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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Scars 2부 14장 (1) [아핸은 괴로워]

너글종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12 14:46:46
조회 296 추천 19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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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장


[머신-스피릿]

[모든 것이 뒤바뀔 때]

[불타버린 세계]


헨리코스는 몸을 쭉 펴 기계 내부 부품에 손을 뻗었다. 그는 자신의 갑주와 긴밀하게 연결된 걸 후회한 것은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이제 몸의 갑주를 대부분 벗기 어려워졌고, 예상했던 것보다 몸의 덩치도 더욱 커졌다. 그의 견갑과 흉갑에 설치된 장비가 전초기지의 아거 탐지를 방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으나, 이번엔 거꾸로 그 크기 때문에 기계의 중심부를 파헤치는데 곤란해졌다. 그는 윙윙 소리를 내는 두 개의 거대한 금속 덩어리 사이의 좁은 틈새로 기어들어갔고, 이제는 마치 생매장당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눈을 깜빡여 센서를 작동시키자 오른손의 건틀릿에서 은색의 금속이 뻗어 나왔다. 센서를 은색 피복으로 덮인 입력 노드에 센서를 끼우고 무엇이 나올지 파악하기 위해 다시 조사에 들어갔다.


워드 베어러들은 기계에 굉장히 기이한 짓을 벌였다.


그들은 더 이상 2진법이 아닌 4진법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그 이유를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어떤 부품은 상대적거으로 표준 상태를 유지했으나, 다른 부품들은 휠씬 덜 효율적인 가죽 캠벨트, 철제 톱니바퀴 심지어 유기체 부품들로 대체되었다. 기계 곳곳에 기도문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 글귀들은 기계 덮개에 적혔을 표시들 위에 그려졌다.


헨리코스는 출력된 정보를 투구의 기억 장치에 옮겨 담았다. 숫자들이 렌즈 내부 곡면에서 스쳐지나가며 은은하게 빛났다. 이 모든 것을 부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건 타락이다. 놈들은 자기들이 하사 받은 것을 더렵혔어.


천천히, 수고를 들여, 그는 기계 내부의 주요 부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일부 기능들은 재구성하는데 몇 주가 걸릴 것이지만, 이 신비스러운 기계에서 지도 투영 기능을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항성 지도 기능은 매우 난해하기로 악명높았기 때문에 이 광기로 가득 찬 기계를 만들 때에도 굳이 뜯어내지 않은 것이다.


팔이 허락하는 만큼 길게 뻗어 이진법 판독기를 틈새 바닥의 구멍에 밀어 넣고 헨리코스는 자신의 갑옷의 동력원으로 그것을 작동시켰다. 더 많은 데이터가 투구-장치로 흘러 들어왔고, 그는 냉혹한 웃음을 지었다.


“잡았다,” 그는 으르렁거리며 몸을 일으켜 기계 가장자리에서 몸을 빼냈다.


반역자들의 장비를 만지는 것만으로 그는 기분이 더러워졌다. 헨리코스는 건틀릿을 벗어 남은 살갗을 더러운 물질에 노출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건틀릿을 제거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특히 자신의 바이오닉 왼손은 페러스의 경고를 떠올리게 했고, 뒤어어 떠오른 이스트반의 기억은 그로 하여금 오직 살생을 통해서만 이것을 떨쳐낼 수 있다는 암울한 기분에 빠지게 했다.


자’벤과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자’벤은 적어도 자신의 프라이마크를 찾아 군단을 재건할 희망을 가질 수 있다. 헨리코스는 전장의 영상이, 백 개가 넘는 렌즈를 거쳐, 성계 내 모든 아이언 핸드 함선으로 전송되는 걸 눈으로 보았다.


페러스는 사라졌다. 영원은 끝을 맞이했고, 불멸은 제 필멸성을 드러냈다.


그 직후, 오직 분노만이 있었다. 울부짖음과 고통에 겨운 분노가 이성을 몰아냈다. 전투는 너무나 끔찍했다. 초반 승리를 맛본 적들은 멈출 수 없는 파도가 되어 밀려 들어왔다.


그 후의 생존은 그저 또다른 저주였다. 차라리 싸우다 죽는 게 더 나았을 텐데, 그가 살아남은 건 순전히 우연이었을 뿐이다.


만약 그가 자’벤을 만나지 못했다면 그런 우연은 결코 얻지 못했을 것이다. 밤잠 못 이루는 한밤중 헨리코스는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만났던 그 어떤 전사들 보다 그를 존경한 적도 있었다. 침착하고 굳건한 결단력으로 생존자들을 이끌고 공허로 나아간 자가 바로 자’벤이었다. 심지어 동료 샐러맨더들조차 자살에 가까운 보복을 외칠 때에도 그는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실로 자신의 유전-아버지가 가진 독특한 신념의 귀감이었다.


지금과 다른 우주였다면, 헨리코스는 불칸을 따르는 걸 자랑스러워했을지도 모른다. 불칸의 아들들은 거의 모든 면에서 감탄을 자아냈으니까. 그러나 다른 우주란 존재하지 않고, 페러스에 대한 충성심도 결코 쇠하지 않을 것이다, 전장에서 그의 영혼이 스러질 때까지. 곧 그리 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절대 잊지 마라. 절대 용서치 마라


그는 주위를 스치고 지나가는 케이블 더미를 빠져나오고 기계에서 비틀거리며 벗어났다. 원형 벽이 광활하고 어두컴컴한 모습으로 그의 눈앞에 펼쳐졌다.


헨리코스는 무릎을 꿇고 기계 주변에 설치한 전원 장치를 작동시켰다. 에너지가 토해져 파워 라인에 감기고 플라즈마 그릴 뒤로 다시 불타올랐다. 기계 내부 어딘가에서 덜컹이는 소리가 시작되면서 장기 같은 배기구를 통해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 후 잠시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냉각수 튜브 사이로 피가 콸콸 흘렀고 상부의 청동 전극 사이에 에너지 아크가 세차게 일었다.


그러자 천천히 방 안에 빛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헨리코스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적색 수준을 주의 깊게 확인하였다. 그의 머리 위에서 소용돌이치는 발광 플라즈마가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는 이를 응시했으나, 패턴을 읽을 수 없었다. 벽에 쓰인 문자들이 기계의 힘을 받아 밝게 빛을 발했다.


그리고 나서, 더 일찍 알아차리지 못한 것에 스스로 바보 같다고 느낀 그 순간, 그는 그것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자’벤,” 그는 복스 교신을 하며 뒤로 물러서 기둥을 올려다봤다. “이걸 보러 오는 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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