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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업] 마리여왕 정수 썰 (백업)앱에서 작성

nk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12.09 20:08:15
조회 412 추천 8 댓글 0
														


옛날, 어느 왕국에 사치스럽고 제멋대로인 마리 여왕님이 있었어. 마리 여왕님은 자신에게 듣기 싫은 말을 하는 신하들은 쥐도새도 모르게 없애버리기에 주변에는 아첨하는 간신들 밖에는 없었어.



어느 날, 여왕님은 연회를 준비중이었어. 연회장 한쪽 무대에선 회색빛 머리를 질끈 묶은 피아니스트가 손을 풀고 있었어. 그 옆에는 뺨이 발그레하게 화장을 한 귀엽게 생긴 조율사가 피아노를 조음중이었지. 둘은 서로만 알아들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대화했어. 여왕님은 연회 준비를 지켜보며 중얼거렸어.


"이번엔 어느 때보다도 크게..화려하게 해야만 해..."

"걱정마십시요, 여왕님. 분명 훨씬 아름다울겁니다."


여왕님 옆의 광대가 말했어. 광대는 여왕님 옆에서 비위를 맞춰주며 여왕님이 기분 나쁘다고 사람들을 죽이는 걸 막곤 했지.



그렇게 연회 준비가 한창이었어.


"여긴 마음대로 들어오시면 안됩니다. 돌아가주십시오."

"잠시 여왕님께 드릴 말씀이 있어요. 정말 잠깐이면 되니까요."


연회장 밖의 경비병이 새하얀 달빛 로브를 입고 같은 색의 새하얀 부엉이를 어깨에 올린 초대받지 않은 손님과 실랑이 중이었어.


"무슨 일이냐?"

"아, 여왕님..! 이 사람이 자꾸 여왕님을 뵙고 싶다고..!"

"여왕님, 안녕하셨나요?"

"그대는 그..점술가가 아닌가. 그래, 무슨 미래를 봤으니 나를 찾아온 것이겠지. 말해보거라."

"그믐달은 파멸을 가져올 것이다..라고, 어제 새벽달을 보다가 받은 계시에요."


점술가의 말을 듣고 여왕님은 바로 표정이 나빠졌어.


"이 연회는 그믐 밤에 주최된다고 들었어요. 분명 사치스러운 연회겠죠. 그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럼 여왕님, 몸 조심 하시길."


점술가는 자기 할 말만 하고는 순식간에 떠나버렸어. 굳은 표정으로 점술가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고 있던 여왕은 굉장히 화가 난 듯 했어.


"저런 예의 없는..!"


몇 마디를 더 하려고 했지만 여왕으로서의 품위를 지키기 위해 여왕은 분을 식혔어. 그리고는 다시 준비가 한창인 연회장으로 들어갔어. 마침 여왕은 그 점술가가 입고있던 옷과 같이 새하얀 기둥이 눈에 들어왔지.


"아아.. 저 하얀색을 붉게 칠해버리는 게 나으려나..."


그 말의 의미를 알아들은 광대는 다음 말을 생각하지 못 한 채 여왕의 눈치만 볼 뿐이었어.



다음날 새벽, 점술가의 말이 떠올라 잠 못 이뤘던 여왕은 달을 찾아 하늘을 올려다 보았어. 이미 달은 기울어가는 반달이었지. 여왕은 잠시 입술을 깨물고는 바로 사람을 불러 그 점술가를 잡아들이라고 명령했어.





차가운 돌바닥에 새하얗던 옷을 입은 점술가가 손발이 묶인 채 던져져 있었어. 이미 얼굴에는 피멍이 들어있었고 흰 옷도 검붉은 얼룩이 잔뜩이었지. 여왕은 창살 밖에서 가만히 그 모습을 바라보았어.


"이젠 할말 못 할말 정도는 구분할 수 있게 되었느냐?"

"ㅎ..하지만... 그건 정말 여왕님을 위해서..!"


여왕은 옆에 놓여있던 물양동이를 직접 들어서 뿌렸어.
"그래.. 그래도 나를 위한 말이었다니 믿어줘야 겠지... 일단 목숨정도는 살려주마."


점술가는 안대가 살짝 벗겨진 채 안대에 박힌 보석과 같은 빛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여왕을 바라보았어. 여왕은 옆의 하인에게 속삭였지.


"여러 놈들과 함께 가지고 노려무나. 죽이지만 말고."




여왕이 떠난 후, 하인들과 몇몇 병사들이 점술가를 둘러쌌어. 처음에는 적당히 샌드백 정도로 쓸 생각이었는데 얼굴이 나름 괜찮게 생겼어.


"아윽.."


머리채를 잡고 안대를 벗겨보니 피멍은 좀 들었지만 꽤나 준수한 외모였지. 푸른 빛으로 반짝이는 눈도 정말 아름다웠고. 그냥 때리기엔 좀 아깝단 말이지.


"? 지..지금 대체 뭘..!"


한 사람은 발목에 묶여있던 줄을 풀고, 한 사람은 바지를 벗겼어. 하얀 속살에 붉고 푸른 멍으로 그림이 그려져 있는게 장관이었지. 누군가가 상체를 붙잡고, 두 사람은 각자 다리를 잡아 벌리고, 또 누군가는 하얀 속살보다도 더 깊은 곳에 있는 분홍빛 피부에 손을 대었어.


"흐읏..!"


분위기에 의해 경계하고 겁에 질려있던 터라 감각에 예민해진 피부에 갑작스레 차고 거친 손이 닿아서인지, 점술가는 몸을 떨었어.


"제바..ㄹ..흐읏, 자..잠깐... 거긴.. 안ㄷ..!"


자신의 속살을 손으로 쓰다듬다가 혀로도 쓰담기 시작한 남성을 바라보는 눈이 너무나도 푸르게 빛나는 보름달 같았기에 조금 부담스러웠어. 남성은 옆에 던져둔 안대를 다시 씌우고는 아까 하던 일을 마저 하기 시작했어.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그만해달라, 싫다 애원하는게 시끄러웠지.


"저 새끼 입이 노니까 시끄럽게 떠드는거 아냐,  씨발. 누가 저 입 좀 막아봐 새끼들아!"


다른 남성이 알겠다고 진정하라며 웃으며 옆에서 자신의 물건을 꺼냈어. 뜨겁고 딱딱한 것으로 입가를 툭툭 쳤지.


"점술가님? 미래를 보신다며요. 그럼 니가 우리 말을 제대로 안 들어주면 어떻게 되는지도 아시겠네요?"


어느새 칼도 목에 대어져 있었어. 점술가는 울면서 하는 수 없이 입을 벌려 그의 물건을 물었어. 점술가가 입으로는 물건을 빨아주는 동안, 누군가는 밑 속살에 손가락을 넣고 있었지. 두껍고 거친 손가락이 안쪽을 헤집자 점술가의 입에선 신음이 새어나왔어.


"소리만 내지 말고 제대로 빨라고 개새끼야."


머리채를 잡은 채 머리를 앞뒤로 흔들었어. 그리고 그 와중에 밑으로는 손가락이 하나 더 늘어있었지.


"존나 귀찮네 씨발."


밑을 쑤셔대던 남자는 손가락을 빼고는 바로 자신의 물건을 찔러박았어. 완전히 풀어지지 않은 곳에 큰 것을 넣어서일까, 물건으로 막혀있던 점술가의 입에서는 꽤나 크게 신음소리가 났어. 하얗고 분홍빛 피부에도 붉은 피가 흘러내렸어.


"이 새끼 뒤집으면 안되냐?"

"그게 더 편하긴 하겠네."


남성들은 점술가가 어쩌든 신경쓰지 않았어. 점술가를 엎드리게 하고 앞에서는 입에 박고, 뒤에서는 뒷입에 박았지. 배려없이 마구 찔러대니 점술가는 죽을 것 같았어. 배 속 장기가 마구 뒤죽박죽이 되는 것 같았고 너무 아팠어. 머리도 입에 물건이 넣어진 채 마구 흔들려지니 어질어질해서는 정신을 붙잡고 있는 것 조차도 너무나 힘든 일이었지.


"아 씨발놈아 다 삼켜라."


남자는 점술가의 머리채를 쎄게 잡아 당겼고, 입안으로 액체가 쏟아졌어. 점술가는 순간 기침을 하며 다 뱉어냈지. 남자는 뺨을 때렸어.


"개새끼야 삼키라고 했잖아 씨발. 말도 못 알아쳐듣냐."

"비켜봐, 이제 내 차례잖아."


이어서 다른 남성의 물건이 입에 들어왔어. 점술가는 또 머리채 잡히기는 싫어서 나름대로 열심히 빨았어. 그 동안 안쪽에서 찔러지는 느낌이 점점 익숙해지기 시작했어. 좀만 버티면 된다며 스스로를 다독이며 점술가는 그들의 요구에 응하려 했어.


"아, 갈 것 같은데."


안쪽의 물건이 더 뜨거워지고 부풀어올랐어. 그리고는 액체를 쏟아냈지. 점술가는 앞에 쏟아졌을 때 보다도 더욱 놀란 것 같았어. 앞에 있던 남성은 점술가의 머리채를 잡으며 앞쪽에도 집중하랬지. 뒤의 물건을 빼고나니 붉게 부어있는 분홍빛 속살 사이에서 하얀 액체가 흘러나와선 하얀 다리 위 붉고 푸른 그림 위에 덧칠되었어. 그대로 다른 남성이 바로 박아넣었지.



한참을 그렇게 윤간당한 후, 남성들은 의식을 잃은 점술가를 그대로 던져놓고는 창살문을 잠그고 갔어. 잠시후 감옥을 순찰중이던 경비병은 이런 저런 색으로 얼룩진 하얀 로브만 입은 채, 두 다리가 활짝 벌려진 채로, 앞뒤 입에서는 하얗고 붉은 액체가 흘러나오는 점술가를 발견했어. 아까 그 남성들 짓이란 걸 대충 눈치채고는 창살 문을 열었어. 점술가는 살짝 정신이 들어서는 혹시 모를 구원의 손길인지 기대를 품은 눈으로 경비병을 바라보았지. 하지만 경비병은 그대로 자신의 물건을 꺼내 점술가의 이미 잔뜩 부어버려 다 튀어나온 붉은 속살에 박아넣었어. 더이상 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다 쉬어버린 목으로 점술가는 숨만 겨우 쉴 뿐이었어. 경비병은 점술가의 허리를 붙잡고 열심히 흔들더니, 안쪽에 잔뜩 싸지르고는 만족했다는 듯이 그대로 떠났어. 차가운 돌바닥 위에 붉고 하얀 액체로 범벅이 된 점술가의 위로는 감옥 벽에 작게 뚫린 창으로 들어오는 연한 달빛만이 쌓였지.





어느 저녁, 피아니스트는 여왕 앞에서 연회장에서 연주할 악곡을 검토받고 있었어.


"그렇게 빨라서야 너무 경박하지 않겠느냐? 왕실의 품위와 어울리는 곡으로 하란 말이다."


피아니스트는 아무말 없이 조금 더 느린 악곡을 연주했어. 여왕은 바로 옆에 쌓여있던 악보 뭉치를 피아니스트에게 집어던졌지.


"이게 장례식 곡이지, 어떻게 연회곡인가! 내일까지 제대로 된 곡을 준비하지 않으면 당장 큰 벌을 내릴 것이야!"


여왕은 화가 나서는 그 자리를 떠났어. 한숨을 내쉬는 피아니스트 옆에선 조율사가 어깨를 두들기며 위로했어. 둘은 각자 어릴 때 왕궁으로 끌려와 여러 학대가 병행된 훈련을 받으며 서로를 남매처럼 의지해 왔었어. 그때의 학대 탓에 피아니스트의 입가엔 흉터가 남았고 그래서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이었지.


"이솝, 여왕님이 저러시는 거 한두번도 아니잖아. 괜찮을 거야. 너의 피아노 실력은 최고니까 분명 내일은 여왕님도 만족하실거라고."

"그러셔야 할텐데.."

"이러지 말고 잠깐 뭐 좀 먹고 생각하자. 너 이거 악곡 때문에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잖아."


둘은 왕궁에 있던 하인들 전용 식당으로 갔어. 접시에 적당히 음식을 담아서는 한쪽 테이블에서 먹기 시작했지. 그런데 옆 테이블의 대화가 신경쓰였어.


"그 얘기 들었어?"

"무슨 일인데 그래."

"왜애..그 달빛 점술가 있잖아."

"아, 저 숲쪽에 사는 그 사람? 이름이 클락이랬나..."

"하여튼 그 점술가 말이야, 여왕님께 안좋은 예언을 했다가 붙잡혔대..!"

"진짜?! 무슨 예언이었길래?!"

"야 목소리 좀 낮춰. 괜히 여왕님 들으실라."


피아니스트와 조율사는 그 예언하는 걸 직접 목격했었으니 살짝 그 점술가에 관해 관심이 생겼어. 하지만 지하감옥은 그냥 그 자체로 가고 싶지 않은걸.



밥을 다 먹은 둘은 잠시 건물 밖으로 산책을 나왔어. 잠깐 거닐고 있다가 뭔가 하얀 것이 수풀 속에서 움직이는 걸 발견했어. 가까이가서 보니 그 점술가가 데리고 다니던 부엉이였지. 날개를 보아하니 상처를 입은 듯 했어. 둘은 잠시 고민하다가 부엉이를 몰래 자신들의 숙소로 데려왔어. 다행히 이 방은 남매같은 둘만 쓰는 방이었지. 둘은 부엉이를 치료해주고는 빈 바구니에 담요를 깔아 임시로 부엉이가 잘 곳을 만들어 주었어.



다음날, 겨우 여왕님께 악곡을 허락받고 지쳐서 숙소로 돌아온 피아니스트와 조율사는 부엉이가 뭔가를 말하려 하는 것을 발견했어. 아마도 어딘가로 가고싶다는 것 같아서 일단 데리고 나왔지. 부엉이가 고개를 돌리는 쪽으로 가보자 건물 밑에 창이 뚫려있는 걸을 발견했어. 밖에서는 무릎 정도 높이에 뚫려있는 창살로 막힌 작은 창이었지. 안쪽을 보자 지하감옥인 듯 했어. 그대로 부엉이가 가르키는 쪽으로 걸어가니 점술가가 있는 감방이었지. 안을 내려다보자 만신창이가 된 채 한쪽 벽에 기대어 있던 점술가가 보였어. 사람이 창을 가리자 빛이 가려져 점술가는 창을 올려다 보았지.


"점술가님.. 괜찮으세요..?"

"어떻게 여길..."


점술가는 그들 품에 안겨있는 부엉이를 발견했어.


"그 아이가 안내해줬군요. 겨우 찾아 주셨는데.. 이런 모습 보여드리기 부끄럽네요."


대충 봐도 점술가는 너무 말라있었어. 먹을 것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고 고문과 학대만이 빈번했다는게 바로 보일 정도였지.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조율사는 어디론가 뛰어갔어. 한참뒤, 손에는 물통과 끈, 빵이 들려있었지. 조율사는 철창 사이로 빵을 밀어 넣어준 다음, 물통을 끈으로 묶어 철창 사이에 집어넣었어.


"저를 위해서 이렇게 하실 필요는 없으신데..."

"일단 억울하게 여기 계신 거잖아요. 버티다보면 분명히 풀려날거에요. 분명!"

"오히려 저희가 큰 힘이 되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럼 일단 감사히 받을게요."




점술가가 다 먹고 난 후, 조율사는 끈을 잡아당겨 물통을 빼내었어.


"아까 온 그 시간에 내일도 올게요!"

"또 오겠습니다."

"갈 때 들키지 않게 조심해요."


둘은 부엉이를 안고 다시 숙소로 돌아갔어. 그날 밤, 점술가의 감방에는 여전히 여러 남성들이 들락날락거렸지. 점술가의 몸은 남성들을 받아들이는게 익숙해진 듯 했어. 뒤에 물건이 박힌 채 손에 물건을 쥐고, 입으로는 다른 남성의 물건을 받을 수 있게 되었지. 뱃속은 이미 가득 찼고 쾌락은 느낄 수 없다 해도 이상한 감각에 머리 속은 녹아내렸어. 입에서도 마저 다 삼키지 못한 액체가 흘러내렸고, 뱃속도 가득찬 채라 뒤에서도 액체가 새어나왔지. 이런 일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채 죽지도 못 한 채 숨만 유지한다는 것은 끝이없는 지옥이었지. 그래도 점술가는 자신의 편이 되어주는 그 둘의 존재를 확인했기에 그 둘의 기대에 져버리지 않으려 열심히 버텼어. 의식만 겨우 끈을 붙잡고 있을 뿐이었긴 해도.





연회는 계획대로 진행되었어. 피아니스트는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였고, 노래도 잘하던 조율사는 피아노 옆에서 화음을 맞추고, 광대는 멧돼지를 타고 곡예를 부렸지. 연회에는 이런 저런 귀족들이 왔어. 금발 머리를 묶은 백작은 자신의 사촌인 여왕에게 인사중이었어. 지나가던 다른 귀족이 실수로 부딪히자 여왕님 못지 않게 성격 나쁜 백작은 당장 그 귀족에게 협박같은 귓속말을 했어. 백작보다 지위가 낮았던 그 귀족은 하는 수 없이 그 자리를 피할 뿐이었지. 여왕은 사람들과 떠들다가 취기가 오르자 살짝 더워졌어. 살짝 바람을 쐬러 테라스로 나오자 밤하늘이 보였어. 또 다시 점술가의 예언이 떠오르자 밤하늘에서 달을 찾았어. 하지만 달을 찾을 수 없었지. 그믐달은 파멸이니 어쩌니, 전부 헛소리라고 여왕은 중얼거렸어. 전부 그 하얀 놈 때문이야, 여왕은 당장 지하감옥으로 가기로 했어.


"병사 하나만 데리고 갈 것이다. 내가 없어도 연회는 계속 진행하도록."




벽에 간신히 몸을 기댄 점술가의 옷은 이미 너덜너덜했어. 입은 얼마나 맞았는지 피멍이 들다 못해 터져있었지. 찢어져서는 더이상 제 구실을 하지도 못하는 안대 사이로 보이는 눈만은 빛을 잃지 않은 채 반짝였어.


"오셨군요."

"꽤나 좋은 모습이구나."

"오늘이네요, 그믐날."


그 꼴을 하고도 웃으며 자신의 비위에 거슬리는 말만 하는 점술가에게 여왕은 굉장히 화가 난 듯 했어. 여왕은 이 감옥의 경비병을 불렀어.


"내가 간 이후로 이 녀석을 어떻게 가지고 놀았지?"


경비병은 그 얘기를 해도 될 지 몰라 당황한 채 횡설수설 거렸어. 여왕은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말하라고 했고, 경비병은 결국 다 털어놓았지. 여왕은 살짝 볼을 붉혔지만 흥미를 가졌어.


"그래..그런 방법도 있긴 했지... 분명 옛날에 있었던 고문 방법이었다고 들은 것 같긴 하네."


여왕은 하인들에게 쓸만한 기구를 가지고 오게 하였어. 점술가를 적당한 높이의 상자에 엎드리게 하여 상체를 고정시키고는 여왕은 처음에 사용해볼 기구를 골랐지.


"니 녀석이 언제까지 떠들 수 있는지 보고 싶구나."

"이 시간에 몸을 피하시는 것이 더욱 현명하신 생각이실텐데요."

"이 상황에 그 말을 던지는 것은 현명한 선택인 것일까."


여왕은 일반적인 남성의 물건 정도 크기의 기구를 가르켰어. 하인들은 점술가의 긴 상의를 걷어올리고는 하의를 벗겼어. 엎드린 채 여왕에게 자신의 가장 깊숙한 부위를 보여주는 것은 굉장히 수치스러운 일이었지. 하인들은 기구에 알 수 없는 오일을 뿌리고는 점술가의 뒤에 집어넣었어. 잔뜩 부어있어 잘 안들어갈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미 헐렁해져서는 쉽게 들어갔지. 하인은 기구를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어. 점술가는 한번씩 입술을 깨물어가며 신음을 참았어. 그래도 이정도는 익숙해져서 참을만 했지.


"이미 이정도는 아무렇지 않다는 것인가. 그렇게나 고귀한 척 하더니만.. 역겹군."

"이런 짓을.. 아무렇지 않게 시키시..흣..는 여왕님도 고귀하신 분이신 줄.. 알았는데요."


한 마디도 질려고 하지 않는 점술가의 그 태도에 여왕은 더욱 화가 났어. 살짝 웃어보이며 그 눈으로 뒤를 돌아보는 그 모습이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 여왕은 길고 휘어져 있는 기구를 가르켰어.


"흐읏..."


하인은 즉시 기구를 빼내고는 여왕이 가르킨 기구를 들었어. 그 기구는 길게 뻗지 않고 물렁거려서는 밑으로 쳐졌지.


"최대한 깊게 집어넣어 보려무나."


하인은 기구에 아까와 같은 액체를 뿌리고는 배려없이 그대로 집어넣었어.


"흐으..허어억..!"


윤간 당할 때도 닿지 않던 곳까지 기구는 파고 들었어. 엎드린 채라 아랫배 뿐 만 아닌 옆배까지 눌려왔지. 그대로 가만히 있는 것도 힘든데 하인은 빠르게 그것을 빼내었다가 집어넣었다를 반복했어. 점술가는 입술을 피가 날 정도로 깨문 채 참아보려 했지만 신음소리는 계속해서 새어나왔어. 찔리면 찔릴 수록 감각은 예민해지고 숨이 가빠왔어. 한숨소리와 신음소리가 더더욱 커져가자 여왕은 싱긋 웃었어.


"아마 윤활제에 최음제도 섞여있을테니.. 기분 좋을테지..."


벌려진 다리 사이로 쳐져있던 점술가의 물건이 부풀어 올랐어. 그렇게 윤간을 당하면서도 자신의 물건이 반응했던 적은 없는 터라 점술가는 당황했어. 점술가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얼굴만 붉히며, 침까지 흘리며 신음과 한숨소리를 내는 것이, 여왕에게는 너무나도 만족스러웠지.


"이제 적당히 마무리만 하고 연회로 돌아가야겠구나."


여왕은 이상한 소리가 나는 통을 가르켰어. 통 안에는 벌들이 잔뜩 들어있는 기구가 있었지. 웅웅대는 벌들 탓에 기구는 마구 흔들렸어. 하인은 이미 꽂혀있던 기구를 잡아 빼내었지. 그 후 마구 흔들리는 그 기구를 깊게 박아넣었어. 피스톤질이 아닌 새로운 감각에 점술가는 맛이 갈 것 같았어. 안 그래도 헐거워진 구멍에 힘까지 빠지자 기구는 빠져나와 떨어져버렸지. 여왕은 하인들에게 단단히 고정시킬 것을 명령했어. 하인들은 다시 기구를 박아넣고는 T자형 벨트로 기구를 고정시켰지.


"정말 우스꽝스러운 모습이구나. 다시 올 때까지 그러고 있도록 하거라. 내 말 알아 듣겠느냐?"


자신의 질문에 대답을 못 할 정도로 정신이 날아가버린 점술가를 만족스럽게 쳐다보고는 여왕은 다시 연회장으로 돌아갔어. 이미 점술가를 제외한 다른 죄수들은 사형당해 고요하고 어두운 감옥에는 등불이 타는 소리와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 누군가가 걷는 소리 사이로 웅웅거리는 소리와 누군가가 숨쉬기 버거워하며 우는 소리만이 울려퍼졌어.





연회로 돌아간 여왕은 약간 이상해진 분위기를 눈치챘어. 여전히 소란스럽긴 했지만 즐겁게 시끌벅적 떠드는 소리가 아닌, 무언가 웅성웅성대는 듯한 소리. 여왕은 기분 나빴지만 사람들에게 품위없게 큰 소리를 칠 수는 없었지. 대신 더 활기차고 즐거운 곡을 연주하라고 피아니스트를 협박할 수는 있었어.


"저기, 여왕님? 그러지 마시고.. 저희 왕국에서 보내온 선물입니다. 한입 드셔보시죠."


어느새 옆엔 까무잡잡한 피부의 여인이 처음보는 과일이 썰어진 접시를 내밀고 있었어. 여왕은 그 과일에 흥미가 생겼기에 옆의 포크를 집었지.


"그럼 감사히 받겠네."


여왕은 과일을 포크로 찍어 한입 깨물었어. 굉장히 달고 시원한 맛. 먹어본 적 없는 맛이었지. 여왕은 과일을 몇 입 더 집어먹었어. 그리고는 머리를 붙잡고 쓰러졌지.


"여왕님, 괜찮으십니까!"

"저 여자를 체포해!"


여왕의 호위병들이 외치며 여왕을 부축했지만 어느 경비병도 여자를 체포하지는 않았어.


"당장 이 연회장의 출입을 제한하라!"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진 인파속에서 한 귀족이 외치며 여왕 앞으로 걸어나왔어. 그 귀족은 아까 백작과 부딪혔던 남작이었지.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여왕님. 루키노 디루시 남작.. 아니, 혁명군의 단장 루키노 디루시 인사 올리겠습니다."

"니.. 니 녀석이 어떻게..!"

"이미 이 연회장의 병사들은 저희 혁명군단의 단원들입니다. 도망갈 생각은 하지 말아주시죠."


사람들 인파 속에 숨어있던 혁명군단의 단원들은 여왕의 편인 귀족들을 포박했어. 여왕도 예외는 아니었지. 포박된 귀족과 왕족들은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끌려나갔어. 여왕은 분노로 몸을 떨다가 하늘을 올려다 봤어. 벌써 새벽이 오는지 한쪽 하늘은 밝아져왔고, 하늘 가장 높은 곳에는..



그믐달이 선명하게 떠 있었어.





연회장에서 사람들이 잡혀 나가는 걸 멍하니 보고만 있던 어느 편도 아니었던 하인들과 하녀들은 잠시 후에야 정신을 차렸어. 이제 자신들은 자유라는 것. 더이상 여왕의 비위를 맞추며 생사의 기로에서 외줄타기 할 필요는 없다는 것. 몇몇은 환호하며 손잡고 밖으로 뛰쳐나가고, 몇몇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지. 그에 반해, 너무 어릴 때부터 이 왕궁에 갇혀서 교육받았던 피아니스트와 조율사는 이제 뭘 어떻게 하며 살아야할지 막막해졌어. 서로를 바라보며 아무말 없이 걱정하고 있던 와중에 점술가가 떠올랐어. 지금이라면 그분을 풀어드릴 수 있을 것이다, 둘은 생각했어.



둘은 이제 다 나아서 멀쩡히 날아다닐 수 있게 된 부엉이와 함께 지하감옥으로 내려갔어. 등불을 앞으로 내밀며 끝없이 이어진 복도를 걸어갔지. 걸어가면 걸어갈수록 들리는 웅웅거리는 소리. 좋지 않은 예감이 들기에는 충분했지. 조율사의 모자에 앉아있던 부엉이가 급하게 어느 감방으로 날아갔어. 둘이 부엉이를 따라 달려가자 그곳에는 너무나도 처참한 모습의 점술가가 의식을 잃은 채 있었지.


"히익..!"


조율사는 놀라서는 눈을 가린채 고개를 돌렸어. 피아니스트도 입을 손으로 막은 채 잠시 멈칫 했지. 부엉이가 철창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문을 열려고 했어. 문은 굳게 잠겨있었고, 열쇠는 보이지 않았어.


"아..아마 저 복도 끝에 걸려있을 거야. 내가 다녀올게!"


조율사는 복도 끝으로 달려갔어. 피아니스트는 아무 말도 못 한 채, 그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어. 이 왕궁에 끌려와 훈련받으며 학대 당하곤 했을 때, 많이 커서는 성적 학대도 당했었어. 가볍게, 물건을 계속 치면서 악보를 외우게 한다던가, 밑에 기구를 넣은 채 피아노를 치게 한다던가, 악보를 틀릴 때마다 구슬을 하나씩 더 집어 넣는다던가.. 입가의 흉터는 그때 웃으라며 찢어버려서 생긴 것이었지. 자꾸만 그때 일이 생각나서는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 앉아 입을 막고 끅끅대었어. 부엉이는 자신의 파트너도 걱정이 되었지만 울고 있는 피아니스트도 무시할 수 없었어. 피아니스트 품에 파고들어 눈물이 흐르는 피아니스트의 볼에 자신의 얼굴을 비볐어. 피아니스트는 부엉이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어. 부엉이를 쓰다듬고는 철창을 잡으며 일어났지.


"내가 꼭 저분을 구해드릴게."


마침 조율사가 열쇠를 들고 달려왔어. 빠르게 문을 열고 들어가 기구를 몸에 고정시키고 있는 벨트를 풀려고 했어. 벨트에는 잠금장치가 달려있었지. 피아니스트는 평소에 들고다니던 가방을 열었어. 둘은 잦은 학대로 생긴 상처를 서로, 혹은 다른 동료를 치료해주기 위해 여러 구급 용품을 포함한 여러 물건을 가방에 넣고 다녔었지. 피아니스트는 가위를 꺼내 벨트를 잘라냈어. 그리고는 아직도 웅웅거리는 기구를 빼내었지. 기구에는 흥건한 액체가 뻥 뚫려있는 구멍까지 이어져 있었어. 상자에 몸을 고정시켜두었던 벨트도 전부 잘라내고는 점술가의 몸에 있는 상처 중 눈에 보이는 큰 상처들만 일단 대충 치료를 했지. 그리고는 옆에 던져져있던 하의를 입히고는 혹시몰라서 베일과 안대까지 챙겼어. 부엉이는 걱정스럽게 자신의 파트너의 상태를 살피며 머리카락이나 옷깃을 잡아당겼어. 처음에는 부축해서 데려갈 생각이었지만, 의식을 잃은 채 숨만 붙어있는 점술가였기에 그 방법은 불가능했지.


"트레이시, 이 분을 내 등에 올릴 수 있겠어?"


보기와는 다르게 의외로 힘이 셌던 피아니스트는 점술가를 업었어. 조율사는 다른 짐들과 등불을 들고 앞서 올라갔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데려갈 수 있는 곳이 마땅치 않았어. 일단은 하인 하녀들의 숙소 건물로 데려가기로 했지. 건물은 비어 있었어. 모두들 자유를 찾아 밖으로 나간 상태였지. 피아니스트는 점술가를 공동 샤워실로 데려가 씻겼지. 그동안 조율사는 마른 수건과 사이즈가 맞을 듯한 옷을 준비해두고는 점술가가 입고 있던 옷을 세탁하러 갔어. 잠시후 옷까지 갈아입힌 점술가를 피아니스트의 침대에 눕히고는 둘은 조율사의 침대에 앉아 얘기를 나눴어. 이 방 벽난로의 불 만이 이 건물에 켜져있는 유일한 불빛 같았어. 부엉이는 가만히 점술가의 얼굴을 바라볼 뿐이었고, 조율사는 눈물이 맺힌 채 피아니스트가 점술가의 옷을 수선하는 걸 바라보았어. 피아니스트는 앞으로 닥쳐올 미래의 걱정에 마음이 답답해졌어.




다음날, 점술가는 깨어났어. 부엉이는 몇번 얼굴을 부비더니 방 밖으로 날아갔지.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아마도 자지 않았던 듯한 피아니스트가 달려와 점술가의 상태를 살폈지. 살짝 잠이 덜 깬 듯한 조율사도 뒤 따라 들어왔어.


"고마워요. 정말 저를 구해주셨네요... 그럼 여왕님은 지금쯤.. 혁명군의 감옥에 계시려나요."


점술가는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어.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지.


"일단 안정을 취하셔야 돼요.. 제가 스프라도 가져올게요."


조율사는 눈을 비비며 숙소 부엌으로 달려갔어.


"저기.. 혹시 제 옷은 어디 있을까요..? 뭐 버리셨다고 해도 상관은 없지 만요."

"아, 제가 수선해두었습니다."


피아니스트가 보관해둔 옷과 베일, 안대를 꺼내왔어. 점술가는 받아들고 상태를 보며 감탄했어.


"정말 새것같이 말끔해졌네요? 실력이 정말 대단하시네요!"


그 사이에 조율사가 스프를 가져왔어.


"요리하시는 분들이 전부 안 계셔서 제가 끓인 건데.. 적당히 먹을 만 해요..!"

"그럼 감사히 먹겠습니다."



다음 날이 되자 점술가는 어느 정도 혼자 몸을 움직일 수 있게되었지.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는 베일과 안대까지 썼어.


"이제 가시는 겁니까?"


피아니스트가 물었어. 점술가는 부엉이를 쓰다듬으며 웃으며 대답했어.


"그것도 맞지만.. 여왕의 끝을 보러가요. 오늘 여왕은 기요틴으로 이 생을 마감할테니까요."




아름답게 세팅되어 있었던 머리는 다 흐트러지고, 화려한 드레스 대신 흰 드레스만 입은 채, 여왕은 자신의 모습에 불만이었어.


"이런 꼴을 하고 민중들 앞에 서다니.. 적어도 화장할 시간은 줘야 하는게 아닌가..."


이윽고 여왕은 기요틴에 목이 고정되었어.


"아아, 어쩜 이렇게도 어리석은..! 내가 이 나라의 품격을 높이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목이 잘리기 직전인데도 짜증을 내는 여왕의 눈에 익숙하고도 기분나쁜 하얀색이 얼핏 보였어.  인파속에서 다시 그 하얀색을 찾는 사이 종소리가 울려퍼졌지. 집행인이 도끼로 칼날에 연결된 줄을 끊자, 칼날은 빠르게 여왕의 목으로 떨어졌어. 목이 잘려나가는 그 순간, 여왕의 눈에 마지막으로 보인 것은,
안대를 들어올려 직접 자신의 눈으로 여왕의 최후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점술가였어.



"제가 말씀 드렸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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