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픽 흉벽 위에서 충성파 병력이 전투를 준비하는데...)

어둠, 그 다음엔 목소리. 나씨어 아밋은 눈을 뜬다.

프라이토르-중대장 혼플러가 마침내 다시 나타났다.

"주목." 프라이토르는 대기 상태로 기다리던 거부자 중대들에게 다가가며 명령한다.

아밋은 자신에게 짧은 카탈렙시안 일시적 상실 상태(fugue)로 휴식을 취하게 허락했다. 집중력을 아까기 위해서도 있었지만, 스페이스 울프 사르탁의 끊임없는 불평을 차단하기 위해서가 컸다.

그의 정신은 쉬지 않는다. 일주기성 상실 상태에 빠지면 보통은 꿈을 꾸지 않는다. 아밋의 것은 유전-아비의 시각으로 굳어졌다. 그 안에서 그의 빛나는 군주는 완전한 어둠 속에 길을 잃었다. 그의 프라이마크의 손가락이 더듬자 문, 문과 출입구가 드러났지만, 모두 믿을 수 없어도 어디론가 이어지지도 않았다. 최소한, 새로운 곳과 다른 곳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부분 그의 군주를 시작 지점으로 돌려보냈다. 몇몇은 침묵의 석관들이 촛불 속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회랑으로 그를 데려갔다.

한 문은 그의 군주를 아밋의 꿈으로 직접 데려온 것 같았다. 그럴 때마다 대천사는 함정에 빠진 짐승의 비참한 눈으로 아밋을 바라보았다가 어둠 속으로 몸을 돌려 다른 문을 찾았다. 꿈이 너무 고통스러워, 아밋은 입에서 거의 피맛을 느꼈다.

(중략)

"전쟁 의회가 예비대 투입을 지시했다." 혼플러가 에림 루르에게서 데이터-슬레이트를 받아들며 알린다. "다음 부대는―"

그는 말하다가 멈춘다. 사르탁은 동료들에게 따라오라고 무심코 손짓하며 이미 전투 플랫폼의 출입 계단을 향해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다.

"어디 가는 것이지, 늑대?" 루르가 외친다.

"전쟁으로." 사르탁은 돌아보며 답한다. "너희는 여기서 얘기나 하고 있으라고."

루르와 로크는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간다.

"자리로 돌아와라, 펜리스의 사르탁." 혼플러가 말한다.

"이 벽이 내 자리다." 사르탁은 답한다.

"네 자리는 전쟁 의회가 정한다." 루르가 말한다.

"엿이나 먹으라지." 사르탁은 이빨을 드러내며 답한다. "놈들의 엿같은 결정과 비겁한 전술이 우리를 이 망할 종말로 이끌었어. 몇 시간 전에 저 벽에 있었어야 하는 건데. 루트(Rout, 스페이스 울프의 별칭 중 하나)가 어떻게 싸우는지 보여주겠―"

"그만 낑낑거리고 전열로 돌아와라, 건방진 개야."

잠시 침묵이 흐른다. 아밋은 모두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는 갑작스러운 분노에 사로잡힌 듯 생각하지 않고 말했다. 그 분노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사과하지, 프라이토르." 그는 혼플러에게 말한다.

이 꿈은 다른 파트에서도 한 번 더 언급된다던데 그건 못 찾겠음. 이 책이 적당히 길어야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