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크라티온은 유스티니안이 배운 여러 무술 중 하나였다. 하지만 자신이 실제로 배운건지, 히프노맛이 주입한 기억인지는 확실히 알아낼 수 없었다. 인도미투스 이전의 자신의 삶은 몸과 정신을 시험하는 짧은 시련의 영원한 굴레였으며, 그 마저도 머릿속에서만 일어났을 교육이었을지도 모른다. 몇 번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완전히 깨어나기도 전에 다시 동면 상태로 돌아갔었다. 마음속으로는 10분에서 12분을 넘지 않는 시간들이 수백 년에 걸쳐 쪼개져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무언가에 집중하려 했지만 같은 질문과 같은 시험을 시작하기도 전에 정신이 산만해지듯, 오랫동안 앓아 누워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깨어 있지도 못하는 반복되는 나날이 계속되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 상태가 8천년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여전히 제정신인게 기적일 정도다. 유스티니안은 더 이상 상자에 갇혀 있지 않다는 사실에 대단히 감사했다.

자신의 프라이머리스 분대가 활동을 개시하고 길리먼의 비번호 자손의 임시 챕터에 합류했을때, 유스티니안은 옛 스페이스 마린들에게 훈련을 받아왔었다. 이전에 한 번도 해 본적 없던 동작이어도, 마치 자신의 몸에 배어 있듯 자연스러웠다.

유스티니안의 주먹이 더욱 더 빨라졌다. 허공을 가르는 주먹은 짧고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그는 호흡을 조절해가며 타격에 힘을 싣는 날숨소리를 내었다. 기계가 유스티니안의 동작을 정확히 따라하면서 속도를 유지하고 실수를 바로잡는 데 도움을 주었다. 실수는 거의 없었다. 그는 수천 년의 훈련과 10년간의 전투 경험으로 벼려진 전투 기계였다.

하지만 자신이 누구인지는 모른다.

아르디움에 살았을 적, 자신이 다니던 스콜람에 사람들이 찾아왔던 날은 정확히 기억하기는 한다. 자신은 챕터에 가입하려 한 적도 없고,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그 사람들은 같은 반의 모든 소년들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제국의 영장을 가지고 왔었다. 도대체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몰랐었다. 자신이 유전적 이상에 대해 검사를 받을지, 범죄 조사를 받을 지, 서비터로 전락할지, 아드미니스트라툼의 알 수 없는 일 때문에 건강 검진을 받는 건지 모르는 채 작고 환한 스콜람의 의료실로 들어가야 할 뿐. 그 무엇이든지 일어날 수 있다.

너무나 무서웠다. 그날 유스티니안은 동생에게서 작은 장난감을 훔쳐갔었다. 자신의 행동이 들킬까 봐 너무나 두려웠다. 어린 마음 속에서는 영혼 없는 사이보그로서의 영원한 삶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종의 관리처럼 보이는 사람이 검사를 시행했었다. 너무 얇아진 이빨은 파르스레하게 비쳐 보였지만, 입술은 너무나 선명한 분홍색이었다. 푸른 치아와 분홍 입술이 함께 가식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 남자가 의자를 가리켰길래 유스티니안은 의자에 앉았다. 금속 눈이 달리고, 긴 목깃이 있는 플라스텍 작업복을 입은 또 다른 사람이 유스티니안의 팔에 장치를 대었다. 날카로운 통증과 내부 메커니즘의 웅웅대는 소리가 들려왔었다. 한참이 지나자 딸깍이는 소리와 함께 측면에 녹색 불빛이 들어왔다.

그렇게 끝나버렸다. 유스티니안은 그날 아침에 스콜람에 가고, 저녁에 좁은 가족 숙소로 돌아가 어버지에게 아르디움 하이브의 밑층 절반을 가득 채운 제조소에서의 하루는 어땠는지 물어보려 했었다. 아마 하늘공원에서 형제자매들과 나무를 오르며, 아마글래스 너머 밑에 깔린 구름을 보며 놀게 어머니께 허락을 구할 수도 있던 날이었다. 아르디움은 하이브월드였지만, 보람찬 삶을 살 수 있단 울트라마에 있었다. 고되지만 좋은 인생을 지낼 수 있었다.

유스티니안은 동생에게 장난감을 돌려주려 했었다.

그 초록불이 모든 것을 앗아갔다.

다시는 가족을 볼 수 없었다. 부모님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도 못할 것이다. 프라이머리스 프로그램은 극비리에 진행되었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자신을 잃은 슬픔을 조금이라도 더 쉽게 견디기 위해 무슨 끔찍한 거짓말을 들어야 했을까.

유스티니안은 위대한 힘을 부여받았다. 이건 영광일것이라며, 스스로에게 되뇌였다. 평범한 삶을 사는 대신 영웅이 될 기회를 얻었으니. 다른 소년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유리 하늘 아래 숲에서 노는 상상을 할 수 있도록 수많은 사람을 구할 소수정예가 될 운명이 찾아왔다. 유스티니안은 이 운명을 받아들였다. 시간이 흐르며 제국에 일어난 변화와 자신이 치러야 할 전쟁을 받아들였다. 자신이 맞서 싸우지 않는다면 자신의 종족과 은하계 전체가 카오스에게 멸망할 거란 사실을. 그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