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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 자리앱에서 작성

토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2.22 00:21:58
조회 164 추천 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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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메르의 <사자 자리>는 친척의 유산을 상속받기로 했다가, 이내 취소되면서 몰락해버린 한 음악가의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가 가장 강력하게 관객을 사로잡는 면은, 돈에 관한 교훈 같은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도 (현대라는)시간에 대한 감각일 것입니다.

상영 시간의 대부분은 몰락(하는 과정이 아니라) 이후를 다루고 있습니다. 주인공은 빈털터리가 되어 하루하루를 지겹고 비루하게 보냅니다. 반면 초반에 그가 상속 소식을 듣고 친구들과 밤새 축하 파티를 하는 장면은 비교적 짧게 묘사됩니다. 똑같은 하루이지만, 한 인간이 체감하는 시간은 매우 다릅니다. 행운은 하룻밤의 꿈처럼 흐릿하고 짧지만, 불운은 여름날의 태양처럼 선명하고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습니다. 극중의 한 대사('점성술은 미신이 아니라 가장 오래된 과학')를 인용하자면, 현대라는 시간 속에서 행복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미신이고 불행은 부정할 수 없는 과학입니다.

두 시간의 격차에서 비롯되는 비극성은, 중간중간 삽입되는 주변 인물들(의 숏)을 통해서도 드러납니다. 관객은 전개 상 별 필요가 없는듯이 보이는 행인들의 클로즈업과 대화를 마주하게 됩니다. 이에 관한 의문은, 주인공과 동행하게 되는 부랑자 덕분에 해소될 수 있습니다.

부랑자는 구걸을 하기 위해, 행인들에게 주인공의 사연을 극적인 거짓말로 떠들어댑니다. 공감이나 동정을 얻기 위해선 장황한 스토리, 다시 말해 몰락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관객이 주변 인물들의 숏을 필요가 없다고, 말하자면 영화의 잉여처럼 여기게 되는 이유는 그 장면이나 대화들이 '맥락'없이 들어와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주인공의 몰락은 과정이 부재하기 때문에, 그는 친구들과 관객으로부터 연민을 받을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그는 이 세계의 이물질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이와 관련한, 영화의 음악 사용 또한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주인공이 음악가라는 설정도 그렇지만, 영화는 턴테이블을 조작하는 한 인물을 통해서 (극중의)음악이 인위적으로 삽입돼있는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자 자리>에서 음악이 흐를 때, 그 음악은 장면들을 통합하거나 정조를 형성 및 강화하는 데 기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음악은 주인공과 행인들을 분리하고 있습니다. 그의 음악은 오로지 자신만의 것입니다. 주인공의 (제대로 된)시작도 끝도 없는, 다시 말해 '과정'이 없는 연주를 들으며 누군가가 말합니다. '아무튼 현대적이네.' 맥락 없는 불행만이 명징한 세계, 서로가 서로에게 이물질이 되어버린 도시-아마도 그것이 현대라는 시간의 정경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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