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웹에 쓴 글 그대로 퍼 옴
포스 팜 하우스는 앨리스네 집의 무대가 된 4성 B&B입니다. B&B는 Bed&Breakfast의 약자로 아침식사와 잘 공간을 제공하는 민박 혹은 호텔이라고 보면 됩니다. 앨리스가 사는 동네는 바이버리이지만 포스 팜 하우스는 여기서 50km정도 떨어진 곳에 있어요. 차를 타고 빠른길로 가도 한 시간정도는 걸리는데, 저는 차도 없어서 기차와 버스를 타고 뱅뱅 돌아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4시간정도 걸렸네요.
먼저 와 있던 일본인분께 듣기로는 애니 제작진들이 애니메이션 제작에 무대가 되어줄 장소를 찾다가 계속 거부당해서 여기까지 내려오는 바람에 멀어졌다고 하네요. 다행히 포스 팜 하우스의 주인인 Caron Cooper씨는 일본에서 요리교실을 열 정도로 일본과 깊은 인연이 있었기 때문인지 흔쾌히 들어줬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저도 들은 이야기라 확실한 것인지는 모르겠어요.
제작에 협력해 준 덕분에 엔딩의 special thanks에 포스 팜 하우스와 캐론 쿠퍼씨가 등장합니다. 이후 킨모자 팬들에게 있어서 여기는 그야말로 성지 그 자체가 되어버렸습니다. 현지인들이 싫어하는 경우가 있어서 성지라는 말은 가급적 쓰지 않으려고 합니다만 이 장소는 단순히 무대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네요.
문제는 여기가 4성인데다 위치도 야리꾸리해서 그런지 굉장히 비쌉니다. 가장 싼 2인실을 잡았는데도 90파운드(약 15만 8천원)에 저녁식사가 28파운드(약 5만원)에요. 저녁은 옵션입니다만 여러가지 사진을 찍으려면 주인분의 호감을 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비싸도 예약했습니다. 숙소비만 21만원이 들었네요.
저녁은 따로 메일로 예약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싼 방을 예약할 경우 시노부가 묵었던 방인 Fine Room과 앨리스의 방인 Pink Room에는 묵을 수 없습니다. 여기는 약간 더 비싼 방이거든요. 제가 갔을 때는 저를 포함해서 두 팀밖에 없었기 때문에, 킨모자 팬이라는 이유로 특별히 업그레이드를 받아서 Pink Room에 묵을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저는 미리 예약을 했기 때문에 숙소비를 90파운드밖에 내지 않았던거에요. 먼저 와 있던 일본사람은 건물 사진만 찍으러 왔다가 주인의 말빨에 잡혀서 묵게 된 건데, Fine Room에 묵기 위해서 100파운드를 냈습니다. 그것도 돈이 없어서 25%를 할인 받은 가격인지라 시노부가 누웠던 침대에서는 잘 수 없다고 해요.
사실 여기를 갈까말까 굉장히 고민했습니다. 24일 여행인데 경비는 350만원뿐이고, 여기서 왕복비행기값만 110만원이 빠져서 240만원으로 24일 여행을 해야 했거든요. 또 숙소 주인이 오타쿠를 싫어하면 어쩌나 하는 고민도 있었습니다만, 트립 어드바이저에서 숙소에 대한 평가를 보니 오히려 일반인들에게도 애니메이션 이야기를 할 정도로 킨모자에 애착이 있는 분이셔서 예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포스 팜 하우스는 킨모자 팬으로서 방문할 때는 가격 이상의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그냥 묵는 사람들에게는 가치에 비해서는 조금 비싼 숙소라고 생각되네요.
도착했을 때 저는 이 장면을 기대했습니다만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이미 어두워 진 상태였습니다. 영국은 구름낀 날이 대부분이라 애니에서처럼 별이 안 보이기 때문에 길이 너무 어두워서 무서웠어요. 진짜 아무것도 안 보였습니다.
문 앞에는 애니 제작진들이 선물한 풍령이 걸려있습니다. 영국 민가에서 느끼는 일본의 정취도 좋네요.
현관입니다. 이정도로 싱크로가 잘 맞으면 숙소비가 비싸도 전혀 아깝지 않네요.
현관 오른쪽에는 애니메이션의 사진이 걸려있습니다. 킨모자 팬들이 굉장히 많이 오다 보니 서비스 차원인 듯 하네요.
일단 짐을 풀러 방에 들어갔습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제 방은 앨리스의 방의 무대가 된 Pink Room이었어요.
문을 열자마자 반기는 건 앨리스가 이용하는 침대입니다. 형태는 꽤 다르네요.
가구 배치는 다르지만 형태를 보면 확실히 앨리스의 방이라는 것이 느껴지네요. 짐을 푼 뒤에 사진을 찍어서 조금 어수선한 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앨리스 방에 있는 주전자는 정원에 있었습니다.
방에 걸려있는 사진인데 앨리스와 카렌, 퍼피의 실사판일까요...?
짐을 푼 뒤에 1층에 있는 킨모자 팬들을 위한 특별한 방을 구경했습니다.
이 방에는 킨모자와 관련된 온갖 굿즈들이 널려있습니다. 대부분 팬들의 기부라고 해요. 저도 킨모자 정발버전이랑 비주얼북을 들고 가서 기부하려고 했습니다만 배낭에 자리가 도저히 안 나서 포기했습니다. 킨모자 OST도 틀어져있고 심지어 블루레이 감상도 가능해요. 제작진들이 BD를 선물했다는 듯 합니다.
바이버리에서 봤던 공중전화부스 모형입니다. 사실 바이버리에만 있는 건 아니고 영국에 널려있어요.
영국에서 보는 망가타임 키라라 MAX!!
넨도는 누가 기부하고 간 걸까요...
다양하게 찬조출현한 인형입니다.
성우분들이 직접 보낸 편지도 있었어요!! 이것만큼은 정말로 가져가고 싶었습니다.
굿즈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금빛 모자이크랑 영어 레슨이라는 책이었어요. 세상에 전 이런 책이 존재할 것이라고는 꿈에도 예상치 못했습니다.
책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그리고 먼저 다녀갔던 사람들이 두고 간 순례노트도 이 곳에 있습니다. 영국이고 비싼 숙소인지라 여기 온 사람들이 많아봤자 30명 정도 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순례 노트를 쓴 사람들이 장난 아니게 많더군요. 물론 대부분 일본인이었습니다만 간혹 중국계나 영어권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순례노트에서는 한국인을 찾지 못했습니다만 순례노트가 생기기 전에 들린 분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제가 글을 처음 쓸 때는 정말 못 쓰는 편인데다 상당히 흥분해있던 상태라 글이 엉망진창이네요. 퇴고 과정을 거쳐야 그나마 봐줄만한 글을 쓸 수 있었을텐데 아쉽습니다.
본명은 일단 가렸습니다.
제가 오기 전에 먼저 와 있던 일본인분이 계셨는데 그 사람과 캐론씨와 잠깐 이야기를 나눈 뒤 저녁을 먹으러 갔습니다. 이야기를 했다고는 해도 전 영어는 알아듣기만 하지 말하는 건 젬병이라 사실상 일본인분과 캐론씨의 대화였습니다.
일본분의 성이 신자와였으니 앞으로 신자와씨라고 부르겠습니다. 허락받은 것도 아니니 풀네임을 거론하기는 좀 그러네요.
들어가자마자 포스 팜 하우스 특제 잼과 HP소스가 보입니다. 잼은 애니메이션에 나온것과는 조금 다르지만 애니에서 등장한 집 그림을 쓰고 있었어요.
킨모자 팬들을 위한 특별 쿠키까지! 안타깝지만 저건 먹는게 아니라 관상용이에요.
속편이라는걸 보니까 예전에 만들어 놓은 것인 듯 하네요.
식당의 형태는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닭그림은 똑같습니다만 선반 위의 내용물은 조금 다르네요.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코케시와 비녀도 여기에 있었는데 제가 갔을 때는 없었어요.
코스요리는 총 3가지로, 저희는 양파 수프와 통닭(칠면조일지도?)찜, 데운 푸딩을 제공받았습니다. 오늘 이게 첫 끼니라서 먹느라 정신없었던 나머지 양파수프를 제외하고는 사진 찍는것을 깜빡했어요.
양파 수프와 푸딩은 제가 먹었던 어떤 것들보다도 맛있었습니다. 메인 디쉬인 닭요리와 함께 나온 야채(당근, 셀러리, 오이? 비슷한 것)은 제가 생야채를 못 먹는데도 불구하고 다 먹었을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야채 잡내가 하나도 없고 단 맛이 강했어요. 다만 메인 디쉬의 경우엔 소스가 한국인 입맛에는 맞지 않아서 조금 아쉽네요. 맛이 없었다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밥을 먹으면서 신자와씨랑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영어는 젬병이어도 일본어 회화는 충분하기 때문에 일본어로 대화했어요. 이 날 대화를 상당히 많이 했기 때문에 아마 유럽여행중에 가장 많이 말한 언어는 일본어가 아닐까 합니다.
지금은 정확히 기억이 안 나는데 신자와씨는 영어권 국가로 유학을 왔고(어디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요) 영국에는 여행 차 온 것이라고 합니다. 딱히 애니메이션 오타쿠인 것은 아니고 재미있는 것은 뭐든지 보고 하는 사람인데 금빛 모자이크는 굉장히 재미있게 본 애니메이션이라 영국 여행을 하면서 무대탐방을 꼭 하고 싶었다고 해요. 하지만 시간상의 문제로 바이버리와 여기 중 한 군데를 고를 수 밖에 없었는데 관광 예정인 장소가 스톤헨지와 바스(Bath)였기 때문에 가까운 이곳으로 왔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고 하네요. 일본인들의 마니아적 기질을 느낀 것이, 애니메이션 오타쿠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떤 장면이 몇 화 어디에 나오는지 정확히 꿰고 있더군요. 정말 놀랐습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이야기를 하면서 밥을 먹었습니다. 영국식 집에서 일본어로 대화를 하고, 일본 애니메이션 음악을 들으며 양식을 먹는 한국인과 일본인이라니, 정말 보기 힘든 장면이네요.
여기서 친해진 덕분에 페이스북 친구추가도 하고 신자와씨가 묵고 있는 Fine Room에도 들어가 볼 수 있었습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Fine Room은 시노부가 홈스테이하면서 사용했던 방의 무대에요.
방은 실제로 이렇게 생겼습니다. 제가 분명히 사진을 찍은 것 같은데 이 장면만 없네요...
시노부는 없지만 대신 다키마쿠라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신자와씨는 할인해서 들어왔기 때문에 이 침대에서 잘 수는 없었습니다.
침대에서 자는 건 불가능하지만 잠깐 인증샷 찍는 정도는 가능하여 서로 찍어줬어요. 시노부와 카렌과 앨리스가 누웠던 자리에 누울 수 있다니!!
Fine Room의 욕실입니다. 재현도가 아주 환상적이에요.
유럽에서 욕조가 있는 숙소는 비싸고 드물기 때문에 신자와씨는 이 날만 욕조에 3번 들어갔다고 합니다. 일본인 인 이상 어쩔수 없다고 하네요.
다음날 아침, 일어나자마자 어제 회수하지 못한 정원의 컷들을 찍으러 나왔습니다.
많이 흔들렸네요.
꿈만 같았습니다. 제가 여기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어요.
계속 머물고 싶었지만 체크아웃 시간은 다가왔습니다. 체크아웃 하기 전에 킨모자 팬들에게는 특별히 캐론씨의 애차인 Moris Minor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모리스 마이너는 앨리스네 아빠가 타고 다니는 차입니다.
저는 차에 대한 지식은 전무하기 때문에 어떤 가치가 있는 차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캐론씨는 이 차를 굉장히 귀하게 생각하고 계셨습니다.
내부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상당히 조그마한데 저는 키가 상당히 크기 때문에 아예 들어갈 수가 없을 것 같은 크기였어요.
인증샷 한 방
마지막으로 장기 투숙객들한테만 주어지는 방인 Stable입니다. 여기는 아예 다른 건물이기 때문에 원래는 들어가 볼 수 없지만 캐론씨가 특별히 허가해줘서 들어가 볼 수 있었어요.
안타깝게도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이 적었기 때문에 사진은 그리 많이 찍지 못했습니다.
사실 최대로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주방에서의 컷 회수였는데 주방의 출입은 허가받지 못했습니다. 먼저 다녀간 사람들은 주방 사진도 찍어왔던데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굉장히 안타까웠습니다. 때문에 준비해 간 컷들이 무용지물이 되었습니다. 밖에서 창문으로 들여다 봤을 때는 굉장히 비슷한 형태였습니다만 출입 금지랬으니까 사진도 찍지 않았습니다.
체크아웃을 하면서 신자와씨와 헤어졌습니다. 저는 영어 회화도 약하고, 딱히 적극적인 성격은 아니기 때문에 이 분이 오지 않았더라면 캐론씨와 대화도 제대로 안 됐을 것이고, 혼자 돌아다니느라 무대탐방의 재미가 반감되었을 거에요. 혼자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마음 맞는 사람이랑 같이 다니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네요.
신자와씨는 다시 바스로 돌아가고, 저는 런던으로 가야해서 여기서 헤어졌습니다. 헤어지기 전에 포스 팜 하우스를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신자와씨가 타고 온 자전거는 굉장히 낡고 작았는데요, 저는 앉으면 페달도 돌리지 못할 정도였어요. 어떻게 저런걸 타고 돌아다닐 수 있었는지 신기하네요.
헤어질 때 인사는 금빛 모자이크식으로 '하로-' 와 '곤니치와' 연발로 했습니다. 이 때 느꼈던 희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였어요. 혼자 왔다면 이런식의 작별 인사도 하지 못했겠지요.
런던으로 가는 버스가 치펜햄(Chippenham)에 있는데, 하필 이 날은 일요일이어서 쉬는 마을 버스들이 많았습니다. 포스 팜 하우스에서 치펜햄으로 가는 버스도 이 날 쉬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택시를 불러서 갔는데, 고작 13km를 달렸는데 택시비가 무려 30파운드 가까이 나왔습니다. 버스비와 열차비용까지 합치면 포스 팜 하우스에 오기 위해 쓴 돈이 무려 30만원 가까이 되네요. 이 때문에 남은 여행 기간동안 엄청나게 고생해야 했습니다.
금빛 모자이크의 무대탐방은 이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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