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외교부 장관이 블룸버그 주최의 뉴 이코노미 포럼에서 현재 상황이 1차 대전 상황과 같다고 주장했다.

현재를 과거의 어떤 순간과 동일시하는 설명방식은 편리하고 이해가 쉽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이 여전히 현재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과거와의 유비는 언제나 그 과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1차대전의 상황이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먼저다. 때문에 설명되어야 하는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니 말장난이다.

마르크스는 역사의 반복이라는 인식에 대해 첫번째는 비극이었고 두번째는 소극이라고 했다. 역사가 그딴식으로 반복된다기 보다는 반복한다는 사고방식이 현재를 왜곡한다는 얘기다.

최근의 복잡한 상황은 전례가 없다.
전례가 없으니 그것을 설명할 말과 언어는 아마 미래에나 탄생할 것이다. 기원론적으로 이를 설명하는 입장에서는 여러가지 얘기를 할 수 있으나 결국은 현실 플레이어들의 의도나 계획이라는 주관을 이리저리 추정하는 것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아니면 현상의 나열인데, 여기서 화자의 의도가 개입된다. 위기,1차대전 등의 용어들은 세상이 파멸로 가고 있다는 계시적 서사를 깔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과거에 대해 침묵하고 오늘에 대해 회피하며 그저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면, 박제된 과거, 써먹을 수 있는 과거를 이용해 말장난 하는 건 그저 인지부조화, 혼란, 공포, 그리고 선동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 뉴스에 JP모건이 한국정부의 공매도 금지에 대해 사전 통보가 없었다는 비판적인 코멘트를 했다는 뉴스가 있다.

그전에 미국정부가 환율조작 감시대상국에서 한국을 제외시켰다는 뉴스가 먼저다. 공매도 금지는 큰 그림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내가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비추어 보면 공매도 금지 비판은 JP모건 본사가 아니라 한국지사의 입장일 뿐이다.

지난 7월에 JP모건(한국지사)은 불법 공매도로 과징금 처벌을 받았으니 저런 지랄하는 게 당연하다.

각설하고.

지금 유가,달러,미국채 변동에 비추어보면 위기니 1차대전이니 하는 얘기들은 무의미한 언설이다. 그런 얘기를 하는 건 대부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베팅했던 색희들이다.

전쟁은 내년을 위한 중동지역과 에너지 시장 정리 용도다. 여기에 종교,민족 등등의 문제들이 얽혀있어 복잡해보이지만 결국은 아브라함 프로세스를 진척시키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을 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전쟁중에도 이스라엘 극우파 정부가 뻘짓하는 게 과도하게 강조되는 걸 보면 네타냐후나 극우파들은 단역이 될 듯하다. 즉 네타냐후 정부는 아브라함 프로세스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그리고 이란도 이 프로세스를 막을 기회가 지금 뿐인데, 일이 커지면 감당을 못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

가자지구 정리되면 사우디를 주축으로 전후처리 테이블이 만들어질 텐데 그 자리가 아브라함 프로세스의 레버리지가 될 것이다.

이런 흐름이 러시아,크레믈린을 급하게 한다. 중동지역이 안정화되면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힘을 더 분배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의 군축테이블 이탈은 미국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유럽(독일),일본을 위한 것이다.

전후 승전국 질서의 해체.

군비는 본래 비경제적 투자이지만 AI,드론,첨단 무기들은 반도체 기반이다. 즉 재래식 무기 재고가 소진되고 하이테크 무기가 군수산업의 주축이 된다. 여기에 AI까지.

전쟁은 비약적인 기술진보의 시대를 가져온다.
물론 파괴와 살상의 기술도 진보한다.

과거는 해체되고 있다.
새로운 시대는 군사적으로,이념,종교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준비되고 있다.

언제나 그러하듯이 새로운 질서는 결코 파괴와 죽음없이 탄생생한 적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