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건세력이라는 말은 7-80년대 일본의 부동산 버블의 동력을 지칭하는 토건국가라는 개념으로 부터 나온 정치용어로 일제 수입품이다. 60년대 이후 성장한 일본경제의 불균형을 조정하고 분배하려는 목적의 열도개조론, 다나카 카쿠에이의 노선에 따른 전국적인 공공 인프라 개발로부터 비롯되었다.
당시 유럽에서는 선진국 반열에 오른 일본의 부동산,건설붐을 비정상적으로 비판하는 그런 견해들이 있었고 이는 당대 미국이 인플레에 엉망인 상황에서 홀로 무역흑자를 내던 일본에 대한 시기와 질투가 얽히며 일본 경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개념이 되었다.
게다가 이 다나카 카쿠에이는 80~90년대까지도 야미쇼군, 어둠의 쇼군이라 불리며 일본 정치의 막후 실세로 영향력을 발휘했는데, 이 인물에 대한 내부의 평판도 한몫한다. 그는 평민 출신의 토요토미 히데요시와 비교되었는데 전쟁전부터 일본의 권력실세인 화족(귀족)과 명문대 출신들이 즐비한 권력층 내에서 듣보잡 출신으로 돈을 이용해 권력을 쥔 독특한 인물이다.
내가 다른 글에서 중국 개방이라는 대아시아 경제 재편 계획의 맥락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도래했다고 지적했다. 이 재편은 막대한 무역흑자를 일본 내부에 과잉축적하는 자본흐름을 역전시키고 일본에 집중된 기술자본을 대만,한국,중국 등으로 재분배하는 것이다.
산업 섹터에서 일본 반도체산업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는데, 일본으로서는 억울할 게 없다. 소니, 도시바 등과 같이 영상,음향,가전에서 막대한 수혜를 얻었으니까 말이다.
확실히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저 소니관련해서는 일본 AV산업의 흥망성쇠 이야기를 풀 수 있는데 그건 나중에.
다나카는 록히드 사건 등으로 당시 반대파에게 공격을 당했지만 그의 인기는 식을줄 몰랐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이 일본의 부동산 버블, 그리고 인프라 과잉 투자, 따라서 다나카의 탓이라 여기는 논리가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다나카의 개발정책 시기보다 더 지방경제가 활성화된 때는 일본에 없었다. 또한 그 당시 과잉 개발이라고 모두가 비난했던 해안도시의 방벽이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해일 피해를 감소시키면서 다나카 정책에 대한 편향도 수정되고 있다.
이런 맥락과는 별개로 한국에 수입된 토건세력이라는 용어는 이명박정권 시기의 4대강 개발에 대한 비판을 위해 차용되었다. 더 나아가 이 용어는 박정희 시절의 경부고속도로, 국토개발 계획까지 거슬러 올라가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
토건세력이라는 용어는 일상에서 하도급 구조에 따른 자재빼먹기,단가 낮추기 등으로 인한 부실공사, 건축물의 부실화와 연결된다. 또한 토지개발 승인허가권 및 국가예산을 투입하는 공공개발에서의 비리로도 설명된다.
순살아파트나 지방의 아파트 붕괴, 성수대교 사태, 전북 잼버리 파행들은 이런 토건세력의 문제를 설명하는 사례처럼 회자된다.
그런데 모든 것을 설명하는 개념은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한다.
마치 음모론의 기본구조처럼 알파와 오메가를 토건세력으로 놓는다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이 세계적인 규모와 수준인 것을 설명할 수 없다. 부동산은 천정부지로 올라야하고 건설사들에게 부도와 불경기는 없어야 한다.
최근 PF대출 문제를 토건세력과 연관시킬 것인가? 출발점도 금융이고 문제를 안고 있는 것도 금융이다.
이전 글에서 중국 케이스와 다르다고 했다. 애초에 토지가 국가 소유이고 그 토지 외에는 별다른 수입원이 없던 지방도시,성들이 중국 동해와 남해의 산업과 무역수입을 나눠가지기 위한 동기, 그리고 과잉생산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의 부동산,인프라 개발이다. 즉 주택공급을 위한 것도 아니고 인프라 구축으로 균형발전을 실현하려는 목적따위도 아니다.
중국의 경제구조는 인구의 경제적 분할과 동일한 모습이다. 1선도시들이 제국이고 지방과 변두리는 저렴한 노동력 공급(농민공)을 위한 식민지이고 그들은 2등 시민이다. 즉 지방의 부동산,인프라 개발은 그저 1등 시민들의 브루마블 게임일 뿐이다.
한국은 중국과 같지 않다. 지방의 부동산은 주택과 실주거인프라를 중심으로 돈다. 따라서 지방의 주택수요를 안정화시키기 위해서 교통인프라가 우선 순위에 놓인다.
그러나 지방공항 과잉과 부실화에서 보이듯 지방경제 활성화는 그리 쉽지 않다. 물론 이것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일본도 그러하고 유럽이나 미국의 지방도 동일한 문제로 골치를 썩고 있다.
그나마 한국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장되는 경제권이 지방과 중심의 간격을 헷지해주고 있다. 수도권으로의 집적과 집중이 의외의 장점이 된다.
토건세력이라는 정치적일 뿐인 개념은 거시적인 면에서도 미시적인 면에서도 현실 설명력이 없다. 부동산 투기는 금융을 기반으로 한다. 이 투기자금은 어디에서 오는가 대출에서 온다. 대출의 담보가 부동산이고 금융이 이 부동산에 의존하는구조이니 악순환이 된다.
미국의 가계는 주택,부동산이 아니라 금융투자 자산의 비중이 높다. 그 덕분에 은퇴후에 노후 걱정이 없다. 한국은 일본과 비슷하게 부동산이 대부분이다. 토건세력의 실체는 어쩌면 이 부동산이 가계자산의 대부분인 소유자들일지도 모른다.
전세가 사라지고 있는 근 몇년간의 추세는 한국 금융구조의 변화를 보여준다. 그러나 한국의 금융부문이 그리 쉽게 전세를 포기할리가 없다. 월세, 렌트 구조는 금융을 거치지 않고 소유자와 세입자간의 계약을 가능하게 한다. 은행의 안정적인 자산담보인 부동산이 감소한다. 이런 부동산 금융의 손쉬운 채권의 감소 추세가 전세를 이용해 사기를 치는 대규모 대출자와 금융기관의 결탁을 형성하는 베이스가 된다.
토건세력이라는 용어는 이런 구조를 이해하는데 1도 도움이 안된다. 모든 부정적인 이미지, 심지어 부동산 투기까지 끼워넣은 이 괴물같은 개념은 상상속의 괴물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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