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스틸러 컬트하면 보통 보라색을 떠올린다. 그럴만도 한게, 지금까지 등장한 진스틸러 컬트는 죄다 피부가 보라색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건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진스틸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긴 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뿅! 생겨나는 생물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진스틸러가 있다는 건 그 진스틸러를 만든 하이브 함대가 있다는 뜻이고, 그 진스틸러는 자신을 만든 하이브 함대의 색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진스틸러의 씨를 물려 받은 진스틸러 컬트 역시 조상님의 색을 유지하고 있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막상 진스틸러가 열심히 씨를 뿌려 만든 진스틸러 컬트 중에는 티라니드 함대와 색이 유사한 컬트가 없다. 팩션 이름부터 유전자를 강조하는 팩션인데 참으로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진스틸러 컬트의 교배 끝에 탄생한 순혈 진스틸러와 티라니드 군세에서 보낸 진스틸러. 분명 티라니드 군세에서 볼 수 있는 그 진스틸러와 똑같은 종일텐데, 피부와 갑각 색이 다르다.

순혈 진스틸러야 오랜 시간 걸친 교배 끝에 나온 녀석이니 환경의 변화로 색이 달라졌다 쳐도, 컬트를 처음 조직한 최초의 진스틸러, 패트리아크는 분명 자신을 만들어낸 하이브 함대의 색을 유지하고 있을 법한데, 그렇지 않다. 진스틸러 컬트 전부가 죄다 조상도 몰라보는 컬러링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하이브 함대는 많고 다양하니 그 중에 진스틸러 컬트의 대표 색과 일치하는 하이브 함대가 있기는 하다. 딱 봐도 '이 놈들이 진스틸러 뿌렸네~' 싶은 이 함대는 히드라 함대인데, 막상 이 함대가 처음 발견된 때는 M41이기 때문에 M37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었을 진스틸러 컬트와는 관련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 함대의 특기도 진스틸러와 상관이 없기도 하고.

그럼 대체 왜 진스틸러 컬트는 하나 같이 보라색 피부와 청록색 갑각을 가지고 있을까? 놀랍게도 GW의 설정팀은 그에 대한 설명을 마련해두었다.

7판 진스틸러 컬트 코덱스에 따르면 진스틸러가 하이브 함대와 고립된 상태가 되면, 우리가 진스틸러 컬트에서 흔히 떠올리는 색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반면 하이브 함대의 일부가 되면 그 하이브 함대의 색을 갖게 된다고 하니, 진스틸러는 유니폼 갈아입듯 자기 몸 색깔을 바꿀 수 있는 셈이다.

게임 외적으로 설명하자면, 진스틸러 컬트 구성원들이 보라색 피부를 가지고 있는 건 1989년 처음 발매된 스페이스 헐크의 영향이 클 것이다. 첫 등장 이후 꾸준히 신규 모델과 코덱스를 받은 티라니드와 달리, 진스틸러 컬트는 설정으로만 존재하다가 2016년 9월에서야 코덱스와 모델을 받은 팩션이니, 진스틸러 컬트만의 개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티라니드의 하위 팩션'이라는 인상보다는 여러분이 워해머 초창기부터 봤던 근-본 팩션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다보니 진스틸러가 처음 등장했을 때의 모습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가 지금의 진스틸러 컬트의 대표 색상인 것.

그래서 지금 진스틸러 컬트의 색상은 게임 내적으로는 근본이 없는(=하이브 함대와 무관한) 색깔인데, 게임 외적으로는 근본 중 근본 색깔인 것이다. 티라니드 플레이어 중 진스틸러 컬트도 같이 플레이하는 사람들은 이 괴리를 견디지 못해서 자신의 티라니드 모델과 깔맞춤을 한다곤 하는데, 진스틸러가 하이브 함대의 일부가 되면 그 함대의 색으로 몸 색깔이 바뀐다는 설정 역시 그런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짠 설정인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