와 대사 자극 침, 그리고 통증 억제기가 인공 장기처럼 이식되거나, 분비샘처럼 신경계에 결합되어 있었다. 자신이 다가가자 스키타리들 주위로 흐르는 전기장에서 신근 수준이 급증하는 것이 읽히고, 케인은 불안한 예감으로 몸에 전율이 이는 것을 느꼈다.


 <제조장관 대리, 케인이다.> 이진법으로 읊조리며, 케인은 생체인식 스캔을 받기 위해 한쪽 손을 내밀었다. 이 전사들이 자신을 천 번도 넘게 보았건 말건, 그런 건 아무 상관 없었다. 제조장관을 둘러싼 보안 프로토콜에 예외 따위는 없었다.


 온갖 종류의 짐승 부적들로 장식된 할버드를 든 근육질의 거인, 선임 스키타리가 앞으로 걸어나와 케인의 손을 붙잡았다. 얼핏 보기엔 정중해 보이는 몸짓이었지만 그저 프로토콜에 불과한 동작일 뿐으로, 케인은 스키타리의 촉수들이 자신의 손에 내장된 촉각 회로와 맞물리는 것을 느꼈다. 읽어 들인 정보를 처리하는 전사의 눈 뒤에서 녹색 빛이 깜빡였다.


 "제조장관 대리, 케인 예하." 전사가 신원을 인정하며, 케인의 손을 놓고 지나가라며 손짓했다.


 케인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첨탑의 유일한 입구로 걸어 들어갔다. 간소한 형태의 정문을 지나고 나면 겉보기에 텅 비어 있는 듯한 방이 나왔는데, 방 안은 거울 같은 은빛 금속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가장자리를 따라 난간이 둘러져 있었다. 케인이 그 방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나자, 바닥이 회전하며 상승하기 시작했다.


 케인은 눈동자 안쪽 면에 게이지 창을 띄워 올리고, 쏜살같이 지나가는 이진수로 표시된 자신의 상승 추이를 읽었다.


 첨탑을 따라 상승하며, 케인은 일렁이는 은빛 벽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을 바라봤다. 케인은 많은 고위 마고스들이 선호하는 자기과시적 치장을 꺼려하는 편으로, 보다 간소한 미의식을 자신의 외형에 받아들이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그런 태도를 가식이라고 헐뜯긴 했지만, 케인은 그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며 그저 받아들였다.


 평균적인 신장의 몸을 지닌 케인은, 강화 장치들을 육신 안에 짜 넣거나, 화성에서 일반적으로 장착되는 것보다 눈에 덜 띄는 형태로 만드는 등 미묘한 방식으로 달고 다녔다. 몸에는 금실로 이콘 메카니쿰 문장을 짜 넣은 소박한 형태의 붉은 로브만을 걸치고 있었고, 기계교의 많은 교인들과는 달리, 케인의 얼굴은 확연하게 인간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머리칼은 짧게 바짝 깎여 있었고, 광대뼈는 조각처럼 근사했으며, 매부리코 덕분에 흐르는 귀족적 분위기는 그의 행동거지 덕분에 더욱 도드라졌다. 오직 눈동자 뒤에서 어른거리는 희미한 푸른 빛만이 머릿속에 수많은 강화 장치들이 설치되어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


 마침내 상승이 끝나가자, 케인은 헛되이 자신의 외모를 감상하기를 멈췄다. 바닥이 90도 회전하며, 방금 전 들어온 정문과 마찬가지로 소박한 형태의 입구가 눈앞으로 돌아왔다. 승강구에서부터 색깔 띈 조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사라지는 일 없는 공장 스모그 위로 올라오고 나니, 녹빛 하늘이 눈에 보였다.


 잠시 시간을 들여 매무새를 가다듬은 뒤, 케인은 제조장관의 상층 전망 돔으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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