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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후타바 워해머 공원 - 겨울잠

꺼무트길리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19 10:22:22
조회 821 추천 20 댓글 6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lacklibrary&no=245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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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다.

공기는 차가워지고 땅은 얼어붙는 엄동설한의 시기.


입에서 나오는 날숨은 순식간에 수증기가 되어 흩어지고 땅에 고여있는 물은 겉면부터 서리가 끼어 빙판이 되며,

하늘에서 내리는 눈은 땅위에 쌓이고 쌓여 그 높이만큼이나 세상에 한기를 더한다.


겨울은 생명의 활동이 둔해지고 시들어가는 시기,

늦가을의 마지막까지 간신히 푸른 잎사귀를 붙들고 있던 나무들은 천둥벌거숭이처럼 앙상하게 변하고,

풀숲 사이를 떠돌아다니던 동물들의 모습은 이제 운좋으면 며칠에 한번 볼까말까 할 정도로 드물어진다.


새하얀 눈 사이에서 생명의 기척이 들리지 않는 것은 필시 다음 봄이 올때까지 추위를 버티기 위해 깊디 깊은 구석으로 기어들어가 조용히 동면을 청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이러한 것은 여기 후타바 워해머 공원도 매한가지다.


한겨울이 되면 공원은 한적해진다.


매서운 추위 때문에 시민들이 집안에만 틀어박혀있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그보다도 겨울 전까지만 해도 풀숲을 돌아다니던 동물들이 이젠 모습을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강추위에 야외로 나올것을 자청하는 짐승이 누가 있을까. 더군다나 지금 이렇게 하늘에서 눈보라까지 펄펄 내리는데.


더군다나 땅바닥에 눈이 쌓일수록 옮기는 발걸음도 힘들어지고 그런 눈이 무게에 눌려 압축되면 빙판이 되어 미끄러어지는지라 굳이 나오려는 사람들은 없다.


이 공원에 전선을 세운 침략자들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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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송이가 내리고 쌓여있는 눈더미 위로 무언가가 행군 중이다.


뒤에 무한궤도 자국을 남기며 눈밭을 밟고 전진하고 있는 랜드 레이더와 그 주위를 호위하고 있는 둥근 갑주의 병사들,


스페이스 울프의 후계 파운딩 챕터인 프로스트 클로(Frost Claw)의 정찰대들이다.


그 아무도 돌아다니지 않는 설원(눈밭)의 한가운데, 그들만이 꾸준히 한겨울의 야외를 가로지르며 나아가고 있었다.


겨울은 꽤나 차가운 계절이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이전이라면 지겹도록 보이던 토착괴수들은 물론이고 대괴수들(일반인)까지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집이나 굴 속에 쳐박혀서 격전지(공원)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위협들이 돌아다니지 않는 계절이 된 지금, 침략자들에게 있어서는 오히려 활동 영역을 확장하기 좋은 기회였다.


혹한의 기후였지만, 그럼에도 원래 우주의 여러 척박한 전장과 데스 월드를 헤쳐나갔던 그들이었다.


느리지만 꾸준히, 그리고 소수지만 확실하게,

진영 모두가 월동을 준비하는 와중에도 계속 격전지(공원)의 곳곳의 아직 무주공산인 곳이나 탈환하기 위한 적지를 탐사하기 위해 소수의 정찰대를 파견하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이 설원(눈밭)을 횡단하고 있는 프로스트 클로 챕터의 마린들도 그 중 하나였다.



"허어... 눈굵기가 장난아니군..."



프로스트 클로 챕터의 울프 로드 이약손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발을 보고 중얼거렸다.


확실히 스페이스 울프에서 파운딩된 챕터였던 만큼 혹한의 기후에는 큰 저항력을 가지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럼에도, 하늘에서 내려와 쌓이는 사람 머리만한 눈송이들의 세례는 제 아무리 펜리스이 눈보라에 적응되어 있는 이 늑대전사들에게도 버거운 것이었으니,



"캡틴, 랜드 레이더 궤도에 계속 성에가 낍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금방 엔진 시스템도 금방 방전됩니다."



아이언 프리스트가 옆에서 말했다.


확실히 눈발은 점점 굵어지다못해 점점 사람만한 크기로 불어나고 있었고, 혹한의 기온으로 인해 평소라면 매서운 엔진음을 내며 전진하던 랜드 레이더들도 점점 굼떠지고 있었다.


늑대 형제들 또한 마찬가지,

제 아무리 파워 아머가 생명 유지 및 방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긴해도 이 세계의 가혹한 추위에 계속 노출되면 버티기 힘든데다 계속 발이 푹푹 빠지는 눈밭에 지쳐가고 있었다.


더군다나 지금 날도 어두워져가고 있으니...



"야영할 곳을 찾아야겠군. 주변에 거처를 확보할만한 데가 있는가?"

"현재 지도 상 근처에서는 찾기 힘듭니다. 보시다시피 주변이 거목(가로수) 몇군데를 제외하면 전부 설원이 되어버린지라..."

"일단 이대로 계속 설원을 건널때까지 전진할 수 밖에 없는가..."



데이터 지도를 확인하며 대답하는 배틀리더(루테넌트) 부관의 말에 이약손은 한숨쉬었다.


이대로 전진하자니 형제들의 체력은 물론이고 랜드 레이더가 버텨주질 못하고,

그렇다고 거대한 눈보라가 치는 한가운데에서 야영을 하자니 순식간에 눈으로 뒤덮여 동사해 질식할 게 뻔하고,


이도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아..."



일단 가만히 있어봤자 온몸이 더 차가워지는 시간만 더 빠르게 앞당길 뿐이었고,

어쩔 수 없이 혹여나 운좋게 있을 거처를 찾아보기 위해서라도 계속 전진하려던 그 때,



"울프 로드, 저기!..."



전투-형제 한 명이 손가락을 가리키자 모두가 시선을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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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눈보라 사이에서 검은 구멍이 하나보였다.


정확히는, 두텁게 쌓인 눈더미 밑에 거대한 바위가 놓여있는 꼴이었고,

그 밑에 동굴이 있었다.


암석으로 된 굴이 아니라 흙으로 된 땅에 구멍이 생겨서 생긴 듯한 굴,

안쪽에는 눈이 쌓여있지 않아 일단 눈을 피하기에 적절해보이는 곳이었다.



"울프 로드."



배틀리더 부관을 비롯해 전 형제들의 시선이 이약손에게 집중되었다.


울프 로드는 그들이 기대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고, 자신도 곧 그 말을 입에서 꺼냈다.



"전원, 들어간다! 일단 눈보라를 피하자!"



명령과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이 프로스트 클로의 마린들은 눈밭에서 굼뜨게 움직이던 아까 전과는 전혀 다르게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러스에게 감사를 올리며, 이약손의 정찰대는 동굴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후, 정찰대는 굴 속에 들어왔다.


안쪽은 생각보다 꽤나 아늑했다.


일차적으로 일단 동굴인지라 눈이 쌓여있지 않을뿐더러, 돌로 이루어진게 아니라 흙으로 되어 있어서 한기도 비교적 덜했다.


게다가 무엇보다도 눈바람이 들어오지 않는지라 눈을 피하기에는 안성맞춤의 장소였다.


굴 속에 들어온 정찰대는 겨우 한숨 돌렸다는 듯이 파워 아머와 기갑 온 군데에 낀 성에와 눈을 털어내었다.



"꽤나 아늑하군요. 근처에 이런 굴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배틀리더 부관이 헬름에 낀 눈을 털어내며 말했다.



"살펴보니까 누군가 야영하거나 토착생물이 돌아다닌 흔적도 없어보입니다. 그 누구도 들어온적 없어보이는 군요."

"기이하군."



이약손이 말했다.



"혹한기(겨울) 이전이라면 원정군이 여기 근처를 많이 돌아다녔을테니 이런 곳을 찾았을 법도 한데... 어찌 이제서야 발견된 것이지?"

"아마도 이전엔 수풀이 무성해서 이곳이 눈에 잘 띄지 않은 탓이겠지요. 덕분에 저희가 먼저 이곳을 찾아냈으니 이렇게 눈보라를 피할 수도 있고, 후에 저희말고도 다른 원정군 거점으로도 쓰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배틀리더 부관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불 피울 준비를 해라! 오늘은 여기서 야영한다."



늑대 전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춥고 먼 거리를 움직이느라 둔화된 장비와 기갑들의 정비를 시작하고, 모닥불을 피울 준비를 했다.


그렇게 다들 각자 분주하게 작업에 열중하던 도중,



"굴이 계속 아래쪽으로 이어져있구만."



한 그레이 헌터 마린이 호기심이 동굴 더 안쪽으로 들어가보았다.


라이트를 키고 안쪽을 살펴보자, 굴이 약간 경사진채로 지하로 이어져있었다.


몇몇 형제들까지 뒤따라 호기심에 계속 안쪽으로 얼마나 들어갔을까,



"음?"



형제들의 눈에 뭔가 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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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



낙엽더미였다.

이 혹성의 혹수기(가을)가 되면 사방 천지에서 많이 보일법한 그런 낙엽들이 거의 언덕 크기 수준으로 쌓여있었다.



"형제들, 여기 모닥불 장작거리를 찾은 것 같네만."



그레이 헌터들이 낙엽을 발로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이 정도 양이라면 야영용 모닥불을 피우기에 차고 넘치는 양이었다.


마린들의 발견에 이약손과 다른 늑대 전사들도 찾아와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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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여기에 먹을 것들도 있네만은?"



뿐만 아니었다.

주변에는 포탄 열매(도토리, 밤)이나 말라붙은 과일, 거대한 덩이식물의 뿌리조각(감자, 고구마) 등의 식량이 쌓여있었다.



"이런 것들이 왜 여기있지?"

"잘됐네, 안그래도 보존식량이 좀 부족하던 참이었는데."

"고기가 없어서 아쉽긴한데, 이거만해도 어디인가."

"에일도 있었다면 좋을텐데, 하하!"



예상치 못한 수확에 늑대 전사들은 화색이 피었다.

눈보라와 추위를 피할 거처도 찾고, 장작거리와 식량도 운좋게 찾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약손을 비롯해 몇몇 마린들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기 시작했다.


여긴 분명 아무도 발을 들인 적이 없는 동굴일 터,

허면 어째서 이렇게 굴 깊숙히에 마치 누군가 가져다놓은 것처럼 낙엽더미와 식량이 쌓여있단 말인가.


그렇게 의구심이 피어오르기도 잠시,



"자 그러면, 어디 가져가서 불피워볼-?"



한 그레이 헌터가 자기 몸집만한 낙엽을 손으로 쥐고 당긴 순간,

낙엽더미가 부스스 딸려 떨어졌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그 속에 감춰져있던 것이 드러났다.


자리에 있던 모든 마린들이 그 자리에서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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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눈꺼풀이었다.

그것도 최소 가드맨 몸집만한 지름의 눈꺼풀,

거대한 생물의 눈임이 확실했다.



"!!!!!!!!"

"허억...!!"

"수, 숨게...!!"



질겁한 마린들은 즉시 흩어지며 각자 쌓여있는 식량이나 흙더미 뒤로 숨었다.


각자 엄폐물 뒤에 숨은 그들은 눈을 빼꼼 들여다보며 '그것'이 있는 방향을 숨어보았다.



푸후웅-

"!!!!"



'그것'이 콧김을 뿜었다.

낙엽이 콧바람에 날아가며, 낙엽 더미에 싸여있던 '그것'의 얼굴 일부가 드러났다.


검정색의 코와 얼굴을 뒤덮고 있는 회색과 검은색의 코,

척 보아도 머리가 최소 랜드 레이더와 비슷한 크기,

그렇다면 지금 저 낙엽 더미 속에 파묻혀 있는 '저것'의 크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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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길이 최소 30m 이상은 거뜬히 넘는 무지막지한 괴수라는 의미였다.


괴수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마치 죽은 듯이 깊게 잠들어있는 괴수는 계속 낙엽 더미를 이불삼은채 눈을 감고 있었다.



"조용....!!!"



이약손은 검지를 입에 올린 채 숨어있는 형제들에게 입단속을 철저히 시켰다.



'우리가 너무 경솔했다...! 야생의 모든 굴은 주인이 있는 법인데...! 하물며 이 세상이라고 안그렇겠는가...!'



이약손은 혹한에 떠밀려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한 자신의 실책을 뒤늦게 책망했다.


생각해보면 어째 굴의 형태가 마치 무언가가 파낸 듯한 형태로 보였을때부터 알아채야 했다.

그 안에 들어가보니 어째 낙엽더미와 식량들이 쌓여있는 걸 봤을때에는 늦게나마 알아챘어야 했고.


그러나 이미 후회해본들 이미 늦었다.


지금은 이 혹한을 피할 피난처라고 생각했던 괴수의 굴에서 빠져나가야만 했다.


다시 강추위를 마주하게 되는건 둘째치더라도, 굴 안에 계속 있다가는 주인에게 큰일을 당할게 틀림이 없었다.


이약손은 조심스럽게 수신호로 형제들에게 퇴각신호를 보냈다.


놈이 깨어나지 않도록, 천천히 뒤로 물러나면서,

발걸음은 물론이요 파워 아머의 서보 구동음까지 최대한 죽여가면서 아주 느리고 조용히 바깥쪽으로 향했다.



부스러어어어억-



그러나 불운의 징조였던걸까 아니면 그저 운명의 장난이었던 걸까,

가만히 누워있던 괴수의 머리가 옆으로 천천히 움직였다.


깨어난 것은 아니었다. 그냥 자다가 뒤척인 것이었을뿐.


그러나 마린들에게는 그 움직임 하나하나가 자신들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공포와 긴장으로 다가왔다.


괴수가 머리를 움직이자 프로스트 클로 챕터의 모두가 얼굴이 썩으며 제자리에 천천히 앉았다. 최대한 기척을 죽이기 위해서 말이다.


이약손은 뒤를 돌아보았다.

혹여나 싶어 괴수가 눈을 뜰까봐.


다행스럽게도 놈은 계속 눈을 감은채로 잠들어있었다.


부디 계속 그렇게 곤히 잠들어있어라, 우린 빠져나갈테니-



킁- 킁-



라고 생각한 순간 슬프게도 이변이 일어났다.


잠들어있는 도중에도 녀석의 코가 무언가를 맡은 듯 벌렁거렸다.


한두어번을 그렇게 콧숨을 들이쉬었을까,


결국 괴수는 게슴츠레 눈을 떴다.



'이런 씨...!'

'허억...!'



식겁한 마린들은 즉시 주변에 쌓인 더미 주변에 급하게 몸을 숨었다.


다행스럽게도, 모두 놈의 눈이 완전히 떠지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숨은지라 들통나지는 않았다.


게슴츠레 눈뜬 괴수의 눈동자는 검정색이었다.


무언가를 감지한 것일까.

녀석의 눈동자는 천천히 껌뻑거리면서 이리저리 굴렀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잔뜩 긴장한 채로 숨은채 굳어있었다.


그렇게 얼마동안을 계속 주변을 살피고 있던 것일까,



부스스스스-



프로스트 클로의 전사들이 제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던 최악의 사태가 발생했다.


괴수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자, 낙엽이 우수수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몸을 뒤덮고 있던 낙엽이 털가죽에서 떨어져나가자 그 위용이 드러났다.


잿빛과 흑색의 풍성한 털로 뒤덮힌 온몸,

복슬한 꼬리와 늑대처럼 뾰족한 주둥이,

그리고 발톱달린 4개의 다리,


제국의 어지간한 워로드 타이탄에 비견될 정도로 충격적인 거체였다.


월동을 대비해서 엄청나게 먹어치우고 다녔던 탓인지 그 거체는 조금만 움직여도 뒤흔들릴 정도로 비대하게 부풀어올라 있었다.



'허어어......'

'맙소사, 러스시여....!'



마린들은 잔뜩 긴장했다.


행여나 숨소리는 물론이고 2개의 심장박동 소리가 괴수의 귀에 감지될까 숨을 최대한 죽이고, 조금이라도 발을 옮기면 그 소리가 들릴까 바닥에 달라붙은 발을 떼지않고 그대로 꽉 붙이고 있었다.


일어난 괴수의 눈빛은 흐릿해보였다.


마치 깊은 잠을 자다가 뭔가에 깨어난 듯 비몽사몽하게 눈을 껌뻑이고 있었다.



킁- 킁-



녀석의 콧구멍이 벌렁거렸다. 뭔가 냄새를 맡은 것일까.


정찰대는 자신들의 냄새를 맡은 것이 아니기를 러스와 만물의 아버지(황제)에게 속으로 간곡히 빌었다.


제 아무리 흉폭한 맹수를 사냥하고 죽이는 걸 영광으로 삼는 그들일지라도 너무나 압도적인 체급차,

승산이 없는 상대였다.


그저 놈이 자신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하기를 바랄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조차 헛된 바람이었을까,



스윽-

쿠웅-



예고도 없이 놈이 발걸음을 느릿느릿하게 옮기기 시작했다.


괴수가 발걸음을 딛을때마다 이불로 삼던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는 숨어있는 무단침입자들에게는 공포로 다가왔다.



쿵- 쿠웅-



땅이 울리고 흙더미가 쓸리는 소리가 났다.


동굴의 진동이 마린들이 입은 파워 아머에 그대로 전해졌다.


제발, 러스시여 제발,

모두가 공통적으로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그러다가 괴수가 발걸음을 멈췄다.


하필이면 울프 로드 이약손과 다른 형제들이 숨어있는 포탄 열매(도토리) 더미 앞에 선 것이었다.



'흐으으으업...!'

'허억....'



이약손은 물론이고 같이 숨어있던 늑대 전사들 모두가 잔뜩 긴장에 질렸다.


2개의 심장이 두근거리는 소리가 뇌까지 직접 전해져왔다.


괴수는 포탄 열매(도토리) 더미 앞에서 코를 벌름거렸고, 놈이 킁킁거릴때마다 명줄이 짧아지는 듯한 감각이었다.



'러스시여......'



스페이스 울프의 자손은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저 괴수가 그들이 숨은 곳 바로 앞에 선게 제발 그저 우연이기를,

자신들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기를,


그러나 그런 기도가 무색하게도, 이약손은 자신의 머리 위로 무언가 끈쩍한 것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맑고 투명한 액체였다. 냄새도 났고,


여기는 동굴이니 하늘에서 비가 내렸을리는 없다. 더욱이 비가 이렇게 끈적할리도 없고.


이약손이 위를 바라보자 끔찍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위에서 괴수가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린채 머리를 들고 있었다.


아직은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고 있었지만, 금방이라도 들키는 것은 시간문제인 위치였다.


그걸 본 이약손은 숨이 멎는 느낌이 들었다. 그걸 옆에서 보고 있던 다른 곳에 숨은 형제들도 마찬가지였고.


얼마동안 괴수는 그대로 그자리에 서서 멍때리듯이 서있었다.

그걸 보는 마린들은 그 시간이 마치 영겁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영겁같은 시간이 끝나던 것은,

괴수가 천천히 그 아가리를 벌리며 이약손이 숨어있는 포탄 열매더미를 향해 다가왔을 때였다.



'......러스시여 시발.'



결국은 이리 되는건가.

이리 생각하고 이약손은 손에 들은 프로스트액스를 꽉쥐었다.


승산이 전혀 없는 상대였지만, 최소한 아무런 발버둥은 치지 못한채 죽지는 않겠다.


그리 결심하며 울프 로드의 뇌는 초스피드로 사고해 전략을 세웠다.


주둥이를 대는 순간 바로 공격, 주둥이를 대는 순간 바로 공격,

선수필승이다.

눈. 눈을 먼저 노려라...!


결사항전을 각오하자 괴수의 주둥이는 어느새 포탄 열매 더미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먹어라 이 괴수 놈아...!!!!!'



실제로 그런 포효를 목으로 튀어내보낼 새도 없이,

소리없는 워크라이와 함께 프로스트 액스를 괴수의 눈을 향해 내던지려던,

그 순간,



우득,



괴수의 아가리가 닫히며 뭔가를 짓씹었다.


허나 씹은 것은 울프 로드가 아니었다.


괴수는 뒤에 숨어있던 이약손이 아니라 쌓여있던 포탄 열매(도토리) 더미를 씹었다.



오독, 오독, 오도독,



그리고는 한번 꿀꺽 삼키고는 계속 그 단단한 열매들을 아가리로 오독오독 씹으며 먹기 시작했다.



오도독, 오독,

".........."



녀석은 자신이 먹고 있는 열매 더미 뒤에 뭐가 숨어있는지는 관심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이약손은 고사하고 숨어있는 마린들의 존재는 눈치채지도 못한 낌새였다.


자세히 보니 녀석의 눈은 흐리멍텅한 상태 그대로였다.


아무래도 한창 동면해있다가 깨어나서 비몽사몽한 상태여서 주변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듯 했다.


지금 깨어난 것도 그냥 자는 도중에 배가 고파서 깬것 뿐이었던듯 싶었다.



오도독, 오도독, 앙낭낭-

".........."



목숨을 건 결사의 항전을 각오하고 도끼를 들었던 이약손은 뻘쭘했다.

그걸 보고 있던 다른 형제들도 뻘쭘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낼름,

하아아암~



얼마나 그렇게 식사를 했을까,

입주변에 묻은 도토리 속살을 혀로 낼름거린 괴수는 이내 입을 쩍벌려 하품하고는 다시 그 육중한 덩치를 낙엽이 있는 곳으로 이끌더니,

이내 다시 그 속으로 파묻었다.


그리고는 언제 깨어냤다는 듯이 다시 눈을 감으며 깊은 동면에 빠졌다.



"........."



방금 전까지 만해도 일생일대의 위험이 닥쳐오리라 예상했던 정찰대는 힘이 쭉 빠졌다.


어느 정도 침묵이 지나갔을까, 숨어있던 엄폐물에서 형제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다시 드러내며,

배틀리더 부관이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동면기다 보니 주변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둔해진 상태인 모양입니다."



부관은 뻘쭘하게 말했다.



"하기사, 이 혹성의 혹한기는 매섭기 그지없는데, 에너지를 아끼려면 먹고자고하기만 하는게 최선이겠지."



가혹하기 그지 없는 이 혹성 알파의 혹한기였지만, 이약손은 지금이 그 시기라는 사실을 천만다행으로 여겼다. 아이러니하게도.


만약 혹한기가 아니라 혹서기에 지금 저 괴수가 일어나 있는 상태에서 이 굴에 들어왔다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저절로 상상되는 결과에 울프 로드는 살짝 침을 삼켰다.



"캡틴, 어찌할까요?"



배틀리더 부관이 물었다.


이약손은 동굴 밖을 바라보았다.


바깥은 여전히 매섭게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괴수를 경계해 다시 나가서 진군을 강행하자기엔 금방 눈에 파묻혀 동사해버리는 건 안봐도 뻔했다.


이약손은 이내 고개를 돌려 괴수가 잠들어있는 쪽을 보았다.


괴수는 여전히 낙엽더미 속에서 죽은듯이 잠들어있었다. 자신들이 있는줄조차 모른채로.


아마 다음해 온대기(봄)이 되기 전까지는 제대로 정신차려 일어날 일은 없을 것이었다.



"...모닥불은 피우지 말도록. 자칫 불이 옮겨붙을수도 있으니."



양측 조건의 저울질 끝에 위험을 감수하고 동굴에 머물기로 마음을 먹은 내린 이약손이 말했다.



"로드 이약손, 식량은..."



배틀리더 부관이 쌓여있는 식량 더미들을 보고 물었다.


꽤나 많은 양이 쌓여있었다.

포탄 열매같은 견과류에 말라붙은 과일, 뿌리 식물(고구마, 감자) 등 종류도 다양했고, 비상식으로 삼기에도 영양이 괜찮아보였다.


아마 괴수가 동면에 들기 전에 모아둔 것이리라.



"...내일 출발할 때 필요한 양만큼만 가져가지."



이약손이 말했다.



"모두들 잡담은 금지하고 다들 일찍 눈을 붙이게. 내일 폭설이 그치고 동이 트는대로 즉시 떠난다."



그렇게 프로스트 클로의 마린들은 짐을 풀고 야영을 시작했다.


행여나 동굴 주인이 깰까봐 소리를 최대한 죽이고 불피우지 않으며, 모닥불 하나 비치지 않는 동굴의 어둠 속에서 늑대들은 잠을 청했다.

만일의 사태 - 특히 괴수가 다시 깬다던가 - 를 대비해 일어나있는 불침번 2명을 제외하고는. 


한겨울의 눈보라 속에서 기묘한 동거의 하룻밤이 지나간다.


겨울은 길다.

가장 깊은 구석에서 그 긴 시간을 버텨내고 살아나는 쪽이 이득이다.











허노인 사전은 아이디어 딸려서 못쓰것다 본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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