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내용: 필멸자들을 노예로 부리며 재앙을 일으키는 구르의 악신 칫사르 마이의 추적에 인드라스타는 곤혹을 겪었고, 우연히 만난 필멸자 소녀 니즈다(와 그녀의 동료들)의 신비한 능력에 도움받아 추적에 성공한다. 그렇게 사냥이 시작되었지만, 사냥 도중 니즈다가 신의 노예가 된 자신의 엄마를 발견하고 그만 소리를 내버린다.

세상은 인드라스타를 중심으로 돌아갔고, 수쿠는 그 기세에 눌려 비틀거렸다. 그녀는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렐름은 그녀를 중심축으로 회전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마에 난 상처에서 이글거리는 피가 흘러나왔다. 섬뜩한 빛이 그녀의 갑옷의 균열에 스며들었다. 상처에서 부조화한 빛이 너울거리는데, 마치 신성의 원료가 균열에서 새어나오는 것 같았다.

인드라스타가 입술을 벌리자 천둥이 니즈다의 영혼을 울렸다.

너희 바보들 중 누가 그랬지?

어떤 멍청이가 저 짐승에게 경고한 거냐?

(...)

인드라스타의 갑옷과 살갗의 균열 사이로 소울파이어의 눈부신 물질이 쏟아져 나왔다. 그 하얀 용광로 속에서 인드라스타라는 존재의 진실이 환하게 빛났다. 그것은 번개가 적란운을 일으키듯 빛났다.

성녀는 인간이 아니었다. 사냥꾼의 등에서 무한한 별빛으로 빚어진 한 쌍의 은빛 날개가 피어났다. 갑옷의 은빛이 구르의 울부짖는 비스트 문을 마치 탁한 납 덩어리처럼 보이게 했다. 친숙한 얼굴(높은 광대뼈, 깎아지른 관자놀이, 깃털처럼 옅은 흉터....)이 찬란한 광채 사이로 희미하게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얼굴 중 하나일 뿐이었다. 성녀의 머리 천 면에는, 살해당한 괴물들의 거칠게 일그러진 얼굴이 엿보였다. 형언할 수 없는 데몬들, 턱살이 있는 트로고스 왕들, 지느러미와 아가미를 지닌 타이탄들. 인드라스타의 신성으로 이뤄진 천 개의 왕관은 죽은 자(만티코어, 키메라족, 고대의 정령들)에게서 뜯어낸 트로피였고, 그녀의 영혼에 각인되었다.

하이겐은 땅바닥에서 몸부림치며 눈을 가렸다. 마가는 취한 듯 무릎을 비틀거렸고,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인드라스타의 불타는 존재 뒤로, 산허리에서 숲의 지옥불이 피어올랐다. 밤하늘에 고정된 그 위로, 니즈다는 우주의 근원을 얼핏 보았다. 끝없는 별의 들판, 그리고 천상의 검은 툰드라 같은 별들 사이의 부정적 공간. 멀리서 바라본 별들은 공허에서 높이 솟아오른 황금의 왕좌와 순결한 빛으로 합쳐져 있었다.

지그라말레스 압밀의 그림자가 우주를 짓눌렀다. 니즈다는 머리를 뻗은 채 뒤로 휘청거렸지만, 그의 형체의 광대한 규모를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모든 렐름의 모든 태양이 지그마의 그림자를 드리우려고 몸부림치는 것처럼, 지그마의 존재에 관한 영원한 반음만이 그녀에게 그대로 드러났을 뿐이었다.

이것은 신성이었다. 이것은 인드라스타의 존재의 바늘 끝을 통해 흘러나오는 조화, 무한한 외경심과 분노였다. 지그마의 위엄(그의 성녀의 한없이 분노에 찬 신격화)과 마주한 니즈다는 자비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엎드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이게 인간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