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한테 흑역사 취급당하는 바운트편을 다 보고난 소감을 써본다.

일단 바운트편이 왜 욕을 처먹는지부터 따져보자.

캐릭터 디자인이 구림 : 바운트들만 모아놓으면 이게 블리치인지 무슨 작품인지 알 수가 없다. 쿠보 손이 1도 안 닿았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캐릭터 및 전반적인 설정이 구림 : 흡혈귀, 하이렌더, 스탠드 설정 짜집기. 설정에 개성이 매우 부족하다. 개인작품이었으면 금방 출하당할 설정.

정사에 편입되지 못한다 : 애초에 정사에 넣을 생각도 없어서 대충 만든 거 같은데, 그래서 더욱 가치가 없다. 이거 좋아해 봤자 BBS나 다른 게임 및 원작 기반 소설이나 원작에서 등장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보니 가치가 더욱 떨어지는 것.

즉 블리치 팬으로의 입장에서 봤을 때 구린 건 맞다.

그럼 내가 바운트편을 고평가하는 이유를 써보겠다.

스토리와 진행 흐름이 좋다 : 다른 오리지널과 비교해서 이걸 반박할 수 있겠는가?

바운트편은 총 44화로 4파트로 나눠져있다고 볼 수 있다.

64~68(5) : ㅈ같은 개조혼백 에피소드. 이건 구린 게 맞다. 바운트가 나오지도 않는데 바운트편 욕을 먹이는 1등공신이다. 바운트편 평가는 이걸 제외하고 봐야한다.
69~79(11) : 바운트 출현 및 요시노 파트. 도입부라서 초반이 좀 시시할 수 있지만 바운트 본거지와 배신, 중요한 막판 전개 등 이야기는 흥미롭게 진행된다. 1쿨분량.

80~91(12) : 바운트 주요 멤버들이 적으로 나오고 사신들이 추가 투입되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된다. 막판에는 '바운트의 진정한 목적' 등 명장면 속출. 역시 1쿨분량.

92~109(18) : 바운트 스토리 후반부라고 보면 된다. 98화까지의 루콘가 에피소드는 별도로 분리할 수는 있는데 전체 사건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서 하나로 묶는 게 좋은 거 같다. 바운트 멤버들의 스토리나 최후가 좀 밋밋하지만 의외의 인물 등장이나 전투 연출 및 침입후 사건 전개 흐름이 전반적으로 좋다.

앞에 쓸데없는 5개 에피소드만 떼면 바운트 관련 스토리는 느러지는 부분이 없이 깔끔하게 진행된다. 39화면 3쿨 분량인데 그럼에도 딱히 느러지는 부분은 없었다. 다른 오리지널 에피소드는 편수가 짧음에도 스토리진행이 안되고 같은 내용이 반복된다거나 진부한 전개만 나오는 것에 비하면 바운트편은 오리지널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작품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바운트편 스토리가 오리지널을 넘어서 풀브링, 천년혈전보다 나쁘다고 할 수 있는가?

카리야 진의 매력 : 구린 디자인과 '이 세상이 나쁘니 모든 걸 파괴하겠다'는 진부한 빌런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 진부한 컨셉을 고고하게 밀고나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서 매력적인 빌런으로 기억된다. 마치 이런 컨셉의 캐릭터가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담당 성우의 목소리와 연기력도 한목 한 거 같다. 운명에 휘둘려 흑화한 캐릭터로 망가진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서 최후에 피해자로서의 입장이 표현되는 게 설득력이 있다. 막판에 발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젠, 긴죠와 다르게 순순히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는 건 뱌쿠야랑 닮은 부분도 있는듯.

인상적인 장면이 존재 : 이건 주관적인 거지만 난 인상적으로 느껴지던 장면이 몇개 있었음. 자라키 vs 이치노세도 좋았고, 코가의 '다툼이 없는 미래다'는 정말 감동적이었음. 카리야의 번개 공격이 이치노세의 참백도 때문에 이치고를 빗겨가는 장면도 인상적이었고, '쿠로사키, 나는..'하고 끝나는 카리야의 최후도 깔끔하면서 여운이 남았음. 반면 다른 오리지널은 그런 게 있었나? 맥효도편 아마가이의 최후? 참백도편은 뱌쿠야의 백제검 사용 장면일테고 침군편은 노조미가 참백도 뽑는 장면 정도 되려나? 바운트편은 그것들과 비교되지 않는 감동이 있음.

특이한 점 : '쿠보야 또 베꼈냐'

바운트편은 분명 아란칼편 연재 도중에 제작됐을텐데 이상하게 이후 원작에서 비슷한 장면이 많이 나온다.

힘을 잃은 우류를 바운트들이 자신의 편으로 회유하지만 그냥 이용만하고 버릴 생각이었다

= 풀브링편 이치고와 엑스큐션

우류는 일시적으로 힘을 되찾는다. 그리고 힘을 사용하면 복장이 바뀐다

= 풀브링 이치고

이치노세는 사신 세계에 불만을 가지고 배신하여 카리야의 충신이 된다

= 토센

뱀 컨셉의 부하가 배신하지만 카리야는 자신의 힘과 융합한 상태라서 당하지 않는다

= 긴과 붕옥 융합 아이젠

이치고는 카리야와 싸움에서 지고 카리야는 그대로 소울소사이어티로 떠난다

소울 소사이어티로 떠나는 카리야에게 덤비는 이치고를 이치노세가 막는다

= 천년혈전편 유하바하와 하슈발트

독일어 영창

= 천년혈전 이반의 메달리온 사용

이치노세의 참백도 능력 채옥홍하는 적을 빛의 구 안에 가두고 압축해서 소멸시키는 능력

= 천년혈전 키르게의 The Jail 도 가두는 능력

코가의 '다툼이 없는 미래다'

= 천년혈전 유하바하의 '나는 다툼이 싫다' '평화로운 미래에의 초석이 되라' 라는 부분이 연상됨.

란타오가 카리야에게 무언가를 주입해서 중요 능력인 영자 흡수를 막는다

= 천년혈전 정지의 은

쿠보가 바운트편을 보고 감명받아서 베낀 게 아니라면... 애니 제작진이 아란칼편 중반만 보고 만든 설정이 우연히 이후 원작과 겹쳤다고 하기에는 유사한 부분이 너무 많다.

내가 바운트편 관련 인터뷰나 자료 등 제작 단계의 사정까진 잘 모르겠지만, 과연 이게 쿠보가 일절 손을 대지 않고 만들어진 스토리일까 라는 의문이 들어. 그래서 좀 도약을 해보자면, tva 시간벌기용 오리지널 스토리를 쿠보가 원작에서 쓰려다 버린 설정을 대충 짜집어서 애니제작진에 던져주고 애니제작진은 그걸 토대로 알아서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음.

그런 생각으로 추축해 본 거

전 사신대행 및 풀프링거와 사신측의 싸움

-> 카리야와 바운트

스피어 헤드 계획 및 의혼 개발자 키리오

-> 란타오

이렇게 된 거면 바운트편에 나오는 요소를 이후 원작에도 가져다 써도 이상할 게 없고, 애초에 정사 편입할 생각도 없었고 평가도 안좋은 바운트편을 작가가 흑역사 취급해서 언급을 안하는 것도 말이 됨.

한줄평

블리치의 오리니절 에피소드가 아닌 바운트 스토리 자체에 집중하면 명작 맞다.

바운트편이 망작이라니. 이제 블붕이들을 못믿겠어.

이 장면 보고 ㅈㄴ 빵터짐 ㅋㅋㅋ. 정말 상상도 못한 대사였음.

잘생긴 우리 주인공. 근데 쿠보의 그림체가 아님. 즉 작붕.

바운트의 진정한 목적

이거 풀브링이잖아!

하늘에 설 거 같은 연출로 등장한 란타오. 하지만 영압 고자라 참백도도 못쓰고 귀도도 못쓴다. 대신 귀도를 쏘는 총을 사용함. 카리야의 영압 흡수 능력을 막음(정지의 은 ㅋㅋ)

토시로 "카리야를 쫓아가서 어떻게 할 생각이었지?"
코가 "어떻게도 할 수 없었어. 어느쪽이던 그건 나와 카리야의 문제다."
토시로 "너는 어디에 가려고 했던거냐?"
코가 "다툼이 없는 미래다."

바운트편에서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코가는 정말 멋진 남자로 기억될 거 같다.

카리야의 공격이 이치노세의 참백도 때문에 이치고를 맞추지 못하고 빗나감. 마치 죽은 이치노세가 이치고를 도왔던가 카리야를 막았던가 한 거 같은 극적이고 여운이 남는 연출이었음.

켄파치 vs 이치노세도 꽤 좋은 승부였는데, 특히 켄파치의 대사가 인상깊었는데 스샷을 못찍었네. 추종하는 것과 의지의 차이를 따지는 거였는데... 정말 멋졌다.

멋진 구도의 장면이었음.

인간이면서 특별한 힘을 가진 카리야와 이치고가 같은 입장이라는 것. 이런식으로 원작으로 합류하기 위한 용접도 아주 깔끔하게 진행됨.

참고로 바운트편 마지막편인 109화는 원작의 에피소드0(1화 이전 내용. 루키아가 현세에 발령나는 부분)이 수록되어 있으므로 아란칼편 보기 전에 반드시 보는게 좋음. 침군편 마지막 에피소드인 342화를 풀브링편 직전에 봐야하는 것과 비슷함.

이것이 바운트편의 진정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