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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사우전드 선 5장 (1) - [수습생]

Fra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9.29 16:5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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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장


[수습생 / 창조 신화 / 테라의 기억]



 아흐리만에게 있어 자신의 천막 내부는 곧 평온의 장소였다. 널찍하고 통풍도 좋은 이 천막은 아고루의 열기를 피하기 위한 피난처라 할 수 있었다. 아흐리만의 침낭 옆에는 호두나무로 만든 책장이 하나 놓여 있었는데, 그 선반 위에 꽂힌 책들은 아흐리만에게 있어 오랜 친구들과도 같았다. 수없이 반복해 읽어 손때가 묻은 책들의 구절은 이제 친숙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보이니치 필사본-Voynich Manuscript*와 세라피니의 서-Codex Seraphinianus** 옆에는 낡은 아카드 문학 형식서-Akkadian Literary Forms 사본이 꽂혀 있었고, 철학자집회-Turba Philosophorum***은 잔의 칠비성전-seven cryptical Books of Hzan**** 중 다섯 권과 솔로몬의 열쇠-Clavis Solomoni***** 사이에서 자리를 다투고 있었다. 그 외에도 선반 위에는 달갑지 않은 관심은 끌지 않을 만한 다양한 문헌들이 여럿 꽂혀 있었다. 하지만 만약 누군가가 그 책장의 몸통 안쪽에 숨겨진 비밀 칸을 여는 데에 성공한다면, 선반 위에 꽂힌 것들보다 훨씬 더 자극적인 고서들을 찾아낼 수 있을 터였다.


*역주: 여전히 언어학계의 미스테리로 남은 중세 고서적. 링크 참조.

**역주: 1980년대에 만들어진 주작 판타지 소설. 링크 참조.

***역주: 기원전 900년 경에 쓰여졌다고 알려진 유럽 최고(最古)의 연금술서. 링크 참조.

****역주: 크툴루 신화에 나오는 마도서의 패러디. 링크 참조.

*****역주: 카발라 계열의 르네상스 시대 마도서. 링크 참조.


 백단향 서까래에 매달린 향로가 흔들리고, 화로에 담긴 녹색 불꽃이 타오르며 천막 내부를 덥혀 주었다. 현기증이 일 정도로 강렬하게 뒤섞인 향기를 들이마신 아흐리만은, 향기가 주는 진정 효과가 자신을 진정시키게끔 하며 하층의 계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불 속을 바라보며, 에테르의 조류를 따라 자신의 의지를 인도하였다. 


 미래란 곧 안개와 그림자 같은 것이었으니, 그 뿌연 연기 속을 관통하는 의미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수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시간선의 파편들은 천계(empyrean)의 베일을 뚫고 밝게 비추어 왔고, 필멸자라도 절벽 위에서 발을 내딛으면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아흐리만은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메아리를 쉬이 읽어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대양의 조류는 불가해하게 되었으니, 고대의 수부(水夫)들이 세계 반대편에 무엇이 있는지 알지 못했던 것과 같았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을 느끼자, 아흐리만은 미래를 관측할 수 없는 스스로의 무능함에 대한 답답함이 자아에 대한 통제를 위협하는 것을 느꼈다. 집중력이야말로 모든 잠긴 문을 열어젖힐 열쇠요, 사우전드 선 군단이 받는 모든 훈련의 핵심 요소이며, 보다 큰 신비를 해독할 수 있는 수단이거늘.


 스스로에게 짜증이 난 아흐리만은 고개를 내젓고는, 두 눈을 뜨고 가부좌를 틀었던 다리를 풀며, 단 한 번의 매끄러운 동작으로 몸을 일으켰다. 아흐리만의 몸에는 진홍색 로브가 걸쳐져 있었고, 그 위로 청동 열쇠 다발이 매달린 널찍한 가죽 허리띠가 둘러져 있었다. 파워 아머는 곧 있을 회견에 앞서 벗어 둔 채였다.


 루비색 파워 아머 차림의 소벡이 천막 입구 앞에 서 있었다. 소벡이 탐탁찮아 하는 감정을 감지할 수 있었다.


 "말하거라." 아흐리만이 명령조로 말했다. "네 아우라에서 네 감정이 다 느껴지는구나. 입으로 내어 말하고 그만 일단락을 짓자꾸나."


 "제 의견을 자유롭게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주인님?"


 "방금 그러라고 하지 않았느냐." 아흐리만이 억지로 감정을 침착하게 억누르며 쏘아붙였다. "너는 나의 프락티쿠스다. 그런 우리 사이에 솔직함이 없다면, 너는 절대 필로소푸스의 경지까지 이르지 못하겠지."


 "주인님께서 이런 처벌을 받으시다니 너무 억울합니다." 소벡이 말했다. "기껏 필멸자 따위에게 신비학을 가르치는 것은 주인님 정도의 위치에 계신 분께서 맡으실 임무가 아닙니다."


 "처벌이라고?" 아흐리만이 물었다. "너는 이것을 처벌이라고 생각하느냐?"


 "이게 처벌이 아니면 무엇입니까?"


 "프라이마크께서는 내게 중대한 임무를 맡겨 주신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그저 그 임무의 첫 단계에 불과하지." 아흐리만은 말했다. "레뮤엘 가우몬은 필멸자이기는 하나, 약간의 지식과 힘을 지니고 있다."


 소벡은 비웃듯 코웃음을 치고는 말했다. "제28원정대 내에서는 딱히 특이한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 말에 아흐리만도 미소를 지었다.


 "맞는 말이지." 아흐리만은 말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자는 첫 걸음마를 떼는 어린 아기와도 같다. 자신이 눈가리개를 쓴 채로 심연의 가장자리를 따라 걷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지. 그리고 나는 그 자의 눈에서 눈가리개를 벗겨 줄 수 있도록 그 자를 도와줄 것이다."


 "어째서 말입니까?"


 "왜냐하면 규칙을 정해 두지 않은 지식은 위험한 친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께서는 내가 이 필멸자를 가르치기를 원하셨지." 아흐리만이 말했다. "아니면 너는 진홍왕 전하의 말씀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더냐?"


 지난 수십년에 걸친 전쟁 동안 황제의 아들들 가운데 많은 이들이 명예로운 호칭을 여럿 얻어 내었으니, 그 중에서도 으뜸가는 이가 바로 루나 울프 군단의 프라이마크이자 황제의 총애하는 아들인 호루스 루퍼칼이었다. 또 펄그림의 전사들은 자신들의 지도자를 불사조라 불렀으며, 더 퍼스트 군단을 이끄는 이는 사자왕이라 불렸으나. 형제들 가운데 오직 마그누스만이 수십년 간의 전쟁 속에서 불명예스러운 호칭들만을 얻어 내었다. 요술사... 마도사...


 그렇기에 제28원정대의 리멤브란서들 사이에서 자신의 프라이마크가 진홍왕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아흐리만은 그 호칭을 용인해 주었다.


 소벡은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전혀 아닙니다, 주인님. 마그누스 전하께서는 우리 군단의 근원이시니, 그분의 방침이 무엇이던 간에 제가 거기에 의문을 제기할 일은 결단코 없을 것입니다."


 아흐리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천막 너머에서 느껴지는 레뮤엘 가우몬의 존재감을 감지하였다. 비록 군단의 동료들이 내뿜는 눈부신 광휘 속에 섞여 안 그래도 흐릿한 빛이 가려지기는 했지만, 레뮤엘 가우몬의 아우라는 느낄 수 있었다. 군단의 동료들이 순수하고도 집중된 빛을 발하는 데에 비해 가우몬이 내뿜는 빛은 흐릿하고 거칠어, 마치 덮개를 덮지 않은 야광주처럼, 나름 밝기는 하나 찰나보다 더 오래 바라보기에는 불편해지는 그런 빛이었다.


 "가우몬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구나, 소벡." 아흐리만이 말했다. "안으로 들이거라."


 소벡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막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기다란 진홍색 로브를 걸친 큼직한 체구의 사내를 데리고 다시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사내가 걸친 로브는 소매가 헐렁했고, 왼쪽 가슴에는 노르다프릭의 콘클라베 중 한 곳의 문장이 꿰메어 붙어져 있었다. 아흐리만의 기억이 맞다면, 아마 상하라는 곳이었을 터였다. 레뮤엘의 피부는 거뭇했지만, 아고루의 햇빛에 그을린 이들 같은 부류의 피부색은 아니었다. 아흐리만은 사내의 피부 위를 덮고 있는 메갈리온 향유*의 냄새 너머로도 사내의 체취를 맡을 수 있었다.


*역주: megaleion. 고대 그리스에서 의료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던 일종의 향수.


 "어서 오시게." 아흐리만은 좀 더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톤으로 말투를 조절하며, 화로 곁에 놓인 양탄자를 가리켜 보였다. "자, 앉게나."


 레뮤엘이 헤진 공책을 가슴팍에 움켜쥐고 양탄자 위에 앉는 동안, 소벡은 두 사람을 남겨 두고 천막 안에서 물러났다.


 아흐리만은 레뮤엘의 앞에 마주앉아 말했다. "나는 사우전드 선 군단의 사서장인 아젝 아흐리만이라고 하네." 그 말에 레뮤엘은 고개를 격하게 끄덕여 보였다.


 "각하께서 누구신지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각하." 레뮤엘이 말했다. "저를 이렇게 불러 주시다니 정말이지 영광입니다."


 "내가 왜 그대를 불렀는지 알고 있는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모르겠습니다."


 "그대가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네, 레뮤엘 가우몬." 아흐리만이 말했다. "그대는 대양으로부터 이 세계로 흘러 들어오는 에테르의 흐름을 볼 수 있지. 비록 그 명칭은 알지 못했다 할지라도, 내가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을 걸세."


 레뮤엘은 허를 찔린 듯 허둥대며 고개를 휘저었다.


 "아마 착각을 하신 것 같습니다, 각하." 레뮤엘이 말했다. 레뮤엘의 아우라에 돌연 패닉의 감정이 일렁이는 것을 본 아흐리만은 웃음을 터트렸다.


 레뮤엘은 들고 있던 공책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각하, 제발, 저는 그저 미천한 리멤브란서일 뿐입니다."


 "아니." 그렇게 말한 아흐리만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자신의 아우라에 상당량의 불꽃을 투사하였다. "너는 그보다 훨씬 더 끔찍한 존재지. 네놈은 요술을 부리는 요술쟁이가 아니더냐!"


 그것은 보다 정신이 나약한 자에게 겁을 주어 겉으로 드러나지 않게 지배하는 간단한 재주에 불과했지만, 그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레뮤엘로부터 공포와 죄책감이 파도가 되어 뿜어져 나와 에테르의 조류에 섞여 들었다. 아흐리만은 계위를 높여, 레뮤엘이 내뿜는 원초적 공포의 감정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였다.


 "제발, 각하... 저는 누구도 해친 적이 없습니다." 레뮤엘이 애원하였다. "저는 요술쟁이가 아닙니다. 맹세합니다! 그저 오래된 책들을 조금 읽었을 뿐입니다! 요술 주문이나 뭐 그런 것들은 아무 것도 모른다구요. 제발 부탁 드립니다!"


 "진정하게, 레뮤엘." 아흐리만이 손을 뻗어 내밀며 껄껄 웃었다. "그냥 장난 좀 쳐 본 거라네. 나는 머저리 같은 마녀 사냥꾼 따위가 아닐세. 그리고 그대를 규탄하기 위해 이렇게 불러낸 것도 아니지. 난 그대를 해방시켜 주고자 하네."


 "해방시켜 주신다고요?" 점차 정상적인 호흡을 되찾으며, 레뮤엘이 물었다. "무엇으로부터 말입니까?"


 "그대의 무지와 한계로부터." 아흐리만이 말했다. "그대는 힘을 갖고 있기는 하나, 그것을 다룰 재주는 알지 못하고 있네. 그리고 나는 그대에게 그대가 가진 힘을 다룰 방법을 가르쳐 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것들을 볼 수 있도록 해 줄 수 있지."


 레뮤엘의 아우라에서 의심의 마음을 읽은 아흐리만은 부드러운 어조와 자상한 손길로 짐승을 달래듯, 자신의 힘을 가볍게 뻗어 레뮤엘의 아우라를 진정시켰다. 이 사내의 정신에는 일체의 방벽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 심령은 대양의 조류에 무방비하게 활짝 열려 있는 상태였다. 그 짧은 접촉만으로, 아흐리만은 그 사내가 감추고 있는 모든 비밀을 읽어 낼 수 있었다. 사내의 가슴 속에 감추어진 슬픔의 가시덤불을 발견한 아흐리만은, 이 사내를 움직이는 슬픔이 자신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마음이 누그러졌다.


 지닌 힘은 그 슬픔을 달래 줄 수 없으니, 레뮤엘 가우몬도 때가 되면 그것을 깨닫게 되리라. 다만, 그 가슴 아픈 깨달음을 지금 당장 얻을 필요는 없었다. 아직 그가 품은 희망을 꺾을 필요는 없었으니.


 "그대는 너무도 취약하군. 그러면서도 그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어." 아흐리만이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저, 각하?"


 "대양에 대해 아는 바를 읊어 보게."


 "그 단어가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워프 말일세." 아흐리만은 말했다. "천계라고도 하지."


 "아하. 많이는 모릅니다." 레뮤엘이 말했다. 그리고는 말을 이어나가기 전에, 마치 틀린 답을 내놓을까 염려하는 학생처럼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일종의 상위 차원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우주선이 일반적인 항해보다 더 빠르게 항해할 수 있게 해 주는 사이킥적 영역이라고요. 아스트로텔레패스들은 그 영역을 통해 통신을 할 수 있고, 뭐, 제가 아는 것은 그 정도가 다입니다."


 "포괄적인 개념으로서는 맞는 말이지. 허나 대양은 그대가 설명한 것 그 이상의 공간일세. 그곳은 시원의 창조자가 거하는 곳이며, 만물을 움직이는 에너지이기도 하지. 또 그곳은 곧 우리 우주의 거울상이며, 우리 또한 그곳의 거울상이라네. 한 곳에서 벌어진 일이 그 반대편에도 영향을 미치니, 마치 여느 행성의 바다가 그러하듯, 그곳에도 포식자가 존재하지. 그대의 정신은 비록 흐릿하기는 하나, 대양의 심연 속에 도사리고 있는 생명체들에게 있어서는 바다 속에서 빛나는 등대와도 같다네. 만일 내가 그대가 자신의 힘을 억제하지 않고 마구 사용하도록 내버려 두었더라면, 그대는 곧 죽은 목숨이었을 것이야."


 레뮤엘은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는 들고 있던 공책을 옆에 내려놓았다.


 "저는 전혀 몰랐습니다." 레뮤엘이 말했다. "저는 그냥... 그러니까, 제가 뭔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저 제가 다른 이들은 닿을 수 없는 정신의 어느 영역에 닿을 수 있는 힘이 있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눈에는 다른 사람들 주위로 일렁이는 빛이, 그러니까 그 사람들의 아우라가 보이는데, 저는 그 아우라를 읽고 그 사람들의 감정을 읽어 내는 법을 배웠습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알고 말고. 그대가 말하는 그 빛은 사람의 감정과 활력, 그리고 힘이 반영된 에테르의 메아리일세. 대양에 존재하는 그 사람의 그림자요, 대양의 조류 속에 각인된 그들의 심령의 거울상이지."


 레뮤엘은 고개를 내저으며 삐딱한 미소를 지어 보이곤 말했다. "제가 알아야 할 게 너무 많군요, 각하."


 "이해하네." 아흐리만이 말했다. "그대가 이 모든 가르침을 지금 당장 전부 흡수할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치 않았네. 그대는 내 수습생(Probationer)이 되어 내일부터 수학(受學)을 시작할 걸세."


 "제게 선택권이 있습니까?"


 "살고 싶다면 아니겠지."


 "그럼 내일부터로군요." 레뮤엘이 말했다. "제가 제28원정대에 선택된 것이 참 행운이었군요. 그치요?"


 "내가 오랜 삶 수학(修學)하며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이 우주의 장기말들이 배치되는 데에 있어 행운의 개입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네. 그대가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야. 내가 그대를 가르칠 운명이었던 게지. 그리고 나는 그 운명을 예지하였네." 아흐리만이 말했다.


 "미래를 보셨단 말씀입니까?" 레뮤엘이 물었다. "제가 이곳에 올 것도, 그리고 이 모든 일들이 일어날 것도 알고 계셨다구요?"


 "수 년 전, 그대가 네오퓌테-Neophyte의 로브를 입고 프로스페로의 거리에 서 있는 모습을 보았지." 


 "프로스페로에요!" 그렇게 외치는 레뮤엘의 아우라는 흥분으로 아른거리고 있었다. "게다가 네오퓌테라니, 군단의 계급 중 하나가 아닙니까. 그렇지요?"


 "바로 그렇네." 아흐리만이 말했다. "최하급이기는 하지만."


 "그 모습을 보셨다고요? 그게 제 미래란 말이지요? 굉장해!"


 아흐리만은 힘에 너무도 쉬이 취하곤 하는 필멸자들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쉬이 취하는 만큼, 또 쉬이 두려워하는 모습에도.


 "수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대양을 여행하며, 일어날 수 있는 미래의 세계를 내 눈으로 볼 수 있었네." 아흐리만이 설명조로 말했다. "그것은 그리 어려운 재주가 아니야. 필멸자들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지. 허나 대양의 조류를 읽고 그 혼돈으로부터 의미와 진실을 가려내는 것은, 가장 재능 있는 예지자들만이 부릴 수 있는 재주이지."


 "그러면 저도 그 조류를 읽을 수 있을까요?"


 "아니." 아흐리만이 말했다. "코르비다이 교단에서 수십 년 간 수련을 쌓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지. 대양의 다차원적 패턴을 읽고 의미 없는 흐름으로부터 의미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사고법이 필요하네. 첫째로 모든 생각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사고를 하나의 개념에서 다른 개념으로 빠르고 정확하며 또 효율적으로 전환할 수 있어야 하며, 둘째로 하나의 생각이 무(無)의 경지에 이를 때까지 사고를 완전히 정지시킬 수 있어야 하지. 나는 직관적인 기억력과 함께, 잊혀진 시대의 가장 위대한 기술자들이 빚어낸 정신을 지니고 있기에 이를 해낼 수 있네. 하지만 그대는 아니지."


 "그럼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입니까?"


 "가장 먼저 그대의 의식을 위험으로부터 방어하는 법을 배워야지." 아흐리만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일단 그 방법부터 깨우치고 나면, 그때 가서 그대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알아 보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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좆같은... 자료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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