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만화의 주인공 하면 떠오르는 손오공, 루피, 나루토...이런 캐릭터들은 대부분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다.
전투를 즐긴다거나, 해적왕이나 호카게가 되고 싶다거나...주인공 주제에 목표가 없다고 까이는 이치고도 일단 상식적인 정의감을 갖고 있으며 그에 맞게 주변 인물들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다른 장르 만화들의 주인공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로맨스물의 주인공들은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스포츠물의 주인공들은 시합에서 이기기 위해 겨루며, 스릴러물의 주인공들은 생존이나 정의감 등을 이루기 위해 발버둥친다.
이런 주인공들의 목표와 소망은 우리가 그들에게 몰입할 수 있게 해 주며 작품의 주제와도 연결되어 작품성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려 주기도 한다.
하지만...목표를 찾지 못하고 헤메는 주인공도 있다.
포스포필라이트는 무능한 보석이다. 머리도 나쁘고, 몸은 둔하며 나약하다. 주변 보석들도 그런 그를 은근히 무시하고 따돌리며 선생은 그를 사랑한다 말하지만 위로가 되지는 못한다.
포스는 무언가를 하고 싶어하고 변하고 싶어한다.
포스는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 걸까?
포스는 달팽이들과 이런저런 교류를 나누던 과정에서 두 다리를 잃고, 달팽이의 껍데기를 다리로 삼게 된다.
그는 매우 빨라지게 되었지만, 오히려 장점이 생긴만큼 단점이 더 신경쓰이게 된다.
빠른 것만으로는 모자라다 느낀다.
포스는 조바심에 빙하속으로 두 팔을 잃게 되고, 대신 금으로 된 새 팔을 얻는다.
팔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 소중한 동료를 잃게 되었으나 그는 무척이나 강해져 그보다 강한 보석은 이제 한둘 정도밖에 셀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동료를 잃은 충격은 커서 환각을 보기도 하고, 동료를 되찾기 위해 무리하다가 또다른 동료마저 잃게 된다.
자신을 혐오하게 되며, 점차 흔들리게 된다.
결국 나중에는 머리마저 잃고 다른 보석의 머리를 받게 되며...그 영향은 커서 빡통이었던 포스는 현명함을 얻게 된다.
그러나 이는 큰 부작용도 동반하게 되었는데, 안 그래도 컸던 호기심과 맞물려 선생의 행동을 의심하게 되고 점점 위험한 행위에 이끌린다.
결국 달까지 가는데 성공한 포스지만, "무언가"를 하기 위해 초조한 포스와 달리 같이 달로 간 다른 보석들은 포스는 뒤로 하고 자기들의 목적을 위해 저마다의 길을 걷게 된다.
그런 보석들을 보며 포스는 더욱더 초조해진다.
포스는 월인과 보석간의 전쟁을 막아야 한다며 금강에게 기도를 바란다. 그러나 금강과 지내는 다른 보석들의 습격으로 이는 실패하고...포스는 점점 깨져가고 부서져가며 뒤틀려진다.
포스는 이제 전쟁을 멈춘다는 목적조차 치우고 금강에게 기도를 시키겠다는 일념으로 나아간다.
포스는 군대를 얻고 그 힘을 빌려 자기가 소중히 했던 보석들을 전부 부숴나간다.
가장 소중히 했던 약속도 잊은 채 그저 금강에게 기도를 시키기 위해.
그러나 금강에게는 큰 결함이 있었고...결국 포스는 오히려 금강의 역할을 물려 받기 위해 1만년간 홀로 남게 된다.
그리고 포스가 사랑했던 이들은 이제 포스를 기도하기 위한 목표로밖에 여기지 않게 된다.
기나긴 1만년이 지나고 포스는 마침내 기도해 모두를 무로 돌려보낸다.
그리고 다시 영겁의 기다림 뒤에 구 인류가 기다리던 새로운 무기질 생명체와 포스는 만나게 된다.
그리고 포스는 자신이 바라던 것을 깨닫는다.
처음부터 찾아 해맸던 무언가를.
모두 잃어버린 뒤에서야.
그래도 포스는 그 뒤로도 짱돌들과 살아남은 금강의 형 눈깔과 함께 오랜 세월을 지낸다.
자신 안에 남은 인간의 흔적 때문에 고뇌하면서도 은근 잘 지냈지만 영원함은 없는 법...지구는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변하며 잡아먹히게 되고 포스는 월인이 남긴 기술로 짱돌들과 눈깔을 배웅하면서 자신은 남겠다 한다.
그러나 포스에게는 심장 부위의...가장 순수한 포스포필라이트 조각이 남아있었고, 눈깔은 이를 가져간다.
결국 태양에 지구는 삼켜지고 포스는 녹아 없어지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자신이 마침내 해냈다며
모두들 보고 싶다고, 선생님은 칭찬해 주실까 생각하며
웃으며 그 삶을 마친다.
그리고 눈깔이 챙긴 포스의 순구한 부분은 짱돌 생명체가 되어 가장 작고 상냥한 동생이 된다.
보석의 나라는 읽으면 굉잔히 뜯어볼 구석이 많은 만화다. 작가 특유의 흑백 연출도 그렇고 불교 모티브도 굉장히 많으며 주제 의식도 그와 연결되어 있다.
라지만 이번 틀틀뷰는 주인공 특집인만큼 포스에 대해서만 다루고 싶었다...
보석의 나라를 읽는 독자들은 포스가 점점 자신을 상실해 가며 망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결국 포스가 인간으로서 성장해 간 과정이었다 본다.
그게 염라에게 이끌려진 것이라도 상관없이.
순수하지만 모자라게 태어나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도 찾지 못하고 방황하며 흔들리고 집착하고 매달리다 외롭게 남지만 그래도 단 하나 이뤄내고 웃으며 세상을 떠나는
그런 게 사람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어쩌면 다음 생이 있다면 더 상냥하고 행복한 세상에서...
106화까지 읽고 틀틀뷰 참여하기 애매하다 싶었는데 107화가 정말 눈물 뽑히게 잘 나와줘서 다행이었다... 작가 성격상 108화에선 또 무로 돌아가는 결말이 나올 거라 예상되긴 하지만 포스라는 개인의 여정은 미소 속에서 끝난 만큼 에필로그 형식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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