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1화부터 정주행하다가 스탑하고, 큰 맘 먹고 15,16화 전체 복습을 했어. 그동안은 메이킹만 복습하고 전체 복습은 못했는데 전체 복습하니 처음 봤을 때 안 보이던 게 보이네.


슼갤에 쓰려다가 멱갤에 남기는데, 사실 초반부 정원이, 특히 기자로서 모습이 좀 아쉬운 부분들이 있어서 태헌, 우재처럼 배우와 착붙인 다른 캐릭터에 비해서 다른 배우로 대체될 수도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었어. 딕션 좋은 몇몇 배우 생각나더러고. 그런데 멜로 강화되니까 이 캐릭터는 정원본이 했어야하는 캐릭터였고, 정원본이기 때문에 살릴 수 있었다고 봄. 그리고 그게 후반으로 갈수록 더 강해졌는데, 그 정점이 15화였음. 우재정원은 연출부터 밀어주는 레전드 씬이여서 일단 패스하고, 공비서 심문하는 걸 지켜보고 난 후, 공비서를 만난 정원이가 그동안의 한을 토해내는 장면이 가슴에 콕 박혀.


죄송하지 않잖아! 몇 명의 목숨을 앗아가 놓고! 전혀 아무렇지도 않잖아, 당신! 이제부터 당신이 죽을 때까지 매일 기도할거야. 당신 죽인 사람들 얼굴이 매일 눈 앞에 아른거리게 해 달라고. 그들의 고통이 당신의 뼈 마디마디에 사무치게 해달라고.


우리 드라마는 추척 스릴러이다보니 피해자, 피해자의 가족의 아픔은 의도적으로 생략시켰지만, 사실 정원이의 고통도 이 장면 하나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크지만, 정원이가 대표해서 표현해줬다고 해. 그리고 그걸 정원본이 너무 잘 연기함. 특히, 목소리가 너무 가슴을 후벼파. 짤이 아니라 음성을 가지고 왔어야 했나ㅋㅋㅋㅋ 옆에서 공비서 본체나 태헌본체도 잘 받아줬지만 정말 최고의 연기였어. 정원본 타드 중 구사시가 있는데, 거기서도 정원본 연기 진짜 좋았거든. 당시 내가 보기엔 내용이 어려워서 나중에 추천으로 몰아봤는데 지금 멱살보고 난 후 비슷한 정도로 앓았어. 그때 그 캐릭터도 생각나고 너무 좋네.


보통 사람이라면 아이를 포기하거나, 아이를 낳아도 설씨네와 절연을 했겠지만 우리의 정원이니까 아이에게 아빠를 빼앗지 않은 것도 정원다워. 그런데 본인과 우재는 끝난 걸 확실히 하고. 면회 씬에서 눈빛도 건조하지만 대사도 우재가 아버지 판결 면목없다며 동정심 자극해도


너는 벌 받고 있으니 너는 네 죄만 죄책감 가져


선은 칼 같이 지킨다. 그런 정원이니까, 16화에 태헌이 찾아가서 부축도 해주고, 나란히 걸어갔으니까 분명 남은 생은 그렇게 태헌이와 함께 걸어가면서 나쁜 놈들 멱살도 잡고, 때론 손을 내밀어 주면서 짱짱하게 잘 살겠지. 정원아, 잘 살아ㅠㅠㅠㅠ