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회사 근처에 4층 짜리 요양병원이 있었음

어느날 속이 불편해서 점심 안먹고 소화제 사러 

그 건물 앞을 지나고 있는데 바로 등 뒤에서 

엄청 큰 물풍선 터지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깜짝 놀라 돌아보니 환자복 입은 사람이

엎드려 있었어 처음엔 누가 넘어진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환자복 입은 할아버지더라고

그제야 위에서 떨어졌구나 하고 위를 올려봤어

근데 요양병원 옥상에 젊은 여자가 목을 쭉 내밀고 있더라

높이가 4층 밖에 안돼서 얼굴도 기억나

그 여자는 3초 정도 나를 바라보다 뒤돌아가버림

이후에는 119 신고하고 경찰들도 와서 내 이야기 듣더니 

내가 본 여자 인상 착의 같은거 적어감

나는 조사받으면서 땀을 잔뜩 흘린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등에 물 섞인 피 같은게 잔뜩 튀었더라고

할아버지는 당연히 즉사하셨어

이후 요양 병원에는 경찰차가 왔다갔다 하더니 

별 일 없이 계속 운영하더라고 

나도 그렇게 잊고 몇 개월이 흘렀음

어느 날 야근하고 편의점 들렀는데

그때 봤던 경찰 두 분이 캔커피 사고 계신거야

나는 한참 고민하다가 말 걸었어 

혹시 그때 그 여자 잡혔냐고 

근데 두 분이 곤란한 표정으로

눈빛을 주고 받더니 

편의점 앞에서 이야기를 해주심

처음엔 내 증언도 있고 해서 

타살 가능성을 염두하고 수사를 했는데 

타살 증거가 전혀 없데

요양 병원에 머리가 긴 여성은 2명 뿐인데

그날 둘 다 비번이라 출근을 안 했고

무엇보다 사건 당시 CCTV를 확인해보니 

그 날 옥상으로 가는 계단을 지나간 건 

돌아가신 할아버지 말고는 아무도 없다는거야

유가족들도 부검을 원치 않고 

빨리 장례를 치루고 싶어하셔서

그대로 사건 종결 됐다고 말해주심

내가 아무말도 못하고 있으니까 

나이 많은분이 본인도 처음 사고 현장 갔을 때

헛것도 보고 했다면서 너무 힘들면 아는 병원 알려주신다고

조심스레 말하시길래 괜찮다고 대답하고 헤어짐 

근데 나는 아직도 내가 헛것을 봤다는게 안 믿겨 

무표정한 그 여자 얼굴이 생생히 기억나거든

근데 또 생각해보면 이상하긴 해 

그 병원 옥상이 회사 창문에서도 보이는데 

난간이 꽤 높고 두꺼워서 내가 본 것 처럼 

얼굴과 목이 다 보이려면 

목 길이가 1m는 넘어야되겠더라 

내가 본 건 뭐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