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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The First Heretic, 죽은 제국을 따라가려는가 -1-

리만러스(222.110) 2022.09.23 17:30:13
조회 524 추천 25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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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게텔은 구부러진 발톱 하나를 들어 행성을 가리켰다.


+엘다는 저곳을 멜리산스라고 불렀으매, ‘위대한 눈의 영향력에 삼켜졌던 마지막 세계중 하나이니라+


+어스펙스 스캔 결과 저 행성에는 아무것도 없소. 박테리아조차도 모두 멸절된 곳이오+


실라모르 함장의 통신이 들어왔다.


그걸 꼭 스캔 해봐야만 안답니까?”


토르갈이 물었다. 그들 밑에 보이는 것은 유령이 되어버린 세계였다. 푸르러야 할 바다는 검게 죽었고 황금빛 모래는 회색 재가 되어 흩날렸다. 대기를 감싸고 있는 얇은 안개는 가스층에 더 가까웠다. 멜리산스의 궤도는 이미 워프 폭풍에 잠식되어, 그 속에서 태어난 액화된 얼굴들이 쉴 새 없이 관측실의 강화유리 돔을 두들겼다. 그들은 기름에 부딪치는 물처럼 유리창을 뚫지 못하고 산산히 흩어져 다시 폭풍 속으로 되돌아갔다.


얼마 뒤, 아르겔 탈은 몇몇 얼굴들은 반복해서 나타난다는 점을 깨달았다. 저들은 안개 속으로 흩어졌다 새로이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얼굴들이 형체를 갖춰 다시 함선에 부딪치는 것 같았다. 그가 소리 내어 물었다.


이것들은 영혼인가?”


+태고의 존재들이라고 할 수 있노라. 피와 육신의 땅에서는 싸이킥 에너지의 형태로 나타나고는 하느니. 너희의 상상력이 그들에게 형체를 부여하는 것이라. 너희는 저들에게서 인간의 형태를 보지만, 그들의 실체는 그 뿐만이 아니노니. 엘다의 영혼들, 혹은 너희 인류가 악마라고 부르는 불생자들이기도 하도다.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싸이킥 결정체들이지. 만약 그들이 자신의 의지를 물질 세계에 투영한다면, 환생도 가능한 존재들이다+


저 행성에 직접 내려가고 싶다.”


+그 결과가 너희의 죽음이라고 해도 말이더냐?+


아르겔 탈은 몸을 돌려 괴물을 바라보았다. 분노가 온 몸을 휘감았다.


그럼 대체 왜 우리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냐? 우리가 이 배에서 내릴 수 없다면, 이 여정의 목적은 대체 무엇이냔 말이다. 겔러 필드 안에서 죽은 행성들을 바라보라고? 자아를 잃은 영혼들의 비명소리를 들으라고 우리를 이 지옥까지 끌고 온 것이냐?”


잉게텔은 몸을 흔들며 천천히 워드 베어러 군단원들에게 기어왔다. 그녀가 아직 인간이었을 시절에 들고 다녔던 흑단나무 지팡이는 악마로 변한 뒤에도 여전히 그 손에 들려있었고, 하체가 뱀이 되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노인들이 걷는 것 마냥 그 지팡이로 바닥을 짚었다.


+그것들은 너희에게 보여줘야 할 것 들인즉+


그것은 발톱 두 개를 들어 저 밑에 있는 행성의 시체를 가리켰다.


+허나 멜리산스에는 아무것도 배울 것이 없느니라. 그것은 지금 저 모습 그대로만 지켜보거라. 눈을 감고 밖에 보이는 폭풍 소리를 듣거라. 파도가 너희의 배에 부딪쳐 조각나는 소리에 집중할 지어다. 멜리산스에 큰 의미를 두지 말거라. 저것은 영혼의 바다속을 떠다니는 수백만 개의 세계 중 하나일 뿐이니라. 저곳이 지금의 너희에게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 보여주도록 하마+


그리고 찰나의 순간이 지났다.


+눈을 뜨거라, 아르겔 탈+




그는 언제나 여명을 좋아했다. 환하게 불타오르는 태양이 떠오르며 어둠에 잠긴 첨탑과 건물들을 밝게 물들이는 모습은 언제 봐도 경이로웠다. 강화된 그의 몸은 직사광선에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지만, 여명의 태양빛은 눈이 아플 정도로 밝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고 느꼈는지도 몰랐다.


잉게텔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어느새 새벽빛에 황금빛으로 물드는 제노들의 도시위에 세워진 절벽 끄트머리에 서 있었다. 아르겔 탈은 눈을 돌려 그의 형제들을 바라보았다. 펜은 아무 말 없이 외계인들의 식민지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말노르와 토르갈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고탈은 푸르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때 머릿속으로 부글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잉게텔이었다.


+이것이 예전의 멜리산스였노라. 뼈와 보석으로 만들어진 도시를 보거라. 저들의 첨탑은 인간의 가련한 건축기술로는 흉내낼 수 없이 정교하고, 엘다의 마법력으로만 지탱할 수 있는 예술품이었느니. 이제 그 위대함의 끝을 목도하거라+


하늘 위로 구름들이 휘몰아쳤다. 영상을 빨리 되감기 하는 것처럼 낮과 밤이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덩굴처럼 생긴 보랏빛 발톱이 색이 바래 회색으로 변해버린 하늘을 찢어발겼다. 찐득하고 냄새나는 붉은 안개가 주변을 가득 채웠고,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야만적인 열기에 아르겔 탈의 얼굴과 목에서는 땀이 줄줄 흘렀다. 어찌나 습도가 올라갔는지 면갑 안 쪽에 생긴 물기로 인해 눈가가 촉촉이 젖을 정도였다.


그러는 사이 절벽 아래의 외계인 도시는 점차 파괴되기 시작했다. 유려하게 솟아오른 첨탑들은 진흙 부스러기처럼 산산조각나 지상으로 쏟아져 내렸고, 호리호리한 몸을 가진 외계인들은 그 잔해에 깔리거나 총알처럼 관통당해 죽어갔다.


+그들의 마법이 약해지노라. 이곳은 위대한 눈의 경계였는즉, 이들의 거주지는 몇날 며칠에 걸쳐 파괴의 손길에 유린당했느니라. 그들에게는 한 순간이라고 기억될 시간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 내에 외계 제국의 중심지는 역사의 기억으로도 남지 못한 곳이 되어버렸나니+


아르겔 탈은 멀리서도 도시가 죽는 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천둥소리 같은 건물의 붕괴음, 비통함과 슬픔, 공포, 고통이 바람을 타고 그에게 전해졌다. 옆에 서 있던 자‘펜이 무너지는 탑들을 바라보며 웃었다.


제노들...그들의 영혼조차도 불타서 사라지길.”


그 말에 반대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아르겔 탈이 물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지?”


+엘다는 우주의 진실에 가장 근접한 존재들이었느니. 그들의 문명은 우주 전역으로 뻗쳤고, 그들이 믿는 신들의 인도를 통해 수천 년 동안 번영을 누려왔느니라. 그리고, 그들은 마지막 단계에서 실패하고 말았도다+


어떻게 실패했다는 말이냐?”


그가 다시 물었다.






한 화에 들어가는 양을 줄이고 자주 번역하는 쪽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음.


다음 편은 오늘 저녁이나 내일 올라올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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