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감옥의 미로와도 같은 복도를 따라 헤카론이 걸음을 옮기는 순간마다 돌바닥 위로 발소리가 울린다. 그는 홀로 걷는다. 갑주의 으르렁거림과 발소리만이 온 사방을 가득 채운 고요한 곳이다. 그의 종족은 제국의 여명이 밝아올 때, 군단 사이의 전쟁이 벌어지기 전 거짓된 황금기에 빚어진 존재다.

커스토디안과 스페이스 마린 모두에 대해 아는 이들 중에는 가끔 우리가 동족이라 여기는 이가 있다. 굳이 따지자면, 아주 거리가 먼 친족이라 해야 하겠지. 스페이스 마린은 일종의 훼손된 존재다. 인간을 절개하여 반신이 가진 정수의 파편을 이식한 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집단에 소속되고, 집단으로 싸우고, 집단으로 생각하도록 훈련받은 존재들이다. 하지만 커스토디안은 전적으로 다른 수단으로 빚어진 이들이다. 그들을 변화시킨 신비는 고깃덩이를 이식하는 정도가 아니라, 유아였던 시절 실타래처럼 그들을 감싸 안는다. 한때 모든 커스토디안들은 패배한 왕들의 후손이었다고 한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은 군인이라기보단 왕자에 가까운 이들이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행동하고, 혼자 싸우는 존재들이니까. 그들은 학자의 숙고를, 외교관의 경략을, 암살자의 냉정함을 똑같이 따라할 수 있다. 그리고 여기, 황궁 지하의 암흑 감옥, 그들 역시 똑같은 수인일 뿐이다.

“핵심 파수 통제 시스템에 복스 연결 개방.”

헤카론이 명령을 내리고, 갑주에 장비된 복스 시스템은 명령에 복종한다.

- 복종…

셔비터가 웅웅거리며 답한다.

- 인증 및 처리 진행… 개방 완료. 명예의 빛이 각하 위에 비치나이다, 파수관이시여.

“암흑 감옥 감금 무결성 요약.”

- 복종… 명령 처리 중… 암흑 감옥 1층부터 81층까지 감금 무결성 100% 유지 중. 전체 식별 현황, 이상 없음.

헤카론은 감방과 비밀 수감실로 향하는 외부 문을 지나간다. 오직 그만이 볼 수 있는 문이다. 자물쇠로 잠긴 몇은 역장에 감싸여 부풀어 오른 채다. 이 문들 뒤에는 커스토디안들이 파괴할 수 없거나, 파괴하지 않을 것들이 존재한다. 말 한마디로 수십억을 죽일 수 있는 노인이 있다. 눈이 바라보기 전까지 형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있다. 경첩이나 뚜껑을 찾을 수 없는 작고 검은 입방체가 있다. 그리고 수많은 것들이 있다. 인류의 기억과 시각으로부터 분리된 수많은 것들. 몇몇은 옛 신화로부터 따온 이름이 붙어 있기도 하다; 신식자(神食者), 종말의 뱀, 옥좌의 파괴자까지. 어떤 것들은 이름이 붙여진 바 없고, 앞으로도 붙여지지 않을 것들이다. 생명체, 기계, 움직임 없이 조용히 놓인 물체까지. 그 모든 것이 깨어 있다. 이것을 어떻게 알고 있느냐고? 비밀에 대한 배움 없이 미스터리가 될 수 있겠나?

“워프 안정성과 접점 상황 요약.”

- 에테르 센서에 따르면 워프 격류의 광범위한 변이가 포착됨. 근원은 복합체 외부. 무효화 역장 생성기와 에테르 댐퍼가 보정 중. 아르카나 방어망과 에테르 봉인 무결성은 98%로 추정.

“복스 연결 종료.”

헤카론이 석재 통로에서 돌며 잠시 멈춘다. 그는 극도의 정밀성을 담아 미래로부터 잘려 나간 매초의 시간 파편을 침묵 속에 헤아린다. 암흑 감옥은 일련의 수용 구획이 아닌 미로에 가까운 곳이다. 잘려 나간 부분과 살육 장치가 거듭되며 그 자신을 다시금 빚어내는 곳이기도 하다. 때때로 그림자 파수관은 전체 시스템의 평가를 위해 가치가 떨어지는 죄수를 수용실 밖으로 내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 결과는 자유가 아니다. 헤카론과 그의 동족은 이 미로의 전체 상을 머릿속에 담고 있다. 모든 비틀림, 회전, 변경에 동기화되어 이 미로를 빠져나갈 수 있는 존재들이다. 그들이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고 의심한다면, 이 위업이야말로 확실히 그 의심의 근거가 될 만한 일이다.

헤아림을 마친 헤카론은 앞으로 나아간다. 그의 뒤쪽에서 통로가 재구성된다. 허공이 펼쳐졌던 공간에, 이제 텅 빈 돌이 있다. 다음 발걸음은 벽 위로 향한다. 내장된 중력 발생기가 위로 향하는 길을 바꾼다. 앞의 통로가 회전한다. 함정과 숨겨진 병기들이 무작위로 불을 뿜고 재장전을 마친다. 헤카론은 치명적인 방어 기제와 맞물려 어떤 방해도 받지 않은 채 걸음을 옮긴다.

오늘 밤, 여기 남은 커스토디안 파수관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은 성벽 밖에서 벌어지는 전투 소집령에 응한 뒤다. 헤카론은 남아서 수감자들을 감시하는 중이다. 그는 홀로이고, 거의 완벽한 통제력을 발휘하는 존재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자리한다. 이곳에서조차 문제는 발생하고-완벽한 감옥은 없으니까-, 오늘 밤에도 이곳의 수용체들과 죄수들은 살아 있다. 헤카론은 그들의 흉흉한 움직임을 느낀다. 에너지 역장과 자물쇠, 금속과 돌 너머로 그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 모두 조용하다. 헤카론은 다시 걸음을 옮긴다. 손에는 창을 든 채, 침묵이 그의 옆을 따른다.

커스토디안 파트. 암흑 감옥은 Dark Cells의 역어. 종말과 죽음에서도 저 단어로 옮겼음. 파수관은 워든을 옮긴 건데, 예전엔 뭐라고 옮겼나 기억이 안 나네.

하여간 현재 커스토디안들은 사자의 문에서 싸우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