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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헬스리치] 2부 21장: 폭풍의 전령 쓰러지다 (1)

트루-카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8.17 17: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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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폭풍의 전령 쓰러지다



두 엔진이 불타는 강철의 땅을 가로질러 서로를 마주했다. 힘은 동등했으나 위엄은 각자 달랐다. 둘 다 타오르고 있었다. 연무 낀 공기 속에서 불과 연기를 피처럼 흘렸다.

보조 포탑과 흉벽 포들이 가능한 한 많은 피해를 입히길 바라며 서로에게 대보병 사격을 내뱉자 그들 사이의 허공에서 무기 사격의 눈보라가 몰아쳤다. 두 타이탄 내부에서 이것은 장갑판 두른 동체에 부딪치는 자갈의 급류처럼 들렸다.

폭풍의 전령 내부에서, 사이렌이 오랫동안 큰 소리로 통곡하고 있었다.

자르하는 액체로 채워진 무덤 내부에서 몸을 비틀었다. 피로 붉어진 물속에서 그녀의 사지가 허우적댔다. 폭풍의 전령의 상처가 그녀의 알몸에 지도처럼 나타나며 정신상흔이 그녀를 파괴하고 있었다. 그녀는 타이탄이 박살난 부위가 멍으로 변색되거나 뼈가 부러져 꺾였다. 그녀의 육신은 신-기계가 뜯기고 찢어진 부위에서 상처가 열려 미소를 짓고 피를 흘렸다. 폭풍의 전령이 타오르는 부위에서 내출혈이 일어났다.

타이탄의 지휘실은 타오르는 기름과 시큼한 땀의 냄새가 났다.

“1차 쉴드 층 복구.” 카소미어가 알렸다. 그의 손은 분노에 가까운 집중력으로 콘솔에서 작업하고 있었다. “코어 노심 격납 유지 중.”

쉴드… 쉴드를 켜라…

“치이이이이익.”

쉴드를 켜라.

“쉴드를 켜라.”

“이미 완수했습니다, 프린켑스님.”

그녀는 느려지고 있었다. 지금 고통은 그녀의 집중력을 상당수 앗아갔다. 물속에서 침묵으로 잦아드는 신음과 함께 그녀는 여러 갑판에 명령을 내리고 분홍색 액체 속에서 두 팔을 뻗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산소가 풍부한 액체 속으로 비명을 지르며 다시 시도했다. 양손의 그루터기가 그녀의 관 전면부에 부딪쳤다.

아무 일도.

“플라즈마 어나힐레이터 환기까지 16초 남았습니다, 프린켑스님. 14. 13. 12.”

다른… 다른… 다른 쪽 팔을 발사해라. 발포해.

“치이이이이이익.”

헬스톰 캐논을 발사해라. 그녀의 마비된 오른쪽 팔이 양수 탱크의 유리벽에 여러 번 부딪쳤다.

“헬스톰 캐논을 발사해라.”

“재충전되는 대로 즉시 이행하겠습니다, 프린켑스님.” 론이 대답했다. 이제 그녀를 반쯤 무시하고 있었다. 그녀는 몇 분 전에 제멋대로 발포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타이탄이 박살나며 고통 속에 표류하는 그녀는 지금 거의 믿을 수 없었다. 카소미어와 론은 프린켑스와의 바람과는 거의 독립적으로 일했다. 한 발 빗나갔을 뿐인데, 벌써 적 타이탄은 신 파괴자의 첫 일제 사격에 1분도 채 버티지 못한 악귀의 망가진 시체 위로 전진하고 있었다.

고철-타이탄은 무자비한 화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폭풍의 전령의 지휘 승무원 중 누구도 이런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끝을 맞이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신-기계들의 결투가 지속된 지 몇 분 만에 임페라토르는 화염에 휩싸였다. 온도계는 흐느꼈고 경고등은 거인의 강철 뼈대를 꿴 좁은 복도에서 번쩍거렸다.

타이탄의 보이드 쉴드로 기능하던 여러 겹의 에너지 장은 오크 보행병기에 의해 미친, 어처구니없는 속도로 찢어졌다.

“준비됐어.” 카소미어가 알렸다. “쏜다.”

“스태빌라이저가 안정화될 때까지 기다려!” 론이 고함쳤다. “1분만 더 있으면 돼.”

카소미어는 자신의 동료 조종사가 어깨 관절에서 작업하는 기술-승무원들을 믿는 것이 존경스러웠지만, 상황을 고려하면 믿을 수 없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는 한 번 눈을 깜빡이며 론의 애원을 들을까 생각하기까지 해 귀중한 몇 초를 낭비했다.

“팔은 심각하게 손상되지 않았어. 쏠 수 있어. 할 수 있다고.”

“빗나갈 거야, 발! 30초만, 딱 30초만 더 기다려.”

“쏜다.”

“이 개자식!”

폭풍의 전령의 무릎이 준비하며 고정되었다. 왼팔로 기능하던 플라즈마 어나힐레이터 탑이 냉각제를 흡입하며 공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네가 우리를 죽일 거야.” 론은 증기로 가려진 관측창으로 적 타이탄을 바라보며 내쉬었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부수적인 사격이 폭풍의 전령의 쉴드에 빗발쳐 그것을 긴장시키고 분홍빛을 일으켰다.

“보이드 쉴드가 비틀리는 중.” 측면 터미널에서 기술-어뎁트 한 명이 외쳤다.

“적 엔진이 주요 무기를 발포할 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또 하나가 말했다.

“그럴 기회는 없을 거야…” 발리안 카소미어는 사악한 눈빛으로 미소를 지었다.

론의 항의하는 고함은 방출되는 태양열의 포효에 묻혔다. 소용돌이치며 끓어오르는 백색-뜨거운 플라즈마 광선이 포의 집중 고리로부터 뿜어져 나와, 두 타이탄 사이 4백 미터를 가로질렀다. 폭풍의 전령은 단단하게 방어적으로 서 있었다. 징벌을 주고받은 첫 2분 이후 더 이상 전진하지 않았다. 신 파괴자는 우레 같은 느린 돌격을 멈추지 않았다.

“개자식아!” 론이 고함쳤다. 카소미어는 빗맞혔다. 분출된 플라즈마는 접근하는 오크 가간트의 왼쪽 땅을 뒤덮었다. 그곳에서 그것은 거대한 산성 웅덩이처럼 닿는 모든 것을 융해시켰다.

론이 옳았다. 목표물 고정에도 불구하고 팔-무기는 그 화력의 최대 힘이 중심을 무너뜨려 빗나갔다.

“내가 쐈어.” 카소미어는 고개를 저었다.

“보이드 쉴드 격파 중.” 기술-어뎁트가 아무런 감정 없이 알렸다.

“내가 쐈다고.” 카소미어는 반복했다. 그들을 압도하는 고철-타이탄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모데라티 옥좌 뒤에서 자르하는 의식을 잃고 느슨하게 수조 속에 떠 있었다.

“안 돼, 안 돼, 안 돼…” 론은 미간을 찌푸리고 콘솔에 작업했다. “이럴 순 없어.”

보이드 쉴드가 다시 꺼지자 그들을 둘러싼 타이탄이 몸을 떨기 시작했다. 임페라토르의 조밀한 장갑이 외계인의 공격의 예봉을 받고 있었다.

론은 살면서 이렇게 전력을 다해본 적이 없었다. 육체 반 정신 반으로 수행한 노력의 광풍이었다. 그는 타이탄이 잠에 빠지고 있고, 그 희미해지는 의식이 그의 생각을 잡아끌며 둔화시키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정신-연결에서 이와 같은 저항을 만날 때마다 지휘 콘솔로 오버라이드해 보정했다.

그가 작업하자 지휘실이 어두워졌다. 적 가간트가 바깥의 빛을 전부 가리며, 나태해진 폭풍의 전령 앞에 나타났다.

“왜 쏘지 않는 거지?” 카소미어는 론을 따라 작업하며, 필수 시스템을 냉각하고, 과로한 관절에 수리 팀을 할당하고, 기침하는 쉴드 발생기에서 목마른 무기 에너지 전지로 동력을 전환했다.

론에게 그 이유는 명백했다. 가간트의 인형술사 역할을 한 야만인들처럼, 고철 타이탄은 손으로 직접 살해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괴물의 몇몇 무기 포가에는 고철 창과 발톱으로 끝나는 조잡한 팔이 달려 있었다. 놈은 제국 이전 불순한 몇 천 년을 보내던 테라의 여러 팔 달린 악마처럼 폭풍의 전령의 죽음을 맛보길 원했다.

방이 어두워지자 자르하의 증강된 눈이 깜빡거리며 켜졌다. 그녀는 보조 사격이 그녀의 장갑판을 파괴하자 산 채로 피부를 벗기는 아픔을 느끼며 깨어나 자신에게 닥친 파멸을 보았다.

피 섞인 액체와 미칠 듯한 고통 속에서, 그녀는 떨리는 팔을 들어 올렸다. 폭풍의 전령은 신 파괴자의 포들에 구타당하며 그 동작을 재현했다. 메카니쿠스 거인에게서 날카로운 강철이 뜯겨 나와 비처럼 떨어져 아래의 대지를 강타했다. 자신을 보존할 감각을 지니고 도망치려던, 임페라토르의 승무원 상당수가 떨어지는 장갑 덩어리에 목숨을 잃었다.

자르하는 마지막 힘을, 마지막 생명력을 짜내 두 팔을 앞으로 뻗었다. 플라즈마 어나힐레이터는 발포하지 않았다. 헬스톰 캐논도 마찬가지였다. 둘 다 고갈된 발전기로부터 재충전하는 과정을 거치며 잠겨 있었다.

우뚝 솟은 무기-팔이 앞으로 찌르며 신 파괴자의 뚱뚱한 동체를 강타하고 꿰뚫었다. 폭풍의 전령의 포들이 고기를 꿰뚫은 단검처럼 더 깊게 밀고 들어가 찌르며 적의 심장-반응로를 갈아버리고 짓누르려고 하자, 찢어지는 고철의 외침이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그리말두스. 약속대로, 나는 최후까지 서 있었소. 오베론을 깨우시오. 그것을 깨우지 않으면 우리처럼 죽소.

아마도 그녀의 생각은 모데라티와의 정신적 연결을 통해 울려 퍼진 것 같았다. 그들 중 한 명이 그녀의 감상을 목소리로 냈기 때문이었다.

“우린 죽었어.” 카소미어가 속삭였다. 그는 옥좌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구속 및 연결용 전선들이 그를 너무 완전히 묶어놓았다. 그는 눈을 감는 것으로 만족했다.

론은 노파의 의도를 느꼈다. 조종 레버에 전신의 무게를 실어 자르하의 힘에 자신의 요구를 더했다. 팔들이 적 타이탄의 가슴을 삐걱거리며 갈리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더 깊이 파고들었다. 그는 엄니 달린 외계인 짐승들이 타이탄의 몸체에 난 상처에서 피처럼 빠져나와, 꿰뚫은 팔-대포를 폭풍의 전령에 올라탈 가교로 삼아 기어오는 것을 어두워진 관측창으로 보며 메스꺼움을 느꼈다.

평화로운 퇴색이나 전조 없이, 전력이 죽었다. 그는 어둠 속에 남겨졌다. 그는 레버에 힘을 풀었다. 노파가 죽은 걸 보지 않고도 알 수 있었다.

폭풍의 전령은 거대한 칼날이 달린 팔다리로 자신을 천천히 조각내는 전쟁 기계와 연결된 조각상이었다. 끝이 다가오며 론은 이것이 웅장하지도 영광스럽지도 않다고 여겼다.

신 파괴자의 수많은 무기-팔이 때리고, 때리고, 때리자 격렬한 리듬으로 지휘실이 흔들렸다. 론은 라스피스톨을 뽑고 봉인된 문을 지켜보며, 결국 출입구를 뚫어버릴 외계인들을 맞을 준비를 했다. 자르하의 시체가 타이탄의 진동에 맞춰 그녀의 관의 앞부분 유리에 부딪치는 부드러운 소리가 들리자 그의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내가 쐈어.” 카소미어는 어둠 속에서 죽음을 기다리며 인접한 옥좌에서 말을 더듬었다. “내가 쐈다고…”

라스-광선이 그의 두개골을 베자 그의 머리 측면이 폭발했다.

“이 개자식.” 론은 경련하는 시체에게 말했다. 그러고 나서 권총을 내리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자신을 조종 옥좌에서 해방하는 고된 과정을 시작했다.




폭풍의 전령의 죽음에는 인간적인 무언가가 있었다. 느슨해지고, 비틀거리다가, 땅에 쓰러지고, 심장-코어가 식고, 벌레에게 파 먹히는 시체처럼 적들의 육체로 뒤덮이는 방식에는.

신-기계는 마침내 넘어져 대지를 뒤흔들었다. 가시처럼 돋은 성당은 등에서 떨어져 나와 값을 매길 수 없는 건축물들을 엎질렀다. 타이탄의 머리에 산처럼 쌓인 장갑 파편 무더기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폭풍의 전령의 두 팔은 몸통에서 뻗어 나오다가 뒤틀렸다. 고대의 엔진이 도시 전체를 뒤흔드는 떨림을 일으킬 정도의 힘으로 땅에 부딪치자 어깨 관절이 파열되며 비명을 질렀다.

몸체가 쓰러지기 전에 머리가 백만 마리 뱀의 둥지 같은 전선과 인터페이스 피드의 소켓을 남겨두고 뜯겨나갔다. 타이탄의 머리는 신 파괴자의 수많은 팔 중 하나의 끝에 달린 기중기-발톱에 붙잡혀 짓이겨지다가, 뒤틀린 고철 구체가 되어 옆으로 던져졌다. 수십 톤에 달하는 장갑 두른 지휘실이 건물의 측면 벽을 뚫고 지지 기둥 몇 개를 박살내자 그 착지에 작은 공장 하나가 납작해졌다.

신 파괴자에 탑승한 담당 야수는 타이탄의 머리를 그런 식으로 파괴하고 버렸다고 하급자들에게 고함쳤다. 야수의 생각에 그것은 그들의 신-기계에 달린 아주 인상적인 트로피가 될 수 있었다.

쓰러진 폭풍의 전령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레기오 승무원, 스키타리 방어자, 기술-어뎁트들은 필사적으로 탈출구를 찾으며 베히모스의 피부를 뚫었다. 정오의 아마겟돈의 미약한 햇빛 속에서 그들은 죽은 타이탄 주변에 모여든 오크 약탈자들에게 살해당했다.

놀랍게도, 차석 모데라티 론은 그들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죽어가는 신-기계와 자신을 연결한 인터페이스 전선과 속박을 간신히 풀고 신 파괴자폭풍의 전령의 목을 벨 때 조종실을 빠져나왔다. 뒤따르는 넘어짐에서 그는 다리가 부러졌고, 복도가 기울어지며 나선형 계단에 떨어지자 뇌진탕을 얻었으며, 머리가 핸드레일에 부딪쳤을 때는 잇몸에서 이빨 몇 개가 부러졌다.

손과 무릎으로 죽은 다리와 뇌진탕으로 반쯤 몽롱해진 정신을 이끌며, 론은 비상 격벽에서 빠져나와 폭풍의 전령의 몸통의 따뜻한 장갑판 위에 누웠다. 그는 거기 남아 희미한 햇빛 아래에서 몇 초 간 숨을 헐떡이고 피를 흘리다가, 땅으로 천천히 기어 내려오기 시작했다. 쓰러진 타이탄에게 몰려든 약탈자 그린스킨들에게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죽음을 맞이했다.

그는 고통 속에서 죽으며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그리말두스는 마침내 지성소에 다다랐다.


여기서 그는 더 이상 전사가 아니었다. 순례자였다. 그는 그렇다고 확신했지만, 네로의 말에 대해서는 거의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었다.

황제 승천의 사원에 들어서자마자 그 확실함이 떠올랐다. 부정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그는 익숙하고 신성한 땅에서 고향을 느꼈다. 영원한 성전사를 떠난 이후 처음으로 느끼는 것이었다.

이것은 정화였다.

신선한 공기는 그가 걷고 싶지 않았던 세계의 불과 피의 맛이 나지 않았다. 침묵은 그가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전쟁의 소리로 깨지지 않았다.

간단한 메카니쿠스 장기로 향상되어 날개 달린 채럽-서비터로 기능하도록 강요받은 증강된 아기들―유전자 조작과 호르몬 조절로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는 아이들의 전두엽 절제된 시체였다―은 반중력장으로 회랑과 아치형 방을 떠다니며 기도의 깃발을 늘어뜨렸다.

성당의 무수한 방들에서, 헬스리치의 헌신적이고 신앙 깊은 자들은 도시를 검게 물들인 전쟁에도 불구하고 일상적인 숭상을 계속했다. 그리말두스는 사원 경비대의 무기에 내걸릴 양피지에 수백 성자들의 이름을 새기며 기도를 올리는 수도승들의 방을 통과했다.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가 지나가자 신성한 자들 중 한 명이 무릎을 꿇고 ‘죽음의 천사’에게 갑옷에 양피지를 달아달라고 애원했다. 기사는 그 자의 신앙에 감동하여 승인했다. 사원 전역에 퍼진 나머지 부하들에게 유사한 자애를 받아들이라고 복스로 명령했다.

그리말두스는 평신도 형제가 견갑에 두루마리를 묶도록 놔두었다. 제공된 양피지는 지난 5주 간의 전투 동안 갑옷에서 지워진 아이콘, 맹세의 서, 문장을 대신하는 소박하지만 감사한 대체품이었다.

레클루시아크는 성당 내 모든 방어와 시설을 점검하는 순찰 과정에서 민간인들을 목도하길 바라며 홀로 지하실로 향했다. 광대한 지하 시설은 한때 금욕적이고 엄숙했을 터였다. 아주 드물게 자리를 차지하는 검은 석관이 특징적이었다. 기사의 눈에 이곳은 피난민 벙커였다. 불결함과 두려움의 냄새를 풍기는 인간들이 가족들끼리 모여앉아 조밀하게 무리지어 있었다. 몇몇은 자고 있었고 몇몇은 조용히 대화를 나누었다. 몇몇은 우는 아기를 달랬고 몇몇은 더러운 담요 위에 변변찮은 소지품을 펼쳐놓았다. 그들이 집을 도망쳐 나오면서 옮기려고 했던, 이 세상에서 가진 재고품의 전부였다.

그는 말없이 그들 사이를 걸었다. 그들 모두가 그의 경로에서 비켰다. 그들 모두가 어뎁투스 아스타르테스 전사를 처음으로 보고 솔직하게 경외감을 드러냈다.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속삭였고, 아이들은 더 많은 질문을 속삭였다.

“저기요,” 그가 너른 대리석 계단으로 다시 올라가자 목소리 하나가 뒤에서 그를 불렀다. 레클루시아크는 고개를 돌렸다. 소녀-아이가 층계 맨 밑에 서 있었다. 부모나 더 나이든 형제의 것이 분명한 과다한 크기의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남루한 금발은 더러워서 꽤 자연스럽게 부수적으로 레게머리를 만들 정도로 얽혔다.

그리말두스는 다시 내려와, 소녀를 말리는 그녀의 부모님을 무시하고 그녀를 불렀다. 그녀는 일고여덟 살도 채 되지 않았다. 똑바로 서도 그의 무릎밖에 오지 않았다.

“반갑다.” 그는 그녀에게 말했다. 복스-목소리에 군중이 주춤했다. 가장 가까운 이들 중 몇 명은 숨을 헐떡였다.

소녀는 눈을 깜빡였다. “아버지가 당신이 영웅이래요. 영웅이신가요?”

그리말두스의 시선이 군중을 일별했다. 그의 표적 눈금선이 얼굴과 얼굴을 오가며 그녀의 부모를 찾았다.

두 세기 동안 전쟁을 치렀음에도 그는 이 질문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모여든 피난민들이 침묵 속에서 지켜보았다.

“여기엔 수많은 영웅이 있다.” 채플린은 답했다.

“목소리가 아주 크시네요.” 소녀가 불평했다.

“나는 소리치는 데 더 익숙하거든.” 기사는 목소리를 낮추었다. “내게 필요한 거라도 있느냐?”

“우리를 구해주실 건가요?”

그는 다시 군중을 바라보며, 아주 신중히 말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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