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쉬의 주민들인 루미네스는 신화의 시대 당시 가장 늦게 탄생한 종족임

그들은 탄생한 지 얼마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차원이 다른 속도로 온갖 지식을 흡수해가며 극한의 효율을 발휘해 모탈 렐름에서 가장 찬란한 문명을 히쉬에 꽃피우고 번영함

언어, 과학, 마법 등 어떤 분야라도 루미네스에게는 어린애 장난감을 다루는 것과 같았고 심지어는 전혀 경험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서도 몇 주만에 통달해 스승을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줌

자신의 심상만으로 빛을 물질화시켜 만든 빛의 다리로 히쉬의 바다와 대륙을 쉽게 넘나들고 끔찍한 자연재해들마저 연구를 통해 대처해냄

이는 루미네스 간에 벌어진 경쟁으로 더욱 가속되었고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서로 경쟁하고 논쟁하면서 지식을 쌓고 발전시켜나감 

다만 이 과정에서 수많은 학파가 난립하게 되었는데 루미네스의 학문이 더욱 높은 경지에 오르며 하나로 통합됨 

이것이 테클리안 사다리, 테클리스의 계단 등으로도 불리는 계층, 테클라멘타리(Teclamentari)임

루미네스의 통합된 학문을 단계별로 구성한 테클라멘타리는 마치 사다리를 오르듯 한 단계씩 오르며 경지를 상승시키는데 그 모든 학문이 하나로 모인 탓에 각 단계의 난이도는 상상을 초월했음

루미네스의 뛰어난 지혜로도 감당키 어려운 진급 시련의 과정에서 버티지 못하고 미쳐버리는 자들이 속출했음

하지만 루미네스는 모두 열정적으로 도전했는데 상상을 초월한 난이도만큼이나 보상 또한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임

각 단계를 오를 때마다 루미네스는 새로운 존재로 다시 태어나 내면의 깨달음으로 문자그대로 몸이 빛나면서 마치 승천한, 초월적 존채처럼 느껴졌음

이 사다리의 정점은 지혜의 신 테클리스조차 도달하지 못한 경지로, 그곳에 도달한 자는 상위세계로 승천한다고 여겨짐

이 사다리의 영향력은 루미네스 사회에 있어서도 절대적이었는데 테클라멘타리의 경지가 더 높은 자는 더 낮은 자에게 사회의 신분과 관계 없이 가르침을 내리고 지도하는 것이 가능했음 극단적으론 전자가 가진 거 하나 없는 거지고 후자가 한 나라의 왕이라고 해도 변하지 않음

처음에야 이 사다리를 통해 경쟁하며 대부분의 필멸자 문명과는 차원이 다른 발전을 이룰 수 있었으니 좋았지만 이 경쟁은 에테르쿼츠의 발견과 슬라네쉬의 은밀한 속삭임으로 점점 과열되고 변질되기 시작함

감정의 소모를 대가로 사용자를 육체적, 정신적, 영적으로 각성시키고 강화시켜주는 에테르쿼츠를 루미네스는 자신들을 더욱 높은 경지로 끌어올려주고 슬라네쉬에게 힘을 주는 감정까지 없애줄 필수적 물질이라 여겨 남용했음

테클라멘타리에서 서로를 능가하기 위해 에테르쿼츠로 감정을 억압하고 생물로서의 기본 욕구(잠이나 식사)마저 버리는 등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오직 높이 오르는 데에만 치중한 그들은 현실과 물질계의 구성마저 자기 뜻대로 조작하는 등 기예의 극에 달했고 그쯤 가니 서로 경지 비교도 어려워짐

누가 더 높고 낮은지가 명확히 갈리질 않으니 루미네스들은 자신의 우월성을 증명하기 위해 서로 경쟁자를 깎아내리고 음해하기 시작함

그 상호비난의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기 시작했고 결국 어느날 경쟁자들끼리 마법 대결을 벌여 서로의 첨탑을 붕괴시키는 사건이 벌어짐

이를 기점으로 물리적 싸움까진 가지 않는다는 최후의 브레이크마저 망가졌고 쌍둥이 신이 만신전의 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지 몇 주만에 내전이 터짐

히쉬의 다른 주민들(인간, 듀아딘)은 이런 루미네스의 폭주에 경각심을 느껴 봉기했지만 힘 하나는 필멸자보다 신에 가까워진 루미네스에겐 당연히 상대도 안 됐고 마법의 재능까지 박탈당해 사실상 노예로 전락함

테클라멘타리의 상층에 오른 루미네스는 이미 말 한마디로 궁전을 쪼개고 마법의 여파만으로도 지평선 너머의 산맥을 붕괴시키고 하늘을 불태우는 지경이었고 내전의 절정에 이르러선 열 개의 거대 대륙들(대충 행성 크기들)마저 산산조각냈음

급기야 물질계의 법칙을 침범하고 현실의 구조 자체를 박살내며 카오스 렐름과의 통로를 열어버렸고 히쉬는 멸망 직전으로 몰림

경지를 단계별로 나눈 거나 신분보다 경지의 높낮이를 중시하는 거나 여러모로 무협이 떠오르는데 신조차 넘어선 상위 승천의 경지라던가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필멸자의 특성을 버리면서까지 오르는 깐프들을 보면 선협에 더 가까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