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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ㅁㅅㅎㄴㄱ3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5.31 06:38:07
조회 254 추천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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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는 학교 끝나자마자 곧장 쭈네 집으로 가긔. 그래봤자 삐네 집 바로 마주보는 현관이라 그냥 집에 돌아간거지만 어쨌든 사과는 해야한다고 생각했긔. 정확히 무슨 사과를 해야하는진 몰랐긔. 그래도 막연한 죄책감과 미안함 같은게 있었긔. 근데 몇 번이나 초인종을 누르고 쭈를 불러도 집 안에선 아무 대답이 없는거긔. 쭈네 집에 전화를 걸어도 마찬가지로 받지 않았긔. 삐는 삐무룩하게 집으로 들어갔긔. 평소대로라면 친구들이랑 봊친 만나러 나갈텐데 그럴 기분도 아니라 의미없이 핸드폰이나 만지작거렸긔. 그러다가도 오늘 울창이었던 쭈가 자꾸 생각나 핸드폰도 눈에 안 들어왔긔. 쭈가 우는게 하루이틀 일도 아닌데 이상할만큼 속이 답답했긔.

당연하게도 다음 날 역시 삐는 혼자 학교에 가게 됐긔. 쭈네 집 앞에서 잠깐 기다리다가 차마 초인종을 못 눌러보고 혼자 온 거긔. 아니나다를까 교실에 도착하니 이미 쭈가 와 있었긔. 괜찮냐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생각해보니까 학교에서 말도 안 섞은지 오래였고 왠지 용기도 안 나서 말을 못 걸었긔. 삐는 친구들하고 얘기하고 있는 쭈를 물끄러미 보다가 그냥 자기도 친구들 틈에 섞였긔. 가방에는 쭈에게 주려고 사온 바나나 우유가 있었지만 차마 꺼내지도 못한 삐였긔.

그 주 주말에 삐는 한번 더 쭈네 집 초인종을 누르긔. 삐앰이 삐한테 쭈네 집에 반찬 갖다 주라고 심부름 시켜서였긔. 쭈네 앰앱은 넘 바빠서 집도 자주 비우고 쭈는 집에 혼자 있을 때가 많았긔. 그래서 쭈네 앰앱이 어려서부터 삐한테 쭈 잘 돌봐달라고 하고 그런거였긔. 앰앱이 못 챙겨주니까 밥은 굶지 말라고 삐앰도 이렇게 종종 반찬 챙겨주고 그랬긔. 아무튼 쭈네 집에 가기 민망한 삐가 나 말고 형 시키라고 반항을 해봤지만 웅 대딩 형한테 땡깡이 먹힐 리 없었긔. 삐는 결국 앰이 바리바리 싸 준 반찬통들 들고 쭈네 집으로 가야했긔.

몇 번 벨을 눌렀는데 역시나 아무 반응이 없긔. 삐는 반찬통 그냥 현관 앞에 두고 튈려다가 앰한테 등짝 맞을까봐 한숨 퍽 쉬고 다시 문 두드렸긔.

석쭈야, 어, 나 삐형인데, 그..엄마가 반찬 주셔서, 어..갖다 줄려고 왔는데..

차라리 문이 안열리면 좋았을텐데 야속하게 안에서 잠금쇠 풀리는 소리가 울렸긔. ㄹㅇ루 쭈가 자기를 끠하느라 모른척 한 거라는 게 확인되는 순간이었긔. 살짝 열린 문 틈으로 부스스한 얼굴의 쭈가 보였긔. 삐는 멋쩍은 얼굴로 반찬꾸러미를 내밀었긔. 고마워. 작게 웅얼거린 쭈가 그대로 문을 닫으려고 했긔. 야 잠깐만! 삐가 급하게 닫히려는 문 틈을 잡았긔. 쭈가 눈썹을 찌푸리며 삐를 쳐다봤긔.

그..있잖아..물어볼 거 있어서..

삐는 차마 쭈를 제머로 못 보고 말을 흐렸긔. 그날 있잖아 그 너 조퇴한날..1교시 체육이었잖아..너 조금 늦게 오고..전에 그..양호실에 있었던 날.. 입 밖으로 주절대면서도 그게 요점이 아닌 건 알았긔. 그냥 그 때 내가 했던 말 들었냐고 진심이 아니었다고 미안하다고 하면 될 일이었긔. 그런데 쉽게 입이 안 떨어져서 자꾸만 말이 헛돌았긔.

삐형아

내내 말 없이 듣고 있던 쭈가 삐를 불렀긔. 초조하게 중얼대던 삐의 목소리가 딱 멎었긔. 쭈가 가만히 삐를 보면서 말했긔.

그날 일 너무 신경쓰지 마.
아니, 난..

어차피 나도 너랑 친구 아니었어.

순간 삐는 머리속이 멍해졌긔. 어? 뭐라고? 잘못 들었나 싶어 되묻는데 정작 쭈는 앰한테 반찬 감사하다고 전해달라고 하곤 문을 닫아버린거긔. 삐는 벙찐 채로 눈 앞에서 닫힌 현관문을 한참 쳐다봤긔. 다시 문을 두드릴까도 생각했지만 이게 절대 열리지 않을 거라는 것 정도는 삐도 알고 있었긔.

그 날 후로 삐랑 쭈는 아예 남남이 돼버리긔. 사실상 등하교만 따로 하게 됐지 그 전과 달라진 건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가끔씩 쭈가 삐한테 와서 말을 걸거나 서로 종종 인사하거나 그런 것도 완전히 없어졌긔. 어떻게 보면 이게 삐가 원하던 그림일 수도 있었긔. 쭈랑 얽히는 커찮은 일이 싹 사라졌잖오. 근데 어쩐지 속은 시원하지 않았긔. 반찬을 갖다 준 날 이후로 절머 말을 걸지 않는 쭈를 보면 더 그랬긔.

삐는 가끔씩 쭈가 했던 마지막 말을 곱씹곤 했긔. 어차피 나도 너랑 친구 아니었어. 그 말이 못내 야속하기도 하고 짜증도 났긔. 내가 언제 자기랑 친구 안한대? 그냥 안친하다고 한거였지. 그러고 꿍얼거리면서도 자기 잘못인 건 알아서 이내 입 다물고 마는 삐였긔.

한동안 삐는 습관처럼 자전거 주차장에서 쭈를 기다리곤 했긔. 진짜 쭈가 올 거라고 기머했다기보단 무의식 중에 나온 습관이었긔. 그러다 어느 날 쭈가 쭈 친구들하고 장난 치면서 하교하는 걸 본 뒤로는 삐도 곧장 집에 갔긔. 그 쯤에서 삐는 봊친이랑 자주 다투기 시작했긔.

그렇게 몇 달을 보내고 장마가 올 때 쯤이었긔. 학교 끝날 무렵에 보니 비가 올락말락한 날씨인거긔. 하필 그날 따라 우산도 두고 와서 삐는 자전거를 두고 버스를 탈까 잠깐 고민했긔. 근데 그 때쯤 학교에 자전거 안장이나 플래시 훔쳐가는 잦새끼들이 많아서 영 불안했긔. 삐는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비 쏟아지기 전에 빨리 자전거 달려서 가야겠다 생각하고 얼른 출발했긔. 삐의 자전거가 우산을 쓰고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쭈를 지나쳤긔. 작년 쭈 생일에 삐가 사준 우산이었는데 정작 삐는 기억을 못 했긔ㅋㅋ

여튼 삐는 최머한 빨리 집에 가려고 지름길로 접어 들었긔. 땅이 울퉁불퉁해서 자전거로는 잘 안가는 길이었는데 급해서 어쩔 수 없었긔. 그런데 생각보다 비가 빨리 쏟아지는거긔. 그냥 비도 아니고 굵은 장대비가 내리 꽂히듯이 쏟아지기 시작했긔. 끄물한 날씨 때문에 앞도 잘 안 보였긔. 삐는 마음이 급해져서 좀 더 빨리 페달을 밟았긔. 그 때 갑자기 자전거에서 스프링 튕기는 소리가 나면서 그대로 바퀴가 헛돌았긔. 빠르게 달리던 자전거는 그대로 땅 위에 엎어졌긔. 삐는 구르듯이 자전거 옆으로 넘어졌긔. 몇달 전에 고장났던 기어가 또 말썽을 부린 거였긔.

아 씨발. 삐는 욱신거리는 무릎을 끌어 안았긔. 어떻게 넘어진건지 길게 찢어진 교복 밑으로 까진 살갗이 벌겋게 보였긔. 절로 욕이 튀어나오는 상황이었긔. 일단 자전거랑 같이 몸을 일으키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긔. 거기다 비는 더 심하게 쏟아져서 추울 지경이었긔. 형한테 연락할까 싶어 핸드폰을 꺼냈는데 하필 배터리도 없었긔. 삐는 반쯤 울상이 돼서 어쩔 수 없이 절뚝거리면서 자전거를 끌고 걸었긔.

골목을 벗어나 상가 쪽으로 나오자 우산 쓰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흘끗대는게 느껴졌긔. 지금 자기가 얼마나 몰골이 추레할지 쪽팔리고 짜증나서 눈물이 날 거 같은 중2 삐였긔ㅋ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비틀비틀 걸어가는 삐 옆으로 마을버스가 지나갔긔.

얼마 안 가 삐는 자전거를 버리고 싶은 충동에 빠졌긔. 이제는 아예 맛이 가서 앞바퀴마저 안 굴러가는거긔. 자전거를 들쳐 메고 갈 수도 없고 비는 안 그치고 무릎은 아파 죽겠고 웅 진짜 어쩔 줄 모르겠다는고야. 주저 앉은 채로 어떻게 기어라도 만져 보려고 하는데 뚝딱 고쳐지지도 않긔. 이제는 감기라도 들려는지 열도 슬슬 올라오려던 참이었긔.

몸뚱이 위로 가릴 것 없이 쏟아지던 비가 갑자기 멎었긔. 두두두두두 빗줄기가 우산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삐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지는거였긔. 짜증스레 자전거 기어를 들여다보고 있던 삐가 고개를 들자 가쁜 숨을 내쉬는 쭈 얼굴이 보였긔. 삐는 말 없이 쭈를 올려다봤긔. 왜 쭈가 자기 앞에 있는지 순간적으로 상황이 잘 이해가 안 돼서였긔.

석쭈야.

삐가 확인하듯이 쭈 이름을 불렀긔. 쭈는 삐 무릎이랑 얼굴을 번갈아볼 뿐 아무 말이 없었긔. 삐는 말 없이 쭈에게 손을 내밀었긔. 한참 추웠는지 손 마디마디가 하얬긔. 쭈는 입술을 한번 꾹 물었다가 삐 손을 잡고 일으켜줬긔. 맞잡아주는 쭈 손이 말랑하고 따뜻해서 삐는 일어나고서도 쭈 손을 놓고 싶지 않았긔. 손이 차.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중얼거린 쭈가 삐 손을 좀 더 꽉 잡았긔.

자전거는 결국 공사장에 세워두고ㅋㅋ 둘이 집에 걸어가는데 빗소리 외엔 그저 침묵이었긔. 슬쩍 옆을 보니 뭐가 맘에 안 드는지 쭈는 내내 표정이 안 좋았긔. 화가 난 건지, 짜증이 난 건지 가늠이 안 되긔. 그래도 딱 하나 알 수 있는 건 쭈가 울음을 참고 있다는 거였긔. 어릴 때부터 울창쭈를 하도 봐 와서 쭈가 울음을 참을 때면 코를 찡긋거리는 버릇을 알고 있는 삐였긔. 저기. 결국 침묵을 견디지 못한 삐가 먼저 입을 열었긔.

나 여기 있는거 어떻게 알았어?

잠깐 눈을 마주친 쭈가 우산을 고쳐 들면서 말했긔. 버스 타고 가는데 삐가 비 맞으면서 걸어가는 걸 봤다고. 그게 전부인가 싶었지만 더 물어보지는 못 했긔. 대신에 삐는 다른 말을 작게 중얼 거렸긔.

있잖아. 저번 일은 미안해.

빨리 사과하고 싶었는데 용기가 안 나서. 차마 그 말까진 못 했긔. 우산이 살짝 휘청이면서 대답 대신 훌쩍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긔. 석쭈야. 삐가 일부러 좀 더 살갑게 웃으면서 쭈를 불렀긔. 눈가가 약간 발긋해진 쭈가 삐를 봤긔.

우리 아직 친구지?

씩 웃으며 묻는 말에 쭈는 잠깐 대답이 없었지만 삐가 이렇게 웃을 때마다 쭈가 늘 거절을 못 해왔다는 걸 ㅃㅣ는 잘 알고 있었긔. 일부러 대리 굴려서 이렇게 웃는 건 아니고 그냥 본능적으로 학습된거였긔.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쭈는 눈을 아래로 내리 깔며 힘 없이 대답하는 거였긔.

그래.

그 짧은 말에 삐는 내내 답답했던 무언가 탁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긔. 삐는 아직까지 잡고 있던 쭈 손을 앞 뒤로 살짝 흔들며 웃었긔. 삐가 웃는 걸 따라서 쭈도 슬쩍 웃었긔. 웃는 얼굴로 코를 몇 차례 찡긋댄 것도 같았는데 그냥 버릇이려니 싶었긔.

그 날 집에 들어간 삐는 며칠을 내내 감기로 앓긔. 도머체 자전거가 뭐라고 미련하게 그랬냐는 잔소리를 들으며 끙끙 앓는데 그래도 매일 쭈가 학교 끝나고 와서 돌봐주고 그랬긔. 사실 정신도 없이 앓아서 잘 기억은 안났지만 가끔 눈 뜰 때마다 쭈가 자기 옆에서 책 보거나 엎드려 잠들어 있거나 그랬던 거 같긔. 문 밖에서 쭈랑 삐앰이랑 얘기하는 목소리도 가끔 들렸긔(주로 삐 흉인데 삐는 모르긔ㅋㅋ)

한 날은 무슨 정신인지 집에 간다고 인사하는 쭈에게 삐가 졸린 얼굴로 웃으면서 말했긔.

잘가. 고마워. 난 니가 진짜 좋아.

약기운에 졸음까지 젖어 한 얘기라 삐는 자기가 뭔 얘기를 하는지도 잘 몰랐긔. 한참 대답이 들리지 않아서 삐는 그냥 쭈가 나간 줄 알았긔. 사실 뭐라고 대답했대도 별로 신경 안 썼을거였긔. 그냥 기분따라 한 말이었기 때문이긔.

나도...나도 너 좋아해.

그래서 쭈가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을 때 삐는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긔. 그렇게 장마가 지나고 있었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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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못사하는거랑 점점 멀어지노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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