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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테라 공성전 : 종말과 죽음 3부] 9:xiii 오직 둘

말카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14 16:16:56
조회 768 추천 25 댓글 17
														




9:xiii 오직 둘



그녀는 달린다. 메루딘 부대원들이 쏘아대는 사격이 긴 시간 인적이 끊긴 버려진 거리 위로 그녀를 쫓는다. 날아든 총격이 그녀의 뒤에 있던 낡은 창문을 부순다.


그녀는 낡은 석조 수조 뒤로 몸을 숨긴다. 총성이 멈춘다. 놈들이 가까이 다가온다. 놈들은 그녀가 사격에 맞았다 여긴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작은 판석 조각과 찢긴 치맛자락을 쥔다.


그녀가 일어선 순간, 메루딘 부대원 한 놈이 10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 있다. 그녀와 시선이 마주친 놈이 카빈을 겨눈다. 하지만, 이미 그녀는 판석을 실은 치맛자락을 빙빙 돌리는 중이다. 깨진 판석 조각이 총알처럼 튕겨 놈의 눈 사이를 강타한다. 경악한 표정과 함께 놈이 뒤로 쓰러진다.


새총에 다시 조각을 담은 그녀가 빙빙 돌리기 시작한다. 몇 발의 사격이 그녀를 향해 날아든다. 더 많은 반역자들이 보인다. 놈들은 그녀의 급조된 무기가 치명상을 입힐 거리 밖에 있다. 하지만 놈들의 라스라이플이 그녀에게 치명상을 입히기에는 충분한 거리다.


좌절된 분노가 그녀의 심중을 가득 채운다. 하지만 분노는 곧 걷힌다. 오직 살아남아야 한다는 격렬한 충동뿐이다. 그녀를 얽어매고 있던, 최근의 죽음과 새로운 탄생의 당혹감이 드리운 안개가 걷힌다.


그녀는 거리 전체를 놈들에게 던지기 원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행한다. 주변에 널려 있던 바위와 자갈 조각 수십여 개가 새총보다도 더 강렬하고 정확한 기세로 반역자들을 향해 날아든다. 네 놈이 죽거나 다쳐 쓰러진다. 나머지는 비명과 함께 몸을 숨기려 애쓴다.


그녀는 도망친다. 이런 기술이라니, 실로 신기한 조합이다. 작고 날렵한 육신에, 어린 사지에 그녀는 점차 익숙해지는 중이다. 이런 복잡한 정신의 조화라니.


장벽이 무너진 순간, 그들은 함께 뭉개졌다. 하지만 둘을 잇고 있던 교감의 끈은 남아 있었다. 죽었지만, 그녀는 살았다. 하지만 일전의 그릇으로 살아난 것은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차갑고 텅 빈 껍질이 여전히 검은 벽의 잔해 아래 묻힌 모습을 상상한다.


하지만 지금의 이 모습 역시 그녀의 예전 모습에 속한다. 소녀는 사라진 것이 아니다. 둘은 극심한 피해 속에서 함께 짓이겨진 채, 기묘한 공생 관계로 융합되어 여기 있다. 통제권을 위한 싸움의 여유는 없다. 그녀의 육신은 망가져 죽었고, 소녀의 정신은 상처를 입은 채다. 살아남을 유일한 기회는, 멀쩡히 작동하는 부분을 살려내 하나로 빚어내는 것뿐이다.


그 결합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염력은 약해졌지만, 소녀가 품고 있던 맹렬함과 재치, 날렵한 육신, 그리고 영리한 저항심은 여전하다. 눈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아니, 그들이라고 해야 하겠지. 둘 다 현존하고 있으니까. 단수의 대명사가 아닌 복수의 대명사를 취해야 할 것이다. 둘 다 이 육체에 거하고 있으니까. 그녀는 정신을 쥐고, 소녀는 육신을 쥔다. 그리고 감정적으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이 융합에 빨리 익숙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오직 광기가 있을 뿐이니까. 그녀는 이제야 그들이 얼마나 기이한 동족이었는지 깨닫는다. 그들은 이 텔레파시적 교감을 공유해야만 한다. 어쩌면, 영원히.


총성이 가까워진다. 저 앞에 총을 든 병사들이 보인다. 그들이 그녀를 포위한다. 빌어먹을-


다음 순간, 그녀를 둘러쌌던 병사들은 그녀 너머로 사격을 퍼붓는다. 메루딘 부대원들을 향한 사격이다.


“이쪽으로!”


누군가 그녀에게 소리친다. 다가오는 반역자들을 향해 총격을 날리는 부하들 너머, 그가 그녀를 엄폐물로 끌어당긴다.


폐허를 지나, 그가 그녀를 안뜰로 이끌고 움직인다. 그녀는 그가 제국 정규군 소속이라 생각한다. 별다른 휘장도 없는 남루하고 지친 모습, 더럽기까지 하다.


“어디서 온 거지?”


그가 묻는다.


“저 밖에서요.”


막연한 대답이다. 이곳에 속한 어떤 이름도 모르기에.


“누구지?”


한 목소리가 묻는다. 여자다. 기이하게 그림자가 드리운 출입구에서 안뜰로 걸어 나온다.


“미카일? 누구지?”

“적대적인 병력과 마주쳤습니다.”


군인이 보고한다.


“교전이 벌어졌고, 이 여성이 도주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여성은 그녀를 바라본다. 나이가 많고 엄격한 태도, 장교다. 뺨의 찢긴 곳을 꿰맨 흔적과 부어오른 자국이 보인다.


“아가테 집행관이다.”


여성이 입을 연다.


“안티오크 마일스 베스페리 연대지. 그쪽 이름을 알고 싶은데.”


무슨 이름을 말해야 할까? 아직 유효한 이름이 있을까? 시레니 발란티온도, 악타이도 적절치 않다. 그녀가 반쯤 피하고 싶은 캇이라는 이름도 아닌 것 같다. 그녀는 댈 이름을 찾기 위해 두 기억을 함께 더듬는다. 수 년 동안 묻혀서 거의 사용되지 않았던 소녀의 본명, 이거면 충분하겠지.


“카테리나 모리아나(Katerina Moriana)입니다.”

“이곳에서의 용무는?”

“도움을 구하기 위해 보내졌습니다, 집행관님.”


그녀가 입을 연다.


“마지막 전장에 설 수 있는 모든 이를 소환하라는 최고위 군명이 있었습니다.”

“그 최고위는 누구지?”


집행관이 묻는다.


모리아나는 직인을 내보인다.


“근위장 전하 본인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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