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페리얼 네이비의 함선들은 그 덩치 만큼이나 탑승하는 사람도 많고, 한번 출항했다가 우주에서 체류하는 기간도 길기 때문에 현대 해군에선 상상하기 힘든 요소들도 묘사되곤 하는데, 가장 대표적인게 인간의 기본적 욕망을 충족하는 것들임. 소소하게는 음주나 약물 같은 것부터 매춘 등등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도 다양하며, 당연히 수요에 비해 공급이 심각하게 부족하므로 함선 내 암시장이나 범죄조직이 생성되는 원인이 됨.

물론 공식적으로는 이런 것들이 허용되지 않지만, 당연히 수 만 명이 모여 사는 곳에 이런 욕구를 무자비하게 억누르기만 하면 이상한 방향으로 터져버릴 가능성이 상존하므로 고위 장교단은 알면서도 큰 사고만 치지 않으면 모른척 하는 경우가 많음. 애초에 임페리얼 네이비 함선에서 사람 좀 죽어나가는 거야 워낙 흔한 일이기도 하고. 물론 함대 커미사르한테는 그런거 없기 때문에 함대 커미사르의 주요 임무 중 하나는 이런 범죄행위에 대한 수사업무도 포함됨.

하급 승무원들이 이런 방식으로 해결한다면, 그나마 사치를 누릴 수 있는 장교단은 어떠할까? 아래는 고딕 전쟁을 다룬 'Execution Hour'에서 살짝 언급된 부분을 발췌해서 번역한 부분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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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재기 편대장 루시안과 제 결투를 책망하신단 말씀이십니까, 함장님?'

'난 경험있고 유능한 스타호크 편대장을 잃은 걸 책망하는 걸세, 부장. 황제폐하의 충실한 시종의 목숨을 앗아가는건 우리 적들이 할 일이지, 내 부장이 할 일은 아니라 믿네만.'

울란티는 앉아있는 그의 함장, 레오텐 셈퍼 앞에서 정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함장 개인실은 어두웠지만, 하이브 태생의 울란티의 눈은 이 방의 여러 세부사항을 식별해냈다. 그가 본 것은 매우 엄격한 스파르타 스타일로 정돈된 방으로, 심지어 울란티 본인의 개인실의 호화로움에도 한참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 심지어 침대조차 가장 저학년의 스콜라 프로제니움 사관생도에게나 주어지는 바로 그런 종류의 간이 침대였다. 당연하게도, 함장이 그의 방에서 여성 편력을 즐긴다고 볼만한 작지만 중요한 요소들은 전혀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장식품이나 조형물이 아예 없었으니 말이다.

그야말로 금속 갑판과 격벽의 통짜 회색을 가릴만한 것이 전혀 없었다. 배틀플릿 고딕의 장교들은 함내에 '첩'을 들이는 것이 허용되어 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로드 어드미럴 레이븐스버그 본인은 그의 기함 디바인 라이트(Divine Right) 함의 개인실에 50명, 혹은 그 이상으로 구성된 하렘을 구성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울란티 본인도 숙소에 스트라니바르 출신의 꽤나 사나운 열혈의 여성을 데리고 있다가 질린 나머지 레무스 나이더 수하인 하급 오디넌스 사관에게 일부러 주사위 게임에 지면서 넘겨줬었다. 울란티는 셈퍼가 그런 기초적인 쾌락을 탐닉하는 모습을 상상하지 못했었는데, 셈퍼의 개인실의 모습을 보아하니, 자신의 지휘관에 대한 그의 생각이 옳았던 것이 판명된 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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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페리얼 네이비 장교들도 결국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